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獨立閱讀/讀, 서재 2008. 6. 12. 04:15

잠깐 서점에 들렀다가 새로 나온 책을 몇 권 사다.

주유쟁 선생이 <走出中世纪二集>를 냈다. 그냥 반가운 마음에 집어들었다.

2007년에 <走出中世纪>增訂本을 냈는데, 이번에는 그동안 여기저기 발표한 글과 미발표 논문을 수록하고 있다. 대체적인 스타일이나 내용이 비슷하기 때문에 같은 이름에 "2집"을 더한 제목을 썼다. 증정본의 표제논문인 "走出中世纪"의 속편이 2집에 대표논문으로 실렸다. 50쪽에 이어서 51쪽부터 내용을 시작한다고 밝히고 있다.


作  者: 朱维铮
出 版 社: 复旦大学出版社
出版时间: 2008-5-1
字 数: 262000 页 数: 322 I S B N : 9787309059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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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쟁 선생은 현재 복단대 역사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정력적으로 가르치고 있으며, 마음에 안 드는 모든 것을 시원하게 비판한다.

 

다른 하나는 왕후이의 <탈정치화의 정치: 단기 20세기의 종결과 90년대>이다.



<去政治化的政治—短20世纪的终结与90年代 >

作  者: 汪晖

出版时间: 2008-5-1

字  数: 465000

页  数: 532

I S B N : 9787108028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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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현대중국사상의 흥기>신판을 하드커버로 내기도 했는데, 꼼꼼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신판 서문("중국"과 그것의 "근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이 추가된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았다. 내용을 만지거나 오탈자 등을 손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드커버라서 책이 좀 고전 느낌도 나긴 했다. 더불어 왕후이도 대가 반열에 들어선 것인가. 신판의 서문도 이 책 후반에 포함되어 있으니 구태여 신판을 살 필요는 없겠다.아울러 <현대중국사상의 흥기>는 한국어로 번역중인 것으로 안다.(꽤 오래 기다려야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명이 작업하고 있지만 분량이 워낙 방대하고 내용도 만만찮으니 말이다.)정리해 두는 셈치고 이 책의 소개를 겸해 서문을 조금만 들여다 보자..

'"90년대"는 1989-1991년의 세계적인 거대한 변화를 거치면서 탄생했다.'로 첫마디를 시작한다.밖으로는 공산권의 몰락, 안으로는 천안문사건 등을 염두에 두고 앞 시기와는 다른 맥락에서 90년대를 고찰하려는 것이다. 더하여 그는 "90년대"라는 말과 "1990년대"를 조금 다르게 쓰겠다고 밝힌다. "1990년대"가 단순한 시간개념이라면, "90년대"는 시장경제의 형성과 그로 인해 일어난 복잡한 변화를 그 특징으로 하는 가치개념을 함축한 용어이다.그의 기본적인 주장이라고 밝힌 부분을 옮겨 본다.

"80년대"는 사회주의식 자기개혁이라는 형식으로 펼쳐진 혁명시대의 마지막이었다. 그것에 영감을 제공한 원천은 주로 그것이 비판하던 시대에서 나왔다.("실천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다", "가치규율과 상품경제", "휴머니즘과 소외 문제" 등이 전형적인 "80년대식 논제"로 간주되는데, 사실 그것들은 모두 50, 60, 70년대의 사회주의 역사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런데 "90년대"는 혁명시대의 종결을 전제로 펼쳐진 새로운 희극이었다. 경제, 정치, 문화 및 군사적 의미에서 이 시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만약 재정의를 거치지 않는다면, 심지어 정당, 국가, 군중 등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범주조차 이 시기를 분석하는 도구가 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80년대와 90년대의 복잡다단한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후자는 전자의 자연적인 연속이 아닌 것이다. "90년대"에는 서로 상이한 사상적 역량이 신자유주의와 대치하면서 중요한 사상적 사건을 만들었다. 그러나 신좌파의 흥기, 포스트모던 사조의 기복, 보수주의의 침투, 민족주의의 성쇠, 자유주의의 유행 등 각각의 조류는 모두 모호한 경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그들을 신자유주의 전지구화의 흥성과 쇠락, 전환이라는 국면에 놓고 해석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진정한 방향을 파악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사상이 서로 대치되는 형세나 매체에서의 혼전상황을 통해 우리는 일련의 구체적인 사회문제, 법률문제, 정치문제 및 문화문제가 공공적 토론이라는 형식으로 나타나며, 현재적 문제에 관한 모든 논쟁은 20세기 중국의 역사적 전통의 재평가를 회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90년대"의 눈에 띄는 또다른 표지는 20세기에 형성된 가치 시스템과 역사관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혁명시대와 사회주의 역사가 제공한 가치는 말할 것도 없고, 위에서 언급한 "80년대식 명제"도 별 상관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90년대"의 의미를 캐묻다 보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20세기"는 "장기 19세기" 내부의 타자인 것인가, 아니면 혁명을 통해 21세기의 탄생을 재촉하는 유령인가?

