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獨立閱讀/讀, 서재 2008. 1. 15. 21:51

지식인의 존재적 불안의 담론화


리얼은 80년대 말에 창작을 시작하여 90년대 중반에 문단에서의 자기 자리를 확고히 했다. 즉 그가 본격적으로 창작에 매진한 시기는 중국이 소비사회로 진입해 들어가는 과정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시대적 맥락 속에서 그는 유행이나 시류를 휩쓸리지 않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식인의 일상생활에 대한 심미적 해석을 가하여 그것을 심미적 이미지로 전환시키는 것에 치중하였다.

 

「지도교수가 죽었다」, 「오후의 시학」, 「현장(现场)」 등 초기작을 시작으로 지식인의 일상생활, 특히 1990년대 중국 지식인은 리얼의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이다. 역사와 현실에서 지식인이 겪는 곤경과 개인의 존재 의의를 소설이란 형식으로 탐색하는 작업은 그의 창작을 관통하고 있다. 리얼의 지식인 소설은 표면적으로 지식인의 일상생활과 존재형태에 대한 묘사에 그쳐 주제나 인물에 있어 명확한 내포나 의미를 지시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글이 보여주는 서사담론과 시각은 강렬한 철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리얼의 지식인 서사는 역사나 생활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사건에 주목하기보다는 끊임없이 개인의 일상적인 존재와 개체의 생명에 대한 체득으로 회귀하여 지식인의 정신적 변화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런 점으로 인해 그의 서사는 생활의 아픔과 불안으로 가득하다. 「지도교수가 죽었다」에서 그 추형을 보여준 뒤 「망각」,《노래가락》에 이르기까지 그의 소설은 그것이 인물, 주제, 도덕 같은 내용에 관련되든 텍스트의 문맥이나 서사형식에 관련되든 모두 지식인의 담론생활을 둘러싸고 전개된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담론과 “이야기되는” 그들은 각각의 상이한 환경에서 근본적인 허무를 펼쳐 보인다.


「오후의 시학」(1998)은 「지도교수가 죽었다」와 함께 리얼의 가장 중요하며 가장 뛰어난 중편 대표작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식인의 정신과 담론의 질서가 작품 안에서 변형되면서 원래의 전통적인 합법성을 상실해 버린다는 점이다.

 

「오후의 시학」은 문학적 글쓰기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경지를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이 소설은 리얼에게 새로운 미학적 기점을 찾아줬으며 “존재”, “담론”에 대해 그가 얼마만큼 파고 들어갈 힘이 있는지를 잘 보여 주었다. 거대서사는 철저히 해체되었으며 개체의 생명존재에 대한 진술은 확실한 표현방법을 획득하였다. 인간 존재의 불안을 다룬 이 소설은 인물의 “말”에서 출발하여 주인공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세부와 정신생활이 사회의 변화 속에서 어떠한 곤경을 겪게 되는지가 잘 묘사되어 있다.

시인 페이볜(費邊)은 자신 있게 “고귀함”을 설파하지만 그 자신은 세속의 소용돌이로 떨어진다. 현실과 정신적 지향의 충돌로 인해 그는 담론의 소비를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페이볜의 연애, 결혼, 사업 및 정신생활은 모두 담론의 현시와 암시로 전환되며, 이러한 담론의 현시를 통해 페이볜의 주관세계가 그의 주체가 존재하는 객관세계를 결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라르메의 시구, 단테의 신곡, 셰익스피어의 극,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모두 페이볜이란 존재의 정신적 바탕이 되고 있으며, 페이볜의 의의 또한 바로 이러한 의식의 창조적 활동 속에서 세워진 것이다.

 

“몇 년 후,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붕괴되어 온갖 희극적 장면이 일상생활의 사진이 되었을 때”도 페이볜은 여전히 친구의 결혼피로연에 동석한 연인 한쌍에게 플라톤의 사랑론을 지껄이며 예전과 다름없이 자신의 시 「오후의 시학」을 구상하고 있다.

한 편 두리(杜丽)는 미망인의 신분으로 페이볜에게 나타나 그와 결혼한다. 그녀의 출현이 가져다 준 것은 사랑과 죽음의 결합에 의한 신성한 분위기였지만, 그녀의 남편은 죽지 않았으며 줄곧 비밀리에 그녀와의 만남을 지속한다. 그녀는 연극배우에서 유행가수로 변신한다. 그러나 그녀의 추악한 노래 소리는 우리 시대의 은밀한 속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러한 장면들이 보여주는 것은 이미 “오후”의 세계이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그림자, 추악한 것을 신성한 것으로 받들고 있다. 이 시대에 아직도 진실함과 경건함이 살아있는가? 예술에 대한 신앙이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가?

 

페이볜은 다음과 같이 읊조리고 있다. “신이여, 우리는 신을 배반하는 방식으로 신을 경외하고 있습니다.” 까뮈의 《반항적 인간》에서 이야기했듯이, 햇빛 찬란한 고대 그리스의 지중해 정신은 용기, 성숙, 균형 등을 의미하는 “정오의 사상”이다. 그에 반해 리얼이 바라보는 세계는 애매하고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오후”이다. “나는 이 시대의 글쓰기를 오후의 글쓰기라고 말하고 싶다.”  리얼은 담론을 이용하면서 그것을 해체한다. 현실에 대해 밀란 쿤데라식의 “농담”을 하며 “지혜의 고통”을 향유한다. 철저히 세속화될 때까지, 시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사랑과 성 또한 리얼의 소설에서 계속 탐색해온 주제이다. 그것은 인간 존재가 처한 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그는 이러한 소설을 통해 지식인의 개성적 존재가 가진 은밀함을 드러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벙어리의 목소리(喑哑的声音)」(1998)과 「부유(悬浮)」(1998)는 중년 지식인의 은밀하고 내면적인 성생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섹스와 정신, 세속적 결혼과 비정상적 감정 등에 대해 소설은 그 변화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인생의 은밀한 일면을 들춰낸다.

