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와이탄 북쪽으로 외백도(와이바이두; 外白渡)교라고 있습니다.
작년 한해 보수를 위해 잠시 철거되었다가 올초에 다시 연결되었다고 합니다. 기사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택시기사에게 물어보니 통행이 시작된 건 열흘 정도라고 하더군요.


작년에는 아래와 같이 사라져 있었습니다.(여기를 보세요: http://lunatic.textcube.com/2)

새로 말끔하게 수리가 되었고 원형 그대로인데, 다만 바닥과 난간은 바뀐 것 같군요.

다리 아래로 배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의 아침도 시작되었습니다.

다리를 지나 북쪽으로 가면 브로드웨이빌딩(上海大厦, 현재broadway mansions hotel)이 위용을 드러냅니다.

육지에서도 아침은 시작되었군요.

다리를 건너자마자 푸장반점((浦江饭店; Astor House Hotel)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상해최초의 호텔이란 이름을 물려받고 있는 곳입니다(건물은 나중에 개축한 겁니다만). 원래는 여행객을 위한 저렴한 도미토리도 있었고, 와이탄을 바라볼 수 있는 우측은 삐걱거리는 나무바닥을 유지한 비교적 저렴한 객실, 출장온 사람들을 위한 설비가 갖춰진 세련된 객실인 오른쪽 통로의 행정루가 구분되어 있었는데, 최근에 이 호텔이 역사문물로 지정되면서 도미토리도 없어지고(요즘 나오는 여행책자에도 여전히 도미토리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비싸졌습니다. 이름값을 하겠다는 말이겠죠. 아마도 작년 한해 외백도교 공사 때문에 죽을 쑤었을 겁니다. 시끄럽고 통행이 불편했을 테니 누가 찾았겠습니까..

예전에 사진으로 본 모습과는 달랐지만, 상해영화촬영소 세트에도 푸장 호텔 간판이 있더군요.

거기 1층 커피숍으로 들어갔습니다. 왜냐하면...

4년 전 이날 너구리와 결혼을 했으니까요. 우리는 신혼여행지로 상해를 택했고, 이곳에서 묵었습니다. 그래서 궤적이나 쫓아볼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 조식으로 딸려나온 커피가 상당히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맛이 진하고 좋더군요. 아침으로 샌드위치도 같이 시켜 먹었습니다. 혼자 먹어서 먄~~

중후한 할아버지가 주문을 받고 커피를 가져다 주더군요. 은근한 그의 태도에서 연륜이 묻어납니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이곳이 주는 느낌을 더듬어 봅니다.
이곳의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않겠지만, 그 장소는 나에게 어떤 기억들을 전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이 지낸 기간보다 떨어져 사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푸념도 이제 쑤욱 들어갔습니다.
성과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가닥이 잡혀야 할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탐색중이라서 더 미안합니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그다지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듬어 가보고 싶었습니다.
핑계야 많잖아요. 마침 드물게 일찍 일어나기도 했고.

4월 17일을 기념하며 18일에 ..
Posted by lunarog
지도를 보면 내가 사는 곳에서 황포강이 장강과 만나는 오송구가 멀지 않다.
가끔 밤이면 뱃고동 소리가 들려올 때도 있고 해서 언제고 한번 다녀와야지 하고 있었다.

억지로라도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집밖에 나갈 일도 별로 없고 해서 동호회 가입 후 엠티를 갔다가,
족구 몇 판 하고 다리가 맛이 가 버렸다.
다리에 활력이나 더할 겸 자전거를 타고 오송구 쪽으로 향해 본다.
지도로 예상한 지점까지는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강이 아주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강을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지도에 표시된 길을 따라 가면 모두 막혀 있거나 해운업체로 통하는 길이라 강쪽으로 갈 수 있다고 해도 출입을 막고 있었던 것.

혹시나 하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녀 봐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 지도로 확대해 보니, 우리 집에서 북쪽으로 그냥 쭈욱 가서는 강으로 통하는 길은 없다.(컨테이너 화물트럭은 물론 갈 수 있겠지만..) 중간에 빠지는 큰 길을 가 보거나, 시작부터 돌아서 가는 길로 다음에 다시 가볼 수밖에 없겠다.

하여튼 이렇게 헤매느라고 편도 30분 길을 두 시간 가까이 허비.

막힌 길에서 친구를 배웅하고 다시 들어가는 아주머니에게 항구쪽으로 가는 길이 있는지 물어봤다. 어디어디로 가라는데, 아마도 자기들이야 그쪽으로 다니는지 몰라도 나는 갈 수 없었다. 날은 어두워지고.. 그래도 기계와 건축자재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강으로 흘러드는 운하 옆까지 드디어 왔다만. 이미 어두워져서 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차피 운하를 보려는 게 아니라 배가 드나드는 항구를 보는 게 목적이었는데.. 지게차와 컨테이너만 가득 쌓여 있다.


