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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8 상하이의 도둑맞은 차량 넘버
일전에 택시를 타고 급히 가는데 갑자기 봉고차 한대가 끼어들기를 했다.
순간 "초보운전"이라고 붙여둔 건 줄 알고, 초보가 상당히 과감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초보운전 써 두는 건 본적이 없는 것 같아 다시 보니,,


차 넘버를 도둑맞았다고 표시해 둔 거였다. "넘버를 도둑맞았어요, 제 넘버는 아래와 같습니다.."

열을 받은 것인지 상당히 과격한 운전으로 차선을 이리저리 바꿔댔다만, 우리보다 별로 빨리 가지도 못하고 계속 내 눈앞을 얼쩡거렸다.


예전에 아파트 단지에서도 넘버가 없는 차가 종종 눈에 띄여 물어보니, 밤새 넘버를 훔쳐가는 놈들이 있어 집에 들어갈 때 가지고 간다고들 한다. 그까이 넘버 몇푼이나 한다고 그런 걸 훔쳐가나 싶은데..
이게 또 굉장히 값이 나가는 모양이다.

상해 표시가 붙은 넘버의 가격이 경매가 4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것 같다. 지금 환율로 하면 거의 8-9백만원 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또 뭐 그렇게 장점이 많냐? 그것도 아닌 게, 유일한 장점이라곤 출퇴근 시간(오전07:30-09:30, 오후04:30-06:30)에 고가와 내환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정도이다.
그게 또 넘버만 달고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월150원 정도의 세금을 내야 된다.

원래 상해의 고가도로와 터널 등 주요 도로를 시정부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특정 민영기업에 위탁하여 만든 모양이다. (上海新建设发展有限公司라는 합작회사인데, 정부쪽 끈이 없지 않을 것이다..) 지금 만들고 있거나 계획중인 도로들도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 관리 운영권을 20-25년 정도 해당회사에 넘겨주는 식인데,.
문제는 원래 주요 관문마다 톨게이트 비슷한 걸 설치해서 요금을 징수하다가 교통 흐름이 원활하지 않자 그 대안이랍시고 한 게 일괄징수라는 점이다. 상해 넘버가 있는 모든 차량은 월 150원의 통행세를 일괄적으로 시정부에 내야 한다.(그 중 무려 6/7이 회사로 넘어간다.)

이런 불합리함 때문에 일부는 외지 넘버를 붙이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초기비용도 싸고, 안 걸리면 세금 안 내고 다니면 되기 때문일 거다. 외지 넘버는 상해 진입할 때 30원을 내고 7일을 체류할 수 있다. 7일을 초과하면 원칙적으로 30원을 더 내야 한다. 그런데 몰래 그냥 타고 다니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에 고가에만 안 올라가면 되는 것. 요즘은 외지 넘버가 비율상으로는 조금 줄었다고 하는데, 중저가 차량들은 비싼 상해 넘버 달기가 힘들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 "통행세"에 반발하는 여론도 많다.
내가 사는 도시의 공공시설인 도로 같은 걸 만들라고 세금 내는 건데, 왜 별도의 통행세를 받느냐는 것이다. 이런 반발이 힘을 받을 경우 정부로서도 딱히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 문제는 계약을 그리 해 뒀으니 20년(1997년~) 동안은 빼도박도 못 한다는 점이다. 이런 것부터 민영화를 실천하고 있으니 역시 상해는 대단하다.

혹시 지나가다가 상해 넘버가 붙은 차가 방치되어 있으면 슬쩍~??  :-)
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