 

리얼은 이러한 감정을 억압하지도 지나치게 과장하지도 않으며, 그것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그 속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문적 지식인들은 모두 감정의 미망에 빠져 날로 변화하는 현대생활 속에서 자신의 윤리관이 뒤흔들리는 것에 속수무책이다. 벙어리의 ‘목소리’와 담론의 ‘부유’는 무중력 상태에 빠진 지식인의 감정과 의지할 곳 없는 영혼, 현대사회에서 그들이 느끼는 정신적 현기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리얼은 자신의 개인화된 문학적 경험을 최대한 억제하여 당대 인문 지식인의 미리 결정된 일상생활과 담론에 속박된 정신 상태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하여 “일상적 장면”과 담론적 형태를 철저하게 지식인 서사의 중심으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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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閱讀/讀, 서재 2008. 1. 15. 21:42

“대가문학상(大家文学奖)” 수상작인 중편 「망각」(1999)은 《대가(大家)》잡지의 “요철 텍스트(凸凹文本)” 특집에 문체실험으로 발표되어, 소설문체의 혁명, 순수한 문체실험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서사책략과 문체기교 방면에서 이 소설이 보여준 새로움은 당시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이 소설이 여전히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단순히 문체나 서사구조의 매력이 아니라 형식 배후에 감춰진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때문이다. 문화, 생명, 정신에 대한 깊이 있는 묘사, 당대의 문화, 인문현상, 당대의 인문 지식인이 가진 진실의 허구와 그것이 가져다 준 첨예함이 그것이다.


유명한 역사학자인 지도교수 허우허우이(侯后毅; 해를 쏘아 떨어뜨린 신화 속 ‘후예(后羿)’를 연상시키는 이름)는 제자 펑멍(馮蒙;후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의 제자 봉몽(逢蒙)을 연상시키는 이름)의 박사학위 논문에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요구를 한다.

 

문학과 신화 속 인물인 상아(嫦娥)를 역사학적으로 고증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아울러 상아와 자신의 특수한 관계, 즉 달에 사는 상아가 이 세상에 내려온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 때문이란 사실을 알려준다.  그 러나 펑멍은 상아와 어떠한 교류를 할 수 없으며 그 속에 담긴 논리를 유추하거나 논증해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는 사모인 뤄미(羅宓)와의 미묘하고 복잡한 애정관계에 몰두한다. 신화와 현실은 서로를 추동하면서 서로를 억누르고 있고, 역사와 신화에 대한 상상 속에서 현존재의 신비와 황당함, 패러독스가 드러난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가상의 담론에서 서술되며, 소설 속 현실 또한 신화에 의해 진행된다. 허우허우이가 현실과 신화를 혼동하면서 신화와 현실의 논리질서는 완전히 전복되고 해체된다.

저 명한 역사학자인 그가 전생을 찾아 신화와 전설의 논증을 필생의 임무로 삼게 되면서 엄숙하고 객관적인 역사가로서의 그는 망각된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완전히 “담론” 내부의 공간이며, 이 담론은 이미 실재적인 역사와 현실의 증거를 상실하고 있는 어떤 것이다. 신화는 수정이 가능하고, 역사는 갖다 붙이기 나름이다. 현실 또한 존재의 거짓말로 가득 찬 세계이다. 허우허우이가 자기 존재의 기원을 망각하는 순간, 어떠한 권위 있는 담론, 어떠한 개인적인 담론도 허황하고 아무 근거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결국 상상적 존재와 담론은 똑같이 일종의 생활방식, 담론적 생활방식이 된다. 이제 우리는 텍스트에서 현실과 허구의 본질적인 차이를 구별할 수 없게 된다.

Posted by lunarog
獨立閱讀/讀, 서재 2008. 1. 15. 21:38
진실의 다양한 변주


공산혁명, 문화대혁명을 거쳐 현재의 시간이 착종되어 있는 리얼의 대표 장편 《노래가락(花腔)》(2002)은 민족영웅 거런(葛任;‘개인(個人)’과 같은 발음이다)의 삶과 죽음을 통하여 역사에서의 개인과 지식인의 운명을 사고하고 질문함으로써 삶에 대한 깊은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적으로 봤을 때 80년대 선봉소설의 탐색성과를 종합한 “선봉소설의 열매”라 평가되며, 그 개인적으로봐서도 새로운 창작경향을 보여준 전환적인 의미의 작품이다. 2001-2002년도 가장 우수한 장편소설의 하나로 손꼽히며, 제1회“21세기 딩쥔(鼎钧) 문학상”을 모옌의 《탄샹싱》과 공동 수상하였다. 제6회 마오둔(茅盾)문학상에 입선되기도 하였다. 제목 “화강(花腔)”의 사전적 의미는 ‘가곡이나 희곡에서 기본 가락을 일부러 굴절시키거나 복잡하게 부르는 창법’을 가리킨다.콜로라투라(coloratura)의 번역어로도 쓰이며 교묘한 말솜씨, 교언영색이란 뜻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 소설에서“화강”은 웅성거림, 떠들썩함이란 의미와 함께 다성적인 서사구조를 동시에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주인공 거런의 이야기는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신분과 지위를 가진 세 사람에 의해 상이한 역사 시기(1943년, 1970년, 2000년)에 각각의다른 입장에서 진술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주인공의 입체적인 구체화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모순되는 웅성거림 속에서 진실은사라져간다.


