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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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3 내 이름은 빨강 9
  2. 2009.08.16 깃발 10
  3. 2009.08.11 가난한 자의 핸드드립 커피 18
  4. 2009.08.10 비가 오면 잠시.. 7
  5. 2009.08.04 파란 하늘이.. 4
  6. 2009.08.03 그녀의 하얀 등 3
  7. 2009.07.31 흡혈 필름 2
  8. 2009.07.30 [릴레이] 편견 타파? 6
  9. 2009.07.27 기다려 봐!! 4
  10. 2009.07.26 그림이 칼이라면 사진은 총이다. 2
示衆/明室 2009. 8. 23.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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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8. 16. 11:34
Posted by lunarog
示衆/flaneur, p.m. 4:30 2009. 8. 11. 00:47
커피를 좋아한다면 꽤 좋아하는 편인데, 하루에 못해도 서너 잔씩 마시는 편이니 말이다.
단, 막입이라서 자판기 커피, 커피믹스도 좋아하고, 원두도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잘 마시는 편이다.
(이건 뭐, 아무 취향이 없는 거잖아??!!!)

상하이에 처음 왔을 때, 자취생활을 처음 할 때의 기분으로 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았다. 처음엔 1년 예정으로 온 터라 에스프레소 머신은 말할 것도 없고 별 다른 도구를 구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1. 프렌치 프레스 :

그래서 선택한 게 바로 옆에 있는, 이케아에서 7000원 정도에 구입한 프렌치프레스. 뭐 맛을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제일 간편하다. 커피 넣고 물 붓고 기다리면 끝이니까. 아주 깔끔한 맛은 아니었지만 유리가 깨지지만 않았다면 여전히 자주 애용했을 것이다.

2. 모카포트 :

그러다 약간 욕심을 낸 게 모카포트이다. 싸구려라서 프렌치프레스의 철망이 벌어지기도 했고, 수명이 다 된 참에 에스프레소를 먹을 수 있는 것으로 구하기로 한 것이다. 기본 5-6만원 하는 비알레띠 뭐니 하는 것 말고, 마찬가지로 이케아에서 당시 환율로 2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팔리던 놈을 샀다. (이케아에서 사진이 검색되지 않아서 패스~ 단순한 원통형의 튼튼한 놈..)

모카포트로 처음 커피를 마실 때는 정말이지 감동이었다. 물이 달아오르면서 그 압력으로 위로 커피가 추출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부드러운 크레마와 함께 진한 커피를~~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불조절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볶음요리가 많은 중국의 가정집 가스렌지는 보통 한국의 식당 가스렌지 화력에 버금간다.
중국 가스렌지에 비하면 한국의 가정집 가스렌지는 등산용 버너 정도에 불과할 테니..
평소에도 압력밥솥에 밥을 하거나 고기를 구워 먹을 때 화력조절에 애를 먹곤 했는데,
더구나 새로 이사해서 2년간 살고 있는 집의 가스렌지는 조금 낡은 거라서 약한 불 조절이 잘 안 되었다.
꺼지지 않을 정도의 약한 불로도 화력이 너무 강해서 적절한 맛의 커피를 추출하기가 힘들었다.
오죽했으면 추출한 커피를 다시 여과지에 여과시켜 보기까지 했을까...
커피가 너무 쓰고 찌꺼기가 많이 나와서 원인을 분석해 본 결과 화력이 문제였던 것 같다.
알콜램프를 살까, 가스렌지를 바꿀까? ㅡㅡ;;

3. 드리퍼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아래 하리오 드리퍼! (약간 욕심 부렸다..)
사이폰이나 기타 등등 여러 제품에 눈길이 갔지만 역시 이사를 다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드립커피가 가장 좋은 선택이었던 것. 아무리 따져봐도 가장 간단하고 짐도 되지 않았다..

둥근 원추형의 하리오드리퍼는 상단부에서부터 회오리형의 리브가 추출구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하고있어 추출속도가 빠른편이기 때문에 잡미없는 깔끔하면서 부드러운 커피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및 텍스트 인용 : http://www.caffemuseo.co.kr/shop/detail.asp?g_num=1158&g_code=DR_HA_PER_02W&ca1=brandshop&pagenum=4)

당시 한국 사이트에 18,000원 정도에 팔리던 놈인데, 타오바오(한국의 옥션 같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배송료까지 76원(기억이 정확하다면 당시 환율로 16,000원 정도; 허걱! 요즘은 40원(7200원)에?)에 살 수 있었다. 이 녀석 아주 마음에 든다.

