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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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9 외국어를 대하는 한 태도 6
  2. 2007.04.06 중국에서 불고 있는 80년대 회고熱
문화혁명/80년대 2009. 7. 9. 14:58
외국어는 언제나 스트레스이다.
나의 뭉개지는 발음 때문에 웃음거리가 되지는 않을까?
이런 것도 모른다고 물어보면 무식하단 소릴 듣지나 않을까?
이렇게 말하는 게 문법에 맞는 표현일까?
등등.. 목록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예전에 누군가의 인터뷰에서 독일인가 프랑스에서 현지어를 모르는 장모님이 현지 할머니와 한참 수다를 떠는 걸 보고 신기해서, 어머님 무슨 말씀하셨어요? 물어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고 대답했다는 게 생각이 난다.(정확한 출처는 찾아보지 않았다..) 한국어로 말하고 독일어로 대답해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반대로 한국어로만 대화를 나눠도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지금 국회나 파란기와지붕 아래 있는 사람들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이 통할까? 무슨 외계어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다고 그냥 그들과 오래 지내다보면 말이 통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소통은 수사가 아니라 의지이기 때문일 테다.


아래는 천카이거에 의해 영화화된 바 있는 소설 <아이들의 왕>의 작가 아청의 인터뷰 중 일부이다.

양쯔: 오랫동안 미국에 계셨는데, 영어가 문제가 되지는 않았나요?

아청: 영어가 스트레스였던 적은 없습니다. 중국에서도 저는 중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았잖습니까. 그런 동네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문제가 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습니다. 장족(티벳) 지역에서든 타이족(태족:傣族) 지역에서든 마찬가지죠.
    중고등학교에서 저는 영어를 배웠습니다. 당시에는 출신성분이 안 좋으면 영어반, 출신성분이 좋으면 러시아어번에 들어갔습니다. 커리큘럼이야 똑같이 <류샤오치의 모포> 같은 거였죠.
    의사소통은 언제나 문제가 됩니다. 그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에요. 그렇지만 신체언어, 눈빛, 직감만으로도 바로 이해되는 경우도 많아요. 바로 그 분위기 안에 같이 있기 때문이죠. 영국에 가면 정통영어를 하겠지만, 미국에서는 각종 유형의 영어가 사용됩니다. 라틴아메리카식 영어, 흑인식 영어 이탈리아식 영어, 중국식 영어 등등, 언젠가 차를 고치다가 아르메니아식 영어를 들었던 적도 있어요.

양쯔: 영어로 책을 읽는 것은 어떤가요?

아청: 영문서적을 읽는 게 많이 힘들지는 않습니다. 제 독서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니까요.

-- 양쯔杨子, <예술 인터뷰(艺术访谈录)> 중에서

비슷한 구절을 아청의 다른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청: ... 제가 가진 특수한 경험은 열 몇 살에 삽대를 떠났는데, 그 지역 말을 거의 못 알아듣거나 전혀 못 알아듣곤 했습니다. 내몽고, 윈난 모두 제대로 알아듣기 힘듭니다. 그래서 미국에 갔을 때 영어를 못 알아들어도 별로 스트레스를 안 받았어요. 십여 년을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못 알아듣는 환경에서 살아왔으니 말입니다.

 

자젠잉: 항상 소수민족들과 함께 있었습니까? 그럼 어떻게 말을 하나요?

 

아청: 간단한 말만 하다가 조금씩 복잡한 말을 배우기 시작했죠. 욕부터 먼저 배우고, 정식 표현도 조금씩 배워갔죠. 그들도 중국어 표준말을 하긴 하는데, 그렇게 힘들게 중국어를 하는 걸 보고 있자니 내가 배우는 게 낫겠더라구요.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야 얼마 되나요 머. 미국에 가서도 비슷했죠.