「망각」이 신화전설을 희화화하면서 지식인의 담론을 해체했다면, 《노래가락》은 역사적담론을 모방하면서 역사 담론 자체의 결함과 한계를 드러내고 폭로한다. 이 소설은 다중적 목소리로 개인/거런이 역사, 혁명,개인해방, 근대성과 마주했을 때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거런이 맞게 되는 상황은 현실적인 국면과 사상적인 국면을 모두 가지고있는 어떤 것이다. 마르크스-레닌 학교 번역실의 번역요원인 거런의 삶과 죽음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서사의 중심이다. 거런/개인의운명을 실마리로 특정 역사적 상황 속에서의 개인의 생존실상을 묘사하며, 특정 역사적 문맥 속에서의 지식인의 “실어”상태를주목하여 거대역사에서 개인의 생존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개인은 역사에 매몰되며, 역사에 의해 비극적인존재로 화한다. 상이한 성격, 상이한 신분, 상이한 말투의 각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역사적 합법성을 증명하기 위해 거런의 말을말살시킨다. 소설은 개인과 역사, 역사와 정치의 불합리한 관계를 부각시켜 중국의 전통문화와 혁명윤리에 대한 첨예한 질문을 던지고있는 것이다.


거런은 전사했기 때문에 기념비까지 세워진 전쟁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죽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거런의 생존은 그를 매우 난처하고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넣었다. 혁명영웅이 될 것인가 배반자가 될것인가, 죽어도 여전히 살아 있는 존재가 될 것인가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살 건인가? 생존의 진상조차 밝힐 수 없는 선택불가의이러한 상황은 역사 속에서 어찌해볼 수 없는 개인의 미약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그는 영원히 사라질수밖에 없다. 어떠한 문자도 남기지 못하게 하고 그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다시 죽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따라서 소설에서그는 죽었다가 살아났고, 다시 죽었다. 이러한 삶과 죽음의 이야기는 개인과 역사 사이의 가치충돌, 역사와 정치권력이 개인에게가하는 억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역사는 그 자신의 언어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혼란스럽고 일률적인 규율을 강요하는시대에서 개인이 어떠한 힘에도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이고 순수한 인간이 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역사와 시학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대응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이 소설에 “역사시학”이라는 부제를 달았다고 한다. “나는 점점문제의 복잡성을 의식하게 되었다. 때문에 경험의 복잡성을 표현하는 데 보다 주의했다. 역사 또한 현실이며, 다른 주제를 주면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역사서술의 작업장 분위기도 알게 되었다. 개인의 소멸, 민족주의의 복잡성 따위에 대해서도 의식하게 되었다.그래서 《노래가락》을 쓰게 된 것이다.” “생활의 복잡성에 대한 감각은 지식인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식인은문화의 신경이며 문화의 예민한 촉각이다. 나는 ‘복잡성’이란 말을 좋아하고, 복잡한 생활, 복잡한 감각을 묘사하기를 좋아한다.지식인에 대해 쓰는 것은 나의 이러한 바램을 만족시켜 주고, 나의 글쓰기에 대한 이해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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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閱讀/讀, 서재 2008. 1. 15. 21:29

농촌의 정치에 관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최근작 《석류나무에 열린 앵두(石榴树上结樱桃)》(2004)는 《노래가락》과는 또 다른 변화가 시도된다. 이 작품에서 그는 중국고전소설의 표현수법을 현대소설의 서사로 재활용하였으며, 지식인이 아닌 농촌을 주요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촌장 선거를 둘러싸고 권력의 유혹앞에서 시험받는 인간의 자존심과 양심을 묘사하여, 권력이 순수한 농촌을 어떻게 침식해 들어가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도시에서의 선거나 과장, 부장으로의 진급은 사람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누가 촌장이 되는가에 따라 농민의 수입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농촌은 온갖 모순이 모인 곳이다. 농민은 생존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며 마을에서 한자리라도 차지해야 하고 조상의 대를 이어야만 한다. 그들이 사내아이의 출생에 목을 매는 것 또한 합리적인 면이 없지 않다.그러나 이들의 합리성은 국가정책과 모순된다.”

 

소재가 향촌으로 전환되었으되 여전히 지식인의 입장에서 향토 중국을 이해하려는시도임이 잘 드러난다. 그에게는 이 소설 또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지식인 소설이다. 지식인 자아의 개성적 표현에서 나아가 타자인 농촌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지식인의 책임임과 동시에 더욱 순수한 지식인이 되기 위한 과정이다.

따라서 리얼은 다른 향촌소설과는 달리 농민들의 고난 자체보다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문화적 요소, 현대적 문화가 변화시킨 농민들의 담론생활에 더욱 주목한다. 당대의 농민들은 돼지우리에 서서 핸드폰으로 촌장 선거를 토론한다거나 타이완 해협과 같은 정치현안, 지속가능한 발전, 미국 대통령 선거, 전지구화, 페미니즘 따위를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의 담론생활과 생존환경 사이의 “간극”이 그가 초점을 맞추고있는 부분이다.


“향토 중국에 관한 소설을 쓰는 건 계속 꿈꿔오던 것이었다. 다른 향촌소설과 차이가 있다면, 나는 기이한 사건을 서술하거나, 일상적 사건을 배경으로 현재의 모든 난제를 묘사하고 싶지 않았으며, 현대화의 과정에서 발생한 향토 중국의 변화를 표현하고 싶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많은 작가들의 관심은 “고난”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곤란”함에 더 주목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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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閱讀/讀, 서재 2007. 11. 18. 04:03

(전면수거된 <화성>2005년 봄호 중 <인민을 위해 봉사하라>의 표지)

인민을 위해 봉사하라!