사실 핸드드립 커피는 드리퍼와 여과지만 있으면 된다. 여러 명이 마시려면 드립서버도 있어야 하고, 물을 가늘게 잘 부으려면 드립포트도 있으면 좋지만 가격들도 만만찮고, 또 나는 주로 혼자서 마시니까 컵에 바로 추출하면 되었다. 바로 아래와 같이. 포트는 그냥 무선주전자로~

무선주전자로 물을 부으면 와락 하고 한꺼번에 물이 많이 들어가는 편인데, 신의 물방울의 주인공 칸자키 시즈쿠가 와인을 따를 때를 연상하며(^^) 가늘고 일정하게 물을 부을 수 있도록 연습하는 중이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의 온도. 물을 끓였다가 적당하게 식기를 기다리며 딴짓하다가 너무 식어버려 다시 끓이는 일을 반복하곤 한다. 드립하는 방식은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는데,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지금은 3번에 한 번 꼴로 꽤 괜찮은 맛의 커피가 나온다(그냥 잘 모르지만 내 느낌이다..)

핸드드립 커피 하면, 씨디나 디비디 같은 좋은 기술보다 레코드판에 진공관 엠프를 선호하는 클래식한 취향 같은 것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그런 거품을 빼고 보면 가장 간단하고 원시적인 방법으로 커피를 뽑을 수 있는 방식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요즘은 드리퍼도 필요없이 일회용 핸드드립용 티백도 있으니까..)


결국 커피 맛은 신선한 원두 + 적당한 온도의 깨끗한 물이 전부 아닐까?

그러니까 위 사진과 같이 최소한의 도구만 가지고 내 맘대로 마시기가 가능한 것.
(사진이 좀 거시기하죠? 커피 내리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 )
커피와 친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조차 번거러운 취미로 생각될 수 있겠지만, 나름 즐기는 내 입장에서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가장 간단하게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킨 셈이다. 물론 "가난한 자의~" 어쩌고는 좀 과장이겠죠?  :-)

아참! 내가 자주 마시는 원두는 숯배전 커피(碳烧咖啡豆 ; charcal fire). 타오바오에서 이것저것 종류별로 시켜보다가 요즘은 이것만 마신다. 한국의 이름난 가게에서 파는 원두에 비하면 딸릴 지 모르지만, 어쨌든 싸고 편하게 갓 뽁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 주문하면 볶아서 택배로 보내준다. 그럭저럭 만족하는 맛이다. 한 봉지에 7000원 정도. (비슷한 용량의 UCC Sumiyaki (숯배전 커피)225g은 17,000원.)


1. 드리퍼+분쇄기+원두 : 이렇게 사 봐야 카페에서 먹는 커피 약 10잔 정도 가격이다. 한달 안에 원금 회수하고, 이후로는 원두 값만으로 맛있는 커피를 먹을 수 있다. 사실 이런 셈법으로 하면 원두도 꽤 비싼 걸 사 먹어도 카페에서 먹는 것보다는 싸지 않을까?

2. 분쇄기(핸드밀)은 대만제가 싸고 괜찮았다. 1-2만원. (* 내가 여기서 고른 것들은 모두 한국과 비교해서 싼 것들이다. 물론 무조건 중국이 더 싼 것은 아니다. 종류에 따라서는, 주로 수입품의 경우 한국보다 훨씬 비싼 것도 많다. 일례로 비알레띠 모카포트는 한국이 4-5만원대인데 중국은 400원 이상(8만원 가량)이다.. 원두나 핸드밀도 수입제품은 상당히 고가에 판매된다. 한국에서도 싸고 괜찮은 놈이 있지 않을까?)

3. 나의 하리오 드리퍼가 며칠 전 금이 갔다. 씻은 후 물을 털어내다가 수도꼭지와 키스를 해 버린 것! 꽤 세게 부딛혔는데 깨지지는 않고 금만 가 있어 당분간은 버텨줄 것 같다.. (간이 꽁알만해진 상태로 한동안 물도 잠그지 않고 멍하니 있었다.)

