내 이름은 빨강

示衆/明室 2009. 7. 25. 22:36

햇빛이 아주 좋던 아침에 지하철 역으로 오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아직은 필름으로 노출 맞추는 게 영 쉽지가 않네요.
중간에 뿌옇게 반짝이는 빛이 왜 생기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아래는 저녁 무렵 비슷한 곳에서 디지털로 찍은 사진입니다.


한국에도 자전거를 타는 인구는 많아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바람빠지고 버려진 자전거도 엄청 많아요.
저희 단지 쪽만 해도 수두룩해서 관리하시는 아저씨들이 정기적으로 공지하고 수거해 가시기도 하더군요.
바람만 넣고 기름칠만 해도 제대로 굴러갈 것 같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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示衆/明室 2009. 7. 20. 11:56
Posted by lunarog
示衆/flaneur, p.m. 4:30 2009. 7. 17. 17:32
김혜리: 고등학교 졸업까지 대구에서 사셨다는데, 사투리를 전혀 안 쓰시네요.

신형철: 대학 오고 나서 의도적으로 많이 벗어버리려고 했어요. 경상도 말투는 힘이 많이 들어가거든요. 어양 자체가 격렬하다보니 말을 하고나면.... 힘들어요. (좌중 폭소) 친구들 만나고 나면 진이 빠지죠. 그러다 경상도 말투가 토론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힘이 들어가고 조곤조곤하지 않으니까 듣는 사람이 부담을 느껴요. 말의 형식에도 논리적이지 않은 뉘앙스가 있고요. 가끔 <100분 토론>을 보면 한나라당에서 나오신 분들이 경상도 말투로 억지를 부릴 때가 꽤 있잖아요. (웃음) 천천히, 편안하게 설득력있게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말투가 바뀌게 됐어요.

<씨네21>, 김혜리가 만난 사람, "한국 문학의 사려깊은 연인, 문학평론가 신형철"

씨네21을 들춰보다가 신형철의 사투리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띄었다.

120% 동의한다.
나도 토론이나 세미나 같은 걸 하며 한두 시간 떠들다 보면 엄청 힘들어 목이 상하고, 가끔 억지논리를 세우곤 한다. 호오나 내 판단기준은 있는데 그걸 상대에게 설득한 도구가 부족한 것.
아울러 토론에서만 문제가 아니라 부부싸움을 위시한 여러 오해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말투의 문제는 단순히 말투에 그치는 게 아니다. 모든 논리가 "버럭" 하나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우린 원래 이렇게 표현해! 그러니 니가 내 말투에 적응해." 이런 태도를 고치고 당신들이 알아먹을 수 있는 말을 연습해야 한다.

그런데, 몇 십년간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하던 말을 바꾸는 게 또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내가 사용하는 말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는 말도 외국어를 들을 때처럼 번역할 준비를 항상 하고 있어야 한다. 굉장히 피곤한 일이고, 서울에 올라온 첫해는 그래서 실어증에 걸릴 정도로 말이 힘들었다. 아직도 나에겐 서울말이 어색하다.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라 그냥 자주 듣다 보니 편해진 것일 뿐.

곁다리로, 어제 100분토론에 전화토론으로 참가한 부산대 김좌관 교수는 부산 사투리임에도 "천천히, 편안하게 설득력있게" 말하는 느낌이었다. 결국 사투리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라는 것. 사투리 자체가 가지고 있는 형식적 문제를 잘 파악하고 보완하면 억양이 사투리라도 다른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교훈적인 결론?!


신형철이라는 이름, 입소문만 들어오다 경향, 한계레 등에 올린 글들을 인터넷으로 읽어보며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나 부러워했다. <몰락의 에티카>가 나오자마자 사 봤지만, 왠지 긴 글에서는 단문의 느낌이 살지 않은 것 같았다. 뭐, 어쨌든, 그런 걸 내가 평가할 문제는 아니고..
위 인터뷰에서 또 하나 챙겨둘 말은,

 생각 자체가 신선하면 말은 평이할수록 시너지 효과가 생기는데 생각이 평범해서인지 자꾸 어휘 차원에서 신기한 걸 쓰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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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flaneur, p.m. 4:30 2009. 7. 14. 11:55
어떤 글을 읽을 때, 특히 요즘 주위의 블로그를 살펴보다가 가끔 어떤 사람일까, 누구일까? 궁금해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항상 나는 혹시 이 블로거가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닐까 상상하곤 한다.