돌아오는 길은 컴컴하고 먼지가 많이 날리지만, 다리에 과부하를 좀 주겠다는 원래의 목적이야 이룬 셈이다.

광고판을 지나치다 지붕 처마 같은 느낌이 들어 찍어봤는데, 네모에 삼각형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몰라 한참을 요리조리 돌려 봤다만 별로 마음에 드는 게 없다.(사실 어떤 게 좋은 건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고 해야겠지?) 뭐든 제대로 하려면 힘들다.

"眼疾手快"라는 (광고업체의) 광고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눈도 빠르고 손도 빨라야 한다"는 정도의 뜻이다. 그 앞에 쓰여진 말은 "좋은 위치를 잡으려면...(好位置就要...)"이다.
눈도 느리고 손도 느리니, 빛도 잡히지 않고 형체도 포착하기 힘들다.

별 모양은 없지만 튼튼하게 아무 불평 없이 3년을 잘 버텨준 자전거다. 가끔 기름칠도 하고, 상으로 장바구니와 자물쇠도 바꿔 줬다. 3년 타고도 삐거덕 소리 하나 나지 않는 자전거, 중국에서 보기 힘들 거다!!

이것도 운동이라고 밥맛이 좋아졌다. ^^;;

2009. 06.03.
나중에 다시 확인해 본 결과, 원래 지도에서 봤던 것처럼 길을 타고 올라가면 오송 항구가 나왔다.
황포강으로 들어가는 조그만 운하를 건너는 고가도로를 자전거로는 못 간다고 착각했던 것.
다시 가 보니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고가도로 옆으로 나 있었다.
오송항구에서는 창사도, 충밍도 등 장강하구의 섬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고, 그냥 황포강 건너편으로 넘어갈 수 있는 통근배도 있었다. 와이탄과 푸동을 오가는 배와 마찬가지였다..

Posted by lunarog
일전에 택시를 타고 급히 가는데 갑자기 봉고차 한대가 끼어들기를 했다.
순간 "초보운전"이라고 붙여둔 건 줄 알고, 초보가 상당히 과감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초보운전 써 두는 건 본적이 없는 것 같아 다시 보니,,


차 넘버를 도둑맞았다고 표시해 둔 거였다. "넘버를 도둑맞았어요, 제 넘버는 아래와 같습니다.."

열을 받은 것인지 상당히 과격한 운전으로 차선을 이리저리 바꿔댔다만, 우리보다 별로 빨리 가지도 못하고 계속 내 눈앞을 얼쩡거렸다.


예전에 아파트 단지에서도 넘버가 없는 차가 종종 눈에 띄여 물어보니, 밤새 넘버를 훔쳐가는 놈들이 있어 집에 들어갈 때 가지고 간다고들 한다. 그까이 넘버 몇푼이나 한다고 그런 걸 훔쳐가나 싶은데..
이게 또 굉장히 값이 나가는 모양이다.

상해 표시가 붙은 넘버의 가격이 경매가 4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것 같다. 지금 환율로 하면 거의 8-9백만원 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또 뭐 그렇게 장점이 많냐? 그것도 아닌 게, 유일한 장점이라곤 출퇴근 시간(오전07:30-09:30, 오후04:30-06:30)에 고가와 내환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정도이다.
그게 또 넘버만 달고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월150원 정도의 세금을 내야 된다.

원래 상해의 고가도로와 터널 등 주요 도로를 시정부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특정 민영기업에 위탁하여 만든 모양이다. (上海新建设发展有限公司라는 합작회사인데, 정부쪽 끈이 없지 않을 것이다..) 지금 만들고 있거나 계획중인 도로들도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 관리 운영권을 20-25년 정도 해당회사에 넘겨주는 식인데,.
문제는 원래 주요 관문마다 톨게이트 비슷한 걸 설치해서 요금을 징수하다가 교통 흐름이 원활하지 않자 그 대안이랍시고 한 게 일괄징수라는 점이다. 상해 넘버가 있는 모든 차량은 월 150원의 통행세를 일괄적으로 시정부에 내야 한다.(그 중 무려 6/7이 회사로 넘어간다.)

이런 불합리함 때문에 일부는 외지 넘버를 붙이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초기비용도 싸고, 안 걸리면 세금 안 내고 다니면 되기 때문일 거다. 외지 넘버는 상해 진입할 때 30원을 내고 7일을 체류할 수 있다. 7일을 초과하면 원칙적으로 30원을 더 내야 한다. 그런데 몰래 그냥 타고 다니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에 고가에만 안 올라가면 되는 것. 요즘은 외지 넘버가 비율상으로는 조금 줄었다고 하는데, 중저가 차량들은 비싼 상해 넘버 달기가 힘들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 "통행세"에 반발하는 여론도 많다.
내가 사는 도시의 공공시설인 도로 같은 걸 만들라고 세금 내는 건데, 왜 별도의 통행세를 받느냐는 것이다. 이런 반발이 힘을 받을 경우 정부로서도 딱히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 문제는 계약을 그리 해 뒀으니 20년(1997년~) 동안은 빼도박도 못 한다는 점이다. 이런 것부터 민영화를 실천하고 있으니 역시 상해는 대단하다.

