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표가 생겨 상하이 콘서트홀(上海音乐厅, Shanghai Concert Hall)에서 연주를 듣게 되었다.
클래식 듣는 건 좋아하지만 실제로 공연장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 연주는 좋은 스피커로도 전해주지 못하는 에너지의 흐름, 감정의 교류 같은 걸 느낄 수 있게 해 주겠지만, 내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해 그 비용을 투자할 생각은 솔직히 없기 때문이다. 연애할 때야 이벤트 삼아 한두번 가 볼 수 있지. :-) 이벤트라는 불순한 목적으로 가도 실제 악기의 울림이 주는 떨림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난한 자는 그림이든 음악이든 진본이 주는 아우라를 애타게 찾기보다는 막 다뤄도 되는 복제품을 가지고 노는 게 더 즐겁고 편안하다(고 자위한다).
아무튼 공연장을 찾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가 시간과 돈일 건데, 마침 공짜표가 생겼고 저녁 시간에 잠깐 나갔다고 오는 게 무리는 아니어서(공연정보를 찾고, 꼭 들을 공연을 정하고, 표를 예매하고 등등의 번잡스러움 없이) 기꺼이 인민공원 근처에 있는 상하이 콘서트홀로 나섰다.
지휘는 (나는 처음 들어보는) 블라드미르 페도세예프(VLADIMIR FEDOSEYEV; 弗拉基米尔·费多谢耶夫)라는 러시아 지휘자가 맡았다. 아래는 지휘자 사진이다.(출처 및 공연안내: http://www.culture.sh.cn/product.asp?id=5907)
연주곡:
인민공원 지하철역에 내리니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오랫만에 정말로 파란 하늘을 이틀 보여주신 상하이씨. 아니나 다를까, 휘날리는 구름이 예감하듯 그 다음날 폭우가 쏟아졌다.
지하철역에서 연안동로를 넘어가면 상하이 콘서트홀이 나온다. 왼쪽으로 길을 건너면 와이탄, 오른쪽에 살짝 보이는 건물은 상하이 박물관이다.
상하이 콘서트홀은 1930년에 만들어진 역사유물이다. 연안동로 확장공사를 위해 원래 있던 자리에서 그대로 들고 60미터 정도 남쪽으로 이동하였다고 한다.(2003년) 원래는 남경희극원(南京大戏院)이었는데, 1949년에는 베이징 영화관(北京电影院)으로 바뀌었다가 1959년 상하이 콘서트홀(전국 최초)로 다시 바꾼 뒤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즉 원래는 영화를 상영하던 곳인데 구조상 음향 효과가 괜찮은 곳이어서 콘서트홀로 용도변경을 했다고 한다. 영화상영을 목적으로 하면 잔향이 0.8초를 초과하면 안 되는데 이 곳의 잔향은 1.5초 정도이기 때문에 콘서트홀로 더 적절하고 음질도 좋다는 것. 바이두 백과사전에서 인용한 한 지휘자의 말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의 비엔나 골든 콘서트홀, 암스테르담 Concertgebouw, 보스턴 심포니홀 등을 제외하면, 음질 면에서 상하이 콘서트홀은 그 어떤 콘서트홀에도 뒤지지 않는다"라고 호언했다. (좀 과장 아닐까? ^^;;)
외부도 그렇지만 대리석으로 꾸며진 내부도 고전적 풍격이 느껴진다. 요즘 이런 식으로 지었다면 상당히 촌스러웠을 건데, 아무래도 세월의 흔적이 더해지니까 그런대로 볼만했다. 와이탄과 프랑스 조계의 중간 경계라는 지리적 위치를 생각하면서 건물을 감상해도 좋을 듯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내부를 몇 장 찍어 뒀다. 빌려간 똑딱이가 나름 성능이 괜찮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어두운 곳에서는 조금 약한 듯.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무대가 상당히 좁아서 대규모 공연에 적합하지는 않을 듯하다. 실제로 굵직굵직한 공연은 여기가 아니라 상하이대극원이나 푸동의 동방예술중심에서 주로 열린다.(졸라 비싸다.)
