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示衆'에 해당되는 글 99건

  1. 2010.01.09 관람 8
  2. 2010.01.07 fshanghai 첫번째 전시회 8
  3. 2009.12.27 익숙한 곳에서 길 잃기
  4. 2009.12.05 동면을 앞둔 곰처럼.. 8
  5. 2009.12.04 리히터의 음악 수첩 중에서 8
  6. 2009.11.26 사이 10
  7. 2009.11.18 등불 8
  8. 2009.11.03 야시카로 찍은 몇 장의 사진들 6
  9. 2009.10.30 turn left 4
  10. 2009.10.18 놀이터에서 7
示衆/明室 2010. 1. 9. 01:37

상해 현대미술관에서 ANIMAMIX 비에날레, 1월 31일까지.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한국작가도 참여.

이곳의 장점은 사진촬영을 금지하지 않는다는 것.
학생증을 제시하면 10원(1700원)이면 입장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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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  (0) 2010.01.22
fshanghai 첫번째 전시회  (8) 2010.01.07
사이  (10) 2009.11.26
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10. 1. 7. 02:08


"상하이, 7년의 여행"
                  지난 7년을 갈무리하며 새로운 발걸음을 딛기 위한 fshanghai의 첫 전시회

상하이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동호회 fshanghai는 지난 7년간 숨가쁘게 변화하고 있는 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담아 왔습니다. 와이탄의 상하이는 역사의 무게를 짊어지고 웅장하게 서 있고, 푸동의 현대화된 상하이는 이 도시의 미래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역사적 유물과 현실적 필요 사이에는 변화의 속도를 거부하거나, 상하이의 미래적 이미지를 위해 지워져야 할 공간도 곳곳에 상존합니다. 언제고 사라질 지도 모를 룽탕(弄堂)의 뒷골목들, 이미 철거된 건물과 거리 사이에서 여일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우리가 경유하는 단 한번의 찰나의 경험에서 겹쳐진 시간의 흔적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며 구경거리를 찾는 여행객일까요? 아니면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일상을 살아가는 이 도시의 거주민일까요? 여행객은 아니면서 완전히 내부인도 될 수 없는 우리의 자리, 그 경계가 주는 긴장을 의식하면서 우리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의 풍경을 새롭고 낯설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아직 fshanghai만의 색깔은 이것이다 라고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 공간을 살아가는 우리의 애정만은 분명하게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도 우리는 상하이를 향해 f값을 맞추고 있습니다.

* 이 전시의 수익금은 빈곤지역 학생들을 돕는 중국희망공정에 사용됩니다.


上海,七年之旅

       fshanghai首届摄影展——在沪韩人业余摄影社团看上海

 

  fshanghai是以上海为主要活动基地的摄影俱乐部,在过去7年之间,我们将日新月异的上海融入了照片之中。外滩代表着具有悠久历史的上海,浦东展现着现代上海,如此,我们便可以感受和想象上海过去与未来的伟大面貌。然而,我们也从中发现拒绝时代变化的空间,或者为了未来的城市形象而被删除的场域。我们不难遇到即将消失的弄堂和小街背巷、在已拆除的建筑物街上生活的人们……。透过镜头,我们想在刹那间的经验中捕捉重叠的时间痕迹。


  身为长住上海的外国人,不时提问:我们是寻找热闹的游客还是已在上海安家落户的居民?意识到此种边界身份以及该身份赋予给我们的边缘立场后,渐渐地、自然而然地,我们在已经熟悉了的日常生活景象中寻找着一种自己的观看方式。迄今为止,我们尚未呈现出fshanghai特有的色彩,而我们但愿能够彰显我们对上海的热爱,今天仍然把自己的光圈对准上海。

 

*此摄影展的收益将捐献于中国希望工程。




상하이에서 활동 중인 사진 동호회 fshanghai에서 첫 번째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기간은 1월 16일에서 29일까지.
장소는 상해 한국문화원.

1년 넘게 유령회원으로 사이트를 기웃거리다가, 작년 한해는 얼굴을 내밀고 직접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면서 참 많이 배우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으며 혼자서는 쉽게 갈 생각을 못하는 상해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고마움을 생각한다면 전시회 준비에 힘을 더 많이 보탰어야 했는데, 내가 해야 하는 일에도 허덕거리는 상황인지라 시간이 허락하지 않더군요. 쉽게 약속하고 지키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간다는 자책감이.. 물론 나뿐 아니라 회원 대부분이 각자 바쁜 사람들인지라, 애초의 계획대로 움직이기 쉽지 않은 면이 있었죠.