저자는 80년대와 90년대에 명확한 선을 그으며, 90년대의 탄생이 20세기 역사의 붕괴와 중첩된다는 점에서 그것을 20세기의 일부가 아닌 "장기 19세기"와 더욱 친연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본다.

"20세기의 막을 내리면서 '19세기'를 특징짓던 사회관계가 재등장하게 된다. 마치 혁명시대의 충격과 개조를 거치지도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90년대'는 '역사의 종결'이라고 하기보다 '역사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19세기적 의미의 역사가 반복이라는 형식으로 지속된다.
그러나 냉전의 종결과 혁명의 종결의 상호중첩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이 시대는 19세기의 단순한 연장도 아니지만 20세기적인 정치적 모델로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19세기의 대변혁은 자본주의 시대의 내부의 적, 즉 무산계급과 새로운 사회주의 운동을 창조하였으며, 결국 사회주의당 일국체제를 기본 형식으로 하는 서방 자본주의 외부의 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20세기 말의 대변혁은 이 자본주의 외부체계의 종결을 표지로 한다. 이는 사회주의 체계의 와해를 의미하는 것일 뿐 아니라 계급투쟁, 민족투쟁, 정당정치 등 전통적인 정치형식의 대대적 쇠락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새로운 국면을 탐색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중국의 지식계에서는 일련의 대표적 논제들이 나타난다.
(시장화, 전지구화, 민족주의, 문명충돌론, 인문정신, 포스트콜로니얼, 제도개혁(창신), 국가능력, 도시화와 농민노동자(농민공), 신고전 자유주의 혹은 신자유주의, 금융위기, 삼농위기(농촌, 농업, 농민), 의료보장체제의 위기, 부동산 체제위기와 노동권리 위기, 포스트모더니즘, 문화 보수주의, 근대성의 반성, 인문교육과 대학개혁 등등)이러한 논제들은 80년대의 학술연구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90년대의 주제, 방법, 시각, 규모 등은 이미 앞시기와 분명한 경계를 긋고 있다.90년대의 특징을 분명히 하기 위해, 우리는 최소한 아래 몇 가지 문제에 대답할 필요가 있다.
왜 냉전의 종결과 혁명의 종결은 상호중첩되는가?
왜 "90년대"는 "단기 20세기"의 끝이 아니라 "장기 19세기"의 연장에 가까운가?


수록된 글들은 모두 90년대에 쓰여졌으며, 구체적으로 94년에서 2007년까지의 글을 모은 것이다.
(이미 다른 책에 출간한 논문을 거듭 묶어내는 중국 출판계의 관행은 고쳐질 필요가 있겠다. 즉 이 책도 "새" 논문은 별로 없다.)
또한 이 시기는 그가 <학인>, <독서> 등 학술잡지의 편집을 맡고 있을 때와 맞물린다.
(왕후이는 <독서> 주간을 그만두었다. 짤렸다! 이 논란도 정리해보면 재미있을 건데.. 왕후이가 독서 주간을 맡은 동안 <독서>가 너무 재미 없었다는 출판사 쪽 의견이라든가 왕후이를 지지하는 반대쪽 의견 따위 말이다..)

아무튼,
주유쟁 선생의 책을 산 것은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학술적 공력과 비판정신 같은 게 좋긴 하지만 그의 책을 그대로 한국에 소개하기는 힘들다. 주유쟁 선생이 되짚고 있는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선 좀 더 개괄적인 자료의 연구 및 소개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왕후이는 이미 한국에 몇 권이 번역되어 있고 지금도 번역 중이다.
이 책도 분량은 꽤 되는 편인데, 한국에 이미 소개된 논문은 빼고 약간의 편집을 거친다면
누군가 나서서 번역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얼마 전까지 자젠잉의 <80년대 방담록> 등을 위시한 80년대를 회고하는 분위기가 중국을 휩쓸었다. 시장경제를 특징으로 하는 90년대와는 다른 가능성의 탐색 기제로 80년대를 회고하는 것으로 나는 판단했다. 문혁을 막 벗어난 후 혁명에의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내려는 에너지가 분출되던 시기가 80년대였다. 90년대는 그러한 열정의 변질을 특징으로 하지만 한편으로는 80년대가 축적한 지식과 경험이 성숙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지식인보다는 학자, 전문가가 득세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80년대는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금의 한국적인 상황에 딱 맞아떨어지는 뭔가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현재의 중국과 중국인을 이해하기 위한 경로의 하나로 80년대식 뜨거운 피를 구성하는 기본인자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필요는 있다.
 
그에 비해 왕후이의 90년대 논의는 기본적으로 중국적인 상황에 근거하고 있음에도 이미 전지구적인 상황에 내몰린 중국에 대한 이야기라 우리의 현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겠다.
90년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80년대가 이미 해결된 문제여서가 아니라 그 둘을 같이 놓고 봐야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이런 것들을 꼼꼼히 챙겨보는 편은 아닌지라 어떤 논의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그래도 보이는대로 챙겨놓고 정리해 볼 필요는 부정할 수 없겠다.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