혹시 지나가다가 상해 넘버가 붙은 차가 방치되어 있으면 슬쩍~??  :-)
Posted by lunarog
서류 뗄 일이 있어 학과 사무실에 갔다가 입구에 붙은 포스트를 봤다.
니엔하우저 할배가 다음주에 강연을 온다고 하고, 또 이것저것 강연 포스트가 붙어 있는 사이
교내 재즈 공연 포스트도 하나 붙어 있었다. 아래처럼 생겼다.

Joey Lu(陆宣辰)라는 신인이 보컬/피아노를 맡은 삼중주 공연이었다.
제3회 "캠퍼스 재즈 시리즈 음악회"라는 문구를 보니 벌써 두번은 했나 본데, 이런 공연이 학교에서 열리는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맨날 가극 같은 것만 하는 줄 알았더니..

이걸 발견한 시간이 3시 9분,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야 하고 은행에서 일도 봐야 하는데,
잠깐 망설이다가 후딱 일을 보고 다시 오는 걸로 방향을 정했다.
허허벌판에 두 개의 탑을 세워놓은 광화루로 들어서는데, 이 공간이 지금까지 삭막했던 이유가 소리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카메라를 챙기오지 않았다.
사진찍기란 게 묘해서, 사진기를 들고 여행을 다니면 풍경은 머리 속에 남지 않고 사진만 남는다. 사진을 찍을 때는 음악이 뭉개져서 음악으로 들리지 않고(그래도 상관없고) 오직 네모난 프레임 속에 소리가 아닌 빛을 담으려고만 한다. 음악이 아니라 연주하는 분위기만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숙련된 사진가들은 어떠한지 내 모르나, 사진이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인 게 분명한 것 같다. 시간을 멈추게 하고, 제한된 틀 속에 한 순간의 빛을 구겨넣는 작업. 강조이지 확장은 아닌 것이다. 경험은 그 틀 바깥으로 무한히 열려 있어서 오히려 무의미한 것이기도 한데, 우리가 느끼지 못하더라도 알고 있는 것 이상을 경험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진 속에 응축시켜야 할 경험도 있고, 사진기를 버려두고 내 느낌 이상을 받아들여야 할 경험도 분명히 있겠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도 있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앉아 있었다. 집을 나설 때 사진기를 놓고 온 것이 분해서였겠다.

잠시 쉬어간다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이나 듣고 가자!
라고 생각했지만 잠시 후 핸드폰 카메라라도 들고 몇 장 찍기는 했다.. ㅡㅡ;;


학교 건물 1층에서 해서 그런지 앰프 소리도 별로 키우지 않고 차분하게,
마치 한밤중에 혹시 깨어있을 누군가에게 방해 될까봐 최대한
볼륨을 낮추고 듣는 음악인 듯,
그렇지만 그래서인지 듣고 있는 동안 마음이 가라앉는 연주였던 것 같다.
물론 이런 분위기를 만든 건 듣고 있는 학생들의 관람태도도 한몫 했지.
우리나라 대학생들이었다면 연주자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분위기를 제대로 잡았을 건데,
거의 클래식 공연 관람하듯이 경청하기만 하고 있었던 것.
앵콜도 할듯 말듯 머뭇대다 좀 어설프게, 이걸 해줘~ 말어~ 라는 기분이 들게 외치고 말야.. ^^;;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연주자들 또한 대단히 잘해야겠다는 욕심 없이 힘빼고 하는 공연이라 오히려 더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JZclub 같은 데서 귀가 멍할 정도로, 옆사람의 목소리는 안 들리고 숨결만 느껴지게 빵빵하고 강렬한 음악을 조용한 교정에서, 그것도 오후에,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실제로 30년대 상해의 재즈 전통을 이은, 화평반점의 할배 극단 말고(^^), JZclub에서 요일별로 하는 공연은 실력도 상당하고 관객들 분위기도 좋다. 요즘엔 못 가 봤다...)

보컬에 대한 자료를 좀 검색해 보니, 아직 별로 쓸만한 자료는 없고 오늘 학교에서 했던 공연 소식만 올라온다. 거기서 사진 몇 장을 갈무리해 둔다. 사실 베이스가 꽤 멋있게 생겼던데(나는 히스패닉 계열인 줄 알았다.), 이쪽 사진으로는 별로다.


