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사도는 넓고 평평하고 사람도 없다. 자전거를 타기에 정말 좋았지만, 이렇게 평평하기만 하니 홍수로 수위가 높아지면 섬 전체가 잠겨버리지 않을까? 살짝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섬 주변에 제방을 쌓고 강(바다)과 만나는 사이에 습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뚝방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오토바이가 늘어서 있었는데, 아마도 주인들은 모두 배에 타고 있거나 배에서 짐을 내리려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는 뚝방길과 강 사이의 공간은, 혹은 초원처럼 물소가 풀을 뜯기 좋은 정도로 마른 땅이었고 또 어떤 곳은 갈대가 무성한 사이로 진흙땅이었다.
뚝방길 사이로 난 틈으로 아래로 내려오면 강 바로 앞까지 올 수 있다. 약간 울퉁불퉁했지만 자전거를 타기에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다.
강과 바로 인접한 뚝방길 아래로 통발 같은 게 길쭉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뭘까? 바로 이놈들이다.
아주 호전적이고, 재빠르며, 숨기도 잘 하는. 민물게는 한국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라진 지 오랜지라 재미있을 것 같아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국민학교 다닐 때 하교길에 도랑에서 손바닥만한 게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게 굉장히 신기한 기억으로 여전히 뇌리에 남아있을 만큼, 게 자체가 흔하지 않았다. 갑자기 그때 그 도랑이 생각나기도 했다. 우르르 흩어졌지만, 경계하는 것인지 호기심 때문인지 무서워하면서도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 움직이지 않는 놈도 많았다.
처음에는 사진이나 몇장 찍을 요량이었다. 빌려온 똑딱이의 줌으로는 충분히 가까이 가지도 못하겠고 제대로 담기도 쉽지 않았다. 내친 김에 카메라를 내려놓고 장갑 벗고 게잡이에 나섰다. 정말 맘 먹고 게를 잡을라치면 신발 벗고 뛰어 들어가 진흙탕의 저 구멍들을 헤집어야 할 텐데, 물론 그럴 생각은 없었다. 작은 생명체들의 최대의 적, 순진한 꼬마 개구장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잠깐 놀아볼 생각이었는데, 그마저도 아마 한가로운 낮을 보내는 게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내가 게중 제법 큰놈을 하나 잡았다. (손가락 협찬: 루나)
내가 사용한 방법은 이렇게 바위틈에 있는 제법 큰 놈을 골라, 앞쪽에서 갈대잎으로 살짝 위협을 하면서 대치국면에 있다가 슬금슬금 물러설 때 다른 손으로 뒤쪽을 덮치는 것이었다. 자연에서 살고 있는 놈들의 생명력이란 너무나 거대해서, 손으로 잡을 때의 그 꿈틀거림이 주는 진동은 너무 오랫만에 느껴보는 것이었다. 사진 몇 장을 찍은 후 놓아주었는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슬금슬금 옆으로 조금씩 움직이다가, 그러니까 자기의 은신처 반대쪽으로 움직이는 척하다가 아주 빠른 속도로 은신처 구멍으로 사라져 갔다. 미안~~
갈대 줄기로 게를 잡겠다고 휘두르던 반군도 어찌어찌 한 마리 잡았다. 조금 더 큰 놈이다. 이놈도 힘이 얼마나 좋은지 반군의 장갑을 살짝 줬더니 놓지를 않는다. 게다가 한쪽 집게는 공격용으로 남겨놓는 여유를 부리기까지 했다. 게는 생김새에서부터 호전적인 탱크 느낌이 난다.
손가락협찬: 반군
반군은 게장 담그게 맘먹고 다시 한번 와서 게를 잡자고 했다. 나는 게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므로 패스~
뭐 어쨌든 내 생업이 걸린 일이 아닌데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은 좋지 않다. 머리로만 안다.
