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示衆/flaneur, p.m. 4:30 2009. 4. 15. 18:10
5시 10분이 지나면 어김없이 새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맑고도 경쾌하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았고, 하늘은 검푸른 玄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시골에서 났지만 닭 홰 치는 소리와 아침을 맞은 적은 없다.
닭의 울음소리는 아침을 깨운다고들 한다.
새의 울음소리는 내가 생각하는 아침이 되기도 전에 시작된다.
아직도 잠들지 않았냐는 모닝콜이겠다.

5시 10분이 되면 어김없이 새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맑고도 경쾌하다.
공원도, 산도 없는 도시의 한복판, 나무라고는 아파트 단지의 조경수 뿐인데,
한낮, 어디서 무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래도 어김없다.
시끄럽지 않지만 또렷한 소리는 남들은 하루를 끝낸 지금 무얼 시작하려고 아둥바둥이냐고 묻는다.

마음 한구석에 떨쳐내지 못한 생각들을 글로 털어버리려고 써 보지만
쉽게 정리되지도 털어지지도 않는다.
이 글은 미완성 비공개글로 그냥 남을 것인가,
아니면 지나온 한 흔적으로 이 블로그에 남겨져 있을 것인가.
다만 내 머리속에서 조금 지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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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