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타이완 여지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6.04 여지의 계절 4
  2. 2008.06.28 상해에서 먹어보는 타이완 여지왕
전화로 딸이 어떤 과일의 이름을 물어온다. 빨간 껍질을 까면 하얀 알맹이가 있는데 그 속에 있는 까만 씨는 톡 뱉어내면 되는 그 과일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나 보다. 가끔 가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중국집에서 얼려서 내놓곤 하던 건데, 부페식인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다른 건 본 채 만 채 이것만 냅따 먹곤 했다. 거의 돌 지나면서부터 맛을 들였던 것 같다. 양귀비도 아닌 주제에 말야.

"아~ 리츠 말야?"
"웅, 그거.. 아빠, 리츠가 먹고싶다.."

한국에선 제철과일도 아닌 걸 왜 갑자기 떠올리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보니 여지가 나올 철이다. 얼마전에 길가에서 여지를 팔고 있는 걸 본 기억이 얼핏 떠오른다.

작년 환율 폭탄을 맞은 이후 완전히 끊다시피 한 게 두 가지다.
한국과 비교해서 그런대로 싸 중국생활의 활력소였던, 그렇지만 환율의 압박 때문에 전혀 싸지 않게 된, 그러면서도 꼭 필요한 것은 아닌 게 나에게는 과일과 마사지였다.
과일을 먹지 않고 마사지를 받지 않게 되자 돈을 쓸 일이 별로 없게 되었다.
밥을 안 먹을 수도 없고, 책은 왠만큼 필요한 게 구비된 데다 필요한 책을 사지 않을 수도 없으니. 아, 디비디도 거의 사 모으지 않게 되었고..

환율이 "어느 정도"(물론 충분히 만족스럽진 않지만..) 안정되었지만,
한번 들인 버릇은 쉬 고쳐지지 않는다.

제철과일 찾기보다 비타민 한알로 버티고, 마사지보다 요가로 간간히 굳어진 어깨를 풀다보니
뭐, 별로 부족하지 않다. 특히 마사지에서 운동으로 대체한 건 잘한 일인 것 같다.

암튼, 예전같으면 지금쯤 무슨 과일이 나오지 않을까 고대하고 있었을 건데, 여지의 계절이 돌아와도 전혀 의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설이 좀 길었다. 딸이 먹고 싶다는 걸 한국까지 던져줄 수도 없고, 그냥 나라도 맛을 봐야겠다. *^^*

이왕 사먹을 거 좀 좋은 걸루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지보다 품종개량된 뻥튀기 "여지왕"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먹어볼테야.
작년 환율이 오르기 시작할 즈음 거의 마지막으로 사 먹어보고 감동한 기억이 남아 있다.(이글루스에 썼다가 결국 여기로 옮겨졌다: http://lunatic.textcube.com/124)

크기 비교를 위해 마침 눈에 띄는 계란과 함께 몇 장 남겨본다.

계란이 클까 여지가 클까?

계란은 크기가 다양하니, 보다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담배갑을 옆에 둔다.

과일은 적당한 크기가 맛있는 법이다. 큰 놈이 상품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맛은 자잘한 게 나은 경우가 많다. 여지왕도 크기만 하고 맛이 여지보다 못할까? 직접 먹어 보시라. 내가 왜 지금 환율임에도 다시 사먹었겠는가? ^^


일반적인 여지를 검색해 보니, 크기를 대조할 만한 이미지가 잘 없다. 아래 사진 우측하단에서 제일 작은 놈이 일반적인 "여지"라고 보면 되겠다. 그 아래 사진은 "여지"와 비슷한 모양(?)과 맛을 가진 "용안"이다.

이미지출처: http://hi.baidu.com/suplayer/album/item/4468fffe7c848a125d600806.html#IMG=4468fffe7c848a125d600806

중국작물정보 웹페이지에 다양한 "여지" 종류를 구경할 수 있다: http://icgr.caas.net.cn/photobase/cropphoshop/%E6%9E%9C%E6%A0%91/%E8%8D%94%E6%9E%9D/page_0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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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중국도 작년보다 과일가격이 상당히 올랐다는 느낌이다.
환율까지 올라 요즘은 과일 먹기도 겁이 날 지경이다.
과일, 채소 등 식료품은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중국의 장점도 이제 물 건너간 모양이다.

간만에 과일가게에 들렸다가 "타이완 여지왕"이란 놈을 봤다.
꽤나 과일을 즐겼고 여름에는 여지 킬러였다고 자부하는데, 어쩐지 이놈은 이번에 처음 봤다.
신기한 마음에 한번 사들고 와 본다.
크기만 하고 맛은 없으며, 껍질이 엄청 두껍고 씨는 커서 과육은 적은 건 아닐까 걱정을 쬐금 하면서 말이다.

왠걸, 껍질도 그다지 두껍지 않고 과육도 꽤 도톰하니 씹을 게 많았다.
무엇보다 달고 신 여지의 맛과 향이 제대로 살아있었다.
(올해 먹어본 다른 여지는 너무 맛이 없었다. 시고 떨떠름한 것들 뿐이었다. 적어도 내가 산 것 중에서는..)
입에 통채로 넣고 한입에 다 씹지도 못하고 우물우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복숭아 하나를 넣고 같이 찍어 봤다.
복숭아가 조금 작은 것이긴 하지만 그냥 봐도 여지 하나가 거의 자두만한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크기대조를 위해 담배곽을 옆에 두고 찍어봤다.(사진은 대충 찍었으니 크기만 확인하시라..)

보여줄 수 있는 건 크기 밖에 없는지라,..
맛은 직접 드셔보는 수밖에. 강추다.
한근에 12원, 또는 14원 했다.(가게에 따라서)
위 사진만큼이 43원(6500원 정도?)어치이다.

바이두에서 여지왕을 검색해 보니 재미난 게 뜬다.
1. 홍콩 출신 하드코어 밴드 이름이 여지왕(King Lychee)이다.
나야 머 이쪽 음악은 잼병이라 수준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만.
음악을 아는 분들은 직접 들어보시고, 딱딱한 껍질 속에 말랑말랑한 내용물과 함께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단단한 핵심이 있는지 느껴보시라.

2. 정말로 "여지王"을 뽑기도 한다.
해남도 해구시에서 거행하는 여지문화제의 여지왕 왕보걸(王宝杰)씨다.
맛, 육질, 외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한다고 한다.
이 기사로 보면 올해 여지는 아주 풍작이었다는데, 내가 먹은 그 여지들은 왜 비싸고 맛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암튼 왕으로 뽑힌 아저씨의 웃음이 아주 친근하다.

(http://www.hq.xinhuanet.com/news/2008-06/19/content_13590488.htm)

 

3. 씨없는 여지왕에 대한 기사도 보인다.(http://www.foodqs.com/news/gnspzs01/200862417147611.htm)

기사에 따르면 올림픽 추천 과일이기도 한 이 "씨없는 여지왕(无核荔枝王)"은 전세계에서 해남도에서만 생산되며 해남도에서 항공편으로 수송해와,
베이징 신발지(新发地)에 위치한 올림픽과일 전문매장에 6월24일부터 진열되기 시작했다고 한다.(이런 것도 있었나?)

1년 중 6월에만 생산되기 때문에 생산량이 아주 적고, 도매가가 킬로당 76원(런민비)에 이른다고.

비싸기도 하거니와 이런저런 이유로 상해에서는 먹어보기(구경하기) 쉽지 않겠군!

 

이글루스에서 by luna | 2008/06/28 04:30 | flaneur |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