4. 핸드드립 커피 맛내는 법을 정식으로 배우거나 한 건 아닌데. 뭐 어떤가. 요리처럼 자꾸 하다보면 나만의 맛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겠다. 조심조심 물을 부으면, 고체가 액체 속으로도 스며들고 기체 속으로도 스며든다. 그 시간이 바쁜 일상에 조금의 여유를 준다면, 그런 여유를 위해 최소한의 투자는 해 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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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8. 10. 10:51

비가 오면 잠시 쉬었다가 가도 되겠죠?
보슬비가 내리는 어느날 타이캉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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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8. 4. 04:04

상해에 있다 보면 이렇게 흔한 풍경이 가끔 그리워질 때가 있다.
7월 중순, 상해에 다시 돌아올 때는 습한 열기에 숨이 막혀왔다.
그런데 몇 주째 선선하다 못해 추울 지경이다.
지난 주는 비가 계속 왔고 긴 옷을 꺼내입어야 할 정도의 날씨가 되었다.
창문을 열어놓고 자다가 몸살까지 왔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야 한다. 덥다 덥다 욕하는 재미라도 없으면 여름을 어떻게 보내나.
이래저래 몸도 마음도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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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flaneur, p.m. 4:30 2009. 8. 3. 01:13
고등학교 때 젊은 영어선생님이 새로 오셨습니다. 시골에서는 능력 있는 사람을 별로 반기지 않는 경향이 더러 있는데, 능력 있는 놈들은 더 좋은 곳으로 비상하곤 하니까요. (대학도 마찬가지죠? *^^*) 이 영어선생님도 능력 있는 분이셨나 봅니다. 얼마 오래 있지도 않았고 첫 부임지였던지라 떠날 때 눈물까지 흘리셨습니다. 아마 가서는 금방 잊고 그곳에서 잘 적응하셨을 겁니다.

오래 있지 않았지만 저는 그 선생님이 가끔 생각나고 얼굴까지 또렷이 기억나는데요.. (울 아부지와 성함이 같은, 저와 13촌 정도 되는 고참 영어선생이야 동네에서 가끔 보니까 잊을 수 없지만, 그 젊은 영어선생님 후임으로 누가 왔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선생님과 공부한 내용을 기억하는 건 아니고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예를 들면, 신혼살림을 차린 후 우리 몇몇을 불러 집들이를 하셨는데, 우린 사모님의 책꽂이에서 처음으로 <다락방에 핀 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친구 한 놈이 빌려가기까지 했는데, 차 떼고 포 떼고 근친상간적인 내용만 머리 속에 남겨 두었죠. 그걸 빌려준 사모님은 또 무슨 생각이었던 겐지. 책을 안 읽었거나 우리를 어른 대접했거나.. 뭐 어쨌든.

독해를 하다가 이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와이프가 외출하려고 옷을 갈아입으려다가 뒤로 돌아서며 남편에게 보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남편은 방을 나서며 슬쩍 그녀의 하얀 등을 보게 됩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ㅡㅡ;;)
선생님은 그 때 부부 사이에도 이런 매너는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약간의 선망 비슷한 눈빛도 비치셨구요.

솔직히 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부부 사이에도 지켜야 할 예의야 있겠지만, 매일 살을 부비고 사는 부부가 옷 갈아입을 때조차 그래야 할까요?
암튼 그 선망의 눈빛이 왠지 불편했는데, 뭐랄까,.. 동양인이 서양인에게, 노예가 귀족에게 보내는 눈빛 같았습니다. 영어선생 사모님도 그렇게 할까?
암튼 싫었지만 저에게 그게 규범 비슷한 게 되었던 것 같아요. 부부 사이에도 옷 갈아입을 때는 눈을 피해줘야 하는 거야 라고 말이죠. 어릴 때 각인된 건 잘 안 바뀌니까요.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도 선명하지 않구요. 물론 결혼하고 여지없이 깨어졌지만요. 그게 옷을 갈아입을 때의 규범이 아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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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7. 31. 18:04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 같습니다. 시커멓고 딱딱한 고체 덩어리인데도 유효기간이란 게 있고, 그 기간이 지나면 서서히 죽어간다네요. 우유도 아닌 것이 냉장보관해야 한다니요.