상하이 콘서트홀은 자그마한 공원 한가운데 있는데, 언제나처럼 암표상(黄牛)들이 제일 먼저 반긴다. 공연 중간 가끔 핸드폰이 울리기도 하고, 한 악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 것도 정겨운데(그마저도 2부에서는 다들 조는지..) 아무튼 듣고 있기에 굉장히 피곤한 공연이었다.
처음 음이 울릴 때, '아, 역시 이 맛은 스피커가 따라갈 수 없다니깐!'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러나 곧바로 뭔가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음을 알면 얼마나 알겠나 싶은데, 그래도 솔직한 느낌을 말하라면 소리가 뭉개지거나 저음은 둔탁하고 고음은 귀가 아팠다. 그게 건물 구조의 문제인지, 연주를 한 상하이 교향악단의 문제인지, 내가 앉은 자리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듣다가 지겹거나 오늘 기분과 맞지 않으면 씨디를 바꾸거나 다른 파일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약간의 의무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았는데 2부에서는 그냥 잤다.(그렇다고 코를 골거나 침을 흘리거나 그러진 않았다구요!) 문화적 취향 자랑할 일도 없고, 즐겁지 않으면 공연은 필요없지 않나?
"브라보"와 박수는 의례가 된 듯하다. 왠지 공연이 끝난 후 지휘자가 몇 번의 퇴장과 재등장을 반복하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라는 듯이. 그게 더욱 우스운 의례로 보이는 공연이었다. 노래 못한 친구에게 예의상 박수를 쳐줄 순 있어도 앵콜까지 외치는 건 악취미다.
같이 간 사진사 친구는 상하이 교향악단의 요청으로 사진을 찍을 예정이다. 흐르는 음악의 어느 순간을 사진으로 남길지 궁금하다.
클래식 듣는 건 좋아하지만 실제로 공연장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 연주는 좋은 스피커로도 전해주지 못하는 에너지의 흐름, 감정의 교류 같은 걸 느낄 수 있게 해 주겠지만, 내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해 그 비용을 투자할 생각은 솔직히 없기 때문이다. 연애할 때야 이벤트 삼아 한두번 가 볼 수 있지. :-) 이벤트라는 불순한 목적으로 가도 실제 악기의 울림이 주는 떨림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난한 자는 그림이든 음악이든 진본이 주는 아우라를 애타게 찾기보다는 막 다뤄도 되는 복제품을 가지고 노는 게 더 즐겁고 편안하다(고 자위한다).
아무튼 공연장을 찾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가 시간과 돈일 건데, 마침 공짜표가 생겼고 저녁 시간에 잠깐 나갔다고 오는 게 무리는 아니어서(공연정보를 찾고, 꼭 들을 공연을 정하고, 표를 예매하고 등등의 번잡스러움 없이) 기꺼이 인민공원 근처에 있는 상하이 콘서트홀로 나섰다.
지휘는 (나는 처음 들어보는) 블라드미르 페도세예프(VLADIMIR FEDOSEYEV; 弗拉基米尔·费多谢耶夫)라는 러시아 지휘자가 맡았다. 아래는 지휘자 사진이다.(출처 및 공연안내: http://www.culture.sh.cn/product.asp?id=5907)
Hayden: Symphony No. 49 in f , La Passion
Shostakovich: Symphony no. 10인민공원 지하철역에 내리니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오랫만에 정말로 파란 하늘을 이틀 보여주신 상하이씨. 아니나 다를까, 휘날리는 구름이 예감하듯 그 다음날 폭우가 쏟아졌다.
지하철역에서 연안동로를 넘어가면 상하이 콘서트홀이 나온다. 왼쪽으로 길을 건너면 와이탄, 오른쪽에 살짝 보이는 건물은 상하이 박물관이다.