#관련 사진은 복단대bbs, 혹은 http://www.douban.com/event/10569429/

Posted by lunarog
요즘 이곳저곳 옮겨다니면서 모임을 하고 있어, 혹시나 하고 상해의 괜찮은 커피숍을 검색해본다.
모임의 구성원이 사는 곳이 제각각인데, 고정된 한곳에서 만나기는 심심하고 해서 까페 순례를 하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작업도 검토하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하여, 바이두 해 본 결과,

"올해 최고의 커피숍: 편안한 카페 환경, 맛있는 커피, 음료, 간식을 제공하는 커피숍 뽑기"라는 제목이 검색된다.(귀찮아서 제목에서 뺏다만, 그대로 번역하자면 <"간식"(甜品)이 가장 훌륭한 카페>가 원래 제목이다. 케익, 머핀, 쿠키 같은 걸 통칭하는 말로 간식 말고 뭐 있나? 잘 모르겠네용~  ㅡ_ㅡ;;)

참고삼아 저장해 두고, 하나씩 돌아볼 생각이다.
나중에 찾아보기 쉽게 하기 위해 각각의 제목에 지도를 링크해 두었다.


年度最佳甜品咖啡馆 : 让人舒适的 Café环境,有最美味的咖啡、饮品、甜品提供,进行综合评分。

小洋房咖啡馆,还有免费的无线网络可以使用,下午茶套餐美味实惠。进贤路 222 号,近陕西南路( 6258 1620 )

花园内的咖啡馆,生姜汁是特色,很多饮品里都加有生姜,适合冬日饮用。复兴西路 299 弄 1 号,近华山路( 6433 9437 )

这里能吃到法国乳蛋饼和德国烘焙糕点。周六周日这里更是附近老外家庭早午餐的首选地。武康路 376 号,近湖南路( 6466 0361 )

咖啡和蛋糕都很出彩,去这家店还能尝到“西茜公主最爱的西点”。绍兴路 25 弄 2 号,陕西南路瑞金二路间( 6445 2131 )

 

在相对僻静的安福路,这家餐厅多少沾染了话剧艺术中心的文艺气质,舒适而简单的装修风格令人过目不忘,咖啡、甜品、简餐都可圈可点。安福路 201 号近乌鲁木齐中路( 5404 0998 )

 

그 결과는 지금 현재 다음과 같다.(이미 끝난 모양이다. 20일에 본 결과와 지금의 결과가 동일하다.)

이 다섯 곳 모두 나로선 처음 듣는 이름인데, 투표결과에 그다지 신뢰가 가지는 않는다.

편견이겠지만 커피맛이나 까페 분위기에 대한 독특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다수가 자기가 가 봤거나 많이 들어본 곳을 투표했을 가능성이 많다. 나도 커피맛은 잘 모르지만, 상해 젊은이들이 커피맛을 그렇게 따질 것 같지도 않다.. 1위로 꼽힌 곳은 상해의 "신천지" 등에 체인이 있는 곳이다. 나머지도 서양인 취향을 고려한다고 만든 상해식 카페가 아닐까 싶다. 그 중 coffee tree와 citizen cafe를 은근히 기대해 보는데.. 더도 말고 "학림"처럼 커피향과 함께 그 집에 배어있는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곳 없을까..?



더하여, 검색하다가 찾은 상해 커피숍에 대한 글(上海咖啡馆的15个瞬间) 중에 인상적인 말을 옮겨 본다.

"상해의 커피숍은 분위기는 있는데 커피가 맛이 없다. 홍콩은 커피가 맛있지만 커피숍 분위기가 별로다. 타이베이는 커피도 맛있고 커피숍 분위기도 뛰어나다."

어쨌든 상해의 커피숍에서는 대부분 죽치고 앉아 이야기하고 사람 구경, 풍경 구경하면서 앞에 놓인 커피가 천천히 식어가도록 내비둔다.

잘 차려입고 와서 데이트하거나 사람들 만나는 공간으로 까페가 활용되지 뭔가 일상적인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말이겠다. 사실 한국에서도 동네 까페에 갈라쳐도 느슨한 차림으로는 커피 마시며 책보기가 좀 거시기하다.. ^^;;


접어둔 글에 소개된 까페와 바는 그다지. 엄선된 것 같지는 않다. 잡지 같은 데서 좀 전문가 스러운 사람이 추천하는 괜찮은 카페 관련 글은 없는 걸까? ..

