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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8 상하이에서 본 아바타 4
1월4일, 뒤늦게 중국에서 개봉한 아바타.

  • 상하이 유일의 아이맥스 개봉관, 허핑 영화관
일반 상업상영을 하지 않는 상해과기관을 제외하면 유일한 아이맥스 상영관이 와이탄(인민공원 앞)의 허핑 영화관이었다. 세계적으로 비슷한 규모의 도시에 비해 아아~~주 열악한 상황. 중국 내에서도 거의 중소도시급. 베이징이나 광저우에 비해 한참 부족. 다른 건 제법 갖춰졌으면서 아이맥스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

  • 개봉 심야표 예매하기
1월 3일 밤12시에 개봉하는 아바타를 보기 위해 오후 5시에 극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4일표까지 매진, 5일 오전만 남아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줄을 기다렸다 "오늘 아바타 표 있어요?"라고 물으니 있다고 한다. 급한 마음에 아이맥스 표값 120원(2만원 상당)을 내고 표를 받았다. 그런데 티켓에는 100원이 적혀 있었다. 매표원에게 다시 가서 따졌더니 두 말 않고 20원을 돌려주었다.

11시50분에 극장에 가보니, 아이맥스 입구는 2층, 내 표는 5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제서야 들뜬 마음에 질문을 잘못한 걸 깨닫는다. "오늘밤 아이맥스 3D 아바타 표 있어요?"라고 정확하게 물었어야 했다. 이들의 서비스는 주어진 질문에만 답할 뿐, 더 이상의 정보 혹은 편의를 제공하지 않으니까. 뿐만 아니라 돈을 더 주면 팁으로 여겨 버린다.

10분 정도 망설이다 (어쩔 수 없잖아?) 결국 아이맥스가 아닌 일반3D로 관람. 자리는 좋았지만 화면이 눈에 차지 않아 약간 아쉬웠다능..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허핑에서는 imax 3D는 필름으로, 일반3D는 디지털 상영이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약간 늦게 개봉한 탓인지, 첫날 심야에는 서양인이 많았다.

  • 중국의 영화 표값
일반상영관 표도 한국보다 비싼 편이다. 헐리우드 대작은 보통 70-80원(13,000원), 아바타의 경우 3D는 100원 기준, 아이맥스3디는 120원 기준으로 최고 150원(25,000원)까지 했다. 한국보다 비싼 편이다.

  • 자막
영어를 들으면서 중국어 자막을 읽는다는 건, 언제나 상당히 고역이다. 나의 미천한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말할 때는 영어 자막이 있는 것이 전체적인 내용 이해에는 편했다. 귀와 눈이 다른 외국어에 노출되는 건 매순간 이중번역 상황에 몰리는 느낌이다. 음성으로 줄거리를 이해하면서 눈으론 시각언어로 전달되는 정보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자막도 시각언어의 일부가 되어버리는지라(?).. 사실 자막으로 영화 보는 게 (익숙해져서 그렇지) 권장할 건 아니다. 자막 보며 줄거리 따라가기 바빠 영상의 구체적인 세부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영화와 책을 분간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자막 때문인지 모른다. ^^) 그런데 영어 음성+ 중국어 자막의 경우, 훨씬 많이 방해가 된다는 말이다.
아바타는 서사가 복잡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말로 전달된 힌트 중에는 놓친 게 있을 수도 있다.

  • 중국내 개봉일 입장수입 기록을 깨며 연일 매진
중국에서도 아이맥스와 3D는 연일 매진이다. 상해의 경우 유일하게 아이맥스로 상영하는 허핑 영화관에 영화관 탄생 이후 가장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어떤 관중은 12시간 넘게 줄을 섰다고 하고, 어떤 엄마는 아들과 여자친구를 위해 밤을 새워 아이맥스 표를 구해 주기도 했단다. 다른 지역에선 아바타 줄을 보고 어떤 농민공이 고향에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엄마, 올해는 고향 돌아가기 글렀데이. 아직 설이 한달 넘게 남았는데 벌써 줄이 이렇게 기네?" 기차표 예매하는 줄로 오해했던 것. ^^

예매 시스템의 미비로 인한 약간 철지난 인기의 상징들이 동원되는데. 그러나 이러한 인기에도 불구, 22일 전에 2D 아바타는 극장에서 내려지게 될 것 같다. 곧 개봉할 <공자>(주윤발 주연)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서란다. 까라면 까야지. 3D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만, 이 때문에 괜시리 공자에게 반감만 생기는 건 아닐까 몰러?

그러나 중국정부가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을테고, 아마도 "아바타는 반드시 imax 3D로 봐야 해!!!"라는 신념을 가진 분이 당국에 있는 게 아닐까?

  • 중국인, 아바타를 바라보는 방식[각주:1]
나비족의 관습이나 행동양식 등 많은 부분에서 아메리카 인디언을 차용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티벳을 연상하기도 한다. 공간을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바꾸면 확실히 그렇게 볼 여지가 많다. 또는 최강 철거민과 막강 재개발업자의 충돌로 묘사하기도 한다. 중국 곳곳에서 철거가 일상화되다 보니 그게 가장 와닿았을 듯하다. 오죽했으면 얼마 전 철거를 막은 사건을 "현실판 아바타"라고 하기까지.