빛을 보면 안 된답니다. 강한 햇빛을 직접 보면 생명을 다하기 때문에 항상 관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군요. 자기가 벰파이어인 줄 아나 봐요. 벰파이어는 피를 빨아 먹지만, 이 놈은 빛을 먹고 삽니다. 어두운 관 속에 숨어 있다가, 어두운 방 속으로 기어들어가 슬며시 새어나온 빛을 자기 몸에 각인시키죠. 너무 강한 빛도 싫고 너무 약한 빛도 싫어합니다. 딱 적당한 빛을 적절한 순간에 줘야만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갑자기 필름이 벰파이어같이 생각되는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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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flaneur, p.m. 4:30 2009. 7. 30. 09:42
어쩌다 보니 릴레이를 계속 하게 되네요. 처음 독서론 릴레이를 접할 때는 이런 놀이 자체가 신기했기 땜에 거의 모든 글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가지가 너무 순식간에 뻗어나가 모든 글을 읽는 건 불가능하더군요. 편견타파 릴레이는 거의 관심도 주지 못했네요. 저에게까지 다시 올 줄은 몰랐어요. ^^;;

편견이라...


1. 중국어 잘하시겠네요?
저는 중문과 출신이고 지금도 그쪽 계통입니다. 영문과 출신들이 "영어 잘하시겠네요?"라는 질문을 편견으로 느끼는 것과는 달리, 저에게 "중국어 잘하시겠네요?"라고 물으면 그냥 "네, 쫌!"이라고 말하고 맙니다. 아직은 중국어를 중문과 출신 이상으로 잘하는 분이 (없지는 않지만) 많지 않아서일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전국민이 조금씩은 할 줄 알고 스펙관리하는 분들이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인 영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겠죠.
읽기와 듣기는 그런대로, 말하기는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쓰기는 약간 불편한 정도. 썩 훌륭하지도 않고 중국어 학습을 열심히 하지도 않지만, 시험공부하듯 체계적인 관리는 하지 않고 필요하면 그때그때 땜빵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가끔 중국어로 리폿을 써야할 때나 준비되지 않은 학회 통역을 해야할 때 정도만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번역이야 한국어 표현이 더 중요하니까 아는 단어도 사전 찾아보는 게 너무 당연하구요. 그러니 저, 중국어 춈 잘 합니다... 단! 시험점수를 물어보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절대 안 됩니다. :)

반대로 "중문과 출신이면서 그런 것도 못해?"에도 마찬가지죠. 중문과 나왔다고 광동어 발음을 알아야 한다거나, 아주 어려운 벽자(僻字)의 뜻이나 발음을 알아야 한다거나, 무역계약서를 중국어로 쓸 줄 알아야 하는 건 아니죠. 이런 건 그쪽에서 "못해?" 그러면 "응, 못해, 나 이쪽 전공 아냐.."라고 대답하면 그만입니다. 그쪽의 편견일 수도 있지만 별로 불편(혹은 불쾌?)하진 않아요. 이런 건 편견보다는 무지 아닐까요? ^^

2. 중국에서 유학하면, 물가가 싸서 돈은 적게 들겠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만 옛날 이야기입니다. 특히 칵하와 만수씨가 환율 올려놓은 담부턴 완죤 똑같습니다. 우유, 달걀 같은 식료품도 거의 비슷해졌고. 시장에서 파는 채소 정도가 조금 싼 편입니다. 과일도 우리나라에서는 수입품인데 이쪽에서는 국내생산인 망고 같은 열대과일들 정도가 한국보다 확실히 싼 것 같습니다. 전자제품? 한국이 더 쌉니다. 오죽하면 중국관광객들이 한국 가서 전자제품 싸들고 오겠습니까. 이것도 편견 축에도 못 낍니다..