지난 7년간 축적된 좋은 사진을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회원이 찍었거나 원판이 남아 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용할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또 사진전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해 하반기에 바이러스 때문에 사이트가 잠시 먹통이 되었다는 점도 준비에 치명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시회 준비를 하며 신참회원들의 사진이 대폭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점은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전시회가 결과적으로 보여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이죠.

상하이에 머무시는 분들, 1월 중순에 상하이에 들릴 예정이신 분들께서는 전시회 구경 오세요~
그게 아니더라도 fshanghai 사이트에 들러서 좋은 사진 많이 구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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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8) 2010.01.09
사이  (10) 2009.11.26
등불  (8) 2009.11.18
Posted by lunarog
示衆/flaneur, p.m. 4:30 2009. 12. 27. 01:04
처음 뭔가를 시작한 사람이 가지기 마련인 "열정"으로, 이미 오랫동안 그것을 지속해온 사람의 매너리즘을 탓할 수는 없다. 언제 식을 지 모르는 열정이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만으로 어떤 일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신참자의 눈에 구태의연하게만 보이는 저들은 그 열정을 거쳐온 사람들이며, 열정이 사라진 후에도 계속 그 일을 하고 있는 자들이다. 두둔할 생각은 없다만 처음으로 그들에게 감탄해 본다. 문제는 열정이 사라진 후 그 일을 계속할 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나는 모른다는 점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열정이 솟아나게 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건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려는 노력이 언제나 필요할 텐데, 그렇게 익숙한 곳에서 길을 잃는 것도 그의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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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0.04.17
동면을 앞둔 곰처럼..  (8) 2009.12.05
리히터의 음악 수첩 중에서  (8) 2009.12.04
Posted by lunarog
示衆/flaneur, p.m. 4:30 2009. 12. 5. 17:34
최근에 느낀 건데, 계속 배가 고프다.
자주 가는 식당 음식이 물리기도 하고, 반찬을 네 종류에서 세 종류로 줄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이유를 찾았는데,
문득 해마다 이맘때 즈음해서 반복적으로 배가 헛헛했단 걸 깨달았다.
먹어도 살로 가지 않는 유전적 특징 때문에 내 몸에 지방이 많이 부족한데, 그래서 갈수록 겨울이 고달프다.
추위가 바로 뼈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아마도 추위를 이기기 위해 몸이 지방 성분을 원하는 것 아닐까?
이것은 여름 무더위에 맥없이 늘어지는 헛헛함과 분명 다르다!

마른 몸매를 생각할 때 동면을 취하기 직전 독오른 뱀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쥐나 개구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잔머리는 조금 굴려도 영악하지는 않다.
아무래도 동면을 취하는 날씬한 동물 중에 적당한 놈을 하나 골라 토템으로 삼아야겠다.
그때까지만 우선 곰.

그렇다고 쑥과 마늘로만 버틸 순 없고
허기를 달래기 위한 간식을 준비해 본다: 고구마, 감자, 계란.

집앞 슈퍼에서 고구마를 사서 한번에 여러 개 삶아 두고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먹었다.
근데 왜 난 중국에는 밤고구마를 못 먹어봤을까.
얼마 전 달성보 기공식이 열린 달성군 논공면에서 한 일이십 리를 돌아서 내려가면 나오는 우리 동네 강변은
땅이 좋아
심었다 하면 뭐든 잘 자라고 맛있었다.
물론 고구마도 밤고구마!
잦은 홍수 피해로 정부에서 땅을 매입한 뒤 놀려두면서 경작하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홍수를 빌미로 보다 큰 댐을 만들고 새로운 댐 바깥의 농지를 없애던 그 때 이미
그토록 원대한 계획이 시작되고 있었던 셈.
난 그저 타박타박 맛있는 고구마를 먹고 싶을 뿐.
세상 좋다.
지도로 보면 왜 저 너른 땅을 두고 별로 아름답지도 않은 귀퉁이에 터를 잡았을까 싶다.
그치만 저렇게 좁아 보여도 사오십 가구가 그럭저럭 먹고 살았던 셈.
지도 좌상단의  굽이치기 직전에 위치한 파란 점은 도동서원이고,
중앙에서 비스듬히 내려오는 하얀 선은 중부내륙도로,
우측의 평야는 현풍면, 우측 상단의 공단지구가 논공면이다.
곧 우리 동네 앞으로 낙동운하가 흐를 예정이다.