 <쾌활>로 중국 최고의 문학상인 제3회 라오서 문학상(老舍文学奖)을 수상하였던 그 해에, 옌롄커는 중편 「인민을 위해 봉사하라(爲人民服務)」(2005)를 문예지 《화성(花城)》 2005년 봄호에 발표하였다.

 

이 작품은 발표 즉시 마오쩌둥 석고상을 부수고 <마오쩌둥 선집>을 찢는 등의 장면이 문제가 되어 당국으로부터 금서 처분과 함께 전량 회수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러나 해외로의 번역 저작권 판매는 금지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해외에 활발히 소개되었으며, 중국에서도 포털사이트 등에서 쉽게 원문을 구해 읽을 수 있다. (물론 전량회수되었다는 문예지 <화성>은 대학도서관에 버젓이 꽂혀 있다. 연구용으로는 허용되는 것인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소설은 문화대혁명 시기, 인민해방군 사단장의 젊은 후처와 그 집에 배속된 말단 사병의 불륜을 그린다. 작가는 쾌락의 끝을 향해 치닫는 남녀의 사랑 행위와 문혁의 집단적 광기를 대비시킴으로써 혁명 서사에 억눌렸던 인간의 감성을 부활시킨다.

 

대만의 저명한 문학평론가 왕더웨이는 이 소설이 등장한 것은 “혁명으로 호소하는 사회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정의했다.


어긋난 유토피아


《아주주간(亞洲週刊)》 세계 10대 중국어도서에 선정된 <딩씨 마을의 꿈(丁庄梦)>(2006)은 중국 최초의 에이즈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실존하는 에이즈 마을의 환경개선을 위해 쓴 작품이며, 저자와 출판사가 공동 기부금을 출연하기로 협의되었지만, 출판사의 계약위반으로 법정투쟁까지 벌였고 결국 기부금 전체를 저자가 부담했다.

 

이 소설은 현실과 환상이 착종된 서사 스타일로 한 소년의 기억을 통해 중국내륙의 한 에이즈 마을을 조명하고 있다. 이 오랜 마을의 농민들의 빈궁함, 우매함, 낙후, 탐욕 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되며, 피를 팔아 가난을 극복하려는 생각이 마을 전체의 에이즈 병동화라는 결과를 불러온다. 이 작품에서 오히려 죽음은 향유하기조차 힘든 사치이다. 의지할 곳 없는 고난과 절망이 죽음보다 더욱 두려운 존재이며, 죽음은 그저 절망의 끝이 아니라 연속일 뿐이었다.

 

옌 롄커는 다루고 있는 소재가 어떤 것이든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실생활을 주목하기보다는 그때 그 시절의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지적되어 왔다. 현장성의 결핍이라는 측면에서 봤을때 <딩씨 마을의 꿈>은 지금 여기의 세계에 옌롄커가 주목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소설이다.

 

“의 심할 것 없이 이 소설은 내가 허난성 출신이란 것과 떼어놓을 수 없다. 이 소설을 쓴 가장 큰 이유는 작가가 마땅히 사회와 인류에게 가장 최소한의 양심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에이즈가 허난성에 퍼져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곳 사람들의 고난과 죽음을 대하는 그들의 감정의 변화과정, 내적세계, 그리고 그들의 생존방식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전 소설과 비교해 보자면, <일광유년>이나 <쾌활>은 상상에서 현실로 진입한 작품이다. 상상은 현실과 역사의 교량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딩씨 마을의 꿈>은 현실에서 역사로 진입한 작품이다. 현실은 상상으로 나아가는 교량이며,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는 근거이다.”


그는 세 부류의 사람들은 이 책을 읽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첫째, 마음이 약한 사람이 읽으면 너무 괴로워질 것이다. 둘째 최신문화의 유행을 쫓는 사람들, 예를 들어 장이머우의 <영웅>이나 천카이거의 <무극> 같은 블록버스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소설은 어떠한 즐거움도 주지 못할 것이다. 셋째, 오로지 자신에게만 주목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읽을 필요가 없다. <딩씨 마을의 꿈>이 독자에게 전하는 것은 자아가 아니라,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지불해야 할 사랑이다.”



p.s. 최근 옌롄커는 새로운 장편소설 하나를 탈고했다고 한다. 아직 정식발표되지 않아 어떤 내용인지 알 수는 없지만, 중편 <연월일> 이후의 옌롄커는 확실히 주목할 만하다. 한국에서도 곧 한두편 번역될 예정인 것으로..(특히 위 두편은 곧!!?)

....
웅진의 중국당대문학 걸작선의 첫번째 작품으로 2008년 4월 30일 출간되었다.
띠지의 홍보문구는 다음과 같다.

"<색,계>보다 위험하고 <화양연화>보다 매혹적이다!"

