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이번 6월 4일로 1989년에 있었던 천안문 사건이 일어난 지 19년을 맞는다.
자 세하게 관련논문들을 읽어본 것은 아니나 서방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이 사건을 "민주화 운동" 등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봉건적인 요소가 많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요구한 내용이나 방식의 봉건성에도 불구하고 운동의 흐름은 민주적인 성격이 강했고, 그러한 요구의 제기와 풀어가는 방식을 통해 중국이 보다 민주적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생각난 김에 한국 쪽 매체에서 혹시라도 관련 소식을 다뤘는지 검색해 본다.

[기자수첩]천안문 19주년 희미해진 기억
중국 대학가는 지금, 정치·인권 문제엔 '무덤덤'
천안문 사태 19돌 …‘그날의 기억’ 증발된 중국

말 그대로 천안문 사건은 이제 희미해진 기억으로만 남았다.
간단한 논평 하나도 신문, 인터넷 등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 시절 운동을 주도했던 대학생들은 이미 사회의 중심인물로 중국을 좌지우지한다.
러우예의 <여름궁전; 이화원> 같은 영화가 보여주는 정서가 그때 그 시절과 후일담이다.
영화는 천안문사건을 간접적으로만 언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상영금지되었다.
아직 중국내에서 천안문사건, 육사 따위는 검색어로 허용되지 않는다.
(영화 자체는 그저 그렇다. 주인공의 눈빛과 연기는 인상적인데, 감독이 너무 욕심을 부렸던 게 아닐까 싶다.)

이 사건에 대한 경각심이 워낙 커서였는지, 중국에서는 여전히 집회시위를 함부로 할 수 없고
여러 사람이 모여 집단행동을 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법원에 학교의 부실공사를 따지러 갔던 지진피해 학부모들의 단체행위를 공안이 저지할 정도. 끌어냈다고 표현할 수밖에.
기사가 전하고 있듯이 그럼에도 지금의 중국 대학생들은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원래 그런 체제에서 태어나고 살아왔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들도 말하고 행동할 자유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분위기를 잘 읽고 허용되는 행동만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밥도 먹여주지 않는 신념에 의한 행동보다는 살아남자는 생존본능이 강할 뿐이다.
언제나 살아남는 강한 약자, 우파(비정치적 의미의).

앞으로 중국이 조금 더 잘 살고,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나면 중국이 달라질까? 쉽지 않겠지?

미국, 중국에 천안문사건 재평가 촉구

미국에서는 논평을 냈다.
중국이 까먹고 있을까 봐
니네들 이런 일 있었는데 아직도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고 있지?
한 마디 물어주는 센스.
작년에도 천안문사건 해결해야 올림픽 가능할 것이라고 압박했다던데..

중국, "천안문사건 재평가 하지 않는다"  

물론 중국에서 돌아온 답변은 뻣뻣하다.
내정간섭하지 마시란다.
천안문 사건을 "반혁명폭란"으로 규정한 당시의 공식입장은 절대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혁명폭란"?
요즘도 어디서 많이 듣는 말인 것 같은데..
티벳에서?
한국에서는?
암 튼, 오는 8월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인권상황의 개선을 요구하는 국내외의 여론에 대해 친강 대변인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얘기하든,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우린 중국 특색을 가진 사회주의 길을 끝까지 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爆亂의 희생자’ 되길 자청하는 李 대통령
(링크가 뜨지 않아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6월3일자.)

시대를 되돌리는 대통령 혼자(?) 힘으로
이처럼 새롭고 건강한 운동의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80년처럼, 89년처럼 "계엄령"이라는 판단착오를 하는 비겁함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미 충분히 비겁하고 어리석었으니까.
앞으로 제발, 말이 좀 통하는, 상식을 갖춘 사람을 뽑자구요..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