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獨立閱讀/閱, 읽기 2009. 3. 21. 06:12
   춘분 지나 내린 눈

예로부터 춘분 지나 눈 내리는 일 드물거늘
불 금하는 한식 맞기도 전에 추위 더한다네.
매화 속여 꽃피우니 향기 돌아오라 시샘하는 듯,
버들에 붙어 벌써부터 어지러이 버들개지 날리우듯.
하늘의 절기 뒤틀려 꽤나 늦어졌음을 이미 알았으니
사람의 일 또한 그에 따라 어지러지겠구나.
어찌하면 꽃을 재촉하는 비로 변하여
사이좋게 봄님과 함께 활짝 피어나게 할꼬.


<春分後雪>, 權擊

雪入春分自古稀   禁煙時節助寒威
설입춘분자고희   금연시절조한위

欺梅似妬香魂返   着柳先成亂絮飛
기매사투향혼반   착류선성난서비

已覺天時差較晩   從敎人事轉相違
이각천시차교만   종교인사전상위

何當變作催花雨   好與東君共發揮
하당변작최화우   호여동군공발휘




가끔 드나드는 게시판에서 이 시를 보다. "매화 속여 꽃피우니 향기 돌아오라 시샘하는 듯, 버들에 붙어 벌써부터 어지러이 버들개지 날리우듯."(欺梅似妬香魂返 / 着柳先成亂絮飛)라는 구절에 꽂히다.

절기로는 춘분과 한식(청명) 사이이다. 춘분에 더 가까운 시기로 보인다.

매화는 이미 졌고, 수양버들에 버들개지는 아직 날리지 않을 무렵이다.
그러고보니 딱 지금 쯤이겠다.(찾아보니 3월 20일, 즉 어제가 춘분이었다.)

눈이 이리저리 휘날리다가,

매화가지에 붙으니 꽃은 다시 폈으되 향기는 나지 않고
버들가지에 붙었다가 아직 피지도 않은 버들개지처럼 어지러이 흩날린다.
봄을 예감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이 내려 겨울로 되돌아간 듯한 풍경을
매화와 버들을 빌어 눈에 보이듯 잘 묘사한 듯하다.
눈꽃이 매화가지에 붙어 향기를 탐내고, 버들가지에 붙어 버들개지처럼 하얗게 날리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


사진출처: http://blog.jnilbo.com/blog.php?Blog=sajin21&query=post&menu=216
흩날리는 진짜 버들개지는 아래 사진과 같다.
이게 날아다니면 아래 같이 된다. 亂絮飛!
아~~! 시의 정취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으나, 현실이 그렇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한시는 독음을 잘못 적은 부분이 있어 표시해 둔다.
한시는 잘 모르지만 아래 번역문을 기준으로 내 마음대로 바꿔서 풀어봤다.
꼼꼼하게 번역하려면 사전 뒤지고 문장구조 분석하고 해야 하는데, 굳이 그럴 것까진 없겠다.
한시의 문법구조 그대로 한글로 살릴 수도 없고, 어차피 내 기분 따라 하는 거니까~~

아래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시 원문과 번역이다.
번역문은 역자의 것이겠지만, 한글 독음은 인터넷에 올린 사람의 실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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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 뒤에 내린 눈 春分後雪>

 권 격 (權擊)

 

눈 속에 춘분 맞는 일 옛부터 드문데
불 안 때는 한식 무렵 추위를 돕는구나.
질투하듯 매화 속여 향기로운 혼 돌아오고
벼들에 붙어 먼저 꽃으로 피니 어지러운 솜털 날린다.
천시가 비교적 늦어진 걸 깨달았으니
인사 더욱 어긋나리라는 것 이어서 알겠다.
어찌 하면 꽃을 재촉하는 비로 바꾸어
동군과 잘 해서 함께 피어나게 할꼬.

 

雪入春分自古稀   禁煙時節助寒威
설입춘분자고희   금연시절조한위

欺梅似妬香魂返   着柳先成亂絮飛
기매사투향혼반   착류선성난서비

已覺天時差較晩   從敎人事轉相違
이각천시차만   종교인사전상위

何當變作催花雨   好與東君共發揮
변작최화우   호여동군공발휘

- <삼라만상을 열치다>, 김풍기 글, 푸르메, 55~56쪽 중에서.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