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색ㅣ계>는 1940년대 상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배경으로 하기에 그 시절의 상해 모습을 언뜻 살필 수 있다. 와이탄이나 프랑스 조계 등 비교적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들은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사는 운하 옆 허름한 집 같은 경우 주변의 소도시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미션 임파서블3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본부에서 알려주는 지도로 볼 때 와이탄에서 북쪽으로 홍구로 넘어가는 장면이어야 하는데, 그 장면은 상해가 아닌 시탕(西塘)에서 촬영되었다. 현대화된 상해(푸동, 와이탄) 뿐 아니라 전통적인 가옥이 늘어선 시탕의 이미지가 중국이란 표상을 외국인에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했을 것이다 정도로 이해해야 되겠다.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톰 크루즈가 달려갔다면, 아래 지도의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 다리를 넘어가야 했을 것이다.)

<색ㅣ계>에서 이 장면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여주인공 왕자즈는 이 선생에게 점점 마음이 기우는 한편 빨리 암살기회를 노리라는 독촉을 함께 받는다. 이때 이 선생이 불러 이 다리를 넘어 홍구(虹口)로 건너간다. 이 다리는 즉 영국조계지인 와이탄에서 일본조계지라 할 수 있을 홍구로 넘어가는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다리를 지나면서 왕자즈의 마음 또한 어느 한쪽으로 넘어간다.

10월1일 국경절을 맞아 오랫만에 와이탄에 나갔다가 일행과 헤어져 와이탄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와이탄을 따라 나 있는 중산동일로는 공사 중이라 먼지가 자욱했다. 오랫만에 쑤저우허를 따라 올라가면서 골목길을 쏘다닐 셈이었다. 그 전에 와이바이두 다리만 건너면 있는 푸장호텔에 가서 화장실을 쓸 생각이었다. 이 호텔은 상해 최초의 호텔인 리차드 호텔(1846년)을 이전 개축한 것으로, 현재 남아 있는 건물(1907년)도 꽤 보존가치가 있고 내부도 고풍스러운 맛이 남아 있다. 2005년(?)까지는 여행객을 위한 저렴한 방도 제공되었으나, 이후 상해시 보호문물인가가 되고부터 방값이 대폭 올라버렸다. 투숙은 못하지만 급한 볼일은 볼 수 있겠지.

 

그런데, 길은 다른 곳으로만 뚫려 있고 와이바이두 쪽은 공사장 철문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이 때만 해도 사태파악을 못하고 건너편에 있는 브로드웨이 빌딩(上海大厦, 현재broadway mansions hotel)과 푸장 호텔(浦江饭店; Astor House Hotel), 러시아 영사관 등을 찍기 위해 살짝 열린 철문 사이로 들어갔다. 뭔가 이상한데 하면서도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상해는 워낙 공사중인 곳이 많아 뭐 또 새로운 건물 하나가 들어서나 보다 생각했을 뿐. 뒤돌아서 나온 후 우회도로를 따라 다른 다리로 가서야 이 다리가 사라진 것을 눈치챘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와이바이두 교 옆에 있는 고가도로(吴淞路闸桥)를 철거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도 같다. 그런데 아래 사진처럼 고가도로만 남아 있었다.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정보를 확인해 본다.

 

확인 결과 설계 당시 50년 수명이었던 이 다리는 100년을 잘 견딘 후 2008년 3월 1일부터 통행금지, 4월 7일 해체한 후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 와이탄 등지의 건물에 적용하고 있는 "옛 것을 옛 모습 그대로 고친다(修旧如旧)" 라는 원칙에 따라 와이바이두 다리도 다시 50년의 수명을 얻게 될 것이다. 아마도 내년(2009년) 1월 15일 수위가 올라갈 때 원래 위치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와 동시에 진행되는 공사가 와이탄 앞의 도로(중산동1로)를 정비하여 와이탄에 보행도로를 넓히고 광장을 신축하는 계획이다. 와이탄 앞 도로가 지금 먼지를 날리는 이유가 바로 이 공사 때문이다. 와이탄 남쪽의 연안고가를 철거했고, 북쪽의 와이바이두 다리도 철거했다. 와이탄이 현재 처리하는 교통량이 엄청난데, 그것을 모두 지하로 옮기고 지상은 최소한의 도로만 남겨둔 채 공원화하는 계획인 것이다. 일단 지하를 달려야 하는 차량들은 조금 괴롭겠지만, 상해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을 와이탄은 자동차의 방해를 덜 받고 훨씬 넓고 쾌적하게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와이탄의 광장 조성 계획은 추후에 포스팅 예정)

 

 

아래는 내가 놓친 다리의 해체작업에 관한 사진을 찾아 옮겨 놓는다.

