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獨立閱讀/讀, 서재 2008. 11. 16. 00:29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10점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책꽃이 원래 자리로 돌려놓다가 에필로그 부분을 확인해 본다.

홍콩판은 국역본과 결말이 조금 다르다.


내가 처음 읽은 것은 인터넷에서 검색한 판본인데 그건 잡지판을 그대로 배포한 것이었다. 내용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국역본을 읽어보니 상당 부분이 새로운 내용이었다. 뒤늦게 부랴부랴 도서관에서 <화청>2005년호를 찾아 복사하고 콩푸쯔 헌책방에 홍콩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주문 넣었다. (그러고 보니 금서로 지정되어 전량 회수되었다던 잡지<화청>의 해당호는 버젓이 서가에 꽂혀 있었고, 대륙에서는 출간되지 못한 소설의 홍콩판, 대만판은 인터넷 헌책방에서 적절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5금" 조치는 어쩌면 중국 내부에서는 신경쓰는 사람도 없고 작가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외국에서 더 흥분해서 이용하는 홍보문구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쪽에서도 일단 원칙적으로 금지는 하되, 이미 파급력이 별로 없는 소설 나부랭이가 그러덩가 말덩가. 영화나 드라마였다면, 그보다 훨씬 낮은 수위도 검열되고 여기저기서 이슈가 되었겠지만 말이다.)


궁금했던 몇 군데만 찾아보고 일일이 검토하지는 않았는데, 어제 번역 정리하느라 다시 꺼낸 김에 좀 살펴보다가 국역본 결말과 다른 부분을 발견한 것이다. 국역본에는 역자가 어느 판본을 참고했는지 밝혀져 있지 않다. 짐작하기에 대만판을 참고했는데 그게 다른 결말이었을 수도 있고, 저자의 요청이었을 수도 있으며, 국내 출간할 때 불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출판사와 상의하에 삭제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후자였다면 문제가 좀 있을 수 있다. 판단은 어차피 독자가 하는 것이니까. 잡지판은 스토리 전개상 불필요한 부분이 대부분 실리지 않았고(잡지 게재만으로 문제가 되었다. 즉, 사상적인 검열 때문에 부분삭제하였던 건 아닌 셈이다.) 에필로그 부분은 아예 빠져 있다. 참고삼아 홍콩판의 결말을 추가로 번역해 둔다..


 

...

우다왕은 편지를 받아들고 한참을 주저하다가 열어보았다. 편지 제일 위쪽에는 아주 간단하게 한마디가 쓰여 있었다.


   무슨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이 종이에 써 줘. 돈이 필요하거들랑 액수와 받을 수 있는 주소를 적고.


눈 꽃이 휘날리는 그 대문 앞에 서서 우다왕은 문 안쪽을 바라보면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얼굴에는 어찌 할 수 없는 창백한 원망이 서려 있었다. 잠시 후, 그는 편지를 접어 다시 봉투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외투 안에서 붉은 비단으로 싼 팻말을 꺼내 들었다. 두께가 반치쯤 되고 너비는 세 치, 길이는 한 자 두 치쯤 되는 것이 마치 특별히 제조된 선물용 담배상자 같았다. 그는 그 팻말을 초병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걸 류롄 누님에게 좀 전해주게."


국역본은 여기서 끝난다. 어찌보면 군더더기 없이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다. 홍콩판 결말은 바로 이어서 몇 문단이 계속된다.


 

  그런 다음 그는 몸을 돌려 천천히 흩날리는 눈 속으로 사라져 갔다.

  사흘 후, 이미 중년을 넘어선 류롄이 사령관과 그녀의 아들에게 말했다. 양저우에 있는 친정에 좀 다녀올께. 부모님도 안 계시지만, 가서 형제자매들이나 좀 보고 올까 해. 그러나 그렇게 떠난 뒤 류롄은 전화 한 통 없었다. 사령관은 양저우에 전화를 해보고서야 류롄이 양저우에 가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류롄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일주일, 보름, 한 달이 지났지만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마치 눈꽃처럼 군구(軍區) 대원(大院)의 1호 사택에서 사라져 행방을 찾을 길이 없었다. 계화가 바람에 흩날리듯 어디로 날아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어렴풋한 향기만이 그녀가 존재했던 흔적을 세상에 남겨 놓고 있을 뿐.

2004년 8월 17일


번역에 참고한 원문출처는 다음과 같다.

잡지 <화청(花城)>, 2005년 제1기, 총 제152기.

옌롄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홍콩문예출판사, 2005년 4월 제1판)


http://lunatic.textcube.com2009-03-26T10:21:410.31010
Posted by lunarog
獨立閱讀/讀, 서재 2008. 11. 14. 21:52
이글은 일전에 옌롄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읽으며 체크해 둔 몇 부분의 번역을 만져본 것이다. 작품에 대한 자세한 소개나 비평을 원한다면 다른 글을 보는 게 좋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먼저 책을 읽어봐야 할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이 글이 오역을 잡아내기 위한 의도로만 쓰여진 것은 또 아니다. 지금까지 읽어본 몇 권의 역서를 통해 보건대, 역자 김태성의 번역은 훌륭하다. 그만큼 일정한 수준의 번역으로 좋은 작품을 소개해주는 사람이 중국어권 번역자 중에서도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소설 번역은 한두 문장의 오역이 있더라도 작품이 전하는 어떤 느낌이나 풍을 잘 살리는 한국어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풍에 대한 입장은 사람마다 다를 것인데, 내가 역자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보고, 시험삼아 한번 번역해 본 것이다.


일단,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제목 번역부터 역자의 입장을 볼 수 있다. service의 번역어인 "복무(服務)"는 보다 공적인 "봉사"라는 의미와 함께 손님접대와 같은 의미인 "서비스"에도 자주 쓰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군 복무와 같이 제한된 문맥에서만 자주 쓰이고 거의 서비스로 대체된 듯하다. 이 소설에서는 일단 인민대중에게 봉사하라는 모택동의 공적인 표어를 사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여 다른 "써비스"를 제공해 달라는 말로 치환시킨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지극히 공적인 표어가 은밀하고 사적인 밀어로 환치되는 것이다.

나는 예전에 다른 소개글에서 <인민을 위해 봉사하라>라고 번역하기도 했다. "인민에게 봉사하라"라는 뜻이 표어로서는 가장 적당할 것이다. 그러나 "봉사"보다는 "복무"를 선택함으로써 역자는 투박하지만 문혁 시기의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투박"이 문제인데, 투박한 문체를 지나치게 세련되게 번역해서도 안 되겠지만, 중국어를 한국어로 옮긴 글의 일반적인 문제가 투박하다는 점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원문 문장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스타일의 투박함이 아닌 번역의 투박함이 생기는 것이다. 혹자는 직역주의자들이 흔히 내세우는 루쉰의 "딱딱한 번역"이나 "타국화 번역"의 문제로 투박함을 변명하기도 한다. 근데 내가 보기에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이런 게 다 중문과 출신들이 중국소설만 열심히 읽고 한국소설을 많이 읽지 않은 결과이다. 즉 한국어를 능청스럽게 다루지 못한다. 한국어를 장악하지도 못했으면서 한국어를 되돌아보게 하고 더욱 풍성하게 하는 타국화 번역을 지향한다고 떠든다면 말이 될까? (이런 식의 비판은 너무나 당연하게 자기비판이다..ㅡㅡ;;)

그의 글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옌롄커가 아주 세련된 도시풍의 중국어를 구사하는 작가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의도적인 투박함이 아니라) 그와 상관없이 한국어 번역에서는 원문에 너무 매여 늘어지거나 투박하게 만들어진 문장이 있고, 그게 소설 읽는 맛을 조금 떨어뜨리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내가 대안으로 제시한 번역문도 정확하거나 세련된 것은 아닐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거나 그거나 별 차이 없네 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다. 전문을 검토한 게 아니라 읽으면서 체크한 몇 부분만 옮겨본 것이니, 감안하고 읽기를 바란다.


