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減政主義'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4.17 100년 전에도 지금처럼..
카테고리 없음 2010. 4. 17. 02:20
내가 아직도 가끔 기억나는 공간은 대학도서관의 잡지실이다. 고시원 비슷하게 되어버린 도서관 열람실에 자리를 잡고 공부를 하다가 피곤하거나, 가끔 열람실에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되면 잡지실에 가서 앉아 있곤 했다. 대학 4학년. 가끔 잡지를 펼쳐 봤다. 창작과비평, 문학과사회 따위의 고상한 것은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기껏해야 대기업 사보 같은,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유치한, 아니 잡스러운 인쇄물을 들춰보곤 했다. 잡지란 게 그런 거 아니겠어? 대학 때는 책을 지지리도 안 읽었는데, 그런 잡지를 보며 이런 세계도 있구나, 다른 동네 대학생들은 이런 일도 하면서 노는구나 새삼 깨달았다. 대학 4학년, 동안 나는 뭘 했나 싶기도 했다. 내가 있는 좁은 세계 바깥을 상상해 보지도 상상할 필요도 없었던 것 같다.

2002년이 지났는데 2002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보여준 미래는 오지 않았고, 2007년이 지났는데 미래소년 코난도 없다. 2012년을 맞아 티벳의 어느 산꼭대기에선 과연 현대판 방주를 준비하고 있을까?

아이폰 가지고 놀고, 트위터로 순간순간 소식을 주고받고, 중국애들도 달나라 다녀오고.. 등등.. 우리가 100년 전의 인간들보다 조금은 진화된 것 같은 우월감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조금씩 할 것 같다. 적어도 예전보다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겠어? 여전히 우리를 힘들게 감탄시키는 맑스, 니체 같은 새끼들은 "소수의 천재"라고 예외적인 경우로 보면 되겠다. 그런데 특정 전공이 아니면 들어보지도 못했을 이름 없는 사람들이 당시의 잡지에 쓴 글을 보면 지금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정치판이란 게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인간들이 생각하는 게 거기서 거기인지.. 작업을 위해서 간단간단하게 정리를 하다가 가끔 100년 전 잡지를 보고 있는지, 21세기의 인터넷 신문을 보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물론 내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좀 무식해서이다.


吳貫因, <論今日欲整理財政宜採用社會政策>(재정을 정돈하려면 사회정책을 채택해야 한다)

오늘날 중국의 재정을 근본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재정을 정리함에 있어 급선무는 수입의 증가에 있다. 그러나 제도가 정비되지 않고 국민경제가 빈궁하여 세수를 증가시키기 쉽지 않다. 필자는 재정 제도에 사회정책을 도입하면 국고의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세기 들어 사회문제가 정치상의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사회정책을 펼침으로써 재정상의 곤란도 해소하고 사회의 환부를 제거하여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사회정책의 의미는 빈부의 격차를 조정하는 것이며, 부자에게 많이 걷고 빈민에게 조금 걷는 것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1. 국가 경비의 팽창: 고대에 비해 늘어난 경비에 비해 빈민의 납세능력은 제자리. 부자에게 가산세를 걷어야 政費의 필요에 따라 납세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2. 평민정치의 발흥: 특권 없이 평등하게 납세의 의무.
3. 재정학의 발달: 사대부는 재정을 홀시하였고 부자에게만 유리한 제도를 良法으로 오인했다. 재정학의 발달에 따라 조세 징수에 있어 부담의 보편성(普及)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토지를 가진 일부계급에게만 세금을 징수하고 (오히려 부와 권력을 쥔 사대부는 세금을 내지 않는) 일조편법보다는 모든 계급의 사람에게 세금을 분배하게 하고, 부자에게는 가산세를 부과하면 재정의 기초가 공고해질 것이다.
4. 산업혁명의 영향: 일부 대자본가의 출현으로 극심한 빈부의 계급차가 벌어졌으며, 이는 사회혁명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천하의 이익을 소수가 독점하게 해서는 안 되며 국가가 조세를 통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상 네 가지 이유를 종합컨데, 재정제도와 사회정책은 불가분의 관계임을 알 수 있다.
----庸言, 1권19호, 1913/09/01

劉馥, <變鹽法議>(염법의 개혁에 대하여)
조세의 원칙 중 부담보편의 원칙에 의해 누구나 먹는 소금에 세금을 징수하면 국가재정에 이익이 된다. 그러나 공평부담의 원칙에 의거하자면, 빈민계급의 부담이 부유한 계층에 비해 과다하게 되어 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느 원칙을 중시하는가에 따라 염세를 찬성하고 반대하는 이론이 펼쳐진다. 염법의 이해득실을 사회, 경제, 재정 각 방면에서 관찰해본 결과 염세를 절대로 거부할 수 없다. 따라서 마땅히 연구해야 할 후속과제는 염세의 부과방법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庸言, 1권19호, 1913/09/01

