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獨立閱讀/讀, 서재 2007. 11. 18. 03:40

군대와 향토

옌롄커의 창작경향은 크게 세 시기로 구분될 수 있다. 처녀작 이후 한참 뒤인 1986년에 중편 「작은 마을의 작은 강(小村小河)」을 발표하면서 그는 서서히 문단과 평론계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다. 이 시기, 즉 1981년~1989년까지의 초창기에는 작품 편수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줄거리의 구성과 서사기교의 측면에서도 별다른 특징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 해방군예술대학에 입학하여 정식으로 문학창작을 교육받은 1989년부터는 수적인 측면에서나 질적인 측면에서 비약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많은 문학상을 받기 시작했으며, 많은 독자, 평론가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이 시기부터이다. 「야오거우 사람들의 꿈(瑶沟人的梦)」, 「야오거우의 낮(瑶沟的日头)」, 「하일락(夏日落)」, 「천궁도(天宫图)」, 「토지를 찾아서(寻找土地)」 등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많은 작품이 이 시기에 발표되었다. 그의 창작경향에 있어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온 시기는 1995년이다. 군인작가, 신향토소설가로 정의될 정도로 옌롄커는 초기에 다량의 군사소설, 향토소설을 썼으며, 그 중 대부분은 중국적 이데올로기 내부에 함몰된 사회주의 리얼리즘적 경향의 소설들이었다. 작가 자신도 이 시기의 소설에 대해 “80% 이상이 쓰레기”이며, “이후 다시 읽을 용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평범한 창작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자기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작품은 「연월일(年月日)」과 <일광유년(日光流年)>부터이다.” 이때부터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장편소설을 창작하기 시작했으며, 문단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된다. 중국 당대문학의 중요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연월일(年月日)」, <물처럼 단단하게(坚硬如水)>, <쾌활(受活)> 등 대표작이 이 시기에 창작되었다.


20여 년간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지만 옌롄커의 작품세계는 두 공간으로 압축된다. 고향의 파러우 산맥(耙耧山脉)을 주요무대로 하는 “농촌”이 아니면 농민출신 군인 위주의 “군대”를 중심으로 그의 작품은 펼쳐진다. 그러나 군대를 소재로 한 옌롄커의 소설은 전쟁을 묘사하지도, 피아의 모순을 첨예하게 대립시키지도 않았으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싸우는 영웅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군사소설과 다르다. 옌롄커의 군사소설은 사실 군인과 군대의 신성함과 신비스러움을 해체해 버린다. 그가 형상화하는 것은 “농민”으로서의 군인, “사람”으로서의 군인이다. 전체적으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군인은 외형, 성격, 정신, 사상 등 모든 면에서 농민의 형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군인복장은 사실 농민의 특수한 복식이고, 군대는 사실 읍내 시장에 장보러 갔다가 잠시 머무는 객잔이다.”(<생사정황(生死晶黄)>) 이들이 입대한 목적은 도시에 남고, 간부가 되고, 입당하고, 고향에 돌아와서 촌장이 되거나 관리가 되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이 천착하는 유일한 세계는 “파러우” 산맥(耙耬山脈)이라는 지명이 연상시키는 쟁기, 농경의 이미지가 잘 보여주듯이 농촌이라고 할 수 있다.


가난과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은 그를 소설가로 만들었지만, 고향에 대한 애착은 그의 소설 곳곳에 고향 허난성에서의 삶의 흔적들을 남겨놓고 있다. 고향은 그에게 창작의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이다. “나는 할 이야기가 없을 수도, 쓸 거리가 없을 수도 없다. 내가 매년 나를 낳고 길러준 그 마을로 돌아가 걷고, 보고, 어머니, 누나, 형, 이웃의 말을 듣기만 하면 온갖 신기하고 진실한 이야기와 줄거리가 내 머리 속을 뛰어다닌다. 소설을 쓰고, 그런 방식으로 소설을 써왔던 건 내가 그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선택한 것이다. 내가 소설을 이런 모습으로 써낸 것이 아니라 생활이 원래 그런 모습인 것이다. 생활이 나에게 반드시 이렇게 쓰도록 했다. 나의 소설 구상은 어떻게 하면 생활의 내재적 논리를 위배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가 전부이다. 생활의 ‘내재적 논리’를 포착하되 모두들 표면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생활의 논리여야 한다는 것, 이것이 글쓰기의 관건이고 구상의 관건이다.” 그 또한 모옌과 마찬가지로 고향을 벗어나기 위해 소설가의 길을 가게 되었지만, 고향을 벗어나서는 소설을 쓸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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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