암튼, 위에 소개된 곳 중에 내가 그래도 마음에 드는 곳은 한위안 서점이다. 론리 플래닛에도 소개되어 있는 곳인데, 상해에서는 그래도 괜찮은 북카페에 속한다. 지하철 역 근처가 아니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 보면 독특하면서도 조용하고 편안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주인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책도 여기서 구할 수 있다. 한위안에 대한 포스팅은 다음 기회에..
Posted by lunarog
올해도 상하이 여행축제(上海旅游节; Shanghai tourism Festival 2008)가 열리고 있다.
9월13일에 시작하여 10월6일에 끝난다.
그 사이 상해의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행사가 연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아래 표 참고)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데, 상해가 워낙 볼 게 없다보니 관방에서 이런 식으로 행사를 만드는 것 아니겠나 싶어 찾아다니지는 않았다. 공식 웹페이지(http://www.tourfest.org)에도 별 내용이 없다. 하다못해 한국이라면 영화 하나 개봉할 때 만드는 팬페이지만도 못한 것이다.
그만큼 자체 홈페이지를 만들어 관리할 "필요"를 못 느꼈을 수도 있다. 다른 방식으로 열심히 홍보를 하였을 것이고, 그런 식의 홍보를 나처럼 나다니지 않거나 관광객이 아닌 사람은 접하지 못했을 수도..
그래도 그렇지,. 명색이 여행 "축제"인데 영어 웹페이지라도 하나 만들어 놓으면 전세계에서 미리 알고 찾아오지 않을까?

활동이 여러가지인데, 일일이 번역해 두기는 귀찮고 눈에 띄는 몇 개만...


활동 명칭

시간

장소

문의전화(021)

幕式暨开幕大巡游
개막식 및  대행진

913
19302100

淮海路(西藏路-西路)
화이하이로

53510930

幕大联欢及南京路欢乐

913日—20

南京路步行街

63287413

巡游暨评比大奖赛

914日-106

全市各区县及周城市

53868030

上海
상하이 쇼핑 축제

913日-105

全市范
시 전체,

62729983

竹文化

919日—1031

古猗

59122225

上海旅游念品(品)博览会

917日—22

商城悦宾楼

53868020

上海国际烟花节暨上海旅游节闭幕式
상하이 국제음악 불꽃축제 및 상하이 여행축제 폐막식

930日-106


푸동 세기공원

53510930

“中秋上海情—乐圆都江堰”上海原乐汇

914日—15

淮海公

53868025

唐韵中秋游园会

914

汇区桂林公

64569090

桂之旅

9月-10

及江和浙江有景点

962020

子江万国啤
독일 맥주 축제

917日—27

区扬子江万大酒店

62750000*2366

小主人欢乐

913日—15

中山公大草坪

22050808

梅川路休欢乐

927日—106

普陀梅川路休

52564588-7004

九子大决赛

914

九子公

63273227


예원 중국의 날

95日-106

商城

63559999

天喜地”音激光烟花表演
음악 불꽃 축제

102(중국, 포르투갈, 이탈리아)
10
5(미국, 한국, 스페인)

大宁石公
음악보다는 각 참가국의 불꽃놀이 위주일 듯.
(
참가국은 출처마다 조금씩 다름)

63805390665766076601

四川北路欢乐节

92627

虹口四川北路商街沿线

25658306

第八都市森林欢乐节

929日-105

森林公

65328194

上海情周
상하이 일본 문화주간

919日-921
지나갔군!

淮海公、久光百
이런 것도 하는구나..

62994929

玫瑰婚典

105

卢湾区淮海中路

64454965/
64672030

都市咖文化国际爵士同乐节
도시 커피문화제, 국제 재즈 음악축제

919日—106

安公

62982541

山田园农

910日—107

区东方假日田

66860992/
56607878

“廊古韵”民俗情系列活

918日—107

区黄浦江水文化博物,七

64133461

缤纷嘉定欢乐

915日-107

嘉定南翔、安亭、曹安马陆镇

69989529

根越角——第三届枫泾婚典

920

金山区枫泾

57355555

运动联欢

913日—1031

汇区上海野生

61180000

走近港,体滴水湖

913日—106

汇区临港新城滴水湖

68283907

上海旅游风筝会

929日-105

贤区旅游

57120888

第六“上海之根”文化旅游

920日—1011

松江区佘家森林公、泰晤士小

57651701

第十朱家角古旅游

9月下旬-10月上旬

朱家角

59715804

第三
3차 전국 북 축제(경연대회)

929日-104

区东绿

59233000转销售部

上海崇明森林旅游

915日-107

崇明

69692411

 
나는 분위기 봐서 맥주 한잔을 하러 가거나, 커피 및 재즈 축제 쪽으로 가고 싶고, 혹시 시간이 되면 불꽃놀이도 한번 가볼까 생각중이다. 아마도 생각만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국경절 전후로 이어지는 공연을 보러 가는 게 유익할 것 같기 때문이다.

축제 기간에 있었던 소식 중에 나의 눈길을 끄는 한 가지는 바로 아래 이어지는 사진들!



별 것 아닌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거 타기 공연(http://www.tvsou.com/xinwen/a/20080917/98330.htm)
독일에서 온 공연단이 내가 반년 정도 살았던 구역인 톈린(田林社区)에서 공연을 펼쳤던 것이다.


