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오송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4.24 오송구(항구) 가는 길 (2)
  2. 2009.04.16 오송구(항구) 가는 길 (1) 1
첫날의 항구 찾기, 혹은 황포강변 보기에 실패한 다음 날(4월 16일) 비슷한 시간에 다시 자전거를 타고 북쪽으로 달려보았다. 기필코 강을 보고야 말겠다는 오기 비슷한 게 생겼기 때문이다. 설마 강으로 통하는 길이 하나도 없으려고.

그런데, 정말 없었다.

어제와 달리 북쪽으로 가다가 옆(동쪽)으로 빠지는 큰길(쥔공루; 军工路)로 접어들었다. 역시 강이 가깝다는 건 느낄 수 있었고, 제법 큰 길로 화물차만 다니고 있었다.

01

사람도 거의 지나다니지 않고 자전거 길도 텅텅 비어 있다. 길에는 먼지만 가득하다.


가도가도 이런 길만 반복되길래 무턱대고 경비가 지키고 있는 입구로 들어가 봤다. 경비에게 들어가서 강을 좀 구경해도 되겠냐니까, 자기들 통로는 안 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되돌아가서 아까 지나쳐온 통로를 그냥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 통로는 잠겨 있고 사람과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쪽문이 열려 있었는데 다행히 아무도 나를 잡지 않았던 것이다. 흠, 여기가 바로 통로로구나! 라고 생각하며 여유만만 강쪽으로 이동하며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아래 사진은 색깔의 대비가 예뻐 이리저리 찍어봤는데 건진 건 없고 그냥 전체적인 모양만 기록으로 남겨둔다.

이 화물차 뒤로 강이 보이고 지나다니는 배가 보였다. 와~~ 드디어 한강변 같은, 혹은 와이탄에서 보던 그런 강변의 느낌을 받을 수 있겠구나. 그런 관광지는 아니면서 한적하게 산책을 할 수 있겠구나. 혹시 일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말이라도 건네 봐야지~~ 라는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어이, 거기 뭐해? 어떻게 들어왔어!!? 이쪽으로 와봐!!"

돌아보니 공안이 초소에서 걸어나와 나를 쳐다보며 손짓하고 있었다. 강 바로 앞이었다.
왠 공안? 갑자기 살짝 얼어서 어리버리 오라는 건지 빨리 나가라는 건지 헷갈렸다.

이쪽으로 와바. 누구냐?
어, 그게,.. 전 유학생인데요?
여기서 뭐하는데?
그냥 강 볼려구요.
집이 어디냐
근처에요. 산책 나왔어요.
신분증 꺼내봐. 여권 가져왔어? 학생증은?
산책 나왔다니깐요. 신분증 없어요.

나이도 나보다 어린 것 같던만, 존대어가 따로 없지만 왠지 그쪽은 하대하고 나는 공손하게 높임말을 하는 분위기였다. 조금 망설이는 것 같더니, 얘가 좀 어리버리한 것 같아보여 그냥 철없는 외국인이 어쩌다 왔나보다 하고 보내줬다. 그런데 입구에서 나가려니 이제 또 경비가 잡는 것이었다.

누구냐?
그게.. (우쒸, 아까 들어올 땐 잡지도 않던만!)
어디 갔다 온 거야?
아까 이쪽으로 들어와서 저쪽에 갔다가 저기 공안들이 보내줬어요. 나 가도 된다고 했거든요..?
신분증 보자. 들어온지 얼마나 된 거야?

똑같은 답변을 또 해야되는 난처한 상황에서 공안들이 차를 몰고 와서 설명하고 그냥 보내줬다.
지가 딴짓한다고 들어오는줄도 몰라놓고 말야. (심문 받는 느낌은 너무 싫어~)


즉, 지도로 표시된 강으로 통하는 길은 해운회사나 세관의 허가를 받은 화물차들만 통과가 가능했다. 곳곳에 위와 같은 금지표시, 행인도, 자전거도 승용차도 들어올 수 없다는 표시가 되어 있다.

왜 그럴까? 왜 한강처럼 강을 열어놓고 일반인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하지 않는 걸까?
물이 더러워서? 그렇담 와이탄도 막아야지. 와이탄을 흐르는 물이 이쪽으로 빠져나가는 거니까.
가만히 강과 지형의 구조를 생각해 보니, 황해에서 장강을 거쳐 오송구 입구에서 황포강으로 접어들면 곧장 내륙으로 들어갈 수 있다. 황포강은 화물선과 여객선이 드나들 수 있는 큰 강이고, 와이탄 아래쪽에 여전히 큰 항구가 남아 있다. 즉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밀항과 밀무역이 가능한 것이다. 강변을 따라서는 허가받은 해운업체와 세관이 줄지어 있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겠다.

