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풍유비둔'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12.18 논란 중인 중국유화 : 중국계 화가 후밍(呼鸣)의 작품
문화혁명/丹靑 2008. 12. 18. 17:43
최근 중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유화 작품이 있다.


후밍(呼鸣)이라는 중국계 여성작가의 작품이다. 보기에는 문혁을 정점으로 한 혁명적 리얼리즘을 고취시키는 평범한 선전화인 것 같지만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부분이 있다. 바로 여군의 신체 중 가슴과 엉덩이, 눈 부위이다. 획일화되고 무표정한 남자 군인들 사이에 끼어 있는 여군은 마찬가지로 비장한 자세로 절도 있게 움직이지만, 우리는 투명한 군복 속으로 비쳐나는 탱글탱글한 엉덩이와 오똑 솟은 가슴, 그리고 유두를 확인할 수 있다. 절도있는 자세와는 달리 눈빛은 색기로 넘쳐 흐른다.

이에 대한 중국 인터넷의 반응은 건강하고 풍만한 여성미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라는 소수의 긍정적인 시선보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녀는 부대에서의 교육과 해방군의 영광스러운 사명을 잊은 저속한 취미의 사람이다. 그녀의 몸에 표현된 것은 육욕일 뿐이다. 이런 사람은 기본적으로 아무 사상이 없다고 생각된다."


 

후밍은 이미 시드니에 거주하는 중국계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여류화가로 통한다. 이들의 의견도 반반이다. "후밍의 유화작품은 풍유비둔(丰乳肥臀 ; 풍만한 가슴과 통통한 엉덩이. 모옌의 소설 이름이기도 하다.)의 인물형상만 가득하지 다른 의미는 찾을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신세대 중국여성, 특히 중국 여군의 다른 측면을 잘 구현하였다. 부드러움과 함께 용감하고 건강한 미를 보여준다."라는 입장이 공존한다. 후밍의 작품은 현재 논쟁의 중심에 있으며, 그 가치를 높이 사는 이들도 많아 798예술단지를 비롯한 중국내 여러 지역에서 전시회를 가졌고, 경매에서도 작품당 20만 인민폐(4천만원 정도) 내외에서 팔려 나간다고 한다.

 

작가 후밍은 1955년 북경 태생으로, 1970년에서 1989년까지 20년 간 중국인민해방군에 복무하였으며, 군인 신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79년 천진미술학원 중국화과 수학, 93년부터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90년에 뉴질랜드로 출국하여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1999년부터 호주 시드니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누군가 내 스타일과 비슷한 작풍을 보인다면 그 즉시 내가 바꾸겠다!"라고 공언한다. 아카데미 화풍에서 기피하는 금기를 건드려온 그녀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말이겠다. "나는 내 자신의 원시적인 감각을 존중하며, 자신의 창작 양심을 존중한다. 나는 정말 진지하게 근육 하나하나를, 젖가슴을, 엉덩이를 그린다. 가장 아름다운 것을 그리고, 가장 편안게 생각되는 자세를 배치한다. 섹시함은 내 그림에서 영원히 추구하는 목표이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살아 있으며, 나를 좋아하고 내 그림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 나는 시장의 조작에 코 끌려 가는 것을 언제나 경계한다."


서양 아가씨와 금붕어 그림을 그리면 잘 팔리지 않겠느냐는 호주 쪽 화랑 관계자의 청을 거절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들이 중국 여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자신도 서양 아가씨를 잘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금붕어는 전통회화에서 "정부, 첩"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래 그림의 제목은 "네 미녀Four Beauties"이다.)


중국을 지시하면서 중국의 금기를 깨는 그의 화풍 때문인지, 아직 그녀의 영향력은 중국 내에서만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 전시 목록을 봐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로 화교가 많은 시드니가 아니면 중국이 활동 무대이다. 

主要展览:
1974  军人业余艺术家画展   北京(베이징)
1975  第二届全军艺术展      北京(베이징)
1981  第一届中国青年画展   北京(베이징)
1986  呼鸣个展        北京(베이징)
中日青年友好交流展 日本, 中国
1994  呼鸣个展        奥克兰(오클랜드)
1995  东亚展           奥克兰(오클랜드)
1996  女艺术家作品展   新加坡(싱가포르)
2002  249美术馆呼鸣展  悉尼(시드니)
呼鸣展    新加坡(싱가포르)
2003  Soho美术馆中国美展   悉尼(시드니)
2004  MPG布里斯班中国美展 悉尼(시드니)

 

아무래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작품자체의 성향보다는 인민해방군에 대한 우상파괴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건 마치 옌롄커의 <인민을 위해 해방하라>가 전작 <물처럼 단단하게>에 비해 더 위험해서가 아니라 모택동 석상을 파괴하고 인민해방군 사병과 사단장 부인의 사랑을 다뤘기 때문에 금서가 된 것과 비슷해 보인다. 신성하게 국가를 지켜야 할 인민군 여성 사병에 성적 시선을 부여한 것이 아무래도 불편한 것이다. 옷을 입고 있음에도 옷 속 여성의 성적인 신체를 바라보는 은밀한 시선을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뜨끔하지 않을 남성이 있을까? 투시카메라로 그녀들을 바라보고 싶다는 욕망?!


어쨌든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래 두 그림이다.


그녀의 블로그(http://www.hu-ming.com)에 들어가면 보다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다. 각 연도별로 작품리스트가 정리되어 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고대 두루마리 작품을 연상시키는 아래 그림을 찬찬히 뜯어볼 생각이다.

 

Title:Relic of the New 87 Immortals-Following the Sun
Size:140X1400cm
Oil on Canvas

'문화혁명 > 丹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하이의 색깔은?  (6) 2009.06.27
<티베트 연작> 중 "양치기(牧羊人)"  (0) 2008.11.21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