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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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9.21 내 웃음의 무게 4
  3. 2009.09.20 핵주먹 6
  4. 2009.08.25 하얀 성
  5. 2009.08.23 수저우허 9
  6. 2009.08.23 내 이름은 빨강 9
  7. 2009.08.16 깃발 10
  8. 2009.08.10 비가 오면 잠시.. 7
  9. 2009.08.04 파란 하늘이.. 4
  10. 2009.07.31 흡혈 필름 2
示衆/明室 2009. 9. 21. 02:14

카메라는 어딜 가서도 예쁜 빛을 찾고, 그림이 될 구도를 잘라내는 것 같습니다.
그냥 연습하는 거다. 라고 생각하지만,
빈민가, 철거촌, 뒷골목에서 무엇을 발견해 내고, 어떤 걸 담아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이런 곳을 돌아다니며, 우리는 너무 쉽게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거라 착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은 그림, 그 너머에 뭐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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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9. 21. 01:30


상해기차역 부근에는 재개발을 위해 철거가 진행중인 곳이 여럿 있다.

여행객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배제시킬 수 있을까? 카메라를 들이대어도 될까? 사는 곳을 침범받았다고 느끼시지나 않을까? 평소부터 자주 가 보고 싶으면서도 이런저런 생각들 때문에 조심스러웠는데, 오히려 먼저 말을 걸어오는 그곳 주민들의 스스럼없음에 환대받는 기분마저 들었다. 어느 정도 예외적인 환대였을 듯한데,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또 하나. 카메라는 이런 곳을 너무 아름다운 이미지로 바꿔 버린다. 모든 사진이 사회고발 리얼 다큐여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일단은 예쁜 빛을 찾아 적절한 구도로 현실을 잘라내려는 욕망을 벗어날 수 없다. 게다가 너무 쉽다. 어디나 똑같은 도시와 그 속의 자질구레한 일상을 의미있는 것으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 익숙함에서 순간 떠오르는 불균형이나 균열을 발견하는 것은 아주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고, 머뭇하는 사이에 지나쳐 버리곤 한다.

낡은, 오래된, 곧 사라질 곳은 공간 자체가 가진 시간의 힘이 꽤나 무겁다. 그 공간을 아주 조금만 보기 좋게 떼어내어도 그 이미지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고, 그 시간 속에 발을 담근다는 것만으로 자기가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착각.

막말로 폐허 더미에서 예쁜 색깔만 찾을 수도 있다. 수십년 동안 칠하고 벗겨지고 다시 칠하고 또 벗겨지기를 반복해온 대문의 색깔은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된 듯 흉내낼 수 없다.
 
혹은 어떤 형체들만 잘라낼 수도 있다.


아이가 앉아 있는 벽돌 잔해들은 어느 시냇가 자갈돌처럼 반짝인다. 한참을 어슬렁거리며 꼬마의 주위를 서성였다. 우리끼리 놀기도 하고 그곳 어르신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하는 사이 아이에게서 경계하는 눈빛이 사라져갔다. 어쨌든 이곳은 그녀의 놀이터였다. 또래인 딸의 얼굴이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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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9. 20. 19:37

재기를 꿈꾸는 왕년의 챔피언, 상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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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8. 25. 00:42

이 사진에는 사진과 별 관계없는 댓글이 재미없게 달려있습니다.

시작은 다른 사진에 제가 댓글을 단 "차이나" 때문이었죠.
중국에는 철거대상 건물의 벽에 철거를 뜻하는 글자 "차이"(拆)를 써둔답니다. 아마도 자장커의 영화 "삼협호인"을 보신 분들은 낡은 벽에 쓰여진 그 글자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luna   2009-08-17 22:16:23 [delete]
차이나(拆那; 거기 철거해!)니까요! ^^



움직여라   2009-08-17 23:53:08
luna // 차이나 (拆哪:이번엔 또 어딜 철거하지?) 아니었던가?



luna   2009-08-18 03:01:47 [delete]
그랬나? ^^;;



luna   2009-08-18 03:16:03 [delete]
拆那 맞는데요? 서로 본 게 다른 듯.. ㅋㅋ

http://bbs.laobeijing.org/dispbbs.asp?boardid=43&Id=6942
http://www.flickr.com/photos/tempofeng/1900632261/

사실 拆那이든 拆哪이든, 여기저기 철거를 일삼는 중국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중국의 영문명인 "차이나china"를 가지고 말장난을 친 것임은 분명합니다.