보라색 글씨는 번역 원문, 초록 글씨 나의 수정, 그외는 설명이다.


(첫 시작, 1장 13쪽)


  삶의 수많은 진실들은 소설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소설 방식으로 이를 표현하기로 하자. 어떤 진실한 삶의 모습은 허구라는 교량을 통해서만 비로소 확실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면 이는 소설 속의 사건이기도 하고 삶 속의 사건이기도 하다. 혹자는 삶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소설 속의 사건을 재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삶의 수많은 진실은 소설이라는 방식으로 표현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소설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해 보자. 왜냐하면 어떤 진실한 삶은 허구라는 교량을 통해서만 그 진실을 확실한 진실에 이르게 할 수 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 진실을 확실한 진실의 경지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소설 속의 사건임과 동시에 삶 속의 사건이다.

  혹은 삶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소설 속의 한 사건을 재연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원문의 문단구분을 따른다.)



13-4쪽.


  사단장 집에서 취사를 전문으로 맡고 있는 고참 공무분대장 우다왕이 채소 바구니를 들고 사단장 집 주방 입구에 서 있을 때, 그 사건은 또르르 굴러와 마치 수소 폭탄이 터지듯이 요란하게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원래 식당의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붉고 큰 글씨가 새겨진 나무팻말이 이번에는 타일로 마감한 주방 부뚜막 위에 나타난 것이다.


"이번에는"이 어색한 이유는 2장의 시작과 함께 바로 받고 있는 말과의 호응 때문이다. 2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지금, 바로 지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문구가 새겨진 그 나무팻말이 또다시 식탁을 이탈해 있었다." 그리고 스토리 시간상 이 "또다시" 이후 전개되는 사건이 이 소설의 중심이다.


  사단장의 사택에서 취사를 전담하고 있는 고참 공무분대장 우다왕이 채소를 한 바구니 들고 사택 주방 입구에 섰을 때, 그 사건은 수소폭탄이 터지듯 쾅 하며 그의 앞에 펼쳐졌다. 원래 식탁 위에 진열되어 있던, 커다란 붉은 글씨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란 문구가 새겨진 나무팻말이 또 한번 주방의 타일 부뚜막 위에 나타난 것이다.



101쪽.

류롄의 유혹을 거부한 우다왕은 사단장 사택에서 쫓겨나고 전역하게 생겼다. 다급해진 우다왕은 다시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다. 어떤 "기회"? "인민을 위해 복무할" 기회? 자신의 공적인 욕망을 위해 그녀의 사적인 욕망에 서비스할 기회? 류롄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주문을 외며 우다왕에게 옷을 벗을 것을 요구한다. 우다왕은 그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 "바로 이때 류롄은 이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한마디를 뱉어낸다." 국역본에서 그 한마디는 다음과 같이 옮겼다.


"정말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군. 잘했어. 아주 잘했어."


그러나 이러고 보니 발가벗은 것을 칭찬하고 그것으로 끝난 느낌이다. 문맥상 관계가 더 발전하지 않았을까? 원문은 다음과 같다:

她说,为人民服务,你为呀,你为呀,你为呀。(잡지에서는 "你为呀"라는 말을 한 번만 한다. 분량 때문에? ^^)

그냥 옷만 벗고 끝난 게 아니라, 옷을 벗으며 눈길을 교환하는 동안 둘 사이의 공기는 이미 달아올라 있었다. 그렇다면 뒤따르는 마지막 말(5장을 끝내는 말)은 칭찬으로 끝날 게 아니라 생략된 그 이후의 장면을 예비하는 느낌이어야 할 것이다. 즉,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해 봐, 어떻게 서비스할 건데? 해 보라구! 하면서 발가벗은 이후의 행위를 재촉/암시하는 말로 번역되는 게 좋겠다. 내가 제안하는 문구는.


"인민을 위해 복무해야지. 해봐, 해 보라구!"



좀 약한가? 그럼 조금 더 세게 나가보자.

둘의 관계는 이미 상당히 진전되었고 류롄의 몸은 점점 깨어났다.


114.


"그럴 필요 없어. 어서 나를 안아서 침대에 눕혀줘. 손은 멈추지 마. 입술도 멈추지 말고. 내 거기를 만져줘. 내 거기를 빨아줘.내 거기를 만지고 빨아달란 말이야. 지금 난 사단장의 마누라가 아니야. 나는 우다왕의 아내란 말이야. 난 이미 날 송두리째 샤오우한테 맡켰어. 죽이든 살리든 샤오우 맘대로 하란 말이야."


역자가 조금 지나치게 야하게 번역했다. (원문은 : 想亲我哪儿、摸我哪儿了,你就亲我哪儿摸我哪儿吧). 구문 자체는 "어디든 ~하고 싶은 곳이 있으면 그렇게 해"이다. 어디(哪儿)를 거기(那儿)로 하는 바람에 '세계의 근원', 거기를 가리키게 된 것이다.. 조금 재미없게 풀어서 해석하면, 내 몸 어디든 키스하고 싶거나 애무하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키스하거나 애무하라는 말이겠다.


"필요없어. 그보다 어서 날 안아서 침대에 눕혀 줘. 손은 멈추지 말고 입술도 멈추지 마. 어디든 상관없어. 빨거나 만지고 싶으면 내 몸 어디라도 빨고 만져줘. 이제 난 너희 사단장 마누라가 아니라, 너 우다왕의 아내야. 난 이미 니 꺼니까 죽이든 살리든 니 맘대로 해."



115.

"하늘과 땅처럼 영원하고 열광적인 그날의 키스와 애무로 인해 두 사람의 분명했던 관계는 복잡하고 애매지기 시작했다."

"끝없이 이어진 그 격정적인 키스와 애무는 그렇게 분명했던 그들의 관계를 모호하고 복잡한 것으로 만들었다."


전반적으로 성어의 번역이 조금씩 어색하다. 여기서 쓰인 성어는 천장지구(天长地久)이다. 42쪽의 "주사를 가까이 하면 빨개진다는 식"이란 번역도 마찬가지다. 近墨者黑 近朱者赤(근묵자흑 근주자적)에서 가져온 거지만, 너무 빨간 색을 살리기 보다는 다른 식으로 푸는 게 어땠을까 싶다.


116.


  고개를 든 그는 그녀의 창백한 모습을 발견했다. 온몸이 누렇게 뜬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죽은 사람 같았다.

  뜻밖에도 그녀가 혼절한 것이었다.

  그는 그녀가 혼절했다는 것을 알았다. 격정에 사로잡혀 혼절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와의 불타는 섹스가 갑자기 광풍과 폭우가 몰아치듯 그녀에게 경험하기 힘든 숨막힘과 활력을 가져다준 것이다.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누렇게 뜬 몸을 바라봤다. 죽은 사람인양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까무러쳤던 것이다.