내가 이 행사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던 것은 다른 그림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아래에 부분으로 따온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바로 이 상하이에 100년도 더 전에 저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자전거를 상하이에 들여온 사람도, 그것을 주로 타던 사람도 서양인이었다.


외발수레[小車; 혹은 독륜거(獨輪車)]는 인력거만 못하고 인력거는 마차보다 못하며 마차는 기차에 비할 바가 못된다.
이제까지 거리를 다니는 것은 외발수레 아니면 인력거였고 마차는 보통 남자가 몰았다. 이번에 서양인이 자전거를 발명하였는데 매우 가볍고 빠르며, 길을 다니기가 수월하다. 한 서양 여자가 숙련된 솜씨로 한발로 페달을 밟으며 빠르게 달리는데 사람들이 다들 부러워한다.(1891년2월)  

자전거는 교통수단으로, 근 2년간 상해에 많이 생겨났다. 올해 영국 여왕에 대한 축하행사 때 서양 상인들은 자전거를 몰고 거리로 나온 이가 많았다. 니성교(泥城橋) 서쪽의 경마장에 새하얀 자전거 바퀴에 숙련된 기술이 실로 볼 만했다.(1897년6월)


(자료는 중국학센터http://www.sinology.org/ 제공. <점석재화보> 일부 : 포토샵을 밀어버린 바람에 그림판으로 자른 그림이 영 시원찮다. 전체 그림의 한 부분만 부각한 것이란 걸 염두에 두시길..)


당시 외국인의 전유물이었던 신문물은 이제 어느새 관광객을 위한 공연의 소품이 되어 있고,
뻐기듯 상하이의 조계 한 자락에서 멋있게 타고 다니던 그 사람들의 후손이 와서 공연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
굳이 너무 멀리까지 나갈 필요는 없고, 억지로 의미부여할 것도 아니다.

중국에서도 자전거가 지닌 의미가 갈수록 변해가고 있다.
말 한 마리보다 비싸던 시기도 있었고(대체 말이 되는가?), 거의 전국민의 발이 되었을 때도 있었다.
다시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더 선호하는 날이 중국에도 올까.
자동차 핸들 돌리는 것보다 자전거를 밟는 게 더 부유한 삶이라는 생각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이글루스에서 by luna | 2008/09/22 02:49 | 石庫門 |
Posted by lunarog

오늘은 태풍 때문인지 하루종일 폭우가 쏟아졌다.
잠깐잠깐 비가 그칠 때 보니 비와 바람에 씻겨나가 상해의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흐린 날이라 어차피 가시거리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으나
무겁게 내려앉은 먹구름 아래 거리 풍경이, 반짝인다는 느낌이 날 정도로 색감이 좋았다.
회색도 그런 색을 낼 수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것.

푸동쪽에 약속이 있어 폭우가 쏟아짐에도 외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물살을 가르는 택시를 보면서 처음으로 상해의 도로에는 배수구가 없다는 걸 발견했다.
(시내쪽 도로들은 어떤지 생각이 잘 안 난다만,) 적어도 고가도로를 포함하여 푸동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서 배수구는 발견할 수 없었다. 확인삼아 택시기사에게 "도로에 왜 배수구가 안 보이니?" 했더니, "그런 거 원래 없어!" 그러더구먼.
그러니까, 오르막길인 고가도로에서, 아무리 비가 많이 온다기로서니, 도로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것이다.
택시 창밖으로 고가 쪽을 찍어봤다.
물이 많이 튈 때를 제대로 못 잡았는데, 이렇게 차가 지나갈 때마다 아래로 물이 엄청나게 튄다.

따라서 고가가 끝나는 아래쪽 도로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저렇게 물이 차여 버린다.
배수구가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폭우가 쏟아진 게 아니라 배수구가 아예 없는 것이다.(물론 배수구가 있었어도 워낙에 집중호우였기 때문에 물은 좀 차였겠지만 저 정도는 아닐 것이다.)
좀 많이 흔들렸는데, 저렇게 물살을 가르면서 달려야 한다.
양포대교를 오르막길로 오르고 있는데도 물살을 가르면서 달려야 했다.
자꾸 흔들려 정말로 센 물살은 찍지 못해 사진만 봐서는 잘 실감이 안 나게 되어 버렸다.
암튼 시내 쪽이나 인도가 있는 도로에서는 배수로가 어떤지 한번 주의깊게 살펴봐야겠다. 적어도 내가 본 문헌에 따르면, 19세기 말에 이미 상해의 도로는 서구식으로 넓고 평탄하게 닦은 후 도로 양 옆에 인도와 배수구를 설치하고 있었다. 상해같이 비가 많은 도시에서 도로에 배수구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건, 그게 아무리 고가도로나 인도가 주위에 없는 도로라 하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근데 우리나라도 그런가?