 

저수위일 때 운반선이 다리 밑으로 들어간다. 운하 위쪽에서 물을 방류하여 수위를 높이고, 운반선에서는 내부의 물을 배출하여 운반선이 다리에 닿게 한다. 그 다음은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각 그림에 대한 중국어 설명을 번역한 게 아니라, 다른 신문 등의 내용을 뭉뜽그려 간단히 설명한 것임). 다리는 현재 민성루 부두(民生路码头)로 옮겨져 수리 중이다.

 

 

다리가 사라지기 전 모습은 아래와 같다. 와이탄(황포공원)에서 홍구쪽을 바라보는 모습과, 그 대각선 위치에서 푸동쪽을 바라볼 때 와이바이두 다리 모습이다.

 

사실 이렇게 흉물스러운 쇳덩어리 다리가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것도 상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중국" 하면 떠오르는 아치형의 자그마한 다리의 운치도 없고, 건너편 푸동의 동방명주와 어울릴 법한 현대적인 맴시도 없다. 우리나라였다면 6.25로 폭파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70년대 정도에 철거되어 이상하게 촌스러운 콘크리트 다리로 바뀌었을 것이란 상상도 해본다. 허허벌판이던 푸동은 완전히 최첨단으로, 황포강 서쪽 포서는 될 수 있으면 옛 모습 그대로, 이것이 상해 도시관리의 기본정책이다. 어쨌든 상해 토박이에게 이 다리는 아주 각별한 것이라, 철거 직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원래 모습 그대로 복원된다 하더라도 자기 기억에 있는 그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려는 뜻일 것이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와이바이두 다리의 옛 이야기를 올려볼까 한다..

 

쑤저우허의 33개 다리: http://www.news365.com.cn/wxpd/sh/mjsh/200804/t20080421_1841590.htm
모형: http://www.modtoy.com/index.php?gOo=article_details.dwt&articleid=1271
Posted by lunarog
올해도 상하이 여행축제(上海旅游节; Shanghai tourism Festival 2008)가 열리고 있다.
9월13일에 시작하여 10월6일에 끝난다.
그 사이 상해의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행사가 연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아래 표 참고)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데, 상해가 워낙 볼 게 없다보니 관방에서 이런 식으로 행사를 만드는 것 아니겠나 싶어 찾아다니지는 않았다. 공식 웹페이지(http://www.tourfest.org)에도 별 내용이 없다. 하다못해 한국이라면 영화 하나 개봉할 때 만드는 팬페이지만도 못한 것이다.
그만큼 자체 홈페이지를 만들어 관리할 "필요"를 못 느꼈을 수도 있다. 다른 방식으로 열심히 홍보를 하였을 것이고, 그런 식의 홍보를 나처럼 나다니지 않거나 관광객이 아닌 사람은 접하지 못했을 수도..
그래도 그렇지,. 명색이 여행 "축제"인데 영어 웹페이지라도 하나 만들어 놓으면 전세계에서 미리 알고 찾아오지 않을까?

활동이 여러가지인데, 일일이 번역해 두기는 귀찮고 눈에 띄는 몇 개만...


활동 명칭

시간

장소

문의전화(021)

幕式暨开幕大巡游
개막식 및  대행진

913
19302100

淮海路(西藏路-西路)
화이하이로

53510930

幕大联欢及南京路欢乐

913日—20

南京路步行街

63287413

巡游暨评比大奖赛

914日-106

全市各区县及周城市

53868030

上海
상하이 쇼핑 축제

913日-105

全市范
시 전체,

62729983

竹文化

919日—1031

古猗

59122225

上海旅游念品(品)博览会

917日—22

商城悦宾楼

53868020

上海国际烟花节暨上海旅游节闭幕式
상하이 국제음악 불꽃축제 및 상하이 여행축제 폐막식

930日-106


푸동 세기공원

53510930

“中秋上海情—乐圆都江堰”上海原乐汇

914日—15

淮海公

53868025

唐韵中秋游园会

914

汇区桂林公

64569090

桂之旅

9月-10

及江和浙江有景点

962020

子江万国啤
독일 맥주 축제

917日—27

区扬子江万大酒店

62750000*2366

小主人欢乐

913日—15

中山公大草坪

22050808

梅川路休欢乐

927日—106

普陀梅川路休

52564588-7004

九子大决赛

914

九子公

63273227


예원 중국의 날

95日-106

商城

63559999

天喜地”音激光烟花表演
음악 불꽃 축제

102(중국, 포르투갈, 이탈리아)
10
5(미국, 한국, 스페인)