최근 인터넷 접속에 문제가 많아 중국전신에 다녀오는 길에 근처에 마트가 새로 생긴 걸 발견했다.
얼마 전에 깨뜨린 컵이며 잡다한 것들을 사고, 식품 코너에서 고구마와 감자, 계란을 골랐다.
고구마는 종류가(그래서 가격이) 다른 걸 섞었다고 다시 골라 오라길래 귀찮아서 두고 감자와 계란만 사왔다.
나 어릴 적 우리 동네에는 호박 고구마니 뭐니 하는 것들은 없었다구. 그저 밤고구마면 끝이지.
이사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진 소금도 사고.

헛헛한데 지방을 보충해야 하는데 하면서 결국은 이런 것들만 샀군.
어쨌든 지난 밤 삶은 감자의 맛은 정말 감동이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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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7) 2009.10.18
Posted by lunarog
示衆/flaneur, p.m. 4:30 2009. 12. 4. 17:34
리히터? 리흐테르? Richter..
러시아어 발음은 리흐테르인가?
중국어로는 리허터里赫特, 칼 리히터는 리시터李希特. 그러니 리흐테르가 맞나부다.
(중국어 e발음을 따져서 억지로 표기하면 "리흐어터어" 정도.)


스터디 시작을 기다리며, 반군의 집에서 (그도 빌렸다는) <리흐테르>를 들춰보다가 몇 구절 옮겨 본다.
젊은 날의 리히터가 멍때리고 앉아 있는 표지와 전기 부분은 건너뛰고 음악수첩에 적힌 메모를 몇 구절 골라봤다.
음악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 건 별로 익숙하지 않은데, 음악을 말로 바꿀 필요가 나에겐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그런 대화를 나눌 일이 없다. ^^;;

리흐테르 - 10점
브뤼노 몽생종 지음, 이세욱 옮김/정원출판사

p.260부터..

리히터,슈만, <후모레스케>, op.20. 1970. 24/12
내 녹음을 들을 때마다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언제나 내가 예상하던 것과 완전히 똑같은 것을 듣게 되기 때문이다. 신선함도 의외성도 발견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실망감...

1.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예전에 써 놓았던 것, 자신의 흔적이라고 할 만한 것을 우연히 다시 접하면 대견하다는 느낌이 우선 들곤 한다. 당시에는 자신의 한계를 실감하다가 어쩔 수 없이 봉합한 것인데도, 다시 보면 의외로 신선했던 발상이랄까 그런 게 보이는 것이다. 그만큼 자기 글에 객관적인 거리를 확보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자신이 아무런 진전도 없으며 오히려 그 때만도 못한 처지임을 그런 대견함에서 발견하게 된다. 우리 범인들은 계속 과거를 부여잡고 기억되기를 바란다. 그게 나의 과거이든 찬란한 역사적 과거이든. 꽃다운 시절이며, 모든 고대는 위대하다! 반면 몽상가들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기획한다. 하지만 미래는 장래가 되지 못한다. 창조는 현재 그 순간, 자기가 있는 그 자리에 집중하는 것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창조적인 순간을 사는 사람들의 어떤 태도를 리히터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지나간 자신의 모습에서 더 이상의 의외성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은 그가 그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넣었기 때문일테다.
그 다음은 거기에 매이지 않고 다음 발걸음을 딛는 거겠다.(너무 흔한 말인가?)
열심히 공부해서 (그것의 결과로) 예전에 했던 말을 반복하거나 자기 논리를 보강하는 우를 피하는 것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 듯. [위의 흔한 말과 마찬가지로 말이야 쉽지.]
..

2. 녹음을 듣는다는 것. 오직 현재 뿐인 음악의 흐름을 무한반복하는 이상한 행위. 그게 완벽하게 똑같은 음악일까? 자신의 녹음에서 실망감을 느끼는 리히터와는 입장이 다른 우리는, 그 순간을 매번 다른 창조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다. 현장에서와 같이 거기서 그가 떠나고 나면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절박함은 없겠지만, 우리는 매번 오직 한번 뿐인 흐름에 참여하는 것이다. 듣기 나름이다.


바흐, 영국 모음곡 3번 G단조. S.R. 1971, 24/10
어떤 작품이 정확히 연주되기만 한다면 녹음기술이 어떠하든 그것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많은 음악 애호가들은 녹음기술의 질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는 그들이 녹음기술의 문제를 잘 알고 있고 음악보다 기술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연주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 이런 현상은 기계와 기술이 지배하는 이 시대의 반영이다. 사람들은 자연과 참다운 인간적 정서로부터 더욱 멀어져 그들 스스로 차츰차츰 기계가 되어간다.
...
바흐를 다시 연습하는 게 좋을 듯하다. 결국 그는 모든 음악의 '시작이자 끝'이다. <영국 모음곡 G단조>는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조화와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이다.


