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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18 옌롄커 6, 쾌활(受活)
獨立閱讀/讀, 서재 2007. 11. 18. 04:02

쾌활한 리얼리즘


< 쾌활(受活)>(2004)은 옌롄커 소설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기묘한 상상력, 은유, 아이러니를 버물려 놓은 중국식 마술적 사실주의의 완성이며, “중국문학의 사유를 바꾼 개척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에 부가된 작가의 주석에 따르면 제목 “수활(受活)”은 “향락, 향유, 쾌활, 즐거움” 등을 뜻하는 북방 방언이다. 파러우 산맥(耙耬山脈)에 위치한 쾌활촌민의 지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 바로 이 “쾌활(受活)”이다. 작품은 중국내륙의 외딴 곳에 있는 쾌활촌(受活庄) 이라는 허구의 공간을 배경으로 그려진다. 대대로 이 마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맹인, 벙어리, 절름발이 등 197명의 장애인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정상인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취급을 받는 그런 곳이다. 깊은 산맥 속에 위치해 있어 중국근현대사의 그 수많은 전쟁과 운동도 이 마을의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방해하지 못했다. 사회주의의 붉은 깃발이 중국 대륙 전체를 뒤덮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사건은 마오즈(茅枝) 할멈과 류잉췌(柳鹰雀) 현장이라는 두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홍군(紅軍)이었던 마오즈는 전쟁에서의 부상으로 낙오되어 쾌활촌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혁명의 물결이 쾌활촌에 미쳤을 때 홍군이었던 마오즈의 피는 다시 끓어오른다. 토호 타도, 농지 분배, 대약진, 인민공사, 문혁과 같은 일련의 혁명개조운동에 촌민들을 이끌고 앞장선다. 그러나 전국을 뒤덮던 3년간의 자연재해를 거치면서 쾌활촌의 자급자족 경제가 상급부처의 징세와 이재민의 약탈로 파괴되는 것을 목도한 후 차츰 혁명의 부질없음을 깨닫는다. 그 후 인민공사에서 “퇴사(退社)”하여 원래의 “방임, 자유, 자급, 자족”의 생활로 회복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또 다른 중심인물 류잉췌(柳鹰雀) 현장은 현의 경제상황을 진작시키기 위해 야심만만한 계획을 세운다. 소련의 해체소식을 접한 후 레닌의 유체를 사와 레닌기념당을 만들어 입장료로 많은 수입을 올린다는 황당무계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그러나 레닌의 유체를 구입할 막대한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중, 마오즈와 협상을 생각해 낸다. 쾌활촌이 “퇴사”하여 자유로운 상태로 돌아가게 해 주는 대신 장애인들로 구성된 기예단을 만들어 전국순회공연을 하면서 레닌 구입비용을 모은다는 것이다. 쾌활촌민은 육체적 수난으로 인해 “퇴사”를 결심했지만, 그것을 위해 인격적인 수난의 수렁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