大宁石公
음악보다는 각 참가국의 불꽃놀이 위주일 듯.
(
참가국은 출처마다 조금씩 다름)

63805390665766076601

四川北路欢乐节

92627

虹口四川北路商街沿线

25658306

第八都市森林欢乐节

929日-105

森林公

65328194

上海情周
상하이 일본 문화주간

919日-921
지나갔군!

淮海公、久光百
이런 것도 하는구나..

62994929

玫瑰婚典

105

卢湾区淮海中路

64454965/
64672030

都市咖文化国际爵士同乐节
도시 커피문화제, 국제 재즈 음악축제

919日—106

安公

62982541

山田园农

910日—107

区东方假日田

66860992/
56607878

“廊古韵”民俗情系列活

918日—107

区黄浦江水文化博物,七

64133461

缤纷嘉定欢乐

915日-107

嘉定南翔、安亭、曹安马陆镇

69989529

根越角——第三届枫泾婚典

920

金山区枫泾

57355555

运动联欢

913日—1031

汇区上海野生

61180000

走近港,体滴水湖

913日—106

汇区临港新城滴水湖

68283907

上海旅游风筝会

929日-105

贤区旅游

57120888

第六“上海之根”文化旅游

920日—1011

松江区佘家森林公、泰晤士小

57651701

第十朱家角古旅游

9月下旬-10月上旬

朱家角

59715804

第三
3차 전국 북 축제(경연대회)

929日-104

区东绿

59233000转销售部

上海崇明森林旅游

915日-107

崇明

69692411

 
나는 분위기 봐서 맥주 한잔을 하러 가거나, 커피 및 재즈 축제 쪽으로 가고 싶고, 혹시 시간이 되면 불꽃놀이도 한번 가볼까 생각중이다. 아마도 생각만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국경절 전후로 이어지는 공연을 보러 가는 게 유익할 것 같기 때문이다.

축제 기간에 있었던 소식 중에 나의 눈길을 끄는 한 가지는 바로 아래 이어지는 사진들!



별 것 아닌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거 타기 공연(http://www.tvsou.com/xinwen/a/20080917/98330.htm)
독일에서 온 공연단이 내가 반년 정도 살았던 구역인 톈린(田林社区)에서 공연을 펼쳤던 것이다.


내가 이 행사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던 것은 다른 그림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아래에 부분으로 따온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바로 이 상하이에 100년도 더 전에 저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자전거를 상하이에 들여온 사람도, 그것을 주로 타던 사람도 서양인이었다.


외발수레[小車; 혹은 독륜거(獨輪車)]는 인력거만 못하고 인력거는 마차보다 못하며 마차는 기차에 비할 바가 못된다.
이제까지 거리를 다니는 것은 외발수레 아니면 인력거였고 마차는 보통 남자가 몰았다. 이번에 서양인이 자전거를 발명하였는데 매우 가볍고 빠르며, 길을 다니기가 수월하다. 한 서양 여자가 숙련된 솜씨로 한발로 페달을 밟으며 빠르게 달리는데 사람들이 다들 부러워한다.(1891년2월)  

자전거는 교통수단으로, 근 2년간 상해에 많이 생겨났다. 올해 영국 여왕에 대한 축하행사 때 서양 상인들은 자전거를 몰고 거리로 나온 이가 많았다. 니성교(泥城橋) 서쪽의 경마장에 새하얀 자전거 바퀴에 숙련된 기술이 실로 볼 만했다.(1897년6월)


(자료는 중국학센터http://www.sinology.org/ 제공. <점석재화보> 일부 : 포토샵을 밀어버린 바람에 그림판으로 자른 그림이 영 시원찮다. 전체 그림의 한 부분만 부각한 것이란 걸 염두에 두시길..)