그건 내 오래된 습관 같은 건데, 어릴 때 동화책을 읽을 때 나는 항상 머리 속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을지문덕이 수행을 위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면, 우리 동네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작은집 올라가는 길을 떠올리고 있었고, 대갓집에 모여 회의를 하면 우리 동네에서 가장 큰 기와집에 사는 친구집을 상상하는 식으로. 처음에는 어쨌는지 모르겠는데, 나중에는 크지도 않은 우리 동네의 골목과 집과 산길이 내 상상의 목록 같은 것이 되어 있었다.

더 넓고 무한한 공간인 그곳을 내 주위에 있는 친근한 것으로 축소하는 방식의 상상.

블로그를 돌아다닐 때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을텐데, 나는 항상 어떤 블로그에서 내가 아는 누군가의 흔적을 찾곤 한다. 부산에 살고 있는 그녀는 내 외사촌이 아닌지, 공학도인 그는 내 후배가 아닐지, 알콩달콩 감성적인 글을 잘 쓰는 그녀는 또 누구일까?

새벽에 갑자기 오래 묵은 이 생각이 떠오른 것은 아주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한 블로그에 김용에 대한 글이 올라와서이다. 서양철학을 위시한 다양한 관심사에 더하여 김용의 중국어 원문을 읽을 줄 안다? 갑자기 떠오른 사람이 하나 있다. 오래동안 잊고 지낸 사람이다. 선배이고 내가 들어가기 전에 대학원을 그만뒀지만 또 어찌어찌한 인연으로 여러날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내 소극적인 성격을 지적하며, 최소한 자기가 가진 것만큼이라도 표현하기를 요구했던 사람이다. 자기 가진 것 이상을 이야기하는 그에 대한 불만이 없지도 않았다. 그래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내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흔적처럼 내 몸을 구성하고 있다. 사실 나는 이미 그들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인문학계의 거두인 아버지가 부럽지는 않았지만, 그 때문에 어릴 때부터 다양한 책, 지식, 문화를 접할 수 있었던 그의 환경은 참 부러웠었다. 유학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손금을 볼 줄 안다면서, 사주에 대륙에서 유학할 운명이 있다고 구라를 떨었다. 미국으로 가라고 했다. 그때는 유학을 거부했고, 몇년이나 지나서 또다른 대륙인 중국에 유학을 가 있다. 아주 구라는 아니었던 건가?

결혼하기 전 상해에 잠깐 들렀을 때 마지막으로 봤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내가 봤던 그 블로그는 내가 떠올린 그 형의 것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
다만 글에서 비슷한 성향의 누군가를 떠올려 보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작게 축소해야만 나는 조금 더 이해한 느낌이 든다. 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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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7. 10. 02:34

집에 처박혀 뒹굴고 있던 필름카메라를 꺼내서 써 보았습니다.

예전. 알마타에서 중고로 2-3만원인가에 샀던 러시아산 제니트(ZENIT ET)입니다.
전혀 카메라를 다룰 줄 모르던 때라 한번인가 써보고 그대로 굴러다니던 놈입니다.
(인터넷으로 매뉴얼 찾아서 겨우 제니트의 특성을 조금 알게 되었네요.. 예전엔 필름 빼는 법도 몰랐는데, 매뉴얼 보고서야 독특한(?) 필름 감는 법을 알게 되었네요. 예전에 필름을 맡겼던 사진관 아저씨도 필름을 못 빼더군요. 고장났다고 수리해야 한다고 막 그러고...)

집에는 어르신이 쓰시던 야시카 일렉트로35GS(장인이 쓰시던)도 있지만 이중상 합치식이라는 초점 맞추는 방식이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싸구려 제니트이지만, 필름으로 연습하기에 적당할 듯합니다.
일단 색감은 마음에 드네요.
노출이나 초점 맞추기가 너무 힘들고, 그래서 날려먹은 필름이 여러장입니다..
조금 더 연습하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요?

