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문화혁명/주변에서 보는 중국'에 해당되는 글 12건

  1. 2009.03.19 개인이 지진 사망학생 조사에 나서다
  2. 2008.06.05 천안문 사건, 19주년
아이웨이웨이의 블로그를 구글 리더로 구독한다. 최근에 한동안 글을 못 읽다가, 어제께 잠깐 들어갔다가 글 몇 개 읽느라 오전을 다 보냈다. 먼저 다음 글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5.12 사천 지진 사망학생" 조사

사천성 원촨 지진이 일어난 뒤 이미 300여 일이 지났음에도 정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정확한 사망인원의 공개를 계속 늦추어 "두부짜기 공정"에서 수천만의 초중고등학생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흐리게 하고 있다.

이에 2008년 12월 15일부터 우리는 지진 사망학생에 대한 조사와 정리 작업을 시작하였다. 사천성 정부와 관련기관, 공안부, 교육부 등에 사망학생의 인원과 명단을 공개할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따라서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지진 재해구역에 대한 실지 조사를 진행하였다.

재난 학생들에 관심을 가져준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 명단을 본 뒤 우리의 조사에 참여하여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퍼뜨려 주기를 바란다. 2009년 5월 12일, 지진 1주년이 되기 전에 "사천 지진 사망학생"의 명단을 보다 완전하게 작성하도록 하겠다.
죽음을 거절하고 생명을 존중하자. 애도를 표하며 죽은 혼을 달래자.

정보를 제공하실 분은 이 블로그에 글을 남기거나  xuesheng512@gmail.com로 이메일을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참여에 감사드립니다.

그 아래로 지금까지 작성된 사망학생 명단이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아직 전체적으로 정리된 명단은 올라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천대지진에 대해서는 나도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고, 중국인들도 지난 한해의 관심에 비하면 거의 잊혀진 것이나 다름 없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누군가 끈기있게 잊혀져가는 사건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 아니라, 아이웨이웨이가 문제제기하는 방식이다. 사건이 났다. 그런데 정부는 최대한 사건을 축소하고 빨리 매듭짓고 싶어한다. 이러한 정책방향에서는 실질적인 그 지역의 재건을 바랄 수 없다. 우선은 정확한 피해규모, 피해자 규모부터 작성되고 공개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그 일이 어째서 불가능한 일인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땅 속에 파묻힌 사람의 정확한 피해규모는 알 수 없다. 사체를 식별불가능하다. 실종자가 정말로 죽었는지, 다른 곳에 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등등. 하나하나 따져보면 정말로 정확한 피해자 규모를 책정하기 곤란할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 조사된 사망자 수치, 실종자 수치, 신분이 확인된 사망자의 명단은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아마도 호구를 기준으로 실종자까지 포함하면 피해규모가 너무 커지기 때문에 공개를 못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실종자 중 일부는 피해지역의 호구를 그대로 둔 채 도시를 전전하는 막노동자들일 가능성도 없진 않다. 지금의 중국 호구제도로는 정확한 인구 산정조차 불가능하지 않나..)


그런데 아이웨이웨이는 명단 확인이 가장 확실한 한 가지 경우를 파악하고 있다. 바로 학교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 명단이 교육부에 보관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적만 걸어두고 학교를 안 나오는 학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고, 그렇더라도 명단이 있기 때문에 현재 출석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학생들 피해자 명단이 확보되면 비율을 따져 전체 피해자 규모도 어느 정도 근사치가 산정이 가능할 것이다. 출석부 불러보면 학생의 피해 규모는 거의 정확하게 나올 수 있다. 학교, 군대, 교도소 등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하는 일이 인원체크 아니겠는가. 교육부에서 그 일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물론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조사 여부조차 대외적으로 공개된 바 없다.) 그 조사작업과 연계하여 아이웨이웨이는 북경에서 사천의 각급 관련기관으로 전화를 돌린다. 그리고 그 전화내용을 녹취하여 블로그에 그대로 공개했다. 이 전화내용이 그야말로 골 때린다. 우리나라도 요즘은 좋아졌는지 모르겠는데, 공무원들 전화받는 태도란 게 중국이나 한국이나 똑같다.(사실 중국이 쪼~금 더 심하긴 하다..^^) 그 자리에 있으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이해한다만.. 물론 아이웨이웨이도 상대방이 전화를 어떤 태도로 받을지 잘 알고서 시작한 일일 터이다. 성/시정부, 교육부, 공안부 등등에 전화해서 "지진 사망자 명단 알고 싶은 민간조직인데요, 좀 가르쳐 주세요"라고 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반응은 너무 다양하고 또 한결 같다. 지금 장난하냐? 라는 태도로 그냥 끊어버리기도 하고, 같이 막 싸우기도 한다. 시간과 능력이 되면 그 하나하나를 다 번역해서 그대로 읽어보시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중국 공무원들의 말투와 사고방식을 배우기에도 더할 나위없이 적절한 교재이다.

