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示衆/flaneur, p.m. 4:30 2009. 7. 30. 09:42
어쩌다 보니 릴레이를 계속 하게 되네요. 처음 독서론 릴레이를 접할 때는 이런 놀이 자체가 신기했기 땜에 거의 모든 글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가지가 너무 순식간에 뻗어나가 모든 글을 읽는 건 불가능하더군요. 편견타파 릴레이는 거의 관심도 주지 못했네요. 저에게까지 다시 올 줄은 몰랐어요. ^^;;

편견이라...


1. 중국어 잘하시겠네요?
저는 중문과 출신이고 지금도 그쪽 계통입니다. 영문과 출신들이 "영어 잘하시겠네요?"라는 질문을 편견으로 느끼는 것과는 달리, 저에게 "중국어 잘하시겠네요?"라고 물으면 그냥 "네, 쫌!"이라고 말하고 맙니다. 아직은 중국어를 중문과 출신 이상으로 잘하는 분이 (없지는 않지만) 많지 않아서일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전국민이 조금씩은 할 줄 알고 스펙관리하는 분들이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인 영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겠죠.
읽기와 듣기는 그런대로, 말하기는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쓰기는 약간 불편한 정도. 썩 훌륭하지도 않고 중국어 학습을 열심히 하지도 않지만, 시험공부하듯 체계적인 관리는 하지 않고 필요하면 그때그때 땜빵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가끔 중국어로 리폿을 써야할 때나 준비되지 않은 학회 통역을 해야할 때 정도만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번역이야 한국어 표현이 더 중요하니까 아는 단어도 사전 찾아보는 게 너무 당연하구요. 그러니 저, 중국어 춈 잘 합니다... 단! 시험점수를 물어보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절대 안 됩니다. :)

반대로 "중문과 출신이면서 그런 것도 못해?"에도 마찬가지죠. 중문과 나왔다고 광동어 발음을 알아야 한다거나, 아주 어려운 벽자(僻字)의 뜻이나 발음을 알아야 한다거나, 무역계약서를 중국어로 쓸 줄 알아야 하는 건 아니죠. 이런 건 그쪽에서 "못해?" 그러면 "응, 못해, 나 이쪽 전공 아냐.."라고 대답하면 그만입니다. 그쪽의 편견일 수도 있지만 별로 불편(혹은 불쾌?)하진 않아요. 이런 건 편견보다는 무지 아닐까요? ^^

2. 중국에서 유학하면, 물가가 싸서 돈은 적게 들겠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만 옛날 이야기입니다. 특히 칵하와 만수씨가 환율 올려놓은 담부턴 완죤 똑같습니다. 우유, 달걀 같은 식료품도 거의 비슷해졌고. 시장에서 파는 채소 정도가 조금 싼 편입니다. 과일도 우리나라에서는 수입품인데 이쪽에서는 국내생산인 망고 같은 열대과일들 정도가 한국보다 확실히 싼 것 같습니다. 전자제품? 한국이 더 쌉니다. 오죽하면 중국관광객들이 한국 가서 전자제품 싸들고 오겠습니까. 이것도 편견 축에도 못 낍니다..

3. 난 한국 대표가 아니라구!
중국 아해들이 나에게 한국에 대해 물어올 때.. 약간 답답합니다. 물론 모든 중국학생들이 그렇진 않습니다. 그런데 아직 대부분은 저의 의견을 묻는 게 아니라 한국의 의견을 듣고 싶어합니다.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게 아니라 중국의 의견을 말하면서 말입니다. 제가 순발력이 좀 떨어져 갑자기 물어보면 엉거주춤 말려들곤 하는데. 솔직히 "난 전혀 한국을 대표하지 않아요. 난 한국이 아니라 나란 말이야. 그러니 제발 니가 중국을 대표한다는 생각도 좀 버려줘!"라고 외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말을 조금 바꿔서 외국에 나가면 모두가 민간 외교관이란 말도, 외국 나가서 나쁜 짓 하지 말라는 좋은 의미로 알아 듣습니다만.. 뭐, 국위선양하러 외국 나가는 것도 아니고, 나가서 맘 편하게 뻘짓 좀 더 하게 내비두세요! 사람이 거기서 유난 좀 떤 거지 한국인이 추태를 부린 게 아니지 않나요? (그렇다고 어린 나이에 유학와서 한국인들끼리 뒷자리에 앉아 한국어로 떠드는 한국학생을 두둔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전 다른 분들이 저에게 툭 던지는 이야기, 혹은 질문에서 별 편견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것 같네요.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 편견을 가질 수도 있는 거니까요.
대부분의 관계는 이런저런 편견에서 시작합니다. 저도 분야에 따라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어디선가 주워들었지만 정확하지는 않을 수도 있는 이야기로 말을 걸어 봅니다. 이런 경우 편견보다 말을 건다는 행위 자체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편견 때문에 아예 다가가지 않거나 배제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다가가서 말을 건내려는 의지 같은 거. 그런 의지가 있다면 상대와도 조금 더 친해지고, 편견의 다른 얼굴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제가 느끼는 편견이나 저의 편견보다, 제가 가진 편견이라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지적할 때 가슴이 콩딱꽁탁 뜁니다. 제가 노력해서 없앴다고 생각한 것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게 밝혀지곤 하니까요. 가끔 억울할 때도 있지만, 그 대부분이 조금씩은 사실이기 때문에 억울한 표정은 변명삼아 살짝 비추고 말아야 한답니다.

1. 저는 경상도 출신입니다. 왠지 말이 쎄고 성격도 급하고 화통하게 "됐나? 됐다!"를 외칠 것 같습니다.
(억양은 그대로지만) 말도 다듬고 생각도 다듬고 사고방식도 많이 고쳤(다고 생각착각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보리문디!!!!"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2. 저는 장손입니다. 네,네네.. 경상도 출신에다가 장손이기까지 합니다. 이 부분은 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제 느낌은 이렇습니다. 편견은 누구나 가질 수 있습니다. 살다보면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잘 모를수도 있고 부분적으로만 알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편견을 이유로 상대를 배제하려는 순간 발생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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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1. 자신의 직종이나 전공 때문에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를 써주세요
2. 다음 주자 세 분께 바톤을 넘겨주세요
3. 마감기한은 7월 31일까지 입니다.

 

릴레이 히스토리

라라윈 http://lalawin.tistory.com/entry/relay
무한 http://www.normalblog.com/160
거친날개 http://wildwing.tistory.com/30
검은괭이2 http://lady418.tistory.com/983
KOREASOUL http://koreasoul.textcube.com/20
어찌할가 http://eozzi.textcube.com/65
벼리지기 http://byori.textcube.com/64
dayliver http://dayliver.net/entry/teacher-at-a-girls-school
스쿨드 http://skuld.textcube.com/32
구차니 http://minimonk.tistory.com/599
위소보루 http://caesargs.textcube.com/146
라니 http://rany.textcube.com/59

얼렁뚱땅 정기자님 http://flameboy.textcube.com/

후박나무님 http://enote.textcube.com/85

그별님 http://hisastro.textcube.com


..을 거쳐 저에게 왔습니다. 마감시한도 다 되었고 해서 더 이상 바톤은 넘기지 않겠습니다.
그별님, 그래도 괜찮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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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