# 단 하나! 자전거 탈 때 서브용으로 쓰려고 하는데, 스트랩을 달 수 있는 고리가 없어 불편할 것 같군요.
# 폴님 추천으로 코스트코에서 필름스캔했습니다. 싸고 편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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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flaneur, p.m. 4:30 2009. 7. 2. 12:14
그니까 캡콜드님의 규약을 내 방식으로 풀어보면, 전제만 분명하게 밝혀주면 명제가 참이 되므로 "과학적"인데, 그 반대명제까지 싸그리 부정하니까 "부도덕"하다? 저는 주로 현실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상당히 부도덕한 놈이라 할 수 있겠군요. 게다가 좀 비과학적이기까지 합니다. ^^

이번 릴레이는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없어 초간단! 말장난 수준으루다가 진행하도록 합죠.


이 릴레이는 sprinter님, capcold님, 아키토, 톨™님, 김젼님에 이어 저에게 전해졌습니다.

간단 규칙:
- “A는 좋다, **하기까지는. B(A의 반대)는 좋다, ##하기까지는” 이라는 무척 긍정적(…)이고 역설적인 접근방식으로 내가 아는 세상의 진리를 설파한다. 갯수는 제한 없음.
- 2명 이상의 사람에게 바톤을 넘긴다.
- http://sprinter77.egloos.com/tb/2423191 으로 트랙백을 보낸다. 자기에게 보내준 사람에게도 트랙백 보내면 당근 아름다운 세상.
- 마감은 7월 15일까지. (inspired by 이누이트님의 독서릴레이)

- 자유연애는 좋다. 그/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만.
  결혼은 좋다. 딱! 첫째를 낳기 전까지만.

- 역사공부는 재미있다. 그 일이 현실로 반복되기 전까지는.
  현실공부는 재미있다. 그 일이 나에게 반복되기 전까지는.

- 릴레이는 좋다. 바톤이 나에게 넘어오기 전까지는.
  바톤 넘기기도 좋다. 믿었던 이웃이 생까기 전까지만.


김젼님이 무려 9개의 바톤을 흩뿌리는 바람에 릴레이가 난교(?)가 되어 버렸슴다.
이쯤에서 저는 조용히 물러나 앉는 게 마지막 남은 양심을 지키며 그나마 도덕적인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길인 듯. (사실 너무 버거워요. ㅡㅡ;;) 그래서 저는 바톤을 넘기지 않고 꿀꺽! 하겠슴다. 머, 원하는 분이 계시다면 넘길 수도 있어요. 바톤에 집착하는 건 아니니까요. 받으실 분 손드세요~~  ^^

김젼님, 맘에 드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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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6. 26. 21:16
사진은 [창]이다.

1. 사진은 창(窓)이다. 우리는 창 밖의 세계를 바라보고 그 세계의 빛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창을 활짝 열고 바라보는가 살짝 열려진 틈으로 훔쳐보는가, 혹은 창밖으로 한참 응시하는가 슬쩍 눈길을 주고 마는가에 따라 빛과 색깔은 달라진다. 빛이 달라지면 사물 자체가 달라진다. 저 바깥에 언제나 똑같이 있을 것만 같은 그것은 창을 어떻게 여는가에 따라 나에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빛으로 가득한 천상과 우울한 암흑의 하계는 창문 여는 방식에 따라 결정되는 동일한 풍경이다. 조리개와 셔터속도의 배합은 언제나 어렵다. 노출.

2. 사진은 창이다. 창문 바깥의 풍경이 끝없이 펼쳐져 있지만 내가 그것을 창틀로 가두기 전까지 그것은 아무 의미 없는 세상 자체일 뿐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라는 바로 그 의미에서 그렇다. 사진은 그것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떼어내고 단절시키고 축소한다. 그것이 폭력이냐구? 천만에. 그것을 폭력으로 만드는 것은 사진이 아니라 틀에 가두는 자의 특정한 태도이다. 틀에 가두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주고 왜곡시키기까지 한다는 점에서 사진은 포착이 아니라 창조일 수 있다. 한정된 틀 속에 가득 채우기와 비우기의 적절한 조합이 쉽지는 않지만 재미있다. 구도.

