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문화혁명/80년대 2007. 4. 6. 01:30

이 글은  <80년대: 인터뷰>의 저자 자젠잉(査建英)와 <新週刊>의 인터뷰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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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간> : 지난 세기 80년대에 청춘기를 보낸 후 오늘 <80년대: 인터뷰집>라는 인터뷰집을 내놓았는데, 당신에게 80년대는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자젠잉: 한 마디로 대답하기 곤란하군요. 예를 들어 책 뒷표지에 80년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달았는데, 이것들은 모두 책을 편찬하면서 인터뷰하던 사람들의 입에서 자주 튀어나오던 말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열정(热忱), 빈곤(贫乏), 반항(反叛), 낭만(浪漫), 이상(理想), 지식(知识), 단절(断层), 촌스러움(土), 멍청함(傻), 허풍(牛), 경박함(肤浅) 같은 것들이죠. 이 단어들 모두를 한곳에 모아보면 80년대의 기질과 분위기가 느껴질 겁니다. 한 단어로 80년대 전체를 개괄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집단(集體)” 같은 말을 예로 들자면, 당시에는 확실히 무리를 이루는 문화가 아주 중요해서 당파를 결성하기라도 하는 듯 하곤 했죠. 그러나 무리 안에서도 같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동시에 개성의 해방과 자유로운 창작 또한 추구했죠. 이는 작은 집단으로 큰 집단에 반항하면서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마도 80년대를 규정하는 특징의 하나일 것입니다. 요즘은 개인의 목소리가 더욱 개인화되었지만, 더욱 고립되고 산만해졌다는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그럼 제가 왜 “당대중국의 낭만시대”라고 80년대를 묘사했냐하면 말이죠, 그렇게 많은 사람이 그렇게 미친 듯이 그렇게 열정적으로 허무와 이상을 이야기하면서, 첫사랑이나 꿈속의 연인을 대하듯이 지식을 추구하고 창작을 위해 몸부림쳤으며, 읽고, 탐색하고 사색하는 것을 살아가는 가장 큰 즐거움으로 여기고 행복해했다는 점은 아주 낭만적이면서도 시적 감성이 풍부한 삶이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죠. 물론 당시는 중국이 정치중심에서 경제중심으로 옮겨가는 과도기로 문화가 막 수면 위로 떠오르던 때였고, 모두들 국가의 밥을 먹었고 체제 내에서 살았으며, 살아가는 데 별 문제가 없어 경제적인 압력이나 유혹이 크지 않았고 정치도 비교적 개방적이었습니다. 때문에 전심전력으로 문예와 철학을 토론할 수 있었던 거죠. 이런 특수한 시기가 다시 반복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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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간: 당신과 친구들이 1980년대를 이야기하도록 촉발한 것은 무엇인가요? 그저 그 시절을 회고하겠다는 간단한 이유만은 아니겠죠?

자젠잉: 누구나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옛 시절을 회고합니다만, 이 책의 의도가 그 정도에서 그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럴 생각이었다면 80년대의 그 많은 가십거리에 대한 잡담이면 충분하겠죠. 최근 중국인들이 요즘 왜 이렇게 이익을 추구하는지 질문이 던져지곤 합니다. 종교적 전통이 너무 약하고 문화는 너무 세속적이어서 정신적으로 아무런 경외를 품지 못해서일까요? 제 생각에 중국인의 종교는 역사 안에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역사에 특히 경외감을 품어 역사가 거의 종교의 역할을 하곤 했죠. 예를 들어 유교 문화의 윤리도덕에는 강한 선악관이 들어 있는데, 우리의 전통이 이미 몰라볼 정도로 손상되었다고는 하나 많은 중국인들의 잠재의식에는 여전히 인과응보에 대한 생각이 남아 있습니다. 어떻게 업보가 유전되는가 하면 역사적 기록을 통해서입니다.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한 기록을 통해서 과거의 사람들과 미래의 사람들에 대해 경계심을 품고 격려하거나 참고하기도 하는 것이죠. 중국인들의 역사에 대한 중시는 보기 드문 현상인데, 역사의 기억과 역사의 서사는 아주 중요한 것이죠. 순식간에 20년이 지났으니 마땅히 80년대를 회고할 단계가 된 셈이죠. 그 시절에 대한 많은 정보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아래에서 특정 사건에 대한 몇 가지 세부적인 담론이 형성되고 있긴 하지만 의식적으로 깊이 있는 반성을 제공하는 담론은 결핍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전체적으로 반성한다면 어느 정도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결론을 내리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시작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신주간> : 1980년대는 정말로 그렇게 아름다웠습니까? 그 시절을 되돌아볼 때, 당신이 인터뷰한 사람들의 기억상의 착오로 그 시절의 조악하고 비루한 것들은 희미해지고 아름다운 측면만 남게 된 것이 아닐까요?

자젠잉: 어느 시대나 아름답고 추한 양측면이 공존하는 법이죠. 80년대의 문제에 대해 제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사실 상당히 격렬한 비판을 전개했습니다. 담론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정말 솔직하게 다 말하진 못했지만 말입니다. 모두들 확실히 80년대식의 성실함과 격정, 우정을 그리워했죠, 그러나 이런 좋은 건 당연히 그리워할 만하지 않은가요?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시절의 사상과 창작의 가볍고 조악함에 대해 검토했습니다.
이글루스에서 by luna | 2007/04/06 01:30 | 八十年代 |


자젠잉, “80년대를 회고할 시기가 되었다”-- 《新週刊》과의 인터뷰

출처: http://www.sachina.edu.cn/Htmldata/news/2006/06/16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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