 

자젠잉: 당신의 경우 어떤 면에서는 고향으로 돌아간 느낌마저 들었겠군요. 다른 사람에게 그건 중심에서 주변으로 내몰리는 경험이었습니다. 80년대 출국한 대부분이 받았던 느낌이 그랬습니다.


-- 자젠잉查建英, <80년대 중국과의 대화>(八十年代:访谈录) 중에서



Posted by lunarog
문화혁명/80년대 2007. 4. 6. 01:32

최근 중국에서는 80년대를 돌아보는 기획 및 서적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물론 대부분은 하나가 뜨니까 덩달아 시시콜콜한 온갖 내용들만 대충 정리해서 찍어낸 것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80년대"라는 키워드가 90년대 이후의 삶과는 다르면서 그것을 여전히 규정하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문혁"이 신체에 각인한 기억을 어떤 식으로 정리하고 넘어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겠죠. 그것을 80년대는 "낭만"적인 방식으로 분출했다면, 90년대 이후 그냥 잘 먹고 잘 살고 보자로 넘어가 버린..

지 금 사회 각계각층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이들이 바로 문혁 시기 청소년(홍위병 포함)이었고, 문혁 끝난 직후에 대학을 뒤늦게 진학한 세대들이죠. 제가 눈여겨 보고 있는 세대입니다. 대입제도 부활 직후 학번인 78학번. 유명한 사람만 대도, 장예모, 천카이거, 왕휘, 진평원 등 부지기수입니다. 경제력을 장악하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구요. 사실 대부분은 정치적 역량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의외로 알짜배기가 많다는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제 결론은 중고등학교 때 공부 안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다가, 머리 굳어도 철들어서 공부 열심히 하면 된다 입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구요~ ^^;;)

이 들을 기준으로 한 반세대 정도 위 사람들, 가장 왕성하게 자기 사유의 자양분을 얻을 청춘기(홍위병이 되긴 늦은 나이)를 문혁 때 보냈고, 문혁 종결 후 복권되어 눈치보면서 살아온 사람들의 사유구조도 흥미롭고요, 이들이 죽기 전에 제대로 정리해 둬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그 보다 반세대 정도 아래 사람들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죠. 문혁 시작 즈음에 태어나 문혁이 끝날 때쯤 학교를 다닌 이들입니다. 지금 학계, 정치계, 경제계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은 사실 한창 배울 때 혁명하느라 바빴고, 시골이나 공장에서 노동하면서 10대 후반, 20대 초반을 보낸 사람들입니다. 절대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들이 아니죠. 그 사상성이 노력과 결합하여 제대로 실력을 갖춘 사람도 분명 있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대부분은 "정치적 수완"으로 먹고 사는 사람인 듯합니다. 생명력이 질기긴 하겠지만 곧 도태될 가능성도 많죠. 최근 중국에서 40대 간부가 많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즉 윗세대에 비해 훨씬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으로 무장되어 있으니까요. 학계도 마찬가지라고 보여집니다. 80년대에 고교, 대학교에서 정상적으로 교육받은 세대들이 지금 서서히 주목받고 있고, 곧 실력으로 전체 분위기를 장악할 거구요. 90년대 이후 세대처럼 질문하지 않고 받아적기만 하는 '학생'들과도 다른 면이 있는 듯합니다.

암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제가 눈여겨 보고 있는 책은 <80년대: 인터뷰집>이라는 책입니다.

八十年代访谈录

        * 원제: <八十年代访谈录>

作者:       查建英
出版时间: 2006年5月
出版社:    生活·读书·新知三联书店


아래는 제가 정리한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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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5월 출간된 후 의외의 호응을 얻어 현재 4판을 찍었으며, 중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新週刊>이 선정한 2006년 “올해의 책”에 꼽히기도 했다.

