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示衆/flaneur, p.m. 4:30 2009. 4. 23. 01:19
"중독"에 대한 글로 팬질하는 마눌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중국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줄 알았더니 노다메나 보고 파일 다운이나 받고 있었냐능.. 질책!?
물론 약간의 농담이긴 한 것 같다만 많이 뜨끔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너굴의 팬질을 비웃거나 야단친 적 없다. 그러다 말겠거니 했는데, 나의 커밍아웃의 대가는 가혹하기만 하다.. *^^*

약간 변명을 보태자면, 나의 중독은 너굴의 중독과 다르다는 점이다.
노다메를 보고 노다메 역을 맡은 이쁘고 귀여운 여배우를 쫓아다니거나, 치아키 역을 맡은 잘생긴 사내의 개인사를 뒤지는 게 아니라 클래식 명반을 모으고, 피아노 애창곡을 두세 배 늘였다는 점. 자랑은 아니지만 그 차이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건 비유하자면, 김연아의 수상을 보고 김연아라는 스타에 열광할 것인가, 아니면 피겨스케이트의 새로운 매력에 관심을 가지는가의 문제다. 만약 후자였다면 지금 한국의 이상한 김연아 현상도 일어나지 않았을 건데 말야. 그런 의미에서 김연아 뉴스를 챙기는 사람보다 아이스링크로 향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피겨라는 스포츠 자체가 좋아지면 쓸데없이 국가대항전으로 만들지 않고 마사오의 연기를 좋아해줄 수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지금 상황에선 김연아가 인기에 녹아서 몸을 못 만들거나, 마사오가 절치부심하여 금메달을 따 버리면(김연아는 메달권에도 못 들면) 완죤히 잊혀져 버리지 않을까? 물론 김연아는 너무 이쁘고 맑다. 그런데 얼음같은 그 피부와 미소는 너무 따뜻한 곳에서 견디기 힘들 거란 말씀.

어쨌든 무엇에 중독되는가와 그 욕망을 어떻게 분출시키는가가 중요할 텐데.
생각해 보니, 한국 드라마들은 사랑놀음 말고면 별 게 없어 팬질이 가장 안전할 것 같기는 하다. 미사나 카인과아벨 보고 너굴이 삼각관계에나 빠지면 나는 어떻하겠는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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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