표지는 상당히 매혹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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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獨立閱讀/讀, 서재 2007. 11. 18. 04:02

쾌활한 리얼리즘


< 쾌활(受活)>(2004)은 옌롄커 소설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기묘한 상상력, 은유, 아이러니를 버물려 놓은 중국식 마술적 사실주의의 완성이며, “중국문학의 사유를 바꾼 개척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에 부가된 작가의 주석에 따르면 제목 “수활(受活)”은 “향락, 향유, 쾌활, 즐거움” 등을 뜻하는 북방 방언이다. 파러우 산맥(耙耬山脈)에 위치한 쾌활촌민의 지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 바로 이 “쾌활(受活)”이다. 작품은 중국내륙의 외딴 곳에 있는 쾌활촌(受活庄) 이라는 허구의 공간을 배경으로 그려진다. 대대로 이 마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맹인, 벙어리, 절름발이 등 197명의 장애인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정상인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취급을 받는 그런 곳이다. 깊은 산맥 속에 위치해 있어 중국근현대사의 그 수많은 전쟁과 운동도 이 마을의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방해하지 못했다. 사회주의의 붉은 깃발이 중국 대륙 전체를 뒤덮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사건은 마오즈(茅枝) 할멈과 류잉췌(柳鹰雀) 현장이라는 두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홍군(紅軍)이었던 마오즈는 전쟁에서의 부상으로 낙오되어 쾌활촌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혁명의 물결이 쾌활촌에 미쳤을 때 홍군이었던 마오즈의 피는 다시 끓어오른다. 토호 타도, 농지 분배, 대약진, 인민공사, 문혁과 같은 일련의 혁명개조운동에 촌민들을 이끌고 앞장선다. 그러나 전국을 뒤덮던 3년간의 자연재해를 거치면서 쾌활촌의 자급자족 경제가 상급부처의 징세와 이재민의 약탈로 파괴되는 것을 목도한 후 차츰 혁명의 부질없음을 깨닫는다. 그 후 인민공사에서 “퇴사(退社)”하여 원래의 “방임, 자유, 자급, 자족”의 생활로 회복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또 다른 중심인물 류잉췌(柳鹰雀) 현장은 현의 경제상황을 진작시키기 위해 야심만만한 계획을 세운다. 소련의 해체소식을 접한 후 레닌의 유체를 사와 레닌기념당을 만들어 입장료로 많은 수입을 올린다는 황당무계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그러나 레닌의 유체를 구입할 막대한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중, 마오즈와 협상을 생각해 낸다. 쾌활촌이 “퇴사”하여 자유로운 상태로 돌아가게 해 주는 대신 장애인들로 구성된 기예단을 만들어 전국순회공연을 하면서 레닌 구입비용을 모은다는 것이다. 쾌활촌민은 육체적 수난으로 인해 “퇴사”를 결심했지만, 그것을 위해 인격적인 수난의 수렁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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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閱讀/讀, 서재 2007. 11. 18. 03:58

혁명과 사랑


<물처럼 단단하게(坚硬如水)>(2001)는 성적 욕망이 가장 억압되었던 “문혁” 시기를 배경으로 혁명의 물길 속에서 사랑에 탐닉하였던 조반(造反) 남녀를 묘사하고 있다. 이들은 미친 듯이 조반하고, 우파의 집안을 뒤집어 놓았으며 폭력을 행사하고 비판을 주도하는 혁명을 단행하는 한편, 무덤이든 땅굴이든 인적 드문 곳을 찾아들어가 미친 듯이 사랑의 탐욕에 빠져들기도 한다. 특 히 주목할 만한 설정은 “혁명 가곡”의 반주가 울리는 순간 그들의 욕망 또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해진다는 점이다. 그들은 상대의 혁명적 열정을 사랑했다. 샤홍메이(夏紅梅)에게 가오아이쥔(高愛軍)은 혁명의 훌륭한 교과서였고, 가오아이쥔은 혁명의 이름으로 그녀에게 맹세한다.

 

“홍메이, 당신이 믿던 안 믿던, 당신을 위해, 나는 죽을 각오로 혁명을 완수하겠소!”

 

이 소설의 내부구조는 지상과 지하의 두 부분으로 나뉜다. “지상”은 혁명, 정치, 권력, 광명, 미래 등 거대한 붉은 글자들로 가득 찬 양(陽)의 세계이다. 이 부분은 문혁 시기 문학에 자주 사용되던 혁명과 사랑의 서사와 대응하도록 의도적으로 구성한 패러디로도 볼 수 있다. 반면 “지하”는 묘지, 터널, 정욕 등 음(陰)적인 욕망으로 가득 찬 세계이다. 혁명가곡에 의해 촉발되는 충동적인 욕망만이 이 두 세계를 연결시켜 준다.

 

한 편 이 두 세계는 작품 내부에서 두 가지 상이한 담론체계를 구성한다. 독립적이면서 서로 뒤엉켜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는 두 세계와 마찬가지로 정치 담론과 개인 담론은 서로 병치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면서 독특한 담론적 풍경을 보여준다.

 

문화대혁명 초기 마오쩌둥에 의해 행해졌던 중요한 언설들이 가오아이쥔의 입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지만 그건 어딘지 비틀어져 있다. 그것은 지극히 사적인 개인 담론에 의한 정치 담론의 전복을 통해 더욱 반어적으로 다가온다. 가오아이쥔과 샤홍메이가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도 혁명의 언어는 달콤한 사랑의 밀어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거기서 정치 담론과 개인 담론은 완전히 뒤섞인 상태로 나타난다. 옌 롄커는 정치권력의 담론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지상 세계의 견고한 자태를 묘사하는 동시에 지하 세계의 개인 담론을 통해 정치 담론을 해체하고 그것의 허위와 황당함을 까발리며, 그 부드러운 본질을 보여준다. 유희적인 문체 속에서 정치담론과 개인담론, 견고함과 부드러움 사이의 묘한 전환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 러나 상흔문학(傷痕文學)이나 반사문학(反思文學)이 정치담론의 개인담론에 대한 폭력을 강조하면서 둘 사이의 이원대립적 관계를 구성한 것과는 달리, 옌롄커는 그것이 양자 간의 묵계에 의해 서로 교환되는 것임에 더욱 주목하였다. 정치담론이 원초적 충동에 근거한 개인담론의 체계 속으로 들어오면서 둘은 서로 의존하기도, 충돌하기도 하며, 양자는 배척관계인 동시에 공모관계인 것이 드러난다.

