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편집은 번역이 맛깔나서 한국책으로 읽는 맛이 있다. 강추.
그렇지만 중국 실정과 안 맞는/사실에 부합되지 않는 번역도 좀 있다. 독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읽으면서 이상한 부분만 메모 삼아 몇 가지 정리해 둔다.
21~25쪽.
구직탄원서 : 각주에 报销单据에 대한 설명을 "공공업무에 사용한 비용을 사후 해당기관에 청구하는 증빙서류"라고 맞게 달아 두었다. 그런데 "문맥에 맞게" 구직탄원서로 번역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문맥에 맞지 않다.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공장장, 시장 찾아 가서 구직을 탄원하는 건 (안 될 거야 없지만) 좀 생뚱맞다. 공장에서 짤리지 않았다면 병원 비용을 직장에서 납부하게 되어 있다. 갑자기 짤렸는데, 짤리자마자 병원 신세를 져서 "여러 해 저축해 둔 돈을 거의 전부 탕진"해 버렸으니 안 되는 줄 알면서 비용을 받아내려고 애쓰는 장면이다. 그 비용을 청구하기 위한 증명서가 报销单据이다. 따라서 각주의 설명을 살려 "비용청구서" / "(의료비) 공제서류" 정도로 옮겨주는 게 맞겠다.
27쪽:
적삼; 중국산 견직물 적삼 : 너무 사전적으로 옮겼다. 중국에서 중국산 견직물 적삼을 입는 게 너무 당연해서 그렇게 부르지 않을 거다. 게다가 배경이 현대인데 적삼이라고 하니 너무 고전적이다.. 纺绸衬衫. 비단 셔츠?
49쪽:
"강제 퇴직까지 겪으신 몸인데, 여기서 더 재미없는 일이 또 뭐가 있겠습니까?"
손님 꼬시기가 낯부끄러워 자기 도제에게 상담하는 장면이다. 不好意思를 옮긴 "재미없는"은 "창피할", "욕볼", "낯뜨거울" 등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
"강제 퇴직당한 양반이 뭘 그래 체면 따지고 그러십니까?"
49쪽:
"사부님, 제 말씀이 듣기 거북하시면 아직 배가 덜 고프셔서 그런 겁니다. 언젠가 굶주릴 때가 되면, 체면과 배고픔을 비교했을 때 뱃속부터 채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현실을 깨달으실 겁니다."
"사부, 제가 싫은 소리 몇 마디 할께요. 사부는 아직 견딜만 하신가 봅니다. 언제고 배를 곯아 보면 얼굴이랑 배 중에 배가 더 중요하단 걸 아실 겁니다."
83쪽:
'중화'표 고급 시가 두 대 : '중화' 담배 두 보루.
条는 가늘고 긴 물건을 세는 양사이다. 그래서 그냥 시가라고 옮긴 듯하다. (아마 담배를 안 태우시는 분인 듯). 보루가 条이다. 한 개피는 根. 최근엔 달라졌지만 '중화'는 고급담배의 대명사였다. 예전에 한국담배 2000원 겨우 할까말까할 때 한 갑에 40원(당시 환율로 4000원) 했다. 돈 많은 놈들은 그냥 피기도 했겠지만 주로 선물로 많이 돌렸다. 요즘에야 한 보루 5600위안(택스 포함 100만원 ^^) 하는 담배까지 생겼으니 상전벽해.
나라면 "도제"는 "부사수"로 옮겼을 것 같다.
"사부"는 사부님부터 아저씨까지 걸쳐 있는데, 도제가 부르는 호칭이니까 사부가 맞긴 하겠다.
"유머러스"는 제목으로는 나쁘지 않아도, 문장에서는 느낌이 좀 안 산다. 흔히 "웃기는 양반이네" 라고 말할 때의 어감이라고 할까?
살리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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