  그도 그녀가 까무러쳤다는 걸 안다. 격정 때문에 의식을 잃은 것이다. 폭풍이 몰아치듯 격렬한 섹스가 지금껏 맛보지 못한 숨막힘과 활력을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이다.


번역에 참고한 원문출처는 다음과 같다.

잡지 <화청(花城)>, 2005년 제1기, 총 제152기.

옌롄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홍콩문예출판사, 2005년 4월 제1판)




개인적으로 흥미있는 독서법은 옌롄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하진의 <기다림>과 함께 읽는 방식이다.


<기다림>의 우만나도 류롄과 마찬가지로 간호사이다. 만약 우만나가 쿵린을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웨이 정치위원과 결혼했다면, 그 이후 펼쳐질 삶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서의 류롄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기다림>의 쿵린과 우만나 이야기의 다른 버전으로 <인민을~>를 읽으라는 것이 아니다. 문혁이라는 시기와 육군병원 혹은 부대라는 공간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두 소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간다. 한쪽은 모든 욕망을 최대한 억누르고 담담히 20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린다. 그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쪽은 세상 전체를 파괴할 듯 욕망의 끝까지 치닫는다. 문혁시기를 살아간 대부분의 일반적인 중국인의 삶은 이 두 가지 극단 사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욕망의 극단적인 표출방식이 문혁 시기와 그 시대를 거쳐온 사람들의 어떤 경향성을 잘 보여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Posted by lunarog
獨立閱讀/讀, 서재 2008. 6. 28. 06:46

옌롄커의 새로운 장편소설이 나왔다.

作  者: 阎连科
出 版 社: 江苏人民出版社
出版时间: 2008-6-1
页  数: 332
I S B N : 9787214055569

곧 근작이 나올 거라는 걸 그의 강연에서 들었지만 잊고 있다가 그저께 우연히 검색을 하다가 출간소식을 알게 되었다.
당당에 주문하기는 좀 늦고 해서 서점에 가서 실물을 확인해 봤다.
재고량이 47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열되어 있지 않았고 서점직원이 한참 찾은 후에야 서가 아래쪽에 쌓여있는 걸 하나 건네 주었다.
중국의 서점들은 도서분류가 너무 엉망이다. 출판사 분류도 아니고 저자 분류도 아니다. 완전히 흩어져 있어 "당대소설" 서가 전체를 하나하나 뒤져야 한다.(上海書城이 대표적. 대학 근처의 전문적인 일부 작은 서점들은 분류가 꽤 잘 되어 있기도 하다.)

소설은 다음과 같은 장면으로 시작한다.
부교수 양과(楊科)는 5년이라는 세월을 들여 《풍아지송: <시경>정신의 본원에 관한 탐구(风雅之颂——关于〈诗经〉精神的本源探究)》라는 필생의 저작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를 반기는 것은 침대 위에 벌거벗은 마누라와 부총장이다. 처용이 생각나는 장면인데, 양과의 대처 또한 처용과 비슷하다.
부교수에서 교수로 승진하고 싶으면 말만 하게, 올해 국가급 모범학자는 따논 당상일세, 상금이 오만원(7백만원)이라구, 학과 주임이 되고 싶다면 밀어줌세,.. 뻘줌하게 주절대는 부총장에게 갑자기 무릎을 꿇고 말한다.
제가 생각이 완전히 깬 사람이 아니라서 그러니 다음에는 절대 그러지 말아주세요, 지식인의 명예를 걸고 부탁드리건데, 제발 다시는 그러지 말아주세요...
그는 곧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고, 거기서 환자들에게 <시경>을 강의하며, 얼마 후 정신병원을 고향으로 돌아간다.

청연대학(清燕大学; 청화대와 북경대(연경대)를 혼합한 명칭?)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지식인의 허위와 추악함을 풍자하는 방향으로 그려질 것 같다. 당장 꼼꼼하게 읽어볼 시간을 내기는 힘들지만, 제발 바라는 것은 류진운의 <내 이름은 유약진> 같이 실망시키지는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수다스럽고 시끄럽게 왔다갔다 하면서 혼을 빼놓지만 별로 건질 게 없어 사람을 굉장히 지치게 만드는 그런 소설 말이다. 기우인지 몰라도 몇 페이지 읽다 보니 "수다"스럽다는 느낌이 좀 들어서..

또 하나 띠지에 있는 "중국 황당(荒誕) 현실주의 대사 옌롄커"라는 말!
천쓰허 같은 경우 "괴탄(怪誕)문학" 혹은 "괴탄(怪誕) 사실주의"라고 옌롄커 등의 경향을 칭했다고 국내 신문에도 소개된 바,
아무거나 다 "~~주의" 갖다 붙이면 되냐고 말들이 많다.
(황당주의가 아니라 요즘 대학의 실상을 밝힌 다큐멘터리라는 식의 반어적 댓글이 있을 정도..)

중국쪽 언론이나 포털에는 관련 기사가 몇 개 올라와 있는데 아직까지 반응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그게 어찌되었든 내가 직접 읽어봐야 나름의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건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참으로 이해가 안 되는 건,

이제 막 나온 소설의 원문 대부분을 웹에서 서비스한다는 거다. 물론 전체를 다 보려면 사 봐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거 좀 따라했으면 좋겠다.. 절판된 책은 웹에서 공짜로 볼 수 있게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



阎连科最新的长篇杰作:风雅颂(选载)

아무튼 (시경의 편명을 빌린) 목차는 다음과 같다.
http://product.dangdang.com/product.aspx?product_id=20246252

目录
卷一
 〔关雎〕当《诗经》遭遇一对狗男女
 〔汉广〕柿子树下的初情
 〔终风〕红彤彤的欲念
 〔(艹择)兮〕蹿红的的女教授
卷二
 〔有瞽〕硬学问软膝盖
 〔良耜〕侍候飞累的鸟儿
 〔噫嘻〕那条该死的内裤
 〔泮水〕我们各怀鬼胎
卷三
 〔出车〕必要的成交
 〔都人士〕膝盖又发软了
 〔十月之交〕捕风汉子
 〔绵蛮〕举手表决
 〔白驹〕悲壮的告别 
卷四
卷五
 〔式微〕天使得不到尊敬
 〔晨风〕往事香艳
 〔蒹葭〕情人的礼物
 〔东门之(木分)〕教授来到天堂街
 〔匪风〕温暖的家
卷六
 〔菁菁者莪〕庄严的摸顶
 〔斯干〕农事温情
 〔思齐〕情爱事业
 〔白华〕无力挽留
 〔小明〕祭奠吴德贵 
 〔南山有台〕守墓人的颂歌
卷七
 〔噫嘻〕婚姻真相
 〔臣工〕有尊严地告别 
 〔駉〕欢年
 〔有駜〕小姐们的束修
卷八
卷九
 〔大田〕昨日重来
 〔车辖〕鸳鸯于飞
 〔隰桑〕小敏的选择
 〔渐渐之石〕别人的婚礼
 〔小弁〕一日不见如三秋兮
 〔桑柔〕哄抢有理
 〔白驹〕不能没有你
 〔鸳鸯〕死神婚床
卷十
 〔般〕逃犯
 〔天作〕狂喜
 〔时迈〕石头记
 〔有瞽〕诗经古城
卷十一 
 〔东山〕新家
 〔草虫〕家园之诗
 〔甘棠〕我又被举手表决了
 〔芄兰〕柳树下
 〔葛藟〕繁华的黄昏
卷十一
附录:后记三篇
 飘浮与回家
 不存在的存在

 为什么写作和要写怎样的小说

Posted by lunarog
獨立閱讀/讀, 서재 2008. 6. 21. 02:33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6021733505&code=960100

뒤늦게 경향신문의 기사(6월3일자)를 통해 옌롄커가 한국을 다녀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국의 반체제 소설가인 옌롄커(閻連科·50)가 한국에 왔다.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경북 포항에서 ‘아시아, 소멸의 이야기에서 생성의 이야기로’(포스코청암재단 주최·계간 아시아 주관)란 주제로 열린 문학포럼에 초청됐다."라고 기사는 소개하고 있다.