그쪽에서 어떤 식의 반응이 나올 지 알면서도 일일이 전화를 돌린 건, 통화 녹취록을 블로그 등에 공개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상급 기관부터 하급기관까지, 피해지역 전부를 하나씩 전화해 보면 똑같지만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태도에서부터 정보공개의 수준이 다 제각각인 것이다. 그 모자이크를 모아보면 피해규모에 대해 정부가 지금까지 공개한 말은 거짓임이 자연히 드러나게 된다. 통계를 내는 게 불가능하다에서 통계를 상부에 보고했는데 니네들에게는 가르쳐줄 수 없다까지 발뺌하려다 노출되는 정보의 양이 만만찮으니까.. 그 중에서 비교적 온건하고 합리적으로 받은 (착하고 순진한*^^*) 미스 무와의 통화를 옮겨 둔다. 다른 통화가 더 재미있긴 한데 내용이 별로 없다. 그냥 자기들은 모른다. 우리 관할이 아니다. 다른 데 전화해 봐라. 또 그쪽에 전화하면 원래 전화했던 데로 해봐라. 혹은 있어도 니네같은 개인에게 넘겨주겠냐? 세상 물정 모르는 놈 같으니라고.. 이런 식이다.(너무 다양해서 기억도 잘 안 나는데 통화내용은 정말 재미있다!!! 속이 뒤집어지면서 말이다..) 아래처럼 순진하게 우리가 다 조사했고 관련내용은 상부에 보고되었다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관련 내용 자체를 언급하려 하지 않는 게 대부분의 기본 태도니까.

일시:2009年03月13日09时55分
기관:北川县教育局
번호:0816-4821109
시간:4분31초

a: 여보세요. 베이촨 현 교육국입니까?

b: 예.

a: 저희는 북경 조양구에서 사망학생 명단을 조사하는 연구조직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관련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b: 재난 피해자를 알고 싶으시다는 말씀이시죠?

a: 예. 주로 학생명단입니다.

b: 민간 연구조직이시죠? 그럼 명단을 구해서 뭘 하시려는 거죠?

a: 가장 기본적인 통계를 내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매체 등을 아무리 뒤져봐도 정확한 사망자 숫자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지진에서 사망한 인원의 명단은 아주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b: 그게, 아마도, 관련 데이터는 우리가 벌써 상급기관으로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당신네같은 민간 조직에 공개해도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a: 민간조직에게 왜 공개하지 못한단 말입니까? 그건 국민의 기본권리의 하나입니다.

b: 그건 제가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해하시죠?

a: 그럼 하나 물어봅시다. 당신네들에게 그 데이터가 있긴 한가요?

b: 데이터야 당연히 있죠. 우리가 관할하는 구역인데, 어떻게 통계내지 않을 수 있겠어요?

a: 그럼 학생 명단을 포함해서, 모두 정확하게 나와 있겠군요?

b: 당연히 정확하죠. 분명히 상급기관 쪽에서 관련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있을 겁니다. 현, 시, 성 등이 우리 상급 기관들입니다. 우리 부서는 학생명단 쪽을 구체적으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a: 관련 전화번호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b: 0816-48222337, "안정 팀"의 손 조장에게 연락하세요. 지진 재해 후 안정유지를 담당한 조직입니다. 구체적인 문제는 그들에게 연락해 보세요. 그 사람이 이쪽을 책임지고 있으니까요.