1972. 25/11. 평균율 클라비어
.. 때때로 바흐를 듣는 것은 단지 정신 건강의 관점에서도 나쁘지 않다.

평균율 1권 연주는 마음에 드는데, 2권 중 일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구절도 있었다.

하루키가 1Q84를 평균율의 구성에 따라 썼다고 하는데, 그게 어떤 의미일까.
수학도 모르고, 음악도 모르고, 소설도 잘 모른다.
다만 1Q84도 2권 도입부터는 좀 늘어졌던 것 같다..

29/12
글렌 굴드의 장점은 음색.. 그러나 더 깊은 통찰과 엄격함 요구...

암튼. 내가 아래 곡을 틀어놓는다면 그것은 단지 정신건강을 위해서이다.
중국에서 처음 샀던 이 네장짜리 씨디는 이제 flac 음원으로 추출해서 들고 다닌다.
한번 틀어놓으면 한참은 뭘 들을까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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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으로 되돌아간 뒷산  (4) 2009.10.17
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11. 26. 20:39

가을과 겨울 사이
오후와 저녁 사이
비가 살짝 내린 땅과 하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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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hanghai 첫번째 전시회  (8) 2010.01.07
등불  (8) 2009.11.18
야시카로 찍은 몇 장의 사진들  (6) 2009.11.03
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11. 18. 00:14
지난 토요일에 꼬맹이 데리고 청계천에 다녀왔습니다.

종료 전날이어서인지(22일까지 연장되었다는군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구경하고 계시더군요. 사람들 손에는 제각각 온갖 종류의 사진기를 들고 있었고, 삼각대를 장착하고 제대로 담고 있는 분도 많더군요. 굳이 많이 찍을 필요는 없겠다 싶더군요. 어차피 50미리 단렌즈만 장착하고 갔으니..

게다가 꼬맹이가 계속 안아 달라고 하고, 또 걷게 했더니 어떤 아가씨 가방에 눈이 찔리기까지 해서 안아줄 수밖에 없었어요. 그분을 탓할 수도 없는 게..  앞만 보고 걷다 보면 앉은키 크기의 꼬맹이가 보일 리가 없죠.

꽤 규모가 있나 보던데 전체를 다 보진 못했어요.
뽀로로와 친구들이 모여있는 곳까지도 못간 것 같아요.
우리 꼬맹이는 신랑신부 결혼하는 등이 제일 이쁘다던데, 마침 그건 못 찍었네요.


"잠깐 멈추시오"

원래 이쪽이 입구였나 보던데.. 건너편에서 들어와 이쪽 계단으로 나가다가. 흠칫 놀라서 쳐다보았죠.
일본의 독특함이 살아있어 좋더군요. 중국 등을 제대로 담지 못해 아쉬워요~
하지만 보다 노출이 적절하고 색감이 풍부한 온갖 등불사진들이 웹에 널려 있더군요. 아쉬워할 필요가 없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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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10) 2009.11.26
야시카로 찍은 몇 장의 사진들  (6) 2009.11.03
turn left  (4) 2009.10.30
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11. 3. 00:01
구석에 처박혀 있던 어르신의 야시카 일렉트로35GS를 꺼내 필름나라에서 밧데리를 사서 끼워넣고 사진을 찍어봤다.
벌써 한참 전인데, 첫번째 필름은 빼는 법을 몰라 통채로 날려 먹었다.

바로 옆에 사진처럼 카메라 하단부에 있는 필름되감기 버튼을 누르는 걸 깜빡했기 때문이었다. 매뉴얼을 다시 확인해 보고서야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었다.

한글매뉴얼은 다음 카페에서 찾을 수 있다 : 야시카 일렉트로 35

두번째 필름에서는 딱 두 장 건졌다. 모조리 노출부족이었다.

의욕상실로 필름만 장전해 두고 거의 찍지 않은 채 한동안 방치해 두었다. 필름 한 통 이리저리 찍고 돌아다닌 게 얼마나 우스운 꼴이 되어 버렸나.

야시카도 "가난한 자의 라이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는데, 안 믿기로 했다. 쏘련 카메라를 포함해 이 당시 저런 형식의 카메라는 죄다 저런 별명을 흉내내고 있더라.