금서 하나 썼다고 반체제 작가가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좀 오버다.
현재 금서로 지정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발표할 2005년에 그는 노사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기사에도 소개하고 있다시피 여전히 작가협회 소속 작가로 있고, 그 정도를 소설에서 표현하는 게 반체제까지 가지는 않는 것 같다.
사실 현정부에 그다지 위험한 내용도 아니지 않은가..

기사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신간 번역 소식이다.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흐르는 세월’(1998년), ‘물처럼 단단하게’(2002년), ‘즐거움’(2003년), ‘딩좡의 꿈’(2006년) 등을 이 시기에 썼다. 이중 ‘물처럼 단단하게’와 ‘딩좡의 꿈’은 올 하반기 중 국내 출판사인 물레와 아시아에서 번역, 출간할 예정이다."

언급되는 소설은 모두 옌롄커의 문풍이 바뀐 이후 작품들이다. 그 중 옌롄커의 대표작은 여전히 <물처럼 단단하게>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물처럼 단단하게>의 속편의 하나라고 해도 될 정도다. 이 책 또한 금서로 묶였다가 풀렸다. 언제고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도 풀리지 않을까 싶다. <물처럼 단단하게>는 이미 간단하게 포스팅한 바 있고,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번역본을 읽은 소감을 간단하게 정리해 두려고 한다만. 당장은 시간을 내기 힘들 것 같다.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읽히는 번역이기 때문에 별로 토를 달고 싶지 않기도 하다.

암튼 <물처럼 단단하게>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보다 번역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한국어로 표현될지 기대된다..

또 하나, 이상한 부분이 보여 검색해 본다.


"작가는 특히 최근작인 ‘딩좡의 꿈’에 대해 애착을 드러냈다. 딩좡이란 마을에서 비위생적인 헌혈 바늘을 사용해 주민들이 에이즈에 집단 감염된 실화를 바탕으로 쓴 이 작품은 “인성의 어두운 면, 특히 자본주의라는 유토피아적 환상이 붕괴된 처참한 풍경을 그렸다”고 한다. 이 소설은 홍콩 잡지 ‘아주주간’에서 선정한 ‘2006 중국어로 쓰여진 10대 저작물’ 1위에 뽑히기도 했다."

<정장몽>(딩좡의 꿈)은 "2005《亚洲周刊》全球十大中文好书", 즉 2005년에 선정되었다. (발표는 2006년에 되었다.)
1위라는 기준도 애매하다. 관련기사를 그대로 옮겨보면,
"中文十大好书是《半生为人》、《丁庄梦》、《战废品》、《一阵风,留下了千古绝唱》、《遍地枭雄》、《土与火》、《红楼望月》、《天工开物》、《阅读的故事》和《回到诗》,显示全球华人知识界的精神追求和对中华民族命运的承担。"

보통 처음 언급하는 걸 1위라고 한다면 그런가보다 싶지만, 보시다시피 두번째로 언급되고 있다.
다른 근거가 발견되면 수정하겠지만, 일단은
그냥 "2005년도 <아주주간> 선정 전세계 10대 중국어 우수도서" 정도로 하는 게 좋겠다.

(중국애들 잘 쓰는 표현인데 가끔 속아 넘어가는 표현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큰, 대단한, 등등)이라는 표현 뒤에 "중국", 혹은 "중국어"라는 한정어를 슬쩍 붙이는 방식. 중국어로 창작된 작품 중 가장 우수한 책이라는 건데.. 중국대륙 이외에도 중국어를 사용하는 지역이 많으니까 용인되는 표현이긴 하지만, 비슷한 표현을 볼 때마다 좀 거시기하다. 그렇다면 이런 표현이 가능하겠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중국산" 깨, 세계에서 가장 빠른 "중국"제 자동차, 등등.. 써놓고 보니 한국어로는 좀 헷갈리는데, 방점은 뒤에 있다. 암튼.. 세계 최강대국이 되고 싶다니 그러라고 두는 게 좋겠다.)

아래는 한국일보에서 전한 인터뷰이다.
<옌롄커 "작품마다 비평가 표적… 인간·진실에 다가설 뿐">

국내외 문인 61명이 참가한 '아시아문학포럼 2008' 행사가 28~29일 경북 포항 포스텍(옛 포항공대)에서 열렸다. 포스코청암재단이 주최하고 계간 < 아시아 > 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28일 환영 만찬, 29일 개회식과 3개 분과 토론으로 진행됐다.

포럼엔 2005년 출간 당시 '마오쩌둥의 사상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에 의해 판금 조치를 당했던 소설 <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의 작가 옌롄커(50)가 초청됐다. 이 작품은 최근 국내 번역돼 출간 2주만에 재판을 찍는 호응을 얻고 있다. 29일 오전 숙소에서 그를 만났다. 중국문학 번역가 김태성씨가 통역했다.

- 소설에서 마오쩌둥의 혁명 구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군대 상관 부인과 취사병 간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 '최음제'로 전락한다. 이런 설정이 일으킬 파문을 예상하지 않았나.

"28년간 복무하던 군대에서 제대한 직후 해방감 속에 쓴 작품이다. 쓸 당시엔 파장을 예상 못했다. 30년간(1978년 데뷔) 써온 작품들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억압된 인간 권리, 군대 비리, 문화혁명을 비판한 소설이긴 하다. 문혁 때 썼다면 총살감이다(웃음). 중국이 그동안 열린 사회로 변해 국내 판금 이상의 제재가 없었고, 20여개국에 번역돼 널리 읽혔으니 나로선 행운이다."

- 루쉰문학상, 라오서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여럿 받은 당신 이력에 타격을 줄 수도 있는 모험이었다.

"작품이 좋아 상을 받았을 뿐, 줄곧 중국 정부와 사회에서 환영을 못 받았다. 나는 작품을 낼 때마다 가장 많은 비평가들의 표적이 되는 작가다. '블랙유머 작가' '광상(狂想) 현실주의' '몽환 현실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작가' 등 많은 수식구가 뒤따랐지만 무엇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난 어떤 유파에 속한 적 없다. 스스로를 '가장 독립적인 작가'로 평가한다."

- 저명 평론가 천쓰허는 이 작품과 위화의 < 형제 > 를 꼽으며 "문혁을 공포ㆍ반성 대상이 아닌, 유희 대상으로 바라보는 괴탄(怪誕)문학이 탄생했다"고 평했다.

"글쎄. < 형제 > 는 천쓰허의 평가에 부합하지만 내 작품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성적인 측면을 약간 코믹하게 다루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엄숙하고 진지한 작품이다."

- < 인민을… > 은 노골적 성애 묘사뿐 아니라, 중국 내 권력ㆍ계층 문제에 대한 첨예한 풍자가 읽힌다. 베이다오, 가오싱젠 등 망명작가가 아닌, 중국 내부에서 이처럼 강한 사회비판 문학이 존재한다는 게 놀랍다.

