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示衆/flaneur, p.m. 4:30 2009. 9. 8. 18:38
이사 후 처음으로 비가 올 모양새다.
비가 좀 내렸으면 하는 바램을 상해 와서 처음으로 해본다.
상해 중에서도 약간 내륙이어서 그런지, 새로 이사온 곳은 공기가 꽤 건조한 편이다.
비가 내려 한번 씻겨나가면 조금은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넓직한 창으로 쏟아지는 빗물을 보고 싶다.
가급적이면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였으면 좋겠다. :)


이사 직전, 이유도 없이 하드가 망가졌다.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켜는데 운영체제를 발견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
아침까지 멀쩡했고 아무런 징조도 없었다.

예비 하드로 갈아끼우고 원래 하드를 이동식 하드케이스에 넣어 자료를 빼려고 보니 전혀 인식이 되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아니라 기계적으로 문제가 생긴 듯..
새로운 집도 조금씩 정리가 끝나 WD에서 인증하는 상해쪽 복구업체를 찾아갔더니,
AS를 받으면 거의 공짜지만 파일은 포기해야 되고, 파일 복구를 하려면 1600원(한화 30만원 정도)을 들여야 한다고 한다. 그것도 장담할 수 있는 건 80% 정도? 줸장.
320기가 하드를 새로 사도 5만원이면 될 텐데, AS를 받으면 거의 공짠데,.
300기가 정도 들어있는 자료를 빼내려면 30만원을 들여야 한다니..
(대충 그렇다는 사정은 알고 있었지만 좀 지나치다.)
가만히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가 30만원의 값어치를 하는지 셈해 본다.

백업이 되어 있는 기본 자료들은 무시하고..
옮겨두지 않았던 사진들(동생 둘째 돌 사진, 7월 이후 가족사진들,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찍어준 가족사진, 길거리에서 이리저리 찍은 사진 등등..), 번역자료(정리가 끝나 송고한 파일은 메일서버에 남아 있지만, 이것저것 모아둔 참고자료들은?), 논문관련 자료와 문서 등.
꼭 살렸으면 하는 자료들을 따져보니 대충 30기가 안쪽이다.

가치를 어떻게 셈하느냐에 따라 30만원은 커녕 30억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일 수도 있고, 그냥 원래 없었던 셈치고 버려도 되는 무가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 버려도 되는 건 아니지만 그게 없다고 해서 한숨만 쉬고 있을 정도로 내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지나간 시간의 흔적인 사진이야 어쩔 수 없지만, 문서들은 약간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내 머리 속에서 다른 식으로 복구가 될 수도 있겠다.. 오히려 지난 흔적을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게 좋을 수도.

지금으로선 30만원보다 싸게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1. 일단 한국으로 들어갈 때 서비스업체에 문의해 보고,
2. 마찬가지라면, 뒷문으로 싸게 복구하는 업체를 알아본다.
3. 마찬가지라면, 깨끗이 포기한다.

로 정리했다. 누구 적절한 방법을 아시는 분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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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