확인차 인터넷으로 입체지도를 열어보니 역시 예상대로이다. 조깅코스 한강변은 어디 있다는 말인가!!! 
(각 이미지에서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내가 공안에게 잡혀 심문받은 곳이다.)



기필코 허가받지 않으면 못 들어가는 곳을 들어가 볼 생각으로 그 다음날에는 임시정부90주년 기념 한국해군 입항식에 참여한다. 3일 연속 강변보기 프로젝트 되겠다. 위치는 소주하와 황포강이 만나는 곳, 위 지도에서 빨간색이 시작하는 와이탄 북쪽의 군항이다.

'FIN-DE-SIECLE SHANGHAI > 弄堂을 거닐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하이 템즈타운  (4) 2009.06.02
외백도교 다리 너머..  (8) 2009.04.18
오송구(항구) 가는 길 (1)  (1) 2009.04.16
Posted by lunarog
지도를 보면 내가 사는 곳에서 황포강이 장강과 만나는 오송구가 멀지 않다.
가끔 밤이면 뱃고동 소리가 들려올 때도 있고 해서 언제고 한번 다녀와야지 하고 있었다.

억지로라도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집밖에 나갈 일도 별로 없고 해서 동호회 가입 후 엠티를 갔다가,
족구 몇 판 하고 다리가 맛이 가 버렸다.
다리에 활력이나 더할 겸 자전거를 타고 오송구 쪽으로 향해 본다.
지도로 예상한 지점까지는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강이 아주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강을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지도에 표시된 길을 따라 가면 모두 막혀 있거나 해운업체로 통하는 길이라 강쪽으로 갈 수 있다고 해도 출입을 막고 있었던 것.

혹시나 하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녀 봐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 지도로 확대해 보니, 우리 집에서 북쪽으로 그냥 쭈욱 가서는 강으로 통하는 길은 없다.(컨테이너 화물트럭은 물론 갈 수 있겠지만..) 중간에 빠지는 큰 길을 가 보거나, 시작부터 돌아서 가는 길로 다음에 다시 가볼 수밖에 없겠다.

하여튼 이렇게 헤매느라고 편도 30분 길을 두 시간 가까이 허비.

막힌 길에서 친구를 배웅하고 다시 들어가는 아주머니에게 항구쪽으로 가는 길이 있는지 물어봤다. 어디어디로 가라는데, 아마도 자기들이야 그쪽으로 다니는지 몰라도 나는 갈 수 없었다. 날은 어두워지고.. 그래도 기계와 건축자재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강으로 흘러드는 운하 옆까지 드디어 왔다만. 이미 어두워져서 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차피 운하를 보려는 게 아니라 배가 드나드는 항구를 보는 게 목적이었는데.. 지게차와 컨테이너만 가득 쌓여 있다.


돌아오는 길은 컴컴하고 먼지가 많이 날리지만, 다리에 과부하를 좀 주겠다는 원래의 목적이야 이룬 셈이다.

광고판을 지나치다 지붕 처마 같은 느낌이 들어 찍어봤는데, 네모에 삼각형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몰라 한참을 요리조리 돌려 봤다만 별로 마음에 드는 게 없다.(사실 어떤 게 좋은 건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고 해야겠지?) 뭐든 제대로 하려면 힘들다.

"眼疾手快"라는 (광고업체의) 광고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눈도 빠르고 손도 빨라야 한다"는 정도의 뜻이다. 그 앞에 쓰여진 말은 "좋은 위치를 잡으려면...(好位置就要...)"이다.
눈도 느리고 손도 느리니, 빛도 잡히지 않고 형체도 포착하기 힘들다.

별 모양은 없지만 튼튼하게 아무 불평 없이 3년을 잘 버텨준 자전거다. 가끔 기름칠도 하고, 상으로 장바구니와 자물쇠도 바꿔 줬다. 3년 타고도 삐거덕 소리 하나 나지 않는 자전거, 중국에서 보기 힘들 거다!!

이것도 운동이라고 밥맛이 좋아졌다. ^^;;

2009. 06.03.
나중에 다시 확인해 본 결과, 원래 지도에서 봤던 것처럼 길을 타고 올라가면 오송 항구가 나왔다.
황포강으로 들어가는 조그만 운하를 건너는 고가도로를 자전거로는 못 간다고 착각했던 것.
다시 가 보니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고가도로 옆으로 나 있었다.
오송항구에서는 창사도, 충밍도 등 장강하구의 섬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고, 그냥 황포강 건너편으로 넘어갈 수 있는 통근배도 있었다. 와이탄과 푸동을 오가는 배와 마찬가지였다..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