"비판문학의 목소리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위화의 작품도 그런 경향이 강하다. 내가 중국 정부로부터 환영 못 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성적 묘사는 별개 문제로, 정부 역시 여기엔 관대하다. 내 작품이 판금 조치된 것도 성적 묘사의 적나라함과는 무관하다. 한국에도 번역될 < 물처럼 단단하게 > 란 작품은 < 인민을… > 보다 더 노골적인데 아무 문제 없었다(웃음)."

- 중국 작가 대부분은 중국작가협회(작협)에 소속돼 있다. 이런 관변적 운영이 작가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나.

"나는 작협 일급작가라서 성과와 무관하게 대학교수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작협은 굉장히 느슨한 조직이라 작가에게 미치는 실질적 통제력이 거의 없다. < 인민을… > 이 판금됐을 때도 작협이 내게 제재를 가한 게 없다."

- 무리해서 글을 쓰다 몸이 안좋아지니까 누워서 글 쓸 수 있는 특수의자를 장애인용 의료기 제작 공장에서 맞췄다는 얘기를 들었다.

"96~98년에 이 의자에 누워 < 흐르는 세월 > > < 물처럼 단단하게 > 같은 대표작을 썼다. 지금도 허리가 아파 책상에 앉으려면 요대를 감아야 한다. 난 생명 전부를 문학에 투입하고 있다. 인간의 진실, 중국 인민의 현실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서고 싶다."

- 올 하반기 < 딩좡의 꿈 > 이란 작품이 한국에 소개된다고 들었다.

" < 인민을… > 다음에 쓴 작품으로, 중국 최초로 에이즈(AIDS)를 소재로 했다. 딩좡이란 마을에서 비위생적인 헌혈 바늘 사용으로 에이즈에 집단 감염된 사건이 실제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인성의 어두운 면을 묘사했다. 홍콩 아주주간에서 선정한 '2006 중국어로 쓰여진 10대 저작물' 1위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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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閱讀/讀, 서재 2007. 11. 18. 04:03

(전면수거된 <화성>2005년 봄호 중 <인민을 위해 봉사하라>의 표지)

인민을 위해 봉사하라!

 <쾌활>로 중국 최고의 문학상인 제3회 라오서 문학상(老舍文学奖)을 수상하였던 그 해에, 옌롄커는 중편 「인민을 위해 봉사하라(爲人民服務)」(2005)를 문예지 《화성(花城)》 2005년 봄호에 발표하였다.

 

이 작품은 발표 즉시 마오쩌둥 석고상을 부수고 <마오쩌둥 선집>을 찢는 등의 장면이 문제가 되어 당국으로부터 금서 처분과 함께 전량 회수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러나 해외로의 번역 저작권 판매는 금지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해외에 활발히 소개되었으며, 중국에서도 포털사이트 등에서 쉽게 원문을 구해 읽을 수 있다. (물론 전량회수되었다는 문예지 <화성>은 대학도서관에 버젓이 꽂혀 있다. 연구용으로는 허용되는 것인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소설은 문화대혁명 시기, 인민해방군 사단장의 젊은 후처와 그 집에 배속된 말단 사병의 불륜을 그린다. 작가는 쾌락의 끝을 향해 치닫는 남녀의 사랑 행위와 문혁의 집단적 광기를 대비시킴으로써 혁명 서사에 억눌렸던 인간의 감성을 부활시킨다.

 

대만의 저명한 문학평론가 왕더웨이는 이 소설이 등장한 것은 “혁명으로 호소하는 사회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정의했다.


어긋난 유토피아


《아주주간(亞洲週刊)》 세계 10대 중국어도서에 선정된 <딩씨 마을의 꿈(丁庄梦)>(2006)은 중국 최초의 에이즈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실존하는 에이즈 마을의 환경개선을 위해 쓴 작품이며, 저자와 출판사가 공동 기부금을 출연하기로 협의되었지만, 출판사의 계약위반으로 법정투쟁까지 벌였고 결국 기부금 전체를 저자가 부담했다.

 

이 소설은 현실과 환상이 착종된 서사 스타일로 한 소년의 기억을 통해 중국내륙의 한 에이즈 마을을 조명하고 있다. 이 오랜 마을의 농민들의 빈궁함, 우매함, 낙후, 탐욕 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되며, 피를 팔아 가난을 극복하려는 생각이 마을 전체의 에이즈 병동화라는 결과를 불러온다. 이 작품에서 오히려 죽음은 향유하기조차 힘든 사치이다. 의지할 곳 없는 고난과 절망이 죽음보다 더욱 두려운 존재이며, 죽음은 그저 절망의 끝이 아니라 연속일 뿐이었다.

 

옌 롄커는 다루고 있는 소재가 어떤 것이든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실생활을 주목하기보다는 그때 그 시절의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지적되어 왔다. 현장성의 결핍이라는 측면에서 봤을때 <딩씨 마을의 꿈>은 지금 여기의 세계에 옌롄커가 주목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소설이다.

 

“의 심할 것 없이 이 소설은 내가 허난성 출신이란 것과 떼어놓을 수 없다. 이 소설을 쓴 가장 큰 이유는 작가가 마땅히 사회와 인류에게 가장 최소한의 양심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에이즈가 허난성에 퍼져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곳 사람들의 고난과 죽음을 대하는 그들의 감정의 변화과정, 내적세계, 그리고 그들의 생존방식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전 소설과 비교해 보자면, <일광유년>이나 <쾌활>은 상상에서 현실로 진입한 작품이다. 상상은 현실과 역사의 교량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딩씨 마을의 꿈>은 현실에서 역사로 진입한 작품이다. 현실은 상상으로 나아가는 교량이며,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는 근거이다.”


그는 세 부류의 사람들은 이 책을 읽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첫째, 마음이 약한 사람이 읽으면 너무 괴로워질 것이다. 둘째 최신문화의 유행을 쫓는 사람들, 예를 들어 장이머우의 <영웅>이나 천카이거의 <무극> 같은 블록버스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소설은 어떠한 즐거움도 주지 못할 것이다. 셋째, 오로지 자신에게만 주목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읽을 필요가 없다. <딩씨 마을의 꿈>이 독자에게 전하는 것은 자아가 아니라,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지불해야 할 사랑이다.”



p.s. 최근 옌롄커는 새로운 장편소설 하나를 탈고했다고 한다. 아직 정식발표되지 않아 어떤 내용인지 알 수는 없지만, 중편 <연월일> 이후의 옌롄커는 확실히 주목할 만하다. 한국에서도 곧 한두편 번역될 예정인 것으로..(특히 위 두편은 곧!!?)

....
웅진의 중국당대문학 걸작선의 첫번째 작품으로 2008년 4월 30일 출간되었다.
띠지의 홍보문구는 다음과 같다.

"<색,계>보다 위험하고 <화양연화>보다 매혹적이다!"

