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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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2 퇴근시간
示衆/明室 2010. 1. 22. 00:14

또다시. 요금고지서도 보내주지 않고 전화요금을 내지 않는다고 독촉전화가 왔다. 전화는 상관없지만 어그적거리다간 또 인터넷이 끊어질 지도 모르기 때문에 오후에 전신국에 요금을 내러 갔다. 서두른다고 했지만 뭉기적거리다가 전신국 문이 닫혀 요금은 내지 못했다. 오후 4시30분에 문을 닫다니.

나온 김에 자전거로 시내 외곽으로 나가 본다. 지우팅(九亭)은 시내라고 해봐야 읍내 수준이기 때문에 번화가에서 살짝만 나가도 별장촌, 공장지대, 옛 강남의 집들, 뒷골목, 시골의 풍경 등등을 모두 볼 수 있다. 진작에 곳곳을 다니면서 사진을 좀 찍어두고 싶었는데, 한동안은 사진기를 챙기지 않고 자전거로 운동삼아 이곳저곳 다녀보기만 했다.

큰길 너머에는 제법 큰 운하가 있는데, 장식용 비슷하게 된 다른 운하와는 다르게 여전히 배들이 제법 다닌다. 마침 퇴근시간이라 여기도 교통정리가 필요할 정도였다. 자동차 운행이 금지된 낡은 콘크리트 다리 위에서 한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예전에 상하이에 대해 쓰면서, 운하를 메우고 그 위에 생겨난 잘 구획된 도로를 이 도시의 근대적 변환의 한 상징으로 설명한 적이 있다. 강남 지역의 옛 지도를 보면 육상도로 표시는 거의 없고 구불구불 운하만 커다랗게 그려 놓았다.(실제로 도로가 없었던 게 아니다. 지도는 이용자들의 필요에 따라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만 표시할 뿐.) 성곽 안으로도 운하가 사방팔방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지상으로 나 있는 성문 옆에는 선박운행을 통제하는 갑문이 따로 있었다. 구불구불 당나귀의 길은 사라졌고, 곧게 뻗은 인간(=기계)의 길로의 구획은 성공하여 우리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최단거리를 질주해야 한다. (그것을 아주 잘했다고 어스대던 어떤 인간이 운하를 다시 인간의 길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빛이 사라져가는 5시 어름이었다. 적당히 가려질 건 가려지는 시간이다. 이곳의 배들은 왜 항상 모래를 주로 실어 나르는지 모르겠다. 강아지 한 마리가 모래밭에서 뛰어놀고 있다. 제 몸에 비해 넓은 놀이터지만 어떤 당혹감 같은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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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