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示衆/flaneur, p.m. 4:30 2010. 7. 10. 08:41

오랫만에 시골에 갔더니 텃밭처럼 꾸민 화단에 꽃이 피어 있네요. 낡고 볼품 없는 시골집이지만 마당이 넓어서 좋아요.

 

 

 

 

오토바이를 타고 강쪽으로 나갔더니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네요.

 



낙동강 달성보 일부 공사중단 - 한겨레, 2010.06.27.

임금체불, 4대강 낙단보 공사 중단  - 미디어오늘

제가 사진을 찍을 때는 강 건너편 포크레인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동네 사람들 이야기로는 덤프 트럭 기사 등에게 임금을 제때 주지 않아서 파업 중이라고 하더군요. 시끄러운 소리가 나지 않아서 살 만하다고...


뒤돌아서 동네 쪽으로 봐도 가관입니다. 동네와 둑 사이에 있던 논도 강바닥에서 긁어낸 준설토로 뒤덮혔네요. 사람 키보다 높게 쌓여 있어요.

오토바이 기름이 얼마 없는 걸 확인도 안 하고 타고 나와서 중간에 멈춰버렸어요. 엥꼬가 난 거죠.

동네 안쪽 토지에 쌓인 준설토를 보려면 사진 오른쪽의 산길에서 내려오면서 사진을 찍었어야 전모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굉장히 기가 막히게 훌륭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합니다. 아쉽게도 멈춰버린 오토바이 때문에 구석구석 돌아다닐 수 없게 되었어요.


 

 

 


엥꼬 난 오토바이를 끌고서 터덜터덜 동네 안쪽으로 들어옵니다. 이쪽 토지도 저기 보이는 비닐하우스를 경계로 모두 준설토로 뒤덮힐 예정이랍니다.

원래 강보다 동네 쪽이 더 낮았는데 고맙게도 높혀준다는 말이죠. 불행히도 우리 하우스는 그런 혜택에서 빗겨났습니다.



아무튼 이로써 이 동네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아래 윗 논으로 나뉘어진 비닐하우스를 포함해 동네 안쪽까지 준설토 적치장으로 포함시키려고 도장 받으러 다닌다길래 절대로 찍어주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경계에 포함된 땅들이 벌써 먹혀든 후였죠. 동네 사람들 생각은 대충 이랬던 것 같습니다.


1. 도장 안 찍어줘도 소용없다. 결국은 자기들 하고싶은 대로 할 것이다.

2. 농사 지어봐야 한해 소득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보상금 받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정부나 힘센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한번도 이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으니 의견이란 게 있을 수도 없죠. 대부분 쉽게 동의를 해 줬고 어머님도 내심 바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마찰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에요. 예정날짜보다 빨리 준설토를 때려 붓는 바람에 감자를 심자마자 포기해야 됐던 친구어머님은 굉장히 억울해 하셨죠.

원래 날짜대로라면 감자 정도는 캐먹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심은 공이 무색하게 모래로 뒤덮어 버렸으니 말이죠.

 

사진은 우에 논의 비닐하우스입니다. 그 속에는 오이가 크고 있죠.

아래 논 비닐하우스와의 사이에 있는 소작을 붙혀먹는 땅에는 마늘이 심어져 있습니다. 어머님 생신에 다 같이 내려가 마늘을 뽑고 왔습니다.

비가 왔으니 지금쯤이면 모내기도 끝났겠군요.


이리저리 강바닥을 헤집어 놓은 터라 가장 걱정되는 건 홍수 피해가 될 것 같아요.

강바닥 긁어낸 4대강 준설토, 본격 장마에 위험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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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