표지는 상당히 매혹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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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閱讀/讀, 서재 2007. 11. 18. 04:02

쾌활한 리얼리즘


< 쾌활(受活)>(2004)은 옌롄커 소설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기묘한 상상력, 은유, 아이러니를 버물려 놓은 중국식 마술적 사실주의의 완성이며, “중국문학의 사유를 바꾼 개척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에 부가된 작가의 주석에 따르면 제목 “수활(受活)”은 “향락, 향유, 쾌활, 즐거움” 등을 뜻하는 북방 방언이다. 파러우 산맥(耙耬山脈)에 위치한 쾌활촌민의 지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 바로 이 “쾌활(受活)”이다. 작품은 중국내륙의 외딴 곳에 있는 쾌활촌(受活庄) 이라는 허구의 공간을 배경으로 그려진다. 대대로 이 마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맹인, 벙어리, 절름발이 등 197명의 장애인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정상인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취급을 받는 그런 곳이다. 깊은 산맥 속에 위치해 있어 중국근현대사의 그 수많은 전쟁과 운동도 이 마을의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방해하지 못했다. 사회주의의 붉은 깃발이 중국 대륙 전체를 뒤덮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사건은 마오즈(茅枝) 할멈과 류잉췌(柳鹰雀) 현장이라는 두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홍군(紅軍)이었던 마오즈는 전쟁에서의 부상으로 낙오되어 쾌활촌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혁명의 물결이 쾌활촌에 미쳤을 때 홍군이었던 마오즈의 피는 다시 끓어오른다. 토호 타도, 농지 분배, 대약진, 인민공사, 문혁과 같은 일련의 혁명개조운동에 촌민들을 이끌고 앞장선다. 그러나 전국을 뒤덮던 3년간의 자연재해를 거치면서 쾌활촌의 자급자족 경제가 상급부처의 징세와 이재민의 약탈로 파괴되는 것을 목도한 후 차츰 혁명의 부질없음을 깨닫는다. 그 후 인민공사에서 “퇴사(退社)”하여 원래의 “방임, 자유, 자급, 자족”의 생활로 회복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또 다른 중심인물 류잉췌(柳鹰雀) 현장은 현의 경제상황을 진작시키기 위해 야심만만한 계획을 세운다. 소련의 해체소식을 접한 후 레닌의 유체를 사와 레닌기념당을 만들어 입장료로 많은 수입을 올린다는 황당무계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그러나 레닌의 유체를 구입할 막대한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중, 마오즈와 협상을 생각해 낸다. 쾌활촌이 “퇴사”하여 자유로운 상태로 돌아가게 해 주는 대신 장애인들로 구성된 기예단을 만들어 전국순회공연을 하면서 레닌 구입비용을 모은다는 것이다. 쾌활촌민은 육체적 수난으로 인해 “퇴사”를 결심했지만, 그것을 위해 인격적인 수난의 수렁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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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閱讀/讀, 서재 2007. 11. 18. 03:58

혁명과 사랑


<물처럼 단단하게(坚硬如水)>(2001)는 성적 욕망이 가장 억압되었던 “문혁” 시기를 배경으로 혁명의 물길 속에서 사랑에 탐닉하였던 조반(造反) 남녀를 묘사하고 있다. 이들은 미친 듯이 조반하고, 우파의 집안을 뒤집어 놓았으며 폭력을 행사하고 비판을 주도하는 혁명을 단행하는 한편, 무덤이든 땅굴이든 인적 드문 곳을 찾아들어가 미친 듯이 사랑의 탐욕에 빠져들기도 한다. 특 히 주목할 만한 설정은 “혁명 가곡”의 반주가 울리는 순간 그들의 욕망 또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해진다는 점이다. 그들은 상대의 혁명적 열정을 사랑했다. 샤홍메이(夏紅梅)에게 가오아이쥔(高愛軍)은 혁명의 훌륭한 교과서였고, 가오아이쥔은 혁명의 이름으로 그녀에게 맹세한다.

 

“홍메이, 당신이 믿던 안 믿던, 당신을 위해, 나는 죽을 각오로 혁명을 완수하겠소!”

 

이 소설의 내부구조는 지상과 지하의 두 부분으로 나뉜다. “지상”은 혁명, 정치, 권력, 광명, 미래 등 거대한 붉은 글자들로 가득 찬 양(陽)의 세계이다. 이 부분은 문혁 시기 문학에 자주 사용되던 혁명과 사랑의 서사와 대응하도록 의도적으로 구성한 패러디로도 볼 수 있다. 반면 “지하”는 묘지, 터널, 정욕 등 음(陰)적인 욕망으로 가득 찬 세계이다. 혁명가곡에 의해 촉발되는 충동적인 욕망만이 이 두 세계를 연결시켜 준다.

 

한 편 이 두 세계는 작품 내부에서 두 가지 상이한 담론체계를 구성한다. 독립적이면서 서로 뒤엉켜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는 두 세계와 마찬가지로 정치 담론과 개인 담론은 서로 병치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면서 독특한 담론적 풍경을 보여준다.

 

문화대혁명 초기 마오쩌둥에 의해 행해졌던 중요한 언설들이 가오아이쥔의 입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지만 그건 어딘지 비틀어져 있다. 그것은 지극히 사적인 개인 담론에 의한 정치 담론의 전복을 통해 더욱 반어적으로 다가온다. 가오아이쥔과 샤홍메이가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도 혁명의 언어는 달콤한 사랑의 밀어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거기서 정치 담론과 개인 담론은 완전히 뒤섞인 상태로 나타난다. 옌 롄커는 정치권력의 담론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지상 세계의 견고한 자태를 묘사하는 동시에 지하 세계의 개인 담론을 통해 정치 담론을 해체하고 그것의 허위와 황당함을 까발리며, 그 부드러운 본질을 보여준다. 유희적인 문체 속에서 정치담론과 개인담론, 견고함과 부드러움 사이의 묘한 전환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 러나 상흔문학(傷痕文學)이나 반사문학(反思文學)이 정치담론의 개인담론에 대한 폭력을 강조하면서 둘 사이의 이원대립적 관계를 구성한 것과는 달리, 옌롄커는 그것이 양자 간의 묵계에 의해 서로 교환되는 것임에 더욱 주목하였다. 정치담론이 원초적 충동에 근거한 개인담론의 체계 속으로 들어오면서 둘은 서로 의존하기도, 충돌하기도 하며, 양자는 배척관계인 동시에 공모관계인 것이 드러난다.

 성 과 사랑에 관한 서사는 문혁 시기까지 다루기 애매한 주제였다. 그나마 사랑은 있었지만 성과 욕망에 관한 묘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성이 버려지고 그 자리를 동지끼리의 정치적 신념과 혁명 신앙이 대신한 것이다. 이는 20세기 초기의 소설에 대한 다음 평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남 자들은 혁명으로 인해 사랑을 얻고, 여자들은 사랑 때문에 혁명을 추종하는 줄거리가 사랑을 묘사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리하여 원래 생동적이고 미묘하여 규범 짓기 어려운 사랑의 체험은 협애한 혁명적 주제로 수렴되었고, 색정적이고 애욕적인 부분은 말끔히 씻겨나가 버렸다.”

 

“성적 욕망은 사회제도에 대한 잠재적 전복이다. 정욕이 싹트는 것은 이질적인 사회구성의 시작이다.”