3. 사진은 창(槍)이다. 맥락과는 상관없이. 다른 중요하고 이쁘고 익숙한 풍경 사이에서 그것은 나를 쳐다봐 달라고 찌르고 들어온다. 살짝 아파오지만 그 정도 고통 없이 문신처럼 내 몸에 각인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래서 사실은 내가 그를 자르고 조각내는 것이 아니라 그가 나를 찌르고 들어오는 것이다. 낯선 여행지를 찍으며,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며, 나의 옛 사진을 보다가, 견고하게 굳어버린 내 감각을 뚫고 들어오는 창을 발견한다. 벌어진 상처 사이로 옛 추억, 기억, 어떤 느낌들이 흘러나온다.
내 사진이 누군가에게 그러한 창이 될 수 있을까? 푼크툼.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처음 이 광경을 봤을 때 길거리의 화로는 주전자를 태울 듯 더 세게 불이 이글거리고 있었고 그래서 바로 옆에 놓인 소화전과 함께 내 눈을 찌르고 왔다. 그러나 자전거를 세우거나 다시 돌릴 용기를 내지 못했다. 부엌이 좁아 길거리에 화로를 놓아야 하는 누군가의 생활에 끼어들 용기가 나지 않아서이다. 다음날 같은 길을 같은 자전거로 달리면서 지나치듯 찍고 돌아올 때는 제법 용기를 내어 할아버지와 인사까지 하면서 몇 번 더 찍었다. 그러나 불은 사그라들었고 주위는 어두워졌다. 여백을 잘라내고 "불이아(弗二我)"라는 제목을 달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인사 같은 거였겠지만, "서로 자기 영역을 확보하고, 상대방의 공간을 노리는 야생짐승들 같습니다. 언제 깨어져도 이상할 것 없을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라는 충고같은 평을 반군이 달았다. 실패의 흔적들이지만 그 말에 부합되는 사진을 찍으러 애쓴다.


이 릴레이는 mooo님, 꼬미님, 엘군님, 연님을 거쳐 저에게 왔습니다. 이건 이런 거야! 라는 식의 정의내릴 깜냥이 되지 않지만, 제 의견은 릴레이에 참여하시는 많은 분들이 만드신 별자리 중에서도 가장 작은 별 하나에 불과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조금은 겉멋 같고 재미 없는 내용이지만 마음대로 지껄여 보았습니다.. ^^;; 문득 떠오른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제가 원래 사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없으면 만들어내야지, 이리저리 찾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릴레이 규칙입니다.

1. 사진이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글을 적으시고 thruBlog에 여러분의 글을 트랙백해주세요.
5. 이 릴레이는 7월 6일까지 지속됩니다.

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바톤을 이어받을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이미 바톤 전달에 실패한 전적이 있습니다만. ㅡㅡ;; 그때 "릴레이의 오상"을 꼼꼼히 다시 봤는데 정말로 주옥같은 내용이더군요. 하하.)

저에게 독서론 릴레이를 전달하신 띠용님께 이 영광을 돌리겠습니당.. 저는 받은대로 돌려주는 사람이어요. ^^
또 한분은 색깔 리스트 시리즈와 함께  독특한 감성의 글과 사진을 보여주시는 폴.님께 바톤을 넘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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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6. 25. 21:23

숨이 막힐 것 같은 주말을 보낸 뒤, 벌써 며칠째 상하이 최고 날씨를 보여주고 있다.

정말이지 이렇게 쾌적한 날씨는 상해에서 보기 드물다고 생각될 정도.

 

마음이 한갓지지 못해 바깥에 나가지는 못했는데, 창밖으로 컴컴해지기 직전의 하늘 색깔이 너무 곱다.

진하지는 않지만 고운 저녁놀이 지고 있어 사진기를 가지러 간 사이, 빛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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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flaneur, p.m. 4:30 2009. 6. 24. 23:04
스터디를 마치고 지하철에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 잠깐 사이 많은 일(?)이 있었네요.

제가 있는 지하철역 근처에는 오토바이, 삼륜차 등이 떼로 모여 있습니다.
버스는 구석구석 다니지 않고 걷자니 좀 멀고, 그렇다고 택시를 타자니 좀 비싼 근처를 가려고 할 때
가장 싸게 갈 수 있는 게 삼륜차입니다.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건 오토바이일 테구요.

문제는.
이 두 가지 가장 편하면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불법"이라는 사실입니다.
삼륜차(인력거)는 대부분의 큰 도시에서 불법으로 처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승객을 태우고 달리다가 경찰을 만나면 이상한 골목으로 질주하기도 합니다. (당근, 승객은 엄청 겁에 질리겠죠. 납치당하는 기분일 겁니다.. 인력거꾼도 죽을 맛을 텐데 말입니다..)