  80 년대 중국은 두 가지 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0년의 동란으로 불리는 문화대혁명이 종결된 후, 개혁개방의 물결이 휩쓸어 새로운 관점으로 세계를 대하게 되었다는 점이 그 하나이고, 그와 함께 가치관과 사유방식에 있어 거대한 변화를 맞이했다는 점이 다른 하나이다. 문화대혁명의 시기에 성장기를 보낸 세대들은 신체에 각인된 문혁의 이념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상태에서 그 음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유방식과 문화를 재건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게 된다. 우리로 치면 386세대라고 할 수 있을 이들이 80년대라는 시기를 어떻게 보내왔으며, 자신의 분야에서 어떠한 변화의 시도를 하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 자젠잉은 80년대를 “당대중국의 낭만시대”라고 정의한다. 90년대 이후가 경제적 이익이 유일한 목표인 시대라면 80년대는 이상과 정신적 격정이 들끓던 시대였다. 책의 뒷표지에는 80년대와 90년대를 각각 특징짓는 키워드를 실어놓고 있다.

* 80년대: 격 정(激情), 빈곤(贫乏), 열정(热誠), 반항(反叛), 낭만(浪漫), 이상주의(理想主義), 지식(知识), 단절(断层), 촌스러움(土), 멍청함(傻), 허풍(牛), 경박함(肤浅), 발광(疯狂), 역사(历史), 문화(文化), 순진(天真), 단순(简单), 사막(沙漠), 계몽(启蒙), 진리(真理), 팽창(膨胀), 사상(思想), 권력(权力), 상식(常识), 사명감(使命感), 집체(集体), 사회주의(社会主义), 엘리트(精英), 인문(人文), 배고픔(饥渴), 화끈(火辣辣), 우정(友情), 논쟁(争论), 지식청년(知青), 뒤늦은 청춘(迟到的青春)

* 90년대:
현 실(现实), 이익(利益), 돈(金钱), 시장(市场), 정보(信息), 새로운 공간(新空间), 솔직(明白), 처세(世故), 유행(时尚), 개인(個人), 권력(权力), 체제(體制), 성형수술(整容), 조정(调整), 총명(精明), 불안(焦虑), 상업(商业), 소란스러움(喧嚣), 대중(大众), 성난 청년(愤青), 자본주의(资本主义), 신체(身体), 서재(书斋), 학술(学术), 경제(经济), 주변(边缘), 상실(失落), 접속(接轨), 국제(国际), 다원(多元), 가능성(可能性)

  이 책에 대한 가장 많은 비판은 “평민의식”이나 “하층민에 대한 관심”이 결핍되어 있는 “엘리트주의적인 담론”이라는 것이다. 이는 문학, 영화, 음악 등 문화계에서 어느 정도 명망을 얻은 인물들이 대상이 된 인터뷰이들의 면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과연 중국의 80년대에 대한 기억을 대표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저자는 80년대 전체에 대한 거대서사를 기획할 의도는 없었으며, 상이한 활동영역과 기질을 지닌 사람들 개인의 제한된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했다고 항변한다. 또한 인터뷰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각 영역의 주류 엘리트인 것은 아니며 대부분 삐딱선을 타고 있는 다른 종류의 엘리트임을 주의 깊게 살펴봐 줄 것을 주문한다.

  < 저 낮은 중국>(퍼슨웹, 2004)이 하층민의 구체적인 삶을 그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이라면, 이 책은 비록 비주류이긴 하지만 중국의 문화적 엘리트가 그들의 이상이 좌절되기 전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각기 다른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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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참 좋은 나라입니다.
이미 책으로 출간된 책임에도, 전문을 인터넷에서 볼 수 있지요.
중국어가 가능하신 분은 아래 사이트에 가면 전체 인터뷰를 볼 수 있습니다.

http://lz.book.sohu.com/serialize.php?id=4838

또 다른 사이트는, 인터뷰와 함께 다른 사람들의 글도 볼 수 있어요.

http://www.chinese-thought.org/zttg/0486_bashiniandai/index.htm

이글루스에서 by luna | 2007/04/06 01:32 | 八十年代 |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