 

성적 생산과 권력 생산을 미묘하게 중첩시켜 상징질서를 재조합하고 프롤레타리아 정치구조를 재검토했다는 면에서 <물처럼 단단하게>는 사회주의 사회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말: 이 책은 현재 2008년 출간을 예정으로 번역 중이라고 한다. 내 실력으로는 내용만 대충 파악할 정도다. 매끄러운 한글로 조만간 만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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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閱讀/讀, 서재 2007. 11. 18. 03:56

중국에 대한 가혹한 은유와 냉엄한 반어


형이하학적인 현실과 “고난”을 인성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사색의 도구로 삼아 자신의 스타일로 체화한 것은 <일광유년(日光流年)>(1998)부터이다. 허난성의 파러우 산맥(耙耬山脈)의 한 궁벽한 곳에 위치한 삼성촌(三姓村)의 주민들은 후도절증(喉堵絶證)이라는 특이질환으로 인해 대대로 40세를 넘기지 못한다. 39세의 촌장 사마람(司马蓝)은 식수가 발병원이라고 판단하고는 백리 바깥에 있는 강물을 끌어오려 한다. 이에 그의 연인 남사십(蓝四十)을 필두로 여자들은 몸을 팔고, 남자들은 화상환자들에게 자신의 건강한 피부를 팔아 모은 자금으로 도랑을 파지만, 흘러들어온 건 시커멓게 오염된 폐수였다. 질병 없이 40세 이상을 살겠다는 촌민들은 꿈은 부서졌다. 도랑을 파기 위해 감수했던 모든 고난은 물거품이 되었다. 사람들은 물에 뛰어들고 목매어 자살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사마람은 40세 생일에 병 없이 죽는다. 그는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깊은 절망으로 죽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바깥세상의 폐수를 마주하는 순간 유일하게 남아 있던 희망마저 사라진 것이다.


신중국의 농촌을 그린 이 소설은 옌롄커가 3년간 세 차례에 걸쳐 수정을 가하며 완성한 노작이다. “나는 이 작품을 살아 있는 인류, 세계와 토지에게 바친다. 이 작품은 또한 장차 내가 인류, 세계와 토지를 떠나게 될 때 남길 유언이기도 하다.” “고난”을 해결하려 할 때 더욱 큰 “고난”에 포위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통해, 그는 가난과 기아, 물질과 욕망이 착종된 농촌의 모순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신선한 언어와 대담한 의식, 시적인 상상으로 농촌생활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문단 내외의 주목을 받았으며, 중국의 농촌에 대한 전범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립된 유토피아가 만난 바깥세상의 폐수는 개혁개방 이후 전지구화의 오염에 물든 중국의 은유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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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閱讀/讀, 서재 2007. 11. 18. 03:48

농촌이라는 신화


 

제2회 루쉰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연월일(年月日)」은 천고에 다시없는 가뭄으로 모두 “바깥세상으로 떠나버린” 후 72세의 할아버지(先爺)만 남은 파러우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유일하게 남은 옥수수 싹을 키우기 위해 할아버지는 대자연에 완강하게 대항하고 있다. 소설은 지극히 고통스러운 할아버지의 생존상황을 묘사한다. 그는 집도 양식도 없이 쥐를 잡아먹거나, 물을 구하기 위해서는 잡아먹힐 위험을 감수하면서 먼저 웅덩이를 차지하고 있는 늑대와 대치해야 한다. 오직 눈먼 개 한 마리만이 그를 지키고 있다. 그는 개와 교류하고, 바람과 이야기하며, 자기 자신과 이야기한다. 쥐는 그의 양식을 훔쳐 먹고, 바람은 옥수수 싹을 쓰러뜨리며, 태양은 대지를 철판처럼 단단히 태워버린다. 옥수수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 할아버지는 자신의 몸을 옥수수 뿌리에 묻는다. 옥수수의 삶 또한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온갖 고난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할아버지의 살과 골수에 뿌리를 내려 인체의 양분으로 살아남아 결국 열매를 맺게 된다.

 

이야기는 생동적이되 결코 현실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반적인 농촌소설과는 달리 「연월일」은 구체적인 시공간도, 닭소리도, 사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 세계에는 할아버지와 개, 쥐, 늑대, 태양, 바람, 그리고 적막함과 황량함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추상적일수록 보편성을 얻어 소설에 등장하는 일련의 예술적 이미지들은 깊은 의미를 지닌 상징적 기호로 화한다.

 

“연월일”은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달마다, 날마다를 뜻하는 말이며, 유사 이래 인류가 겪어왔으며 언제나 일어나고 있는 대자연에 대한 항쟁을 상징화한 것이다. 「연월일」의 세계는 중국 농민의 생존환경에 대한 상징이며, 중국사회의 역사적 상징이기도 하다.


耙耧天歌——涨潮丛书




阎连科:与土地有关(节选)


“如果我写不好,不能怪任何人,只能怪自己对自己的束缚。
我首先要冲破自身的束缚,这一关冲不破,不要怪任何人。
解决了这一点,我觉得作品会比原来好一些。解决不了这一
点,不管社会怎么变化,我也写不出什么好作品。不在于意
识形态如何,在于你的内心勇气有多大”

郭玉洁/文

逃离土地:“文学改变了我的命运”

《生活》:你最早开始写作是在什么时候?我记得你说过,写东西可以把你带入不同的生活?

阎 连科:我出生在河南嵩县,是洛阳地区非常贫穷的一个县,改革开放二十多年来,一直稳居河南省人均收入倒数第一,偶尔掉到第二、第三,从来没有到第四。这样 的地方,饥饿是最重要的问题。再加上家里长期有病人,我大姐从12岁开始老是犯腰疼,又找不到原因,现在知道就是股骨头坏死,但当时谁也不知道,为她看病 花了好多钱。

我 老家现在变成了小镇,以前是公社(乡)所在地。每天中午,你会看见公社干部敲着饭盒,提着开水壶往食堂去了,每个月还能领几十块钱工资。当时我对他们羡慕 不已,心想能过上这样的生活,就是人生最大的理想了。但这样的生活首先要有个工作,解决了户口,说白了,就是逃离土地。

说 到写作,我一再说到,真是要感谢张抗抗。她有个小说叫《分水岭》,我是在1975、1976年看到这篇小说,内容提要上有一百多字,说张抗抗是下乡到北大 荒的知青,写出这个小说,出版以后,她就留在哈尔滨工作了。当时我觉得,写小说就可以去城里工作,哦,原来就这么简单,所以我就这么偷偷摸摸地写起来了。

《生活》:一开始写作就写长篇吗?是从长篇的结构出发去构思的吗?

阎连科:那时候哪知道什么长篇、中篇和短篇的区别啊,完全没有构思可谈,就写了二十多万字,然后就丢在家里当兵走了。

我后来一直说,还是文学改变了我的命运。

跟 你说心里话。当兵走,才第一次坐火车,在部队,第一次看见电视机,第一次听说中国有女排。在新兵连出黑板报,写点顺口溜的诗歌啊,写点所谓的散文诗啊,反 正压点韵就叫散文诗了。指导员一看,黑板报出得很好,就问我,你爱写什么样的东西?我说爱写小说。他说拿给我看看。我就给哥哥写信,哥哥说,这些稿子母亲 烧柴火的时候烧了,不过没烧完,还剩一些,就寄了过来。
我的命运好就好在,1979年打仗了,那个指导员非常爱才,他告诉我说,武汉军区有个创作学习班,在河南信阳,你去吧。万一我们的部队要去打仗,你就回来,但是他又说,你要实在回不来,也别那么赶,回来以后把连队的猪喂好就行了。我对这个人非常感激。

在 那个创作学习班上,我才知道什么叫长篇、中篇、短篇,知道有杂志叫《人民文学》,《解放军文艺》。真正的开始应该是这里。1979年,我在武汉军区的《战 斗报》发了一篇小说,叫《天麻的故事》。故事很荒唐,就是一个战士非常想入党,给指导员送了几斤天麻,指导员把天麻悄悄放在战士床头,又给他放了一封信。