이글루스에서 by luna | 2008/06/28 05:11 | 石庫門 |

Posted by lunarog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중국도 작년보다 과일가격이 상당히 올랐다는 느낌이다.
환율까지 올라 요즘은 과일 먹기도 겁이 날 지경이다.
과일, 채소 등 식료품은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중국의 장점도 이제 물 건너간 모양이다.

간만에 과일가게에 들렸다가 "타이완 여지왕"이란 놈을 봤다.
꽤나 과일을 즐겼고 여름에는 여지 킬러였다고 자부하는데, 어쩐지 이놈은 이번에 처음 봤다.
신기한 마음에 한번 사들고 와 본다.
크기만 하고 맛은 없으며, 껍질이 엄청 두껍고 씨는 커서 과육은 적은 건 아닐까 걱정을 쬐금 하면서 말이다.

왠걸, 껍질도 그다지 두껍지 않고 과육도 꽤 도톰하니 씹을 게 많았다.
무엇보다 달고 신 여지의 맛과 향이 제대로 살아있었다.
(올해 먹어본 다른 여지는 너무 맛이 없었다. 시고 떨떠름한 것들 뿐이었다. 적어도 내가 산 것 중에서는..)
입에 통채로 넣고 한입에 다 씹지도 못하고 우물우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복숭아 하나를 넣고 같이 찍어 봤다.
복숭아가 조금 작은 것이긴 하지만 그냥 봐도 여지 하나가 거의 자두만한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크기대조를 위해 담배곽을 옆에 두고 찍어봤다.(사진은 대충 찍었으니 크기만 확인하시라..)

보여줄 수 있는 건 크기 밖에 없는지라,..
맛은 직접 드셔보는 수밖에. 강추다.
한근에 12원, 또는 14원 했다.(가게에 따라서)
위 사진만큼이 43원(6500원 정도?)어치이다.

바이두에서 여지왕을 검색해 보니 재미난 게 뜬다.
1. 홍콩 출신 하드코어 밴드 이름이 여지왕(King Lychee)이다.
나야 머 이쪽 음악은 잼병이라 수준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만.
음악을 아는 분들은 직접 들어보시고, 딱딱한 껍질 속에 말랑말랑한 내용물과 함께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단단한 핵심이 있는지 느껴보시라.

2. 정말로 "여지王"을 뽑기도 한다.
해남도 해구시에서 거행하는 여지문화제의 여지왕 왕보걸(王宝杰)씨다.
맛, 육질, 외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한다고 한다.
이 기사로 보면 올해 여지는 아주 풍작이었다는데, 내가 먹은 그 여지들은 왜 비싸고 맛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암튼 왕으로 뽑힌 아저씨의 웃음이 아주 친근하다.

(http://www.hq.xinhuanet.com/news/2008-06/19/content_13590488.htm)

 

3. 씨없는 여지왕에 대한 기사도 보인다.(http://www.foodqs.com/news/gnspzs01/200862417147611.htm)

기사에 따르면 올림픽 추천 과일이기도 한 이 "씨없는 여지왕(无核荔枝王)"은 전세계에서 해남도에서만 생산되며 해남도에서 항공편으로 수송해와,
베이징 신발지(新发地)에 위치한 올림픽과일 전문매장에 6월24일부터 진열되기 시작했다고 한다.(이런 것도 있었나?)

1년 중 6월에만 생산되기 때문에 생산량이 아주 적고, 도매가가 킬로당 76원(런민비)에 이른다고.

비싸기도 하거니와 이런저런 이유로 상해에서는 먹어보기(구경하기) 쉽지 않겠군!

 

이글루스에서 by luna | 2008/06/28 04:30 | flaneur |
Posted by lunarog
친구들과 같이 펀자비를 다녀오다.

저녁에는 78원에 뷔페와 맥주를 양껏 먹을 수 있다는 소개를 보고 갔다.
가격은 88원으로 올라 있었다.
여행책자에는 상하이에서 꽤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소개되어 있지만
뷔페 요리는 그다지 다양하지 않았고, 청도 맥주는 아시다시피 그냥 넘겨줄 수준이었다.
나는 요리도 그런대로 맛있고 분위기도 좋다고 느꼈지만,
강한 맛을 상쇄해줄 다른 옵션이 적기 때문에
인도요리의 강한 향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겐 다른 선택이 필요할 듯.

저녁에는 또 두 차례 정도 공연을 했다.
너무 열심히 춤을 추었고, 춤추기 전에 우리 쪽으로 와서 예고까지 하는 바람에 열심히 찍어주는 척 했지만
사진은 그다지 잘 나오지 않았다.
동작이 너무 빨랐고, 정지화면으로는 별 감흥 없을 자세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겠다.