 성 과 사랑에 관한 서사는 문혁 시기까지 다루기 애매한 주제였다. 그나마 사랑은 있었지만 성과 욕망에 관한 묘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성이 버려지고 그 자리를 동지끼리의 정치적 신념과 혁명 신앙이 대신한 것이다. 이는 20세기 초기의 소설에 대한 다음 평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남 자들은 혁명으로 인해 사랑을 얻고, 여자들은 사랑 때문에 혁명을 추종하는 줄거리가 사랑을 묘사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리하여 원래 생동적이고 미묘하여 규범 짓기 어려운 사랑의 체험은 협애한 혁명적 주제로 수렴되었고, 색정적이고 애욕적인 부분은 말끔히 씻겨나가 버렸다.”

 

“성적 욕망은 사회제도에 대한 잠재적 전복이다. 정욕이 싹트는 것은 이질적인 사회구성의 시작이다.”

 

성적 생산과 권력 생산을 미묘하게 중첩시켜 상징질서를 재조합하고 프롤레타리아 정치구조를 재검토했다는 면에서 <물처럼 단단하게>는 사회주의 사회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말: 이 책은 현재 2008년 출간을 예정으로 번역 중이라고 한다. 내 실력으로는 내용만 대충 파악할 정도다. 매끄러운 한글로 조만간 만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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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閱讀/讀, 서재 2007. 11. 18. 03:56

중국에 대한 가혹한 은유와 냉엄한 반어


형이하학적인 현실과 “고난”을 인성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사색의 도구로 삼아 자신의 스타일로 체화한 것은 <일광유년(日光流年)>(1998)부터이다. 허난성의 파러우 산맥(耙耬山脈)의 한 궁벽한 곳에 위치한 삼성촌(三姓村)의 주민들은 후도절증(喉堵絶證)이라는 특이질환으로 인해 대대로 40세를 넘기지 못한다. 39세의 촌장 사마람(司马蓝)은 식수가 발병원이라고 판단하고는 백리 바깥에 있는 강물을 끌어오려 한다. 이에 그의 연인 남사십(蓝四十)을 필두로 여자들은 몸을 팔고, 남자들은 화상환자들에게 자신의 건강한 피부를 팔아 모은 자금으로 도랑을 파지만, 흘러들어온 건 시커멓게 오염된 폐수였다. 질병 없이 40세 이상을 살겠다는 촌민들은 꿈은 부서졌다. 도랑을 파기 위해 감수했던 모든 고난은 물거품이 되었다. 사람들은 물에 뛰어들고 목매어 자살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사마람은 40세 생일에 병 없이 죽는다. 그는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깊은 절망으로 죽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바깥세상의 폐수를 마주하는 순간 유일하게 남아 있던 희망마저 사라진 것이다.


신중국의 농촌을 그린 이 소설은 옌롄커가 3년간 세 차례에 걸쳐 수정을 가하며 완성한 노작이다. “나는 이 작품을 살아 있는 인류, 세계와 토지에게 바친다. 이 작품은 또한 장차 내가 인류, 세계와 토지를 떠나게 될 때 남길 유언이기도 하다.” “고난”을 해결하려 할 때 더욱 큰 “고난”에 포위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통해, 그는 가난과 기아, 물질과 욕망이 착종된 농촌의 모순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신선한 언어와 대담한 의식, 시적인 상상으로 농촌생활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문단 내외의 주목을 받았으며, 중국의 농촌에 대한 전범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립된 유토피아가 만난 바깥세상의 폐수는 개혁개방 이후 전지구화의 오염에 물든 중국의 은유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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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閱讀/讀, 서재 2007. 11. 18. 03:48

농촌이라는 신화


 

제2회 루쉰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연월일(年月日)」은 천고에 다시없는 가뭄으로 모두 “바깥세상으로 떠나버린” 후 72세의 할아버지(先爺)만 남은 파러우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유일하게 남은 옥수수 싹을 키우기 위해 할아버지는 대자연에 완강하게 대항하고 있다. 소설은 지극히 고통스러운 할아버지의 생존상황을 묘사한다. 그는 집도 양식도 없이 쥐를 잡아먹거나, 물을 구하기 위해서는 잡아먹힐 위험을 감수하면서 먼저 웅덩이를 차지하고 있는 늑대와 대치해야 한다. 오직 눈먼 개 한 마리만이 그를 지키고 있다. 그는 개와 교류하고, 바람과 이야기하며, 자기 자신과 이야기한다. 쥐는 그의 양식을 훔쳐 먹고, 바람은 옥수수 싹을 쓰러뜨리며, 태양은 대지를 철판처럼 단단히 태워버린다. 옥수수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 할아버지는 자신의 몸을 옥수수 뿌리에 묻는다. 옥수수의 삶 또한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온갖 고난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할아버지의 살과 골수에 뿌리를 내려 인체의 양분으로 살아남아 결국 열매를 맺게 된다.

 

이야기는 생동적이되 결코 현실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반적인 농촌소설과는 달리 「연월일」은 구체적인 시공간도, 닭소리도, 사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 세계에는 할아버지와 개, 쥐, 늑대, 태양, 바람, 그리고 적막함과 황량함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추상적일수록 보편성을 얻어 소설에 등장하는 일련의 예술적 이미지들은 깊은 의미를 지닌 상징적 기호로 화한다.

