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천안문사태 20주년이 지나갔다. 너무 조용하다. 이것은 인위적인 조용함이다.

홍콩에서는 매년 열리는 추모 시위가 사상 최대인원인 15만명이 운집한 대형시위로 확장되었고,
언제나처럼 미국이나 서방국가에서는 재평가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중국 외교부는 그에 강한 불만의 목소리로 응수하지만 그것 자체가 통과의례화 되어가고 있다. 물밑에서는 여전히 손을 잡고 같은 길을 걸어갈 것이다. 20주년에 시선이 가지 못하게 북핵을 막후에서 조정했을 것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북핵은 한국정부도 도와주고 중국정부도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흔히 "6521공정"이라고 건국 60주년, 티벳 무장봉기 50주년, 천안문사건 20주년, 파룬궁 탄압 10주년을 꼽고 있는데, 오사운동90주년 하나가 빠졌다. 그 중 어쨌거나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논의할 계기로 삼을만한 사건은 오사운동 90주년천안문사건 20주년일 텐데, 서점을 나가봐도 오사운동에 관한 새로운(그러나 내용자체는 전혀 새롭지 않은) 책과 학술대회는 풍성한데 "육사"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나머지 사건들에 덜 관심을 가지자는 말은 아니다. 지식인 담론 및 사회 전체적인 어떤 전환점을 가져온 계기로 재검토할 사건은 오사와 육사가 대표적으로 꼽힐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매체에도 간단하게 소개된 바, 첸리췬을 위시한 학자, 변호사, 당시 참가자 등에 의해 진행된 비공개 세미나는 시도 자체에 의미가 여러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잘 알려졌듯이 유투브, 티스토리, 다음블로그 등 예전부터 막혀있던(이유야 여러가지이겠으나) 사이트에 더하여 핫메일(금방 풀렸다), Flickr, twitter 등등이 새롭게 막혔다. 어쨌거나 읽을 수 있는 포털의 한국어 뉴스들에서는 20주년 관련 심층보도를 전혀 접할 수 없다. 한국에서 중국 관련지식으로 밥먹고 사는 사람들은 뭐 하나 모르겠는데. 나만 해도 이번에는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한국의 상황에 망연자실. 이 사건을 남의 나라에서 벌어진 꽤 중요한 사실 정도로 객관화하여 보기는 힘들다. 그나마 이남주 선생의 컬럼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정도이다. (관련글:[시론―이남주] 기로에 선 중국 민주운동 )

중국에서는 차단되어 있지만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는 중국어 사이트에서는 관련 논의들도 풍성하고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준다. 특히 예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纵览中国; China in Perspective"라는 사이트에서 비공개 세미나로 발표된 첸리췬, 쉬유위, 추이웨이핑 등의 글을 발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 글들은 시간이 허락하면 번역해 두려고 한다.

천안문사건을 들여다볼수록 "민주화운동"이라는 도식으로 정리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이 발견된다. 그들이 생각한 "민주"는 무엇이었으며, 어떠한 민주를 꿈꾸었는지는 모호하다. 그러나 문제는 탄압 이후이다. 천안문 사건의 탄압을 경제발전의 원인으로 제시하는 해석조차 나오고 있다. 시간적인 선후관계는 원인과 결과의 서사로 변해버린다. 20년 전의 일을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 하거나 애써 알려고 하지 않는 건 90년 이후의 중국 경제의 놀라운 도약과 자연스레 맞물릴 수밖에 없다.

경제의 발전으로 최소한 밥 굶는 사람은 없어지지 않았느냐? 대답은 대부분이 평등하게 적게 먹는 사회에서 누구는 배터지게 먹다 남기고 누구는 매 끼니 걱정하는 사회로 건너왔다는 것이다. 각종 통계지표와 대도시의 고층빌딩이 제시하는 상징은 그러나 발전과 진보이다. 예전보다는 낫지 않느냐. 효율성 떨어지게 어느 세월에 합의와 조정이나 하고 있냐. 그러다가 치고받고 싸움이나 하고 시간 다 보내지 않느냐. 그것보다는 강력한 정부를 믿어라. 지금은 일부가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하는 대로 하면 다수가 행복해진다니깐. 아이 참, 하여튼 기다려 보라니깐, 말들이 많네.. 퍽!!


어디서 많이 보는 풍경이다.

쥐 한마리를 탓할 수 없는 우리의 욕망이 그 속에 끼어 있다.

청계천의 외양을 성공이라 생각하고 그를 총통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처럼, 3년 후 사람들이 자신이 가고자 한 그 길을 칭송할 것이라고 그는 착각하고 있다. 그리고 정말로 두려운 것은 그 착각이 사실은 모두의 욕망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성공을 확신하기에 그는 지금의 삽질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런데 정말로 그의 성공을 빌어줘야 할까? 건너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 "봐라! 내 말이 맞지?" 하며 쪼갤 그 모습, 생각조차 하기 싫다.

어떤 면에서 이미 중국의 현재는 한국의 미래이다.
탱크가 동원되지 않은 천안문사건이 그걸 말해준다.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