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獨立閱讀/讀, 서재 2008. 1. 15. 21:38
진실의 다양한 변주


공산혁명, 문화대혁명을 거쳐 현재의 시간이 착종되어 있는 리얼의 대표 장편 《노래가락(花腔)》(2002)은 민족영웅 거런(葛任;‘개인(個人)’과 같은 발음이다)의 삶과 죽음을 통하여 역사에서의 개인과 지식인의 운명을 사고하고 질문함으로써 삶에 대한 깊은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적으로 봤을 때 80년대 선봉소설의 탐색성과를 종합한 “선봉소설의 열매”라 평가되며, 그 개인적으로봐서도 새로운 창작경향을 보여준 전환적인 의미의 작품이다. 2001-2002년도 가장 우수한 장편소설의 하나로 손꼽히며, 제1회“21세기 딩쥔(鼎钧) 문학상”을 모옌의 《탄샹싱》과 공동 수상하였다. 제6회 마오둔(茅盾)문학상에 입선되기도 하였다. 제목 “화강(花腔)”의 사전적 의미는 ‘가곡이나 희곡에서 기본 가락을 일부러 굴절시키거나 복잡하게 부르는 창법’을 가리킨다.콜로라투라(coloratura)의 번역어로도 쓰이며 교묘한 말솜씨, 교언영색이란 뜻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 소설에서“화강”은 웅성거림, 떠들썩함이란 의미와 함께 다성적인 서사구조를 동시에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주인공 거런의 이야기는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신분과 지위를 가진 세 사람에 의해 상이한 역사 시기(1943년, 1970년, 2000년)에 각각의다른 입장에서 진술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주인공의 입체적인 구체화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모순되는 웅성거림 속에서 진실은사라져간다.


「망각」이 신화전설을 희화화하면서 지식인의 담론을 해체했다면, 《노래가락》은 역사적담론을 모방하면서 역사 담론 자체의 결함과 한계를 드러내고 폭로한다. 이 소설은 다중적 목소리로 개인/거런이 역사, 혁명,개인해방, 근대성과 마주했을 때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거런이 맞게 되는 상황은 현실적인 국면과 사상적인 국면을 모두 가지고있는 어떤 것이다. 마르크스-레닌 학교 번역실의 번역요원인 거런의 삶과 죽음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서사의 중심이다. 거런/개인의운명을 실마리로 특정 역사적 상황 속에서의 개인의 생존실상을 묘사하며, 특정 역사적 문맥 속에서의 지식인의 “실어”상태를주목하여 거대역사에서 개인의 생존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개인은 역사에 매몰되며, 역사에 의해 비극적인존재로 화한다. 상이한 성격, 상이한 신분, 상이한 말투의 각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역사적 합법성을 증명하기 위해 거런의 말을말살시킨다. 소설은 개인과 역사, 역사와 정치의 불합리한 관계를 부각시켜 중국의 전통문화와 혁명윤리에 대한 첨예한 질문을 던지고있는 것이다.


거런은 전사했기 때문에 기념비까지 세워진 전쟁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죽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거런의 생존은 그를 매우 난처하고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넣었다. 혁명영웅이 될 것인가 배반자가 될것인가, 죽어도 여전히 살아 있는 존재가 될 것인가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살 건인가? 생존의 진상조차 밝힐 수 없는 선택불가의이러한 상황은 역사 속에서 어찌해볼 수 없는 개인의 미약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그는 영원히 사라질수밖에 없다. 어떠한 문자도 남기지 못하게 하고 그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다시 죽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따라서 소설에서그는 죽었다가 살아났고, 다시 죽었다. 이러한 삶과 죽음의 이야기는 개인과 역사 사이의 가치충돌, 역사와 정치권력이 개인에게가하는 억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역사는 그 자신의 언어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혼란스럽고 일률적인 규율을 강요하는시대에서 개인이 어떠한 힘에도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이고 순수한 인간이 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역사와 시학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대응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이 소설에 “역사시학”이라는 부제를 달았다고 한다. “나는 점점문제의 복잡성을 의식하게 되었다. 때문에 경험의 복잡성을 표현하는 데 보다 주의했다. 역사 또한 현실이며, 다른 주제를 주면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역사서술의 작업장 분위기도 알게 되었다. 개인의 소멸, 민족주의의 복잡성 따위에 대해서도 의식하게 되었다.그래서 《노래가락》을 쓰게 된 것이다.” “생활의 복잡성에 대한 감각은 지식인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식인은문화의 신경이며 문화의 예민한 촉각이다. 나는 ‘복잡성’이란 말을 좋아하고, 복잡한 생활, 복잡한 감각을 묘사하기를 좋아한다.지식인에 대해 쓰는 것은 나의 이러한 바램을 만족시켜 주고, 나의 글쓰기에 대한 이해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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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