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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閱讀/讀, 서재 2009. 8. 8. 01:23
고민하는 힘고민하는 힘 - 10점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사계절출판사

제목 그대로이다. <고민하는 힘>이 세 권이 된 이야기.

강상중의 어느 책보다 잘 팔릴 것같고 많이 팔린 이 책을 내가 사게 된 것은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서였다. 나를 이모부라고 부르는 꼬마가 있는데, 그 조카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선물하기로 했다.

조카는 지금 주재원으로 나와있는 아빠를 따라 상해에서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는 초등학생이다.
아빠의 연수 때문에 미국에서 3년간 학교를 다니다가 한국에서 또 2-3년, 그리고 또 상해까지.. 이렇게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 보니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다. 그런데 적응의 강도가 지나쳤나 보다. 조카가 같은 반 친구를 왕따시킨다고 친구 아버지가 집까지 찾아와 야단법석을 떨었다고 한다.

자식이 왕따를 당한다면?
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자식이 왕따를 시킨다면?
이 또한 마찬가지로 골치아플 것 같다.

문제가 되었던 그 친구와는 어떻게 지내는지, 학교 생활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았는지, 그 사건을 계기로 마음의 상처가 되지는 않았는지 등등 여러 가지를 묻고 싶었지만, 지나가는 말로 슬쩍 물어보기도 애매하고 해서 기회를 보고 있었다.

멀찍이서 살펴보기에 조카가 왕따를 당하는 게 아니라
(대견하게도?) 왕따를 시키는 쪽이 되었던 건 주류에의 욕망 같은 게 아닐까 짐작해 봤다. 계속 떠돌아 다녀야 했고, 친구들도 계속 바뀌어왔다. 변하지 않는 친구들이 있는 안정된 상태에서 조금씩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갈 환경이 아니었으니, 제일 잘 나가는 친구들 속에 내가 포함되는 편한 방식을 택한 듯하다. 듣기로 포항에서도 그랬고, 이번에 문제가 되었듯이 상해에서도 너무나도 빨리 또래의 주류 속으로 잘 편입되었던 듯하다. 이쁘고 똑똑하고 공부 잘 하니 뭐 하나 빠질 건 없으니까.

그런데 바로 그게 문제가 아닐까? 그러니까 를 기준으로 삼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삼는 것 말이다. 어린 조카에게 자기 취향과 자기 세계를 만들어 가라고 충고하는 건 너무 과한 것일까? 이 주류의 범위는 좁게는 잘 나가는 또래 그룹에서 시작하여, 상해에서도 중국인들이 다니는 저렴한 로컬 학교가 아닌 내 박사과정 등록금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국제학교에 다니고 싶어하는 욕망 같은 것을 넘어, 더 멀리 가면 미국을 대표로 하는 서구에의 경도까지를 포함한다. 미국에서 학교를 시작했으니 미국적 시스템과 한국의 학교시스템이 어린 친구 눈에도 너무 확연히 차이가 났을 테다. 그런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국제학교 졸업 후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다는 목표만 가지고는 .. 그것 자체로 조카가 행복해질 것 같지는 않다. (잘 돼 봐야 돈 좀 많이 벌고, 잘난 놈과 결혼하는 것 정도?)

자기만의 상상력을 키우고 자기 생각이란 것이 있고, 자기 세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미국이든 유럽이든 대학을 선택한다면 나는 조카가 자랑스러울 것 같다. 그냥 중국이든 한국에서 대학을 다녀도 마찬가지고.

정리되지 않은 그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이 책을 주문했다.
그런데 귀국하는 날까지 책이 도착하지 않아 공항서점에서 또 한 권을 샀다. 먼저 읽고 선물을 한 다음 뒤늦게 도착한 책은 한국집에 보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와이프가 또 한 권을 샀다. 내가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을 열어보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와이프가 산 책은 또 다른 친구에게 선물하고, 내가 산 책은 조카에게 선물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5월8일에 사놓고, 언제 줄 거니!? ㅡㅡ;;)

<고민하는 힘>을 다 읽고 나도 고민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고민상담용 책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을 할 것을 주문하는 책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우리들의 고민이란 게 소세키나 막스 베버가 살았던 100년 전의 고민과 많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 누군가 먼저 고민하고 내놓은 대답을 듣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내가 고민하고, 그 고민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서 "확신할 때까지 계속 고민"하는 것, 거기서 자기 나름의 해답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살아가는 의미라는 것은 나이에 상관없이 결국 자기가 찾아야 하는 것일 테니까.

젊은 사람들은 더 크게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고민을 계속해서 결국 뚫고 나가 뻔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새로운 파괴력이 없으면 지금의 일본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미래도 밝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또 다른 고민.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될까? ^^

http://lunatic.textcube.com2009-08-07T16:23:050.31010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