당시 외국인의 전유물이었던 신문물은 이제 어느새 관광객을 위한 공연의 소품이 되어 있고,
뻐기듯 상하이의 조계 한 자락에서 멋있게 타고 다니던 그 사람들의 후손이 와서 공연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
굳이 너무 멀리까지 나갈 필요는 없고, 억지로 의미부여할 것도 아니다.

중국에서도 자전거가 지닌 의미가 갈수록 변해가고 있다.
말 한 마리보다 비싸던 시기도 있었고(대체 말이 되는가?), 거의 전국민의 발이 되었을 때도 있었다.
다시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더 선호하는 날이 중국에도 올까.
자동차 핸들 돌리는 것보다 자전거를 밟는 게 더 부유한 삶이라는 생각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이글루스에서 by luna | 2008/09/22 02:49 | 石庫門 |
Posted by lunarog

오늘은 태풍 때문인지 하루종일 폭우가 쏟아졌다.
잠깐잠깐 비가 그칠 때 보니 비와 바람에 씻겨나가 상해의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흐린 날이라 어차피 가시거리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으나
무겁게 내려앉은 먹구름 아래 거리 풍경이, 반짝인다는 느낌이 날 정도로 색감이 좋았다.
회색도 그런 색을 낼 수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것.

푸동쪽에 약속이 있어 폭우가 쏟아짐에도 외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물살을 가르는 택시를 보면서 처음으로 상해의 도로에는 배수구가 없다는 걸 발견했다.
(시내쪽 도로들은 어떤지 생각이 잘 안 난다만,) 적어도 고가도로를 포함하여 푸동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서 배수구는 발견할 수 없었다. 확인삼아 택시기사에게 "도로에 왜 배수구가 안 보이니?" 했더니, "그런 거 원래 없어!" 그러더구먼.
그러니까, 오르막길인 고가도로에서, 아무리 비가 많이 온다기로서니, 도로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것이다.
택시 창밖으로 고가 쪽을 찍어봤다.
물이 많이 튈 때를 제대로 못 잡았는데, 이렇게 차가 지나갈 때마다 아래로 물이 엄청나게 튄다.

따라서 고가가 끝나는 아래쪽 도로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저렇게 물이 차여 버린다.
배수구가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폭우가 쏟아진 게 아니라 배수구가 아예 없는 것이다.(물론 배수구가 있었어도 워낙에 집중호우였기 때문에 물은 좀 차였겠지만 저 정도는 아닐 것이다.)
좀 많이 흔들렸는데, 저렇게 물살을 가르면서 달려야 한다.
양포대교를 오르막길로 오르고 있는데도 물살을 가르면서 달려야 했다.
자꾸 흔들려 정말로 센 물살은 찍지 못해 사진만 봐서는 잘 실감이 안 나게 되어 버렸다.
암튼 시내 쪽이나 인도가 있는 도로에서는 배수로가 어떤지 한번 주의깊게 살펴봐야겠다. 적어도 내가 본 문헌에 따르면, 19세기 말에 이미 상해의 도로는 서구식으로 넓고 평탄하게 닦은 후 도로 양 옆에 인도와 배수구를 설치하고 있었다. 상해같이 비가 많은 도시에서 도로에 배수구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건, 그게 아무리 고가도로나 인도가 주위에 없는 도로라 하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근데 우리나라도 그런가?

이글루스에서 by luna | 2008/06/28 05:11 | 石庫門 |

Posted by lunarog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중국도 작년보다 과일가격이 상당히 올랐다는 느낌이다.
환율까지 올라 요즘은 과일 먹기도 겁이 날 지경이다.
과일, 채소 등 식료품은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중국의 장점도 이제 물 건너간 모양이다.

간만에 과일가게에 들렸다가 "타이완 여지왕"이란 놈을 봤다.
꽤나 과일을 즐겼고 여름에는 여지 킬러였다고 자부하는데, 어쩐지 이놈은 이번에 처음 봤다.
신기한 마음에 한번 사들고 와 본다.
크기만 하고 맛은 없으며, 껍질이 엄청 두껍고 씨는 커서 과육은 적은 건 아닐까 걱정을 쬐금 하면서 말이다.