상하이 콘서트홀은 1930년에 만들어진 역사유물이다. 연안동로 확장공사를 위해 원래 있던 자리에서 그대로 들고 60미터 정도 남쪽으로 이동하였다고 한다.(2003년) 원래는 남경희극원(南京大戏院)이었는데, 1949년에는 베이징 영화관(北京电影院)으로 바뀌었다가 1959년 상하이 콘서트홀(전국 최초)로 다시 바꾼 뒤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즉 원래는 영화를 상영하던 곳인데 구조상 음향 효과가 괜찮은 곳이어서 콘서트홀로 용도변경을 했다고 한다. 영화상영을 목적으로 하면 잔향이 0.8초를 초과하면 안 되는데 이 곳의 잔향은 1.5초 정도이기 때문에 콘서트홀로 더 적절하고 음질도 좋다는 것. 바이두 백과사전에서 인용한 한 지휘자의 말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의 비엔나 골든 콘서트홀, 암스테르담 Concertgebouw, 보스턴 심포니홀 등을 제외하면, 음질 면에서 상하이 콘서트홀은 그 어떤 콘서트홀에도 뒤지지 않는다"라고 호언했다. (좀 과장 아닐까? ^^;;)
외부도 그렇지만 대리석으로 꾸며진 내부도 고전적 풍격이 느껴진다. 요즘 이런 식으로 지었다면 상당히 촌스러웠을 건데, 아무래도 세월의 흔적이 더해지니까 그런대로 볼만했다. 와이탄과 프랑스 조계의 중간 경계라는 지리적 위치를 생각하면서 건물을 감상해도 좋을 듯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내부를 몇 장 찍어 뒀다. 빌려간 똑딱이가 나름 성능이 괜찮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어두운 곳에서는 조금 약한 듯.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무대가 상당히 좁아서 대규모 공연에 적합하지는 않을 듯하다. 실제로 굵직굵직한 공연은 여기가 아니라 상하이대극원이나 푸동의 동방예술중심에서 주로 열린다.(졸라 비싸다.)
상하이 콘서트홀은 자그마한 공원 한가운데 있는데, 언제나처럼 암표상(黄牛)들이 제일 먼저 반긴다. 공연 중간 가끔 핸드폰이 울리기도 하고, 한 악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 것도 정겨운데(그마저도 2부에서는 다들 조는지..) 아무튼 듣고 있기에 굉장히 피곤한 공연이었다.
처음 음이 울릴 때, '아, 역시 이 맛은 스피커가 따라갈 수 없다니깐!'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러나 곧바로 뭔가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음을 알면 얼마나 알겠나 싶은데, 그래도 솔직한 느낌을 말하라면 소리가 뭉개지거나 저음은 둔탁하고 고음은 귀가 아팠다. 그게 건물 구조의 문제인지, 연주를 한 상하이 교향악단의 문제인지, 내가 앉은 자리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듣다가 지겹거나 오늘 기분과 맞지 않으면 씨디를 바꾸거나 다른 파일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약간의 의무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았는데 2부에서는 그냥 잤다.(그렇다고 코를 골거나 침을 흘리거나 그러진 않았다구요!) 문화적 취향 자랑할 일도 없고, 즐겁지 않으면 공연은 필요없지 않나?
"브라보"와 박수는 의례가 된 듯하다. 왠지 공연이 끝난 후 지휘자가 몇 번의 퇴장과 재등장을 반복하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라는 듯이. 그게 더욱 우스운 의례로 보이는 공연이었다. 노래 못한 친구에게 예의상 박수를 쳐줄 순 있어도 앵콜까지 외치는 건 악취미다.
같이 간 사진사 친구는 상하이 교향악단의 요청으로 사진을 찍을 예정이다. 흐르는 음악의 어느 순간을 사진으로 남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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