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獨立閱讀/講, 구경 2007. 3. 23. 00:07

최근에는 이사를 했습니다. 처음 구했던 집이, 가족들도 와있을 예정으로 잡았던 꽤 큰 방인지라, 돈도 아깝고 공간도 아까워서요. 결국 우여곡절 끝에 복단대가 위치한 상해 북쪽 지역으로 왔지요.

일 단 유학생이 많은 곳이라 실제생활은 더 편해졌어요. 상해에 오는 직장인들은 예전 국제공항이었던 홍교공항 근교(롱바이, 구베이)에 몰려 있고, 유학생들은 복단대에 집중되어 있죠. 원래 그들과는 다른 곳에서 다른 경험을 하려고, 한국사람들이 거의 없는 곳에서 한 6개월을 산 셈인데, 결국은 포기하게 되었네요..

장소가 바뀌니 생활도 조금 달라졌는데.
우선 여기선 밥을 많이 사먹게 되네요. 맛은 별로지만 싸고 근처에 여러곳이 있으니까요. 예전엔 혼자 먹을데가 없어 해먹었거던요.
다른 하나는, 청강을 두개정도 하고 있어요. 가끔 도서관에 가서 자료만 찾곤 했는데, 간만에 수업을 들어보니 좋더군요.
이쪽에서 유학하는 후배들이 한국보다 교육환경이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하던 게 거짓은 아니었구요.
적어도 듣고 있는 두 수업의 수준도 상당하더군요.

저 는 주유쟁(朱維錚), 갈조광(葛兆光) 두 교수의 수업을 들어요. 어쩌다 보니 사상사 관련으로만 둘을 듣게 되었네요. 개설된 수업 중 마땅한 게 없기도 했지만, 이 두 교수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고, 여기 와서 학회에서도 몇번 인상깊게 보기도 했거던요.

갈 조광은 우리나라에 <도교와 중국문화>, <선과 중국문화>가 번역되어 있는데, 요즘 중국사상사 쪽으로 꽤 꽁푸를 쌓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청화대에 있다가 최근 복단대로 스카웃되었고, (이 사람을 위해) "문사연구소"를 새로 만들기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지난 시간 내용이 근년에 발굴된 고고학적 성과들을 사상사가 어떻게 포섭할 것인지, 그로 인해 사상사가 얼마나 더 풍부해질 수 있는지 등에 관한 것이었는데 꽤 흥미로웠어요. 제가 최근 발굴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가 여럿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죠.

갈조광은 현재 중국 최고'급'의 학자임은 분명하지만, 비판에는 조심스럽고 종합하는 능력이 강한 것 같습디다. 따라서 그의 사상사 책의 해당부분을 읽고 강의를 같이 들으면 꽤나 유익한 정보와 질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주유쟁 선생은 일흔이 넘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력적이고, 목소리도 크고, 대놓고 학계와 교수, 공산당, 중국사회 전반을 비판합니다. 그것도 아주 큰 목소리로, 학회에서도, 학생들 앞에서도 말이죠.

"중국의 인문정신"이라는 수업내용과는 별도로 그를 통해 많은 정보도 얻고, 계발도 많이 받는거 같아요.

이 분은 20대후반~30대에 문혁을 거쳤기 때문에, 소위 홍위병들에게 엄청난 학대를 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몇 살 어렸으면 문혁의 주역이 되었겠지만, 암튼 인생의 황금기이고 학자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직전에 그런 일을 겪었으니, 그 "십년"을 어떤 방식으로던 되돌아보고 질문하면서 살고 있는거 같아요.

다행히 문혁 말기에 당에서 만든 "장태염 주석組"에 배당되어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죠. 공부라곤 해본적도 없는 18명의 농공병들에게 맞아가면서, 시간맞춰서 반우파비판도 받아가면서, 사전 찾는 법부터 가르치고 그들이 작업한 말도 안되는 주석을 수정하는 일을 한 거죠. 이 멍청이 주석그룹이 지금은 학계의 거물들이 되어 있구요. (제가 처음 신청한 지도교수도 그 중 한명일 가능성이 다분하더군요. 실력보다는 능력과 수단이 뛰어난.. 너무 다행스러운 건 그 사람이 너무 바빠서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거죠. 혹은 저도 거물들과 놀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것일까요? ^^;; )

자세한 건 나중에 시간이 되면 주유쟁 선생 인터뷰를 번역해서 올려놓도록 하겠습니다.

그 개인에게는 불행이었고, 저로서는 아주 행운이기도 합니다. 엄격한 의미에서의 비판이라기보다는 "비아냥"의 형식이긴 하지만, 책이나 다른 자료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니까요.. 중국학생들도 키득키득 거리면서 듣구요. 중국에서 누가 대놓고 공개석상에서 그 정도 강도의 비판을 할 수 있겠어요. 이 할배 나이가 10년만 젊었어도 무슨 수를 썼을 거에요.

암튼 제가 신청한 연구비와는 관계없는 이 두 수업을 재미있게 듣고 있어요.

별로 재미있는 내용은 아니죠?
대충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이글루스에서 by luna | 2007/03/23 00:07 | 조리돌림 |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