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示衆/flaneur, p.m. 4:30 2011. 2. 12. 16:55
약속대로(이긴 하지만 좀 뒤늦게) 딸에게 줄 화이트보드를 사 왔다.
무릎에 올려놓고 쓸 수 있는 자그마한 걸 샀는데, 테두리가 가죽으로 되어 있어 이쁘고 안전해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면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남겨둔다.

거북이 왕 Yertle은 연못 바깥 세상이 보고 싶어,
거북이 백성의 탑을 쌓고 올라가
보이는 모든 것을 자기 것이라고 환호한다.
그런데 당나귀보다, 나무보다, 산보다 높이 올라가도 저 위에는 해가 있고 달이 있다.
아니! 지상池上의 왕인 나보다 높은 곳에 있는 놈이 있다니 용서할 수 없구나.
여봐라 더 높이 탑을 쌓아라.

결국 가장 밑에 깔린 작고 약한 거북의 트림 한방에 거북 탑으로 만들어진 왕좌는 무너지고, 거북이 왕은 꼬꾸라져 진흙탕의 왕이 되어 버린다.

이 이야기는 오늘의 이집트에 이어졌다. 드디어 무바라크는 사임했고 사람들은 마브로우크(mabrouk; 축하)를 외친다.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결심, 그리고 트림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있던 사람들의 작은 외침이었다.


환호하는 이집트 시민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다음 걸음도 잘 디딜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집트 키워드를 언론과 인터넷에서 봉쇄한 중국, 어쩌다 단신만 전하던 한국의 정부가 겁내는 건 무엇일까?
가장 밑에 깔려 불편한 자, 꺼억 하고 트윗 한방 날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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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검색해 보니 그젯밤 Yertle the turtle을 떠올린 게 나만은 아닌 듯. 링크를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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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