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와이탄 북쪽으로 외백도(와이바이두; 外白渡)교라고 있습니다.
작년 한해 보수를 위해 잠시 철거되었다가 올초에 다시 연결되었다고 합니다. 기사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택시기사에게 물어보니 통행이 시작된 건 열흘 정도라고 하더군요.


작년에는 아래와 같이 사라져 있었습니다.(여기를 보세요: http://lunatic.textcube.com/2)

새로 말끔하게 수리가 되었고 원형 그대로인데, 다만 바닥과 난간은 바뀐 것 같군요.

다리 아래로 배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의 아침도 시작되었습니다.

다리를 지나 북쪽으로 가면 브로드웨이빌딩(上海大厦, 현재broadway mansions hotel)이 위용을 드러냅니다.

육지에서도 아침은 시작되었군요.

다리를 건너자마자 푸장반점((浦江饭店; Astor House Hotel)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상해최초의 호텔이란 이름을 물려받고 있는 곳입니다(건물은 나중에 개축한 겁니다만). 원래는 여행객을 위한 저렴한 도미토리도 있었고, 와이탄을 바라볼 수 있는 우측은 삐걱거리는 나무바닥을 유지한 비교적 저렴한 객실, 출장온 사람들을 위한 설비가 갖춰진 세련된 객실인 오른쪽 통로의 행정루가 구분되어 있었는데, 최근에 이 호텔이 역사문물로 지정되면서 도미토리도 없어지고(요즘 나오는 여행책자에도 여전히 도미토리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비싸졌습니다. 이름값을 하겠다는 말이겠죠. 아마도 작년 한해 외백도교 공사 때문에 죽을 쑤었을 겁니다. 시끄럽고 통행이 불편했을 테니 누가 찾았겠습니까..

예전에 사진으로 본 모습과는 달랐지만, 상해영화촬영소 세트에도 푸장 호텔 간판이 있더군요.

거기 1층 커피숍으로 들어갔습니다. 왜냐하면...

4년 전 이날 너구리와 결혼을 했으니까요. 우리는 신혼여행지로 상해를 택했고, 이곳에서 묵었습니다. 그래서 궤적이나 쫓아볼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 조식으로 딸려나온 커피가 상당히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맛이 진하고 좋더군요. 아침으로 샌드위치도 같이 시켜 먹었습니다. 혼자 먹어서 먄~~

중후한 할아버지가 주문을 받고 커피를 가져다 주더군요. 은근한 그의 태도에서 연륜이 묻어납니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이곳이 주는 느낌을 더듬어 봅니다.
이곳의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않겠지만, 그 장소는 나에게 어떤 기억들을 전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이 지낸 기간보다 떨어져 사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푸념도 이제 쑤욱 들어갔습니다.
성과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가닥이 잡혀야 할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탐색중이라서 더 미안합니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그다지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듬어 가보고 싶었습니다.
핑계야 많잖아요. 마침 드물게 일찍 일어나기도 했고.

4월 17일을 기념하며 18일에 ..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