역에서 집이 멀지 않아 걸었습니다..
갑자기. 삼륜차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며 지나가더군요. 좁은 곳을 통과하느라 나란히 줄을 서서 달렸지만 삼륜차가 그렇게 빨리 달리는 모습, 처음 봤습니다. 엇? 가만 보니 모두 승객이 없군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신호를 기다리던 사람들, 길을 걷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집중되었습니다.
뒤를 이어 오토바이 행렬들이 오고 있었고, 그 너머에는 하얀 경찰 오토바이가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단속을 피해 달아나는 삼륜차의 무리였던 겁니다.
오토바이도 불법이지만, 튀기가 쉬워서인지 꾸물대고 있다가 경찰이 다가오니까 그제서야 전속력으로 흩어지더군요.

길을 건너 집쪽으로 향하면서도 삼륜차 무리들이 잘 피했을까 궁금해서 계속 그쪽을 쳐다보면서 걸었습니다. 제가 걷고 있던 길쪽에서는 신강의 젊은 친구들이 몰려오고 있더군요. 소문이 아주 안 좋은 친구들입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이슬람 계통의 이 친구들이 몰려다니면서 슬쩍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죠.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 뒤쪽으로 가서 가방을 열어서 지갑을 꺼내가기도 하고 겨울에 여자애들 외투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기도 합니다.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가면 뒤에서 뛰어와서 가방 지퍼를 열기도 한다더군요.
다행히 저는 근처에서 한번도 비슷한 일을 겪지 않았습니다.

그 중 잘 생겼는데 행색이 약간 초라한 친구와 눈이 마주쳤죠. (신강 이슬람 계통 젊은이들, 꽤 잘 생겼습니다..남자가 봐도 반하겠더군요.) 그러다 저는 맞은편의 삼륜차가 궁금해서 그쪽을 계속 쳐다보며 걷다 서기를 반복했습니다.

갑자기. 슬쩍 뒤를 돌아봤는데 그 친구가 내게 다가오다가 바로 뒤를 돌아 가 버리더군요.
제가 백팩을 매고 있었거든요. 든 건 없습니다만. 조금. 등골이 오싹해지더군요.
아~ 바로 이런 경우겠군놔.
그 친구가 만약 내 가방을 건드렸다가 시비가 붙으면 주위에 갑자기 그의 동료들이 몰려와 저를 에워쌓을 겁니다. 쓰리 당하는 여학생을 도와주려다, 한놈인 줄 알았는데 떼거리로 몰려와 분을 삭혀야 했던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럴 땐, 무조건 분을 삭히고 물러나야 합니다!!! 젊은 혈기, 아무 소용 없어요. 저 사람들은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 빌미를 주지 않게 적절한 타이밍에 돌아봐서 다행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한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던(익히 들어왔던) 두 가지 광경을 보게 되네요.
Posted by lunarog
示衆/flaneur, p.m. 4:30 2009. 6. 24. 00:42
공부에 조금 방해가 되긴 하지만, 취미삼아 요즘 애완동물을 기르기 시작했어요.

근데 애완동물이라고 하기엔 조금 ...
양식업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내다 팔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잡아먹을 수도 없어요..

자그맣고 귀엽긴 합니다. 빨갛고 통통한 배를 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앙증맞아 죽겠다니깐요. ^^
주로 발밑에서 놀다가 가끔 허벅지로 올라오기도 합니다.
머, 목이나 귀밑에까지 와서 혀를 낼름거릴 때도 있는데, 그럴 땐 정말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어요.

강하게 키우려고 가끔 약을 처방하기도 합니다만,
그래서인지 13층 아파트에 살기 버거울 것 같은데 아주 튼튼합니다.
그게 다 제가 열심히 공양한 결과겠죠?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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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습하지도 않은 맑고 화창한 날이었는데, 모기만 없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ㅡㅡ;;
살생을 피하기 위해 자기 피로 배가 통통한 모기도 날려보내는 고승의 마음으로, 그저 인내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어요.....


1. 혹시 모기 때문에 머리가 이상해지거나 그런 병도 있나요? 요즘 제 상태가 조금...

2. 띠용님~ 중국에도 "쪼금한 거"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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