3. 난 한국 대표가 아니라구!
중국 아해들이 나에게 한국에 대해 물어올 때.. 약간 답답합니다. 물론 모든 중국학생들이 그렇진 않습니다. 그런데 아직 대부분은 저의 의견을 묻는 게 아니라 한국의 의견을 듣고 싶어합니다.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게 아니라 중국의 의견을 말하면서 말입니다. 제가 순발력이 좀 떨어져 갑자기 물어보면 엉거주춤 말려들곤 하는데. 솔직히 "난 전혀 한국을 대표하지 않아요. 난 한국이 아니라 나란 말이야. 그러니 제발 니가 중국을 대표한다는 생각도 좀 버려줘!"라고 외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말을 조금 바꿔서 외국에 나가면 모두가 민간 외교관이란 말도, 외국 나가서 나쁜 짓 하지 말라는 좋은 의미로 알아 듣습니다만.. 뭐, 국위선양하러 외국 나가는 것도 아니고, 나가서 맘 편하게 뻘짓 좀 더 하게 내비두세요! 사람이 거기서 유난 좀 떤 거지 한국인이 추태를 부린 게 아니지 않나요? (그렇다고 어린 나이에 유학와서 한국인들끼리 뒷자리에 앉아 한국어로 떠드는 한국학생을 두둔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전 다른 분들이 저에게 툭 던지는 이야기, 혹은 질문에서 별 편견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것 같네요.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 편견을 가질 수도 있는 거니까요.
대부분의 관계는 이런저런 편견에서 시작합니다. 저도 분야에 따라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어디선가 주워들었지만 정확하지는 않을 수도 있는 이야기로 말을 걸어 봅니다. 이런 경우 편견보다 말을 건다는 행위 자체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편견 때문에 아예 다가가지 않거나 배제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다가가서 말을 건내려는 의지 같은 거. 그런 의지가 있다면 상대와도 조금 더 친해지고, 편견의 다른 얼굴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제가 느끼는 편견이나 저의 편견보다, 제가 가진 편견이라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지적할 때 가슴이 콩딱꽁탁 뜁니다. 제가 노력해서 없앴다고 생각한 것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게 밝혀지곤 하니까요. 가끔 억울할 때도 있지만, 그 대부분이 조금씩은 사실이기 때문에 억울한 표정은 변명삼아 살짝 비추고 말아야 한답니다.

1. 저는 경상도 출신입니다. 왠지 말이 쎄고 성격도 급하고 화통하게 "됐나? 됐다!"를 외칠 것 같습니다.
(억양은 그대로지만) 말도 다듬고 생각도 다듬고 사고방식도 많이 고쳤(다고 생각착각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보리문디!!!!"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2. 저는 장손입니다. 네,네네.. 경상도 출신에다가 장손이기까지 합니다. 이 부분은 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제 느낌은 이렇습니다. 편견은 누구나 가질 수 있습니다. 살다보면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잘 모를수도 있고 부분적으로만 알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편견을 이유로 상대를 배제하려는 순간 발생하는 것 아닐까요?



----------------------------------------------------------------------

규칙
1. 자신의 직종이나 전공 때문에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를 써주세요
2. 다음 주자 세 분께 바톤을 넘겨주세요
3. 마감기한은 7월 31일까지 입니다.

 

릴레이 히스토리

라라윈 http://lalawin.tistory.com/entry/relay
무한 http://www.normalblog.com/160
거친날개 http://wildwing.tistory.com/30
검은괭이2 http://lady418.tistory.com/983
KOREASOUL http://koreasoul.textcube.com/20
어찌할가 http://eozzi.textcube.com/65
벼리지기 http://byori.textcube.com/64
dayliver http://dayliver.net/entry/teacher-at-a-girls-school
스쿨드 http://skuld.textcube.com/32
구차니 http://minimonk.tistory.com/599
위소보루 http://caesargs.textcube.com/146
라니 http://rany.textcube.com/59

얼렁뚱땅 정기자님 http://flameboy.textcube.com/

후박나무님 http://enote.textcube.com/85

그별님 http://hisastro.textcube.com


..을 거쳐 저에게 왔습니다. 마감시한도 다 되었고 해서 더 이상 바톤은 넘기지 않겠습니다.
그별님, 그래도 괜찮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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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7. 27. 10:58
상하이 푸동.

진마오 빌딩 88층(421m), 월드파이낸셜 센터 101층(492m).
건설 중인 상하이센터는 127층(632m)...


아~ 글쎄. 기다려 보라니깐~!!

한편 강 건너 와이탄은 여전히 100년 전 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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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7. 26. 02:32
1.

뭔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준비운동은 사람들마다 다를 듯하다. 가벼운 산책이나 요가, 물구나무서기 같은 것일 수도 있고, 혹은 물을 끓이고 커피를 갈고 커피를 내리며 그 향을 음미하면서 조용히 생각을 가다듬을 수도 있겠다.