어쨌든 SLR하고는 달라서 초점도 이중상합치식이고(이건 그런대로 금방 적응이 되는데), 또 이 카메라의 경우 셔터속도 조절기능이 없다. 필름감도 맞추고 조리개를 조절하면 셔터속도는 카메라가 알아서 하게 되는 모양이다. DSLR에서도 조리개 우선모드를 자주 사용하는데, 그것과는 감이 다르다. 그니까, 노출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특히 실내에서 찍은 사진은 카메라가 지시하는 대로(??) 빨간불, 노란불 다 안 들어오도록 했는데도 모조리 아래와 같다.(사실 이것도 그나마 나은 축에 속하는 것들이다.. ㅡㅡ;;)

그나마 자연광이 조금 있는 곳으로 가면 나은 편인데,
자동보정으로 살짝만 만져줘도 오른쪽 곰돌이처럼 된다.
아마도 신경써서 보정하면 색감이나 빛을 꽤 살릴 수 있을 듯하다.
(이번 사진들은 비교를 위한 것이므로 이 곰돌이 외에는 보정이 되어 있지 않다.
단, 필름스캔할 때 코스트코에서 어떻게 만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햇빛이 비치는 곳으로 가면 확실히 그런대로 노출이 맞는 것 같다.

필름을 장전시켜 놓은 채 너무 오래 두는 것도 좋지 않을 듯해서, 들고 나가 막 찍어 보았다.
그런데 왠걸, 밝은 곳에서 찍은 사진들은 왠만했다. 바로 아래와 같이..
제일 위쪽 첫번째 사진에 희뿌연 부분이 형광등 때문이라면,
여기 오른쪽 사진의 희뿌연 부분은 직사광선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용산에서 걸어가면서 초점도 제대로 안 맞추고 막 찍었다. 이 사진기는 그야말로 야외 엠티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르신이 야전군인이셨으니 적절하게 활용하지 않았을까?) 노출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잘 파악이 안 되는데, 야시카 카페에 올라온 사진들은 야경이나 실내사진들도 잘 나오는 걸 보면 카메라 자체의 문제는 아닐 것 같다. 내가 제대로 못 다뤄서 실내 사진이 죄다 그렇게 된 게 분명한데. 어쨌든 나같은 초보는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고, 다만 셔트속도를 조절할 수 없다는 게 상당히 제약이 된다. 반대로 빛이 좋은 야외에서 막 찍을 때는 상당히 편할 수도 있겠다. 거의 신경쓸 게 없다.



하드는 결국 복구불가 판정을 받았다.
한국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물리적 충격(불안정한 전압? 혹은 살짝 위험했던 아답터 때문?)에 의해 고장난 하드는 30만원 이상을 줘야 했는데, 미리 백업받지 못한 꼭 필요한 몇 가지 자료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업체에 맡겼지만 복구할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새 하드로 교체받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요즘 여러 가지로 되는 일이 없다.
계획하고 있던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막히고 있다.
내 일처리하는 방식은 분명 문제가 많고,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조금씩 곪아 터져나오는 것일 테다.
올해 운수가 아주 안 좋다고, 연초에 돌팔이 점쟁이가 말한 게 맞아 떨어지고 있는 걸까?
더 이상 쪽팔릴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하루하루를 운영하는 방식을 전면수정할 필요가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어줬던 사람들이 사라지기 전에.


암튼 서울의 하늘은 더럽게 파랗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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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8) 2009.11.18
turn left  (4) 2009.10.30
흔적에 관한 정물  (12) 2009.09.21
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10. 30. 00:14
Posted by lunarog
示衆/flaneur, p.m. 4:30 2009. 10. 18. 17:54

한국에 와 있는 동안은 아이와 놀이터 가는 게 중요한 임무이자 낙이다.
힘이 쏙 빠지도록 놀아도 더 놀고 싶어하는 아이 때문에 조금 지칠 때도 있지만. 그런 실랑이도 재미다.

나는 도시의 놀이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적이 없기 때문에 잘 몰랐는데, 요즘 초등학생들 참 재미나게 논다.
우르르 몰려와서는 뭔가를 읽고는 다른쪽으로 또 우르르 몰려다니길래,
궁금증이 생겨 나도 슬쩍 끼어 보았다.


나도 번호 순서대로 하나씩 쫓아가 보고 싶었지만 아이를 내버려두고 그럴 순 없어서.. ㅠㅠ
게다가 이런 놀이가 여러 번 반복된 듯, 순서 배열을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위 사진들 중에서도 순서가 있는데 굳이 순서대로 사진을 배치하지는 않았다.
암튼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노는 모습들이 참으로 재미나서,
나도 제발 좀 끼워달라고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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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으로 되돌아간 뒷산  (4) 2009.10.17
예의없는 것들, 폭죽  (10) 2009.09.18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