 

“연월일”은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달마다, 날마다를 뜻하는 말이며, 유사 이래 인류가 겪어왔으며 언제나 일어나고 있는 대자연에 대한 항쟁을 상징화한 것이다. 「연월일」의 세계는 중국 농민의 생존환경에 대한 상징이며, 중국사회의 역사적 상징이기도 하다.


耙耧天歌——涨潮丛书




阎连科:与土地有关(节选)


“如果我写不好,不能怪任何人,只能怪自己对自己的束缚。
我首先要冲破自身的束缚,这一关冲不破,不要怪任何人。
解决了这一点,我觉得作品会比原来好一些。解决不了这一
点,不管社会怎么变化,我也写不出什么好作品。不在于意
识形态如何,在于你的内心勇气有多大”

郭玉洁/文

逃离土地:“文学改变了我的命运”

《生活》:你最早开始写作是在什么时候?我记得你说过,写东西可以把你带入不同的生活?

阎 连科:我出生在河南嵩县,是洛阳地区非常贫穷的一个县,改革开放二十多年来,一直稳居河南省人均收入倒数第一,偶尔掉到第二、第三,从来没有到第四。这样 的地方,饥饿是最重要的问题。再加上家里长期有病人,我大姐从12岁开始老是犯腰疼,又找不到原因,现在知道就是股骨头坏死,但当时谁也不知道,为她看病 花了好多钱。

我 老家现在变成了小镇,以前是公社(乡)所在地。每天中午,你会看见公社干部敲着饭盒,提着开水壶往食堂去了,每个月还能领几十块钱工资。当时我对他们羡慕 不已,心想能过上这样的生活,就是人生最大的理想了。但这样的生活首先要有个工作,解决了户口,说白了,就是逃离土地。

说 到写作,我一再说到,真是要感谢张抗抗。她有个小说叫《分水岭》,我是在1975、1976年看到这篇小说,内容提要上有一百多字,说张抗抗是下乡到北大 荒的知青,写出这个小说,出版以后,她就留在哈尔滨工作了。当时我觉得,写小说就可以去城里工作,哦,原来就这么简单,所以我就这么偷偷摸摸地写起来了。

《生活》:一开始写作就写长篇吗?是从长篇的结构出发去构思的吗?

阎连科:那时候哪知道什么长篇、中篇和短篇的区别啊,完全没有构思可谈,就写了二十多万字,然后就丢在家里当兵走了。

我后来一直说,还是文学改变了我的命运。

跟 你说心里话。当兵走,才第一次坐火车,在部队,第一次看见电视机,第一次听说中国有女排。在新兵连出黑板报,写点顺口溜的诗歌啊,写点所谓的散文诗啊,反 正压点韵就叫散文诗了。指导员一看,黑板报出得很好,就问我,你爱写什么样的东西?我说爱写小说。他说拿给我看看。我就给哥哥写信,哥哥说,这些稿子母亲 烧柴火的时候烧了,不过没烧完,还剩一些,就寄了过来。
我的命运好就好在,1979年打仗了,那个指导员非常爱才,他告诉我说,武汉军区有个创作学习班,在河南信阳,你去吧。万一我们的部队要去打仗,你就回来,但是他又说,你要实在回不来,也别那么赶,回来以后把连队的猪喂好就行了。我对这个人非常感激。

在 那个创作学习班上,我才知道什么叫长篇、中篇、短篇,知道有杂志叫《人民文学》,《解放军文艺》。真正的开始应该是这里。1979年,我在武汉军区的《战 斗报》发了一篇小说,叫《天麻的故事》。故事很荒唐,就是一个战士非常想入党,给指导员送了几斤天麻,指导员把天麻悄悄放在战士床头,又给他放了一封信。

我觉得那个小说能发表,主要是我抄了好多屠格涅夫的《白色草原》的风景描写。编辑一眼就看了出来,他说你这小说写得很好,人物也塑造得活灵活现,但是,你受屠格涅夫的影响太大了。

这 篇小说发表以后,在连里特别轰动。怎么突然之间来了一个新兵,在报纸上就发了大半版,那时候部队特别重视新闻,大家都吓坏了,就把我调过去搞新闻。但我搞 新闻真搞不来,又没参加过新闻学习班,就发一个小散文、小诗歌,只要你的名字在报纸上出现一次,就算发了一篇新闻。最后变成一个规定,名字在省级报纸上出 现五次,年底就记个三等功;如果在国家级报纸上出现一次,就记一个三等功,如果名字在国家级报纸上出现五次,马上就能提干了。但这怎么可能呢?怎么可能在 《解放军日报》、《人民日报》上发表文章呢?那个难度是极其大的。

所以我那时候就等着节日,劳动节、七一、八一,写个节日的诗歌呀、散文呀。那时候为了记三等功努力再努力,目的非常明确,就是为了提干,逃离土地,改变命运。

但不凑巧,1979年以后,战场上立过功的人都提干了。干部太多,上面就下文件说,全军停止直接从战士中提干,所有提干都必须经过院校培训。就是考大学了嘛,但还有一个规定,所有考生年龄不得超过21周岁,我当时22岁,那就是什么也不能了。

就 这样的情形维持了三年,考学也不行,提干也提不。就想退伍回家算了,我当兵三年,立了三个三等功,党也入了,就一心想回家当党支部书记。但走的时候,火车 还有半小时就开了,团长开着越野车从月台上飞驰而来,下了车就大叫,阎连科在哪里?在哪里?他一路小跑,一个车厢一个车厢地喊,找到我以后说,那年武汉军 区业余战士演出队在全军汇演的时候拿了一个第一名,其中独幕话剧是我写的。总政给武汉军区二十多个特殊的提干指标,也就是不需要考学,也不需要打仗立功。 其中写作方面,军里点名要我。