움직여라   2009-08-23 15:12:03
拆哪에 대하여...
작가 王朔가 80년대에 이미 사용했던 표현이래. 내가 알기론 이게 china = 拆哪의 원조이고,
그 뒤로 拆哪든 拆那든 광범위하게 퍼진 듯해. 사실 지난 답글 쓸 때 난 王朔까지만 알고 있었고
요즘에 그게 그렇게 유행어처럼 널리 쓰이는 건 잘 모르고 있었어. 누가 맞다 틀리다 할 문제는 아닌 듯.
(이제서야 상해 돌아와 접속한 관계로 지난 답글의 회답이지만 여기에 씀. 이 사진 역시 拆那来的잖아? ^^)



luna   2009-08-23 16:06:26 [delete]
예. 저도 둘 중 어느 게 맞는 표현이라고 우기진 않았구요..
다만 제가 먼저 본 게 잡지 표지와 무슨 미술작품에서 사용된 문구였어요.
실제로 이미지 검색해보면 拆哪가 더 많이 나오더군요..
먼저 쓴 게 王朔였나 보죠?



움직여라   2009-08-23 18:42:58
아, 그게... 내가 (마치 맞다 틀리다 확인하듯) "이거 아니었나?"라고 했던 게
나는 王朔가 그렇게 썼던 것"만" 알았기 때문에 한 말이고,
그렇게 이거냐 저거냐 할 게 아닌 걸
요즘 많이들 그렇게 쓰는 걸 모르고 그랬다는 뜻.

사진을 올린 동호회 성격과는 맞지 않지만,
뭐. 우린 평소 이렇게 놉니다. 술자리에서도 커피를 마시면서도, 혹은 예전에 수업시간에도 그랬었나?


상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 오래된 건물이나 유물들이 꽤 있는 편입니다. 상해의 역사가 150년 정도밖에 안 되니 그 이상의 역사적 유물은 기대하기 힘들지만요. 황포강을 경계로 서쪽(포서)은 고치더라도 옛 모습 그대로라는 원칙을 유지하고, 황포강 동쪽(포동)은 최신식으로 막 짓습니다. 포서의 옛 프랑스 조계 지역의 서구식 주택도 꽤 보존이 잘 되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시각에서 보존할 가치가 있는,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것들만 그런 원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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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8. 23. 17:39

때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깨끗하게 세탁해 버려야 합니다.


그래도 지워지지 않는 때는 태워야지요.


곳곳에 살아가는 흔적이 배어 있지만


청소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2010년이 다가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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示衆/明室 2009. 8. 10. 10:51

비가 오면 잠시 쉬었다가 가도 되겠죠?
보슬비가 내리는 어느날 타이캉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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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示衆/明室 2009. 8. 4. 04:04

상해에 있다 보면 이렇게 흔한 풍경이 가끔 그리워질 때가 있다.
7월 중순, 상해에 다시 돌아올 때는 습한 열기에 숨이 막혀왔다.
그런데 몇 주째 선선하다 못해 추울 지경이다.
지난 주는 비가 계속 왔고 긴 옷을 꺼내입어야 할 정도의 날씨가 되었다.
창문을 열어놓고 자다가 몸살까지 왔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야 한다. 덥다 덥다 욕하는 재미라도 없으면 여름을 어떻게 보내나.
이래저래 몸도 마음도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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示衆/明室 2009. 7. 31. 18:04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 같습니다. 시커멓고 딱딱한 고체 덩어리인데도 유효기간이란 게 있고, 그 기간이 지나면 서서히 죽어간다네요. 우유도 아닌 것이 냉장보관해야 한다니요.

빛을 보면 안 된답니다. 강한 햇빛을 직접 보면 생명을 다하기 때문에 항상 관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군요. 자기가 벰파이어인 줄 아나 봐요. 벰파이어는 피를 빨아 먹지만, 이 놈은 빛을 먹고 삽니다. 어두운 관 속에 숨어 있다가, 어두운 방 속으로 기어들어가 슬며시 새어나온 빛을 자기 몸에 각인시키죠. 너무 강한 빛도 싫고 너무 약한 빛도 싫어합니다. 딱 적당한 빛을 적절한 순간에 줘야만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갑자기 필름이 벰파이어같이 생각되는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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