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었음에도 출출해져 잠시 고민하다 운동삼아 자전거로 조금 멀리 밤참을 먹으러 가기로 결심.
택시로 15-20분(기다리고, 길이 막히는 등), mtb로 25분 거리인데 조금 불편해도 아무렇게나 세워둘 수 있는 일반자전거를 타고 갔다. 어차피 운동 삼아 갈 생각이었으니 조금 힘들어도 달려볼 생각이었다. 사오십 분 정도를 예상했는데 결과는 30분. 이거 뭐, 비까번쩍 mtb랑 별 차이도 안 나는구먼. 밤이라서 도로가 한적했기 때문일 터.
나설 때부터 공기가 무거운 게 비가 올 것 같던만 역시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맛있게 설렁탕 한 그릇 먹고 나오는데 자전거가 살폿이 젖어 있었다. 우비를 사 입을 정도는 아닌 것 같아 그냥 되돌아왔다. 촉촉한 아스팔트 길.
사거리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그 시간에 사람들이, 구경꾼이 몰려 있으면 그건 사고가 났다는 뜻이다.
나는 다행인지 어쩐지 지금껏 살아오면서 사고를 당한 적도 없었고, 사고현장을 목격한 적도 없었다. 운전을 하면서도 아슬했던 몇 번이 있었지만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작은 사고의 경험도 없기 때문에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 아마도 알고 있는 사고대처요령도 당황해서 머리가 하야지지 않을까 싶다.
전기자전거가 나뒹굴고 있고, 승용차 유리도 깨어져 있다. 아스팔트에 한 사람이 누워 있는데,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냥 지나가려다가 멈췄다. 손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겨울이고, 비가 오고 있고, 피를 흘리고 있는데, 경찰이고 구경꾼이고 아무도 그를 일으키거나 구급차로 옮기지 않는다. 그 추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데 말이다.
경찰은 느긋하게 사고경위를 따지며 사고차량과 피해지점을 오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게 뭔가? 저기 누워 있는 저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 말고 뭐가 더 중요한 게 있단 말인가.. 현장을 보존하고 책임소재 따지는 게 그렇게 중요할까. 사고 후 그 몇 분 때문에 사람 목숨이 오가는데,.
중국에서 사고가 나면 무조건 공안에게 신고하고 공안(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구급차가 먼저 오는 경우에도 공안이 오지 않으면 이동할 수가 없다고 한다. 한 사람의 목숨보다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전에도 레미콘 차량이 승용차를 덥쳐 아버지는 즉사하고 다리가 절단된 아들은 피를 흘리며 울부짖고 있었다고 한다. 퇴근시간이라 경찰이 도착하는 데 2시간이 걸린 것. 살지 못했다. 작년에 교회에서 귀가하던 한국인 아주머니들도 이런 규정 때문에 한 분도 못 살았다.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 수혈이라도 했다면 한둘은 살릴 수 있는 경우였는데 말이다.
찾아본 교통사고 관련 규정에는 책임규명과 현장보존, 보상에 관한 사항들만 있을 뿐이다. 법규와 돈은 있는데 사람이 빠져 있다.
일단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할 것 아니냐.
우울하고 답답하고 화가 났다.
내일 그 자리에 누워 있을 사람이 당신이 될 수도,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걸까? 사람 목숨을 너무 우습게 여기는, 사람 귀한 줄 모르는 이들의 태도에 "야만"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더 살만해져 2020년에는 세계 최고의 부국이 되어 있어도 당신들이 그렇게 바라는 세계 최고가 될 리는 없다는 점, 확신으로 다가옵니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당신들의 방식에 사람은 빠져 있고 효율만 있다는 것, 땅밑에서 신음이 들리는데 그냥 말 그대로 덮어버리는 식으로 지진현장을 효율적으로 처리한 당신들, 탱크로 천안문의 시민들을 밟아버리는 식으로 생각을 막아버렸던 당신들. 그것을 실행하는 게 사악한 그들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사람들 모두의 동의에 의해서라는 것.
한국과 중국은 비행기로 2시간 정도 거리다.
택시로 15-20분(기다리고, 길이 막히는 등), mtb로 25분 거리인데 조금 불편해도 아무렇게나 세워둘 수 있는 일반자전거를 타고 갔다. 어차피 운동 삼아 갈 생각이었으니 조금 힘들어도 달려볼 생각이었다. 사오십 분 정도를 예상했는데 결과는 30분. 이거 뭐, 비까번쩍 mtb랑 별 차이도 안 나는구먼. 밤이라서 도로가 한적했기 때문일 터.
