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책꽃이 원래 자리로 돌려놓다가 에필로그 부분을 확인해 본다. 홍콩판은 국역본과 결말이 조금 다르다. 내가 처음 읽은 것은 인터넷에서 검색한 판본인데 그건 잡지판을 그대로 배포한 것이었다. 내용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국역본을 읽어보니 상당 부분이 새로운 내용이었다. 뒤늦게 부랴부랴 도서관에서 <화청>2005년호를 찾아 복사하고 콩푸쯔 헌책방에 홍콩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주문 넣었다. (그러고 보니 금서로 지정되어 전량 회수되었다던 잡지<화청>의 해당호는 버젓이 서가에 꽂혀 있었고, 대륙에서는 출간되지 못한 소설의 홍콩판, 대만판은 인터넷 헌책방에서 적절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5금" 조치는 어쩌면 중국 내부에서는 신경쓰는 사람도 없고 작가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외국에서 더 흥분해서 이용하는 홍보문구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쪽에서도 일단 원칙적으로 금지는 하되, 이미 파급력이 별로 없는 소설 나부랭이가 그러덩가 말덩가. 영화나 드라마였다면, 그보다 훨씬 낮은 수위도 검열되고 여기저기서 이슈가 되었겠지만 말이다.) 궁금했던 몇 군데만 찾아보고 일일이 검토하지는 않았는데, 어제 번역 정리하느라 다시 꺼낸 김에 좀 살펴보다가 국역본 결말과 다른 부분을 발견한 것이다. 국역본에는 역자가 어느 판본을 참고했는지 밝혀져 있지 않다. 짐작하기에 대만판을 참고했는데 그게 다른 결말이었을 수도 있고, 저자의 요청이었을 수도 있으며, 국내 출간할 때 불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출판사와 상의하에 삭제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후자였다면 문제가 좀 있을 수 있다. 판단은 어차피 독자가 하는 것이니까. 잡지판은 스토리 전개상 불필요한 부분이 대부분 실리지 않았고(잡지 게재만으로 문제가 되었다. 즉, 사상적인 검열 때문에 부분삭제하였던 건 아닌 셈이다.) 에필로그 부분은 아예 빠져 있다. 참고삼아 홍콩판의 결말을 추가로 번역해 둔다..
... 우다왕은 편지를 받아들고 한참을 주저하다가 열어보았다. 편지 제일 위쪽에는 아주 간단하게 한마디가 쓰여 있었다. 무슨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이 종이에 써 줘. 돈이 필요하거들랑 액수와 받을 수 있는 주소를 적고. 눈 꽃이 휘날리는 그 대문 앞에 서서 우다왕은 문 안쪽을 바라보면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얼굴에는 어찌 할 수 없는 창백한 원망이 서려 있었다. 잠시 후, 그는 편지를 접어 다시 봉투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외투 안에서 붉은 비단으로 싼 팻말을 꺼내 들었다. 두께가 반치쯤 되고 너비는 세 치, 길이는 한 자 두 치쯤 되는 것이 마치 특별히 제조된 선물용 담배상자 같았다. 그는 그 팻말을 초병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걸 류롄 누님에게 좀 전해주게." 국역본은 여기서 끝난다. 어찌보면 군더더기 없이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다. 홍콩판 결말은 바로 이어서 몇 문단이 계속된다. 그런 다음 그는 몸을 돌려 천천히 흩날리는 눈 속으로 사라져 갔다. 사흘 후, 이미 중년을 넘어선 류롄이 사령관과 그녀의 아들에게 말했다. 양저우에 있는 친정에 좀 다녀올께. 부모님도 안 계시지만, 가서 형제자매들이나 좀 보고 올까 해. 그러나 그렇게 떠난 뒤 류롄은 전화 한 통 없었다. 사령관은 양저우에 전화를 해보고서야 류롄이 양저우에 가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류롄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일주일, 보름, 한 달이 지났지만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마치 눈꽃처럼 군구(軍區) 대원(大院)의 1호 사택에서 사라져 행방을 찾을 길이 없었다. 계화가 바람에 흩날리듯 어디로 날아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어렴풋한 향기만이 그녀가 존재했던 흔적을 세상에 남겨 놓고 있을 뿐. 2004년 8월 17일 번역에 참고한 원문출처는 다음과 같다. 잡지 <화청(花城)>, 2005년 제1기, 총 제152기. 옌롄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홍콩문예출판사, 2005년 4월 제1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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