간단하게 개요만 정리하고 넘어가는 식이어서 소략하다. 구체적인 논리를 따라가면 상당히 재미난데, 전문을 번역하려면 따져봐야 할 게 너무 많아서 힘들다. 당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 이 글을 쓴 사람의 문체, 문법적인 규칙들이며 사용되는 단어나 개념이 당시 중국에서 어떻게 쓰였고, 원래 유럽에서의 개념어는 무엇이며, 그것을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통용되는지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개략적인 내용을 옮겨두는 것으로도 벅차다.

예를 들면, 작은 정부를 주장하던 긴축재정주의자들의 논의를 살피다가, 국회의원들이 자기들 봉급을 좀 세게 책정한 아래 글 같은 경우. 엄청 세게 책정했다는 금액이 5천원인지 6천원인지가 모호했다. 처음에 얼마로 정했다가 반대여론에 부딛혀 유야무야 하다가 좀 조정하다가 눈 가리고 아웅하다가 결국 얼마로 정해서 의결하고 정부비준 받았다.(암튼 언제 어디서든 자기 봉급 문제에 국회의원들은 가장 쉽게 의견일치를 보는 모냥이다.) 당시 공무원 과장 월급이 30-40원 정도, 당시 세계최고 연봉이라는 미국 의원 연봉이 2만6천원. 그렇지만 1:7 정도의 물가수준을 고려하면 미국보다 월등하게 많은 금액.

개요의 작성이야 정확한 액수보다 문맥의 흐름을 강조하면 되지만, 글쓴이의 모호한 문맥처리, 당시 진행되고 있던 사건이라 글쓴이도 정확하게 몰랐을 가능성 등이 있어 자료를 찾아봤다가 시간만 허비했다. 중국기간망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국내대학의 접근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후배의 아이디는 비번을 바꿨는지 접속이 안 되고(또 오늘따라 왠지 학교 도서관 사이트가 열리지 않았다), 와이프 도서관의 아이디도 이번 학기는 사용할 수 없다. 예전에 충전해둔 금액이 조금 남아서 어찌어찌 다운은 받았는데 깔끔하게 정리된 것은 없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에 시간을 허비한 셈.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중요할 수도 있다능..)

陳詵, <吾之減政主義>(나의 긴축재정주의)

긴축재정 정책(減政主義)을 모두가 찬성하고 있다. 국가파산 사태를 맞을 수도 있는 시기이므로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면적인 긴축재정을 펼쳐서는 안 되며, 크고 장기적인 것을 우선해야지 작고 단기적인 것은 미뤄도 된다.
1. 국회: 긴축재정을 논의하는 형국에 의원들은 고액의 세비를 의결하였고 정부도 그것을 공표하였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서로 견제해야 한다. 세금의 증가를 제의할 권한이 없는 의원들이 세금의 일부인 자신의 봉급을 의결한 것은 월권이고, 정부가 거부하지 않고 통과시킨 것은 실책이다. 850여 명의 의원 세비 5천원만 해도 5백만 원인데, 여비, 출석비 등 기타 항목까지 더하면 약 천만원이 지출된다.兩院을 하나로 통일하고(倂院), 의원 수를 줄이며(裁額), 의원의 봉급을 줄여야(減薪) 할 것이다.
2. 총통부: 총통부의 경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역산해 보면 수백만 원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미국이 33만원에 불과한 걸 고려하면 지나치게 낭비하고 있다.
3. 군대: 18세기 이후 각국의 군비팽창주의으로 국가의 재정에 많은 영향을 미쳐 국민의 부담은 늘고 전세계의 학술과 공예가 인간의 행복을 파괴하는 무기 제조에 집중되었다. 중국 또한 전국의 군대가 10배로 늘고 군사비가 세금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국민을 보호하기보다는 국민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마땅히 군대를 축소하고 민병제도를 채용해야 한다.
행정권을 감독해야 할 입법부 최상위기관인 국회가 사욕만 채우고 있으니 가장 먼저 축소되어야 한다. 총통부는 국무원 이하 지방에 이르기까지 고문, 상담 등 직무 없이 봉급을 받는 관리를 감원하고 경비를 공개해야 한다. 세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군사비용을 축소하여 국민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庸言, 1권20호, 1913/09/16

100년 전 중국에서 이야기되던 것들이다. 배경지식이 없음에도 매우 익숙하다.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