나의 경우, 요즘은 자주 하지 못하지만 언제나 효과만점인 예비동작은 만화를 보는 것이다. :)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재미난 만화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집중력은 최고로 높아져 있다. (물론 그 집중력을 그 다음권을 보는 것에 써버리는 부작용에 주의해야 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이야기는 항상 새롭다. 새로운 이야기를 보는 것은 항상 즐겁다.

2.

오랫만에 만화를 봤다. 배가본드 20권.
연재만화들은 너무 느리게 나온다. 그래서 딱 한권에서 멈출 수가 있다.

3. 그림이 칼이라면 사진은 총이다.

아마도 칼에 대한 만화를 봤기 때문일 건데, 비 오는 날 우산 속에서 떠오른 이 말이 적절한 비유가 되게 하려면 어떤 설명을 덧붙여야 할지 생각하면서 걸어왔다. 아마도 이런 생각을 떠올린 건 그림과 사진, 칼과 총 각각을 그다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좋은 기계에 대한 욕망과 꾸준한 숙련 사이에서의 갈등,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 머리로 아는 것과 몸이 바라는 것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도구 자체보다는 수련을 어떻게 했느냐가 더 중요한 게 칼과 그림이라면, 좋은 도구를 구하고 그것의 특성과 조작법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한 쪽은 사진과 총이 아닐까?
물론 사진과 총도 도구의 숙련도 이상이 요구된다. 그러나 쏠 대상을 정하고 정확하게 도구의 단추를 누르는 것이 사실은 전부다. 대상의 숨통을 끊어놓을 건지 잠깐 놀래키고 말 건지는 어떤 도구에 어떤 총알을 장전하여 어떻게 쏘는지에 달려있다.
반면 좋은 칼을 가지는 것 이상으로 어떤 검법을 배웠는가, 공력은 어느 정도인가를 더 따지는 쪽은 그림이다. 천하의 의천검, 도룡도를 지녔더래도 쓸 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옥교룡의 손에 들린 청명검이 이무백의 나뭇가지를 이길 수는 없다.
의천, 도룡의 전신인 양과의 중철검 수련을 떠올려도 좋다. 무겁고 둔탁한 중철검을 다루려면 가볍고 날카로운 평범한 검의 수련 없이는 힘들었을 것이다. 검 없이 검술을 펼치는 경지 또한 중철검에 의해 단련된 공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4.
그림, 사진, 칼, 총. 이 중 내게 사용이 허락된 것은 사진 뿐이다.

5.
자동초점 기능이 없는 구닥다리 기계식 필름카메라를 써보면서, 카메라 다루는 것에도 수련 비슷한 게 필요하지 않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도 필요했을 텐데 내가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다. 도구의 힘이 지배적인 카메라를 조금 더 잘 다루려면, 머리가 아닌 몸에 익숙하게 해야 되지 않을까? 숙련을 위해 자동기능이 없는 놈으로 한동안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 라는 생각. (그 결과로 남들과는 차원이 다른 어떤 사진을 찍을 걸 기대하는 게 아니라, 이제 막 사진에 재미붙여가는 사람의 태도에 관한 다짐 같은 것? 그렇다고 또 그다지 대단한 결심 같은 건 아닌 그런??! ^^)

몇 가지 떠오르는 무언(武諺).
# 삼일 배운 것을 삼년간 연습한다 : 우리 시대의 정보는 그 어느 때보다 차고 넘친다. 알고 있는 것의 숙련도, 혹은 깊이는 그 어느 때보다 떨어진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숙련일 듯.
#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삼일의 공이 후퇴한다 : 매일 일정한 시간의 수련을 강조한 무가의 명언이다.

이런 무언에 비춰보면 약삭빠른 양과보다는 우직하게 될때까지 연습하는 곽정을 닮을 필요가 있다.
(물론 나는 곽정은 싫고 양과를 더 좋아한다만.. ㅡㅡ;;)

개념보다는 수련.
예술가보다는 장인.
지식보다는 숙련도.


** 정리되지 않은 단상이다. 비공개 상태에서 나조차 잊어버릴 듯하여 조금씩 뜯어고치기로 한다. 생각 자체는 독특할 것이 없다. 강상중의 <고민하는 힘>, 제3장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읽다가 숙련에 대한 생각이 다시 떠올라 조금 더 정리해 둔다. 원래 글은 비오는 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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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