그림 속 비슷한 복장의 아저씨가 장단을 맞춰주고 있다.


이쪽은 우리 꼬마악단의 연주가 흥을 돋우고 있다.


구베이와 푸동에도 있지만 내가 간 곳은 샹양루(襄阳南路) 102호 2층에 있는 곳이었다.
1호선 산시난루역에서 창수루역쪽으로 가다가 샹양루쪽으로 좌회전하면 된다.(택시는 좌회전 금지 일방통행.)

푸동쪽은 아래 링크. 가격이 올랐을 것 같은데..
링크에 의하면 48원이면 된다.(그럴리가?)

http://life.shanghaitan.net/bbs/board.php?bo_table=food&wr_id=91&sfl=&stx=&sst=wr_good&sod=desc&sop=and&page=5

이글루스에서  by luna | 2008/06/18 03:40 | 石庫門 |

Posted by lunarog

11월17일 상하이 동방예술중심에서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다.
최근 "노다메" 광풍에 뒤늦게 합류하여 여러 음악을 들어보고 있던 중이었다.
원래 클래식 쪽은 애너 빌스마의 첼로와 리히터의 피아노 몇 개 듣는 정도였다.
그러다 드라마에 빠져 노다메에 나오는 곡들을 검색해 보고 다운받고 사서 듣고 하는 식이었던 터.
방안에서 제한된 스피커로 듣는 것보다 직접 제대로 공명을 느끼고 싶다는 느낌이 들던 중에
연말에 상하이에서 열리는 공연 몇 개를 점찍었다.

우선은 체코필.
내가 즐겨찾는 상해문화정보 사이트(http://www.culture.sh.cn)에는 중국어 소개 뿐이라
어떤 곡을 하는지도 모르고 갔다.
일단은 공연장이 어떤지, 중국의 공연문화는 어떤지 알아나 보자는 식으로 편하게 갔던 것.

(곡목 소개가 이런 식이다.)=============================

曲目

11月17日(周六)

贝多伊奇·斯美塔那:交响组曲《我的祖国》

I. 维谢赫拉得

II. 沃尔塔瓦河

III. 萨尔卡

-中场休息-

IV. 波希米亚的森林与草原

V. 塔波尔

VI. 布拉尼克山

★ 因曲目安排,迟到观众须在外等候至中场,敬请准时入场

11月18日(周日)

安东尼·德沃夏克 “波尔卡”选自捷克组曲

b小调大提琴协奏曲(独奏:王健)

-中场休息-

安东尼·德沃夏克 e小调第九交响曲《自新大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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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예매가 이미 종료되어 무작정 동방예술중심으로 가봤다.
왠걸. 곳곳에 암표상이 득실댄다.
2200원(28만원 정도) 하는 표를 잘 깍으니 800원까지도 살 수 있겠다.
3명이 2000원 주고 2200원 1장, 1800원 두장을 사서 들어간다.


THE CZECH PHILHARMONIC ORCHESTRA TOUR CONCERTS

 

초상국 135주년 기념으로 초청한 것이다.
19세기 말 그 이름도 유명한 초상윤선국(招商輪船局)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초상은행이라는 명칭을 볼 때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암튼 검은 양복의 거물들이 꽤 있었던 것 같고, 아마도 표를 사거나 받았다가 암표상들에게 헐값에 넌긴 이들도 많을 것이다.

 

어쨌든, 그다지 나쁘지 않은 2층 자리였지만 곡이 딱히 내 취향이 아니었다.
방안을 울리는 스피커에 내 귀가 적응해서였을까?
책자를 살펴보고서야 오늘 연주할(한) 곡이 스메타나(Bedrich Smetana)의 "나의 조국"(Ma Vlast)란 걸 알았다.
나라가 망하기 직전, 변법자강 운동의 물결 속에서 만들어진 초상국이 초청한 것이니,
분위기는 대충 맞아떨어질 법하다.

 

사진촬영은 당연히 금지이지만,
망설이던 끝에 퇴장하기 직전에 한컷.
망설이던 끝에 지휘자의 모습을 담지 못한 게 후회.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동방예술중심의 콘서트홀의 시설이나 좌석배치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끝나고 나오면서 왠지 느낌이 이상해서 다시 지휘자의 이름과 얼굴을 살펴본다.

즈데넥 마칼(Zdenek Macal)!
체코필의 수석 지휘자.

네이버 지식인을 찾아보니, 노다메에 비에라 역으로 나왔던 그 지휘자가 맞다.

 



THE CZECH PHILHARMONIC ORCHESTRA TOUR CONCERTS

연말과 신년에 계획된 연주회는 다 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많다.
암스테르담 교향악단 정도는 가보고 싶기도 하지만
아마도 집에서 내 스피커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직은 그 정도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이글루스에서 by luna | 2007/12/12 01:21 | 바라보기 |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