왠걸, 껍질도 그다지 두껍지 않고 과육도 꽤 도톰하니 씹을 게 많았다.
무엇보다 달고 신 여지의 맛과 향이 제대로 살아있었다.
(올해 먹어본 다른 여지는 너무 맛이 없었다. 시고 떨떠름한 것들 뿐이었다. 적어도 내가 산 것 중에서는..)
입에 통채로 넣고 한입에 다 씹지도 못하고 우물우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복숭아 하나를 넣고 같이 찍어 봤다.
복숭아가 조금 작은 것이긴 하지만 그냥 봐도 여지 하나가 거의 자두만한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크기대조를 위해 담배곽을 옆에 두고 찍어봤다.(사진은 대충 찍었으니 크기만 확인하시라..)

보여줄 수 있는 건 크기 밖에 없는지라,..
맛은 직접 드셔보는 수밖에. 강추다.
한근에 12원, 또는 14원 했다.(가게에 따라서)
위 사진만큼이 43원(6500원 정도?)어치이다.

바이두에서 여지왕을 검색해 보니 재미난 게 뜬다.
1. 홍콩 출신 하드코어 밴드 이름이 여지왕(King Lychee)이다.
나야 머 이쪽 음악은 잼병이라 수준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만.
음악을 아는 분들은 직접 들어보시고, 딱딱한 껍질 속에 말랑말랑한 내용물과 함께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단단한 핵심이 있는지 느껴보시라.

2. 정말로 "여지王"을 뽑기도 한다.
해남도 해구시에서 거행하는 여지문화제의 여지왕 왕보걸(王宝杰)씨다.
맛, 육질, 외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한다고 한다.
이 기사로 보면 올해 여지는 아주 풍작이었다는데, 내가 먹은 그 여지들은 왜 비싸고 맛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암튼 왕으로 뽑힌 아저씨의 웃음이 아주 친근하다.

(http://www.hq.xinhuanet.com/news/2008-06/19/content_13590488.htm)

 

3. 씨없는 여지왕에 대한 기사도 보인다.(http://www.foodqs.com/news/gnspzs01/200862417147611.htm)

기사에 따르면 올림픽 추천 과일이기도 한 이 "씨없는 여지왕(无核荔枝王)"은 전세계에서 해남도에서만 생산되며 해남도에서 항공편으로 수송해와,
베이징 신발지(新发地)에 위치한 올림픽과일 전문매장에 6월24일부터 진열되기 시작했다고 한다.(이런 것도 있었나?)

1년 중 6월에만 생산되기 때문에 생산량이 아주 적고, 도매가가 킬로당 76원(런민비)에 이른다고.

비싸기도 하거니와 이런저런 이유로 상해에서는 먹어보기(구경하기) 쉽지 않겠군!

 

이글루스에서 by luna | 2008/06/28 04:30 | flaneur |
Posted by lunarog
친구들과 같이 펀자비를 다녀오다.

저녁에는 78원에 뷔페와 맥주를 양껏 먹을 수 있다는 소개를 보고 갔다.
가격은 88원으로 올라 있었다.
여행책자에는 상하이에서 꽤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소개되어 있지만
뷔페 요리는 그다지 다양하지 않았고, 청도 맥주는 아시다시피 그냥 넘겨줄 수준이었다.
나는 요리도 그런대로 맛있고 분위기도 좋다고 느꼈지만,
강한 맛을 상쇄해줄 다른 옵션이 적기 때문에
인도요리의 강한 향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겐 다른 선택이 필요할 듯.

저녁에는 또 두 차례 정도 공연을 했다.
너무 열심히 춤을 추었고, 춤추기 전에 우리 쪽으로 와서 예고까지 하는 바람에 열심히 찍어주는 척 했지만
사진은 그다지 잘 나오지 않았다.
동작이 너무 빨랐고, 정지화면으로는 별 감흥 없을 자세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겠다.


그림 속 비슷한 복장의 아저씨가 장단을 맞춰주고 있다.


이쪽은 우리 꼬마악단의 연주가 흥을 돋우고 있다.


구베이와 푸동에도 있지만 내가 간 곳은 샹양루(襄阳南路) 102호 2층에 있는 곳이었다.
1호선 산시난루역에서 창수루역쪽으로 가다가 샹양루쪽으로 좌회전하면 된다.(택시는 좌회전 금지 일방통행.)

