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중국도 작년보다 과일가격이 상당히 올랐다는 느낌이다.
환율까지 올라 요즘은 과일 먹기도 겁이 날 지경이다.
과일, 채소 등 식료품은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중국의 장점도 이제 물 건너간 모양이다.

간만에 과일가게에 들렸다가 "타이완 여지왕"이란 놈을 봤다.
꽤나 과일을 즐겼고 여름에는 여지 킬러였다고 자부하는데, 어쩐지 이놈은 이번에 처음 봤다.
신기한 마음에 한번 사들고 와 본다.
크기만 하고 맛은 없으며, 껍질이 엄청 두껍고 씨는 커서 과육은 적은 건 아닐까 걱정을 쬐금 하면서 말이다.

왠걸, 껍질도 그다지 두껍지 않고 과육도 꽤 도톰하니 씹을 게 많았다.
무엇보다 달고 신 여지의 맛과 향이 제대로 살아있었다.
(올해 먹어본 다른 여지는 너무 맛이 없었다. 시고 떨떠름한 것들 뿐이었다. 적어도 내가 산 것 중에서는..)
입에 통채로 넣고 한입에 다 씹지도 못하고 우물우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복숭아 하나를 넣고 같이 찍어 봤다.
복숭아가 조금 작은 것이긴 하지만 그냥 봐도 여지 하나가 거의 자두만한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크기대조를 위해 담배곽을 옆에 두고 찍어봤다.(사진은 대충 찍었으니 크기만 확인하시라..)

보여줄 수 있는 건 크기 밖에 없는지라,..
맛은 직접 드셔보는 수밖에. 강추다.
한근에 12원, 또는 14원 했다.(가게에 따라서)
위 사진만큼이 43원(6500원 정도?)어치이다.

바이두에서 여지왕을 검색해 보니 재미난 게 뜬다.
1. 홍콩 출신 하드코어 밴드 이름이 여지왕(King Lychee)이다.
나야 머 이쪽 음악은 잼병이라 수준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만.
음악을 아는 분들은 직접 들어보시고, 딱딱한 껍질 속에 말랑말랑한 내용물과 함께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단단한 핵심이 있는지 느껴보시라.

2. 정말로 "여지王"을 뽑기도 한다.
해남도 해구시에서 거행하는 여지문화제의 여지왕 왕보걸(王宝杰)씨다.
맛, 육질, 외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한다고 한다.
이 기사로 보면 올해 여지는 아주 풍작이었다는데, 내가 먹은 그 여지들은 왜 비싸고 맛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암튼 왕으로 뽑힌 아저씨의 웃음이 아주 친근하다.

(http://www.hq.xinhuanet.com/news/2008-06/19/content_13590488.htm)

 

3. 씨없는 여지왕에 대한 기사도 보인다.(http://www.foodqs.com/news/gnspzs01/200862417147611.htm)

기사에 따르면 올림픽 추천 과일이기도 한 이 "씨없는 여지왕(无核荔枝王)"은 전세계에서 해남도에서만 생산되며 해남도에서 항공편으로 수송해와,
베이징 신발지(新发地)에 위치한 올림픽과일 전문매장에 6월24일부터 진열되기 시작했다고 한다.(이런 것도 있었나?)

1년 중 6월에만 생산되기 때문에 생산량이 아주 적고, 도매가가 킬로당 76원(런민비)에 이른다고.

비싸기도 하거니와 이런저런 이유로 상해에서는 먹어보기(구경하기) 쉽지 않겠군!

 

이글루스에서 by luna | 2008/06/28 04:30 | flaneur |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