我觉得那个小说能发表,主要是我抄了好多屠格涅夫的《白色草原》的风景描写。编辑一眼就看了出来,他说你这小说写得很好,人物也塑造得活灵活现,但是,你受屠格涅夫的影响太大了。

这 篇小说发表以后,在连里特别轰动。怎么突然之间来了一个新兵,在报纸上就发了大半版,那时候部队特别重视新闻,大家都吓坏了,就把我调过去搞新闻。但我搞 新闻真搞不来,又没参加过新闻学习班,就发一个小散文、小诗歌,只要你的名字在报纸上出现一次,就算发了一篇新闻。最后变成一个规定,名字在省级报纸上出 现五次,年底就记个三等功;如果在国家级报纸上出现一次,就记一个三等功,如果名字在国家级报纸上出现五次,马上就能提干了。但这怎么可能呢?怎么可能在 《解放军日报》、《人民日报》上发表文章呢?那个难度是极其大的。

所以我那时候就等着节日,劳动节、七一、八一,写个节日的诗歌呀、散文呀。那时候为了记三等功努力再努力,目的非常明确,就是为了提干,逃离土地,改变命运。

但不凑巧,1979年以后,战场上立过功的人都提干了。干部太多,上面就下文件说,全军停止直接从战士中提干,所有提干都必须经过院校培训。就是考大学了嘛,但还有一个规定,所有考生年龄不得超过21周岁,我当时22岁,那就是什么也不能了。

就 这样的情形维持了三年,考学也不行,提干也提不。就想退伍回家算了,我当兵三年,立了三个三等功,党也入了,就一心想回家当党支部书记。但走的时候,火车 还有半小时就开了,团长开着越野车从月台上飞驰而来,下了车就大叫,阎连科在哪里?在哪里?他一路小跑,一个车厢一个车厢地喊,找到我以后说,那年武汉军 区业余战士演出队在全军汇演的时候拿了一个第一名,其中独幕话剧是我写的。总政给武汉军区二十多个特殊的提干指标,也就是不需要考学,也不需要打仗立功。 其中写作方面,军里点名要我。

可是当时我退伍的手续都办完了,退伍的钱也花完了,粮票也寄回去了,连被子都没了。团长说,这样吧,你回家去,一个礼拜后回来提干,如果你不回来,这个指标就给别人了。

我 回家后和家里人商量。大家心情都很矛盾。回去吧,前线打仗还没完呢,不回去吧,这可是一生的事情。再说,家里也的确需要劳动力。那时候我哥哥在县邮电局工 作,晚上12点,他沿着河,打着手电,徒步三十里回来了,告诉父母说,让连科回部队提干去吧,在家里一点用都没有。说完坐了一坐,又徒步三十里回去了。

哥哥的一句话就这么决定了我的前途。第二天,家里把喂的一头猪卖掉,还110块的退伍费。我回到部队,年底提干。

这就是文学改变了命运。特别具体,特别现实。

(全文即将刊登于《生活》杂志2006年5月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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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閱讀/讀, 서재 2007. 11. 18. 03:40

군대와 향토

옌롄커의 창작경향은 크게 세 시기로 구분될 수 있다. 처녀작 이후 한참 뒤인 1986년에 중편 「작은 마을의 작은 강(小村小河)」을 발표하면서 그는 서서히 문단과 평론계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다. 이 시기, 즉 1981년~1989년까지의 초창기에는 작품 편수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줄거리의 구성과 서사기교의 측면에서도 별다른 특징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 해방군예술대학에 입학하여 정식으로 문학창작을 교육받은 1989년부터는 수적인 측면에서나 질적인 측면에서 비약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많은 문학상을 받기 시작했으며, 많은 독자, 평론가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이 시기부터이다. 「야오거우 사람들의 꿈(瑶沟人的梦)」, 「야오거우의 낮(瑶沟的日头)」, 「하일락(夏日落)」, 「천궁도(天宫图)」, 「토지를 찾아서(寻找土地)」 등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많은 작품이 이 시기에 발표되었다. 그의 창작경향에 있어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온 시기는 1995년이다. 군인작가, 신향토소설가로 정의될 정도로 옌롄커는 초기에 다량의 군사소설, 향토소설을 썼으며, 그 중 대부분은 중국적 이데올로기 내부에 함몰된 사회주의 리얼리즘적 경향의 소설들이었다. 작가 자신도 이 시기의 소설에 대해 “80% 이상이 쓰레기”이며, “이후 다시 읽을 용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평범한 창작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자기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작품은 「연월일(年月日)」과 <일광유년(日光流年)>부터이다.” 이때부터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장편소설을 창작하기 시작했으며, 문단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된다. 중국 당대문학의 중요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연월일(年月日)」, <물처럼 단단하게(坚硬如水)>, <쾌활(受活)> 등 대표작이 이 시기에 창작되었다.


20여 년간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지만 옌롄커의 작품세계는 두 공간으로 압축된다. 고향의 파러우 산맥(耙耧山脉)을 주요무대로 하는 “농촌”이 아니면 농민출신 군인 위주의 “군대”를 중심으로 그의 작품은 펼쳐진다. 그러나 군대를 소재로 한 옌롄커의 소설은 전쟁을 묘사하지도, 피아의 모순을 첨예하게 대립시키지도 않았으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싸우는 영웅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군사소설과 다르다. 옌롄커의 군사소설은 사실 군인과 군대의 신성함과 신비스러움을 해체해 버린다. 그가 형상화하는 것은 “농민”으로서의 군인, “사람”으로서의 군인이다. 전체적으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군인은 외형, 성격, 정신, 사상 등 모든 면에서 농민의 형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군인복장은 사실 농민의 특수한 복식이고, 군대는 사실 읍내 시장에 장보러 갔다가 잠시 머무는 객잔이다.”(<생사정황(生死晶黄)>) 이들이 입대한 목적은 도시에 남고, 간부가 되고, 입당하고, 고향에 돌아와서 촌장이 되거나 관리가 되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이 천착하는 유일한 세계는 “파러우” 산맥(耙耬山脈)이라는 지명이 연상시키는 쟁기, 농경의 이미지가 잘 보여주듯이 농촌이라고 할 수 있다.


가난과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은 그를 소설가로 만들었지만, 고향에 대한 애착은 그의 소설 곳곳에 고향 허난성에서의 삶의 흔적들을 남겨놓고 있다. 고향은 그에게 창작의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이다. “나는 할 이야기가 없을 수도, 쓸 거리가 없을 수도 없다. 내가 매년 나를 낳고 길러준 그 마을로 돌아가 걷고, 보고, 어머니, 누나, 형, 이웃의 말을 듣기만 하면 온갖 신기하고 진실한 이야기와 줄거리가 내 머리 속을 뛰어다닌다. 소설을 쓰고, 그런 방식으로 소설을 써왔던 건 내가 그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선택한 것이다. 내가 소설을 이런 모습으로 써낸 것이 아니라 생활이 원래 그런 모습인 것이다. 생활이 나에게 반드시 이렇게 쓰도록 했다. 나의 소설 구상은 어떻게 하면 생활의 내재적 논리를 위배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가 전부이다. 생활의 ‘내재적 논리’를 포착하되 모두들 표면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생활의 논리여야 한다는 것, 이것이 글쓰기의 관건이고 구상의 관건이다.” 그 또한 모옌과 마찬가지로 고향을 벗어나기 위해 소설가의 길을 가게 되었지만, 고향을 벗어나서는 소설을 쓸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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