나설 때부터 공기가 무거운 게 비가 올 것 같던만 역시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맛있게 설렁탕 한 그릇 먹고 나오는데 자전거가 살폿이 젖어 있었다. 우비를 사 입을 정도는 아닌 것 같아 그냥 되돌아왔다. 촉촉한 아스팔트 길.
사거리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그 시간에 사람들이, 구경꾼이 몰려 있으면 그건 사고가 났다는 뜻이다.
나는 다행인지 어쩐지 지금껏 살아오면서 사고를 당한 적도 없었고, 사고현장을 목격한 적도 없었다. 운전을 하면서도 아슬했던 몇 번이 있었지만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작은 사고의 경험도 없기 때문에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 아마도 알고 있는 사고대처요령도 당황해서 머리가 하야지지 않을까 싶다.
전기자전거가 나뒹굴고 있고, 승용차 유리도 깨어져 있다. 아스팔트에 한 사람이 누워 있는데,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냥 지나가려다가 멈췄다. 손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겨울이고, 비가 오고 있고, 피를 흘리고 있는데, 경찰이고 구경꾼이고 아무도 그를 일으키거나 구급차로 옮기지 않는다. 그 추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데 말이다.
경찰은 느긋하게 사고경위를 따지며 사고차량과 피해지점을 오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게 뭔가? 저기 누워 있는 저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 말고 뭐가 더 중요한 게 있단 말인가.. 현장을 보존하고 책임소재 따지는 게 그렇게 중요할까. 사고 후 그 몇 분 때문에 사람 목숨이 오가는데,.
상해시 도로교통사고 처리에 관한 몇 가지 규정(上海市道路交通事故处理若干规定)
제11조 (교통사고 책임의 추정)
교통사고 당사자가 위치를 표시하지 않고 교통사고 현장의 차량이나 물품을 이동시켜 교통사고의 책임을 확정할 수 없을 경우 교통사고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第十一条 (交通事故责任的推定)
交通事故当事人未标明位置而移动交通事故现场的车辆或者物品,致使交通事故责任无法认定的,应当负交通事故全部责任。
제11조 (교통사고 책임의 추정)
교통사고 당사자가 위치를 표시하지 않고 교통사고 현장의 차량이나 물품을 이동시켜 교통사고의 책임을 확정할 수 없을 경우 교통사고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第十一条 (交通事故责任的推定)
交通事故当事人未标明位置而移动交通事故现场的车辆或者物品,致使交通事故责任无法认定的,应当负交通事故全部责任。
중국에서 사고가 나면 무조건 공안에게 신고하고 공안(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구급차가 먼저 오는 경우에도 공안이 오지 않으면 이동할 수가 없다고 한다. 한 사람의 목숨보다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전에도 레미콘 차량이 승용차를 덥쳐 아버지는 즉사하고 다리가 절단된 아들은 피를 흘리며 울부짖고 있었다고 한다. 퇴근시간이라 경찰이 도착하는 데 2시간이 걸린 것. 살지 못했다. 작년에 교회에서 귀가하던 한국인 아주머니들도 이런 규정 때문에 한 분도 못 살았다.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 수혈이라도 했다면 한둘은 살릴 수 있는 경우였는데 말이다.
찾아본 교통사고 관련 규정에는 책임규명과 현장보존, 보상에 관한 사항들만 있을 뿐이다. 법규와 돈은 있는데 사람이 빠져 있다.
일단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할 것 아니냐.
우울하고 답답하고 화가 났다.
내일 그 자리에 누워 있을 사람이 당신이 될 수도,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걸까? 사람 목숨을 너무 우습게 여기는, 사람 귀한 줄 모르는 이들의 태도에 "야만"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더 살만해져 2020년에는 세계 최고의 부국이 되어 있어도 당신들이 그렇게 바라는 세계 최고가 될 리는 없다는 점, 확신으로 다가옵니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당신들의 방식에 사람은 빠져 있고 효율만 있다는 것, 땅밑에서 신음이 들리는데 그냥 말 그대로 덮어버리는 식으로 지진현장을 효율적으로 처리한 당신들, 탱크로 천안문의 시민들을 밟아버리는 식으로 생각을 막아버렸던 당신들. 그것을 실행하는 게 사악한 그들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사람들 모두의 동의에 의해서라는 것.
한국과 중국은 비행기로 2시간 정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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