게를 보면 두꺼운 갑옷 속에 있을 연약한 피부가 생각난다. 손이 베이고 피부에 상처가 날 때 왜 인간은 게처럼 바깥이 단단하지 않을까 투정부린 어린시절도 기억난다. 껍질이 둘러싸고 있으면 상처도 나지 않을 텐데 말야.. 바깥이 단단한 것과 속이 단단한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진화한 것일까? 진화는 잘 모르겠고. 한번 깨지면 복구가 힘든 갑옷 피부를 바라기보다는 작은 상처에 무력하지만 재생가능하고, 그런 상처 때문에 더 탱글탱글해지는 피부가 낫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매번 상처가 날때마다 갑옷 피부가 그리웠다.
오늘밤은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이 차다. 그래서인지 머리가 너무 아프다.. ㅠㅠ
오토바이가 늘어서 있었는데, 아마도 주인들은 모두 배에 타고 있거나 배에서 짐을 내리려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는 뚝방길과 강 사이의 공간은, 혹은 초원처럼 물소가 풀을 뜯기 좋은 정도로 마른 땅이었고 또 어떤 곳은 갈대가 무성한 사이로 진흙땅이었다.
뚝방길 사이로 난 틈으로 아래로 내려오면 강 바로 앞까지 올 수 있다. 약간 울퉁불퉁했지만 자전거를 타기에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주 호전적이고, 재빠르며, 숨기도 잘 하는. 민물게는 한국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라진 지 오랜지라 재미있을 것 같아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국민학교 다닐 때 하교길에 도랑에서 손바닥만한 게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게 굉장히 신기한 기억으로 여전히 뇌리에 남아있을 만큼, 게 자체가 흔하지 않았다. 갑자기 그때 그 도랑이 생각나기도 했다. 우르르 흩어졌지만, 경계하는 것인지 호기심 때문인지 무서워하면서도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 움직이지 않는 놈도 많았다.
처음에는 사진이나 몇장 찍을 요량이었다. 빌려온 똑딱이의 줌으로는 충분히 가까이 가지도 못하겠고 제대로 담기도 쉽지 않았다. 내친 김에 카메라를 내려놓고 장갑 벗고 게잡이에 나섰다. 정말 맘 먹고 게를 잡을라치면 신발 벗고 뛰어 들어가 진흙탕의 저 구멍들을 헤집어야 할 텐데, 물론 그럴 생각은 없었다. 작은 생명체들의 최대의 적, 순진한 꼬마 개구장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잠깐 놀아볼 생각이었는데, 그마저도 아마 한가로운 낮을 보내는 게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갈대 줄기로 게를 잡겠다고 휘두르던 반군도 어찌어찌 한 마리 잡았다. 조금 더 큰 놈이다. 이놈도 힘이 얼마나 좋은지 반군의 장갑을 살짝 줬더니 놓지를 않는다. 게다가 한쪽 집게는 공격용으로 남겨놓는 여유를 부리기까지 했다. 게는 생김새에서부터 호전적인 탱크 느낌이 난다.
반군은 게장 담그게 맘먹고 다시 한번 와서 게를 잡자고 했다. 나는 게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므로 패스~
뭐 어쨌든 내 생업이 걸린 일이 아닌데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은 좋지 않다. 머리로만 안다.
게를 보면 두꺼운 갑옷 속에 있을 연약한 피부가 생각난다. 손이 베이고 피부에 상처가 날 때 왜 인간은 게처럼 바깥이 단단하지 않을까 투정부린 어린시절도 기억난다. 껍질이 둘러싸고 있으면 상처도 나지 않을 텐데 말야.. 바깥이 단단한 것과 속이 단단한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진화한 것일까? 진화는 잘 모르겠고. 한번 깨지면 복구가 힘든 갑옷 피부를 바라기보다는 작은 상처에 무력하지만 재생가능하고, 그런 상처 때문에 더 탱글탱글해지는 피부가 낫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매번 상처가 날때마다 갑옷 피부가 그리웠다.
오늘밤은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이 차다. 그래서인지 머리가 너무 아프다.. ㅠㅠ
'FIN-DE-SIECLE SHANGHAI > 弄堂을 거닐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M on the bund (0) | 2009.08.16 |
---|---|
버려진 다리 - 횡사도 구조부두 (2) | 2009.06.26 |
상하이 콘서트홀에서.. (2) | 2009.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