a: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아이웨이웨이가 하고 있는 작업은 "상식"의 재건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정도는 정부가 매체가 사회가 하고 있어야 하는 거란 걸 보여 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들이 하지 않으면 개인들 하나하나가 의문을 품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중국을 안정시키겠지만 아이웨이웨이 같은 사람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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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
이번 6월 4일로 1989년에 있었던 천안문 사건이 일어난 지 19년을 맞는다.
자 세하게 관련논문들을 읽어본 것은 아니나 서방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이 사건을 "민주화 운동" 등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봉건적인 요소가 많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요구한 내용이나 방식의 봉건성에도 불구하고 운동의 흐름은 민주적인 성격이 강했고, 그러한 요구의 제기와 풀어가는 방식을 통해 중국이 보다 민주적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생각난 김에 한국 쪽 매체에서 혹시라도 관련 소식을 다뤘는지 검색해 본다.

[기자수첩]천안문 19주년 희미해진 기억
중국 대학가는 지금, 정치·인권 문제엔 '무덤덤'
천안문 사태 19돌 …‘그날의 기억’ 증발된 중국

말 그대로 천안문 사건은 이제 희미해진 기억으로만 남았다.
간단한 논평 하나도 신문, 인터넷 등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 시절 운동을 주도했던 대학생들은 이미 사회의 중심인물로 중국을 좌지우지한다.
러우예의 <여름궁전; 이화원> 같은 영화가 보여주는 정서가 그때 그 시절과 후일담이다.
영화는 천안문사건을 간접적으로만 언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상영금지되었다.
아직 중국내에서 천안문사건, 육사 따위는 검색어로 허용되지 않는다.
(영화 자체는 그저 그렇다. 주인공의 눈빛과 연기는 인상적인데, 감독이 너무 욕심을 부렸던 게 아닐까 싶다.)

이 사건에 대한 경각심이 워낙 커서였는지, 중국에서는 여전히 집회시위를 함부로 할 수 없고
여러 사람이 모여 집단행동을 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법원에 학교의 부실공사를 따지러 갔던 지진피해 학부모들의 단체행위를 공안이 저지할 정도. 끌어냈다고 표현할 수밖에.
기사가 전하고 있듯이 그럼에도 지금의 중국 대학생들은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원래 그런 체제에서 태어나고 살아왔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들도 말하고 행동할 자유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분위기를 잘 읽고 허용되는 행동만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밥도 먹여주지 않는 신념에 의한 행동보다는 살아남자는 생존본능이 강할 뿐이다.
언제나 살아남는 강한 약자, 우파(비정치적 의미의).

앞으로 중국이 조금 더 잘 살고,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나면 중국이 달라질까? 쉽지 않겠지?

미국, 중국에 천안문사건 재평가 촉구

미국에서는 논평을 냈다.
중국이 까먹고 있을까 봐
니네들 이런 일 있었는데 아직도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고 있지?
한 마디 물어주는 센스.
작년에도 천안문사건 해결해야 올림픽 가능할 것이라고 압박했다던데..

중국, "천안문사건 재평가 하지 않는다"  

물론 중국에서 돌아온 답변은 뻣뻣하다.
내정간섭하지 마시란다.
천안문 사건을 "반혁명폭란"으로 규정한 당시의 공식입장은 절대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혁명폭란"?
요즘도 어디서 많이 듣는 말인 것 같은데..
티벳에서?
한국에서는?
암 튼, 오는 8월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인권상황의 개선을 요구하는 국내외의 여론에 대해 친강 대변인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얘기하든,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우린 중국 특색을 가진 사회주의 길을 끝까지 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爆亂의 희생자’ 되길 자청하는 李 대통령
(링크가 뜨지 않아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6월3일자.)

시대를 되돌리는 대통령 혼자(?) 힘으로
이처럼 새롭고 건강한 운동의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80년처럼, 89년처럼 "계엄령"이라는 판단착오를 하는 비겁함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미 충분히 비겁하고 어리석었으니까.
앞으로 제발, 말이 좀 통하는, 상식을 갖춘 사람을 뽑자구요..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