"아바타는 현대가 원시만도 못하다는 것, 철거민이 재개발업체를 이기는 이야기. 쥬라기공원+킹콩+지옥의묵시록+캣+3D애니+LED판촉광고로 눈돌아가는 무료한 영화!"(아이웨이웨이 트윗)

어떤 북방인은 영화가 끝난 뒤 이렇게 외쳤다고. "니기미, 내 다시는 중국영화 보나 봐라!!" (이런 정치적인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니까 아바타가 상영금지 당하는 거라구.. 쯧쯧!)

  • 반면 꼭 보면 영화 내용과 상관없는 사소한 트집을 잡는 애들이 있다.
영혼의 나무를 공격하던 전투기에 새겨진 용이 "중국용(龍)"이라는 것에 주목한 중국아해들, "서양용"은 날개가 있는데 날개가 없다는 점에서 그것은 확실히 "중국용"이며, 제작사에 그 장면을 삭제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런다고 카메룬이 그 장면을 삭제해 주겠니?) 

첫째
, 서양용의 반대가 왜 중국용이니? 동아시아 문화에 속하는 모든 것을 "중국"으로 환원시키고, 제각각 독특한 신화와 문화를 지닌 서방세계를 하나의 "서양"으로 환원시키는 중국 일반인들의 보통 생각이 여기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이들의 일반적인 용법이 "동서"가 아닌 "중서"문명이다.) 중국 땅에서 그 옛날 일어났던 기원으로서의 문화가 모두 현재 중국인의 것이라면, 마찬가지 논리로 그것은 "서양용"이 아니라 북구의 어느 나라 드래곤일 것이며, 또한 다른 대부분의 문화는 서양의 것이 아닌 그리스, 로마의 것으로 해야 할 것이다. 중국(한문화)이란 코드는 로마와만 맞짱을 떠야 하는 것 아니냐능.
둘째
, (좀더 적극적으로 나가 보자면) 영화에 공격형 인간 쪽을 미국 백인으로 배치했지만 '이것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야'라는 말을 감독이 하고 싶어서 용을 활용한 것일 수도 있다. 중국 니네도 마찬가지야. 요즘 하는 꼴을 보면 말이지.쯧쯧. (이렇게 반성적으로 바라보는 중국인이 있기를 바랬다.)

물론 나는 마피아 영화에 나오는 폭력배의 문신 같은 것쯤으로 생각한다. 감독이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에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쳤을 장면이다. 용 문양만으로 그런 의도를 주장하기엔 근거가 좀 약하다.

그런데 사소한 문신 따위가 아니라 내용을 따져보면 '중국 니네도 마찬가지야'라는 이야기를 한 셈이긴 하다. 제국:식민, 자본가:노동자, 남:여, 인간:생태계 등등등에서 각각이 처한 위치에 따라 영화의 지극 단순한 스토리는 반성적으로 읽을 만한 부분이 많다. 아마도 가장 무심한 관람자는 "미국인들이 자신들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회개하는 영화에 왜 우리가 동참해야 하냐?"라는 투의 태도! 너는 아닌 것 같니?


아바타를 보며 내가 떠올린 생각은 정리가 안 된다. 워낙 훌륭한 평이 많으니 나는 패스~~해도 되겠지?

판도라의 세계는 한때 신념의 문제였던 자연과 인간의 합일, 혹은 만물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사실의 차원으로 형상화해 놓았다. 이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최근에야 가능해진 전지구적 네트워크, 인터넷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지금껏 이렇게까지 가까이 서로 연결되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전자기적 환경의 영향을 받는 지구와 비슷한 별에서 만물이 전기 비슷한 것으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이 허무맹랑하게 보이지 않는다. 반면 인디언이나 티벳인들이 그런 말을 하면 뭔가 신비로우면서도 미신 같다(고 현대인들은 생각해 왔다). 그야말로 오래된 미래.

다른 생명체에 의식을 주입할 정도로 과학이 발달했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미래의 인간은 현재의 예상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 금속성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 의식을 전이시킬 때의 장치 또한 굉장히 구태의연하다. 현재의 우리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계문명과 정신문명를 대비하는 장치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왜 나비족들은 동족들끼리는 접속하지 않을까? 말을 탈 때, 이크란을 탈 때 그들과 접속하여 일체가 된다. 반짝반짝 식물들에게 접속하여 정보를 교환한다. 다른 나비와도 그런 방식으로 소통하면 좋지 아니한가? 적어도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섹스 장면에서라도 인간적인 행위인 키스나 섹스가 아니라 다른 교접방식이 보여지는 게 좋았을 것 같다. 둘이 하나가 된다는 것, 상대에게 나를 허락한다는 징표로서의 접속. 새로운 방식의 '행위로서의 교감'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1. 중국의 영화평이나 인터넷 감상을 전부 뒤져본 것이 아니라 어쩌다 내 눈에 포착된 제한된 단상들일 뿐, 중국인 일반의 아바타 관람방식은 아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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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