可是当时我退伍的手续都办完了,退伍的钱也花完了,粮票也寄回去了,连被子都没了。团长说,这样吧,你回家去,一个礼拜后回来提干,如果你不回来,这个指标就给别人了。

我 回家后和家里人商量。大家心情都很矛盾。回去吧,前线打仗还没完呢,不回去吧,这可是一生的事情。再说,家里也的确需要劳动力。那时候我哥哥在县邮电局工 作,晚上12点,他沿着河,打着手电,徒步三十里回来了,告诉父母说,让连科回部队提干去吧,在家里一点用都没有。说完坐了一坐,又徒步三十里回去了。

哥哥的一句话就这么决定了我的前途。第二天,家里把喂的一头猪卖掉,还110块的退伍费。我回到部队,年底提干。

这就是文学改变了命运。特别具体,特别现实。

(全文即将刊登于《生活》杂志2006年5月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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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閱讀/讀, 서재 2007. 11. 18. 03:40

군대와 향토

옌롄커의 창작경향은 크게 세 시기로 구분될 수 있다. 처녀작 이후 한참 뒤인 1986년에 중편 「작은 마을의 작은 강(小村小河)」을 발표하면서 그는 서서히 문단과 평론계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다. 이 시기, 즉 1981년~1989년까지의 초창기에는 작품 편수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줄거리의 구성과 서사기교의 측면에서도 별다른 특징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 해방군예술대학에 입학하여 정식으로 문학창작을 교육받은 1989년부터는 수적인 측면에서나 질적인 측면에서 비약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많은 문학상을 받기 시작했으며, 많은 독자, 평론가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이 시기부터이다. 「야오거우 사람들의 꿈(瑶沟人的梦)」, 「야오거우의 낮(瑶沟的日头)」, 「하일락(夏日落)」, 「천궁도(天宫图)」, 「토지를 찾아서(寻找土地)」 등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많은 작품이 이 시기에 발표되었다. 그의 창작경향에 있어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온 시기는 1995년이다. 군인작가, 신향토소설가로 정의될 정도로 옌롄커는 초기에 다량의 군사소설, 향토소설을 썼으며, 그 중 대부분은 중국적 이데올로기 내부에 함몰된 사회주의 리얼리즘적 경향의 소설들이었다. 작가 자신도 이 시기의 소설에 대해 “80% 이상이 쓰레기”이며, “이후 다시 읽을 용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평범한 창작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자기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작품은 「연월일(年月日)」과 <일광유년(日光流年)>부터이다.” 이때부터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장편소설을 창작하기 시작했으며, 문단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된다. 중국 당대문학의 중요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연월일(年月日)」, <물처럼 단단하게(坚硬如水)>, <쾌활(受活)> 등 대표작이 이 시기에 창작되었다.


20여 년간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지만 옌롄커의 작품세계는 두 공간으로 압축된다. 고향의 파러우 산맥(耙耧山脉)을 주요무대로 하는 “농촌”이 아니면 농민출신 군인 위주의 “군대”를 중심으로 그의 작품은 펼쳐진다. 그러나 군대를 소재로 한 옌롄커의 소설은 전쟁을 묘사하지도, 피아의 모순을 첨예하게 대립시키지도 않았으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싸우는 영웅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군사소설과 다르다. 옌롄커의 군사소설은 사실 군인과 군대의 신성함과 신비스러움을 해체해 버린다. 그가 형상화하는 것은 “농민”으로서의 군인, “사람”으로서의 군인이다. 전체적으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군인은 외형, 성격, 정신, 사상 등 모든 면에서 농민의 형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군인복장은 사실 농민의 특수한 복식이고, 군대는 사실 읍내 시장에 장보러 갔다가 잠시 머무는 객잔이다.”(<생사정황(生死晶黄)>) 이들이 입대한 목적은 도시에 남고, 간부가 되고, 입당하고, 고향에 돌아와서 촌장이 되거나 관리가 되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이 천착하는 유일한 세계는 “파러우” 산맥(耙耬山脈)이라는 지명이 연상시키는 쟁기, 농경의 이미지가 잘 보여주듯이 농촌이라고 할 수 있다.


가난과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은 그를 소설가로 만들었지만, 고향에 대한 애착은 그의 소설 곳곳에 고향 허난성에서의 삶의 흔적들을 남겨놓고 있다. 고향은 그에게 창작의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이다. “나는 할 이야기가 없을 수도, 쓸 거리가 없을 수도 없다. 내가 매년 나를 낳고 길러준 그 마을로 돌아가 걷고, 보고, 어머니, 누나, 형, 이웃의 말을 듣기만 하면 온갖 신기하고 진실한 이야기와 줄거리가 내 머리 속을 뛰어다닌다. 소설을 쓰고, 그런 방식으로 소설을 써왔던 건 내가 그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선택한 것이다. 내가 소설을 이런 모습으로 써낸 것이 아니라 생활이 원래 그런 모습인 것이다. 생활이 나에게 반드시 이렇게 쓰도록 했다. 나의 소설 구상은 어떻게 하면 생활의 내재적 논리를 위배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가 전부이다. 생활의 ‘내재적 논리’를 포착하되 모두들 표면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생활의 논리여야 한다는 것, 이것이 글쓰기의 관건이고 구상의 관건이다.” 그 또한 모옌과 마찬가지로 고향을 벗어나기 위해 소설가의 길을 가게 되었지만, 고향을 벗어나서는 소설을 쓸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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