푸동쪽은 아래 링크. 가격이 올랐을 것 같은데..
링크에 의하면 48원이면 된다.(그럴리가?)

http://life.shanghaitan.net/bbs/board.php?bo_table=food&wr_id=91&sfl=&stx=&sst=wr_good&sod=desc&sop=and&page=5

이글루스에서  by luna | 2008/06/18 03:40 | 石庫門 |

Posted by lunarog

11월17일 상하이 동방예술중심에서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다.
최근 "노다메" 광풍에 뒤늦게 합류하여 여러 음악을 들어보고 있던 중이었다.
원래 클래식 쪽은 애너 빌스마의 첼로와 리히터의 피아노 몇 개 듣는 정도였다.
그러다 드라마에 빠져 노다메에 나오는 곡들을 검색해 보고 다운받고 사서 듣고 하는 식이었던 터.
방안에서 제한된 스피커로 듣는 것보다 직접 제대로 공명을 느끼고 싶다는 느낌이 들던 중에
연말에 상하이에서 열리는 공연 몇 개를 점찍었다.

우선은 체코필.
내가 즐겨찾는 상해문화정보 사이트(http://www.culture.sh.cn)에는 중국어 소개 뿐이라
어떤 곡을 하는지도 모르고 갔다.
일단은 공연장이 어떤지, 중국의 공연문화는 어떤지 알아나 보자는 식으로 편하게 갔던 것.

(곡목 소개가 이런 식이다.)=============================

曲目

11月17日(周六)

贝多伊奇·斯美塔那:交响组曲《我的祖国》

I. 维谢赫拉得

II. 沃尔塔瓦河

III. 萨尔卡

-中场休息-

IV. 波希米亚的森林与草原

V. 塔波尔

VI. 布拉尼克山

★ 因曲目安排,迟到观众须在外等候至中场,敬请准时入场

11月18日(周日)

安东尼·德沃夏克 “波尔卡”选自捷克组曲

b小调大提琴协奏曲(独奏:王健)

-中场休息-

安东尼·德沃夏克 e小调第九交响曲《自新大陆》

========================================================

인터넷 예매가 이미 종료되어 무작정 동방예술중심으로 가봤다.
왠걸. 곳곳에 암표상이 득실댄다.
2200원(28만원 정도) 하는 표를 잘 깍으니 800원까지도 살 수 있겠다.
3명이 2000원 주고 2200원 1장, 1800원 두장을 사서 들어간다.


THE CZECH PHILHARMONIC ORCHESTRA TOUR CONCERTS

 

초상국 135주년 기념으로 초청한 것이다.
19세기 말 그 이름도 유명한 초상윤선국(招商輪船局)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초상은행이라는 명칭을 볼 때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암튼 검은 양복의 거물들이 꽤 있었던 것 같고, 아마도 표를 사거나 받았다가 암표상들에게 헐값에 넌긴 이들도 많을 것이다.

 

어쨌든, 그다지 나쁘지 않은 2층 자리였지만 곡이 딱히 내 취향이 아니었다.
방안을 울리는 스피커에 내 귀가 적응해서였을까?
책자를 살펴보고서야 오늘 연주할(한) 곡이 스메타나(Bedrich Smetana)의 "나의 조국"(Ma Vlast)란 걸 알았다.
나라가 망하기 직전, 변법자강 운동의 물결 속에서 만들어진 초상국이 초청한 것이니,
분위기는 대충 맞아떨어질 법하다.

 

사진촬영은 당연히 금지이지만,
망설이던 끝에 퇴장하기 직전에 한컷.
망설이던 끝에 지휘자의 모습을 담지 못한 게 후회.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동방예술중심의 콘서트홀의 시설이나 좌석배치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끝나고 나오면서 왠지 느낌이 이상해서 다시 지휘자의 이름과 얼굴을 살펴본다.

즈데넥 마칼(Zdenek Macal)!
체코필의 수석 지휘자.

네이버 지식인을 찾아보니, 노다메에 비에라 역으로 나왔던 그 지휘자가 맞다.

 



THE CZECH PHILHARMONIC ORCHESTRA TOUR CONCERTS

연말과 신년에 계획된 연주회는 다 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많다.
암스테르담 교향악단 정도는 가보고 싶기도 하지만
아마도 집에서 내 스피커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직은 그 정도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이글루스에서 by luna | 2007/12/12 01:21 | 바라보기 |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