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뗄 일이 있어 학과 사무실에 갔다가 입구에 붙은 포스트를 봤다.
니엔하우저 할배가 다음주에 강연을 온다고 하고, 또 이것저것 강연 포스트가 붙어 있는 사이
교내 재즈 공연 포스트도 하나 붙어 있었다. 아래처럼 생겼다.
Joey Lu(陆宣辰)라는 신인이 보컬/피아노를 맡은 삼중주 공연이었다.
제3회 "캠퍼스 재즈 시리즈 음악회"라는 문구를 보니 벌써 두번은 했나 본데, 이런 공연이 학교에서 열리는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맨날 가극 같은 것만 하는 줄 알았더니..
이걸 발견한 시간이 3시 9분,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야 하고 은행에서 일도 봐야 하는데,
잠깐 망설이다가 후딱 일을 보고 다시 오는 걸로 방향을 정했다.
허허벌판에 두 개의 탑을 세워놓은 광화루로 들어서는데, 이 공간이 지금까지 삭막했던 이유가 소리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카메라를 챙기오지 않았다.
사진찍기란 게 묘해서, 사진기를 들고 여행을 다니면 풍경은 머리 속에 남지 않고 사진만 남는다. 사진을 찍을 때는 음악이 뭉개져서 음악으로 들리지 않고(그래도 상관없고) 오직 네모난 프레임 속에 소리가 아닌 빛을 담으려고만 한다. 음악이 아니라 연주하는 분위기만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숙련된 사진가들은 어떠한지 내 모르나, 사진이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인 게 분명한 것 같다. 시간을 멈추게 하고, 제한된 틀 속에 한 순간의 빛을 구겨넣는 작업. 강조이지 확장은 아닌 것이다. 경험은 그 틀 바깥으로 무한히 열려 있어서 오히려 무의미한 것이기도 한데, 우리가 느끼지 못하더라도 알고 있는 것 이상을 경험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진 속에 응축시켜야 할 경험도 있고, 사진기를 버려두고 내 느낌 이상을 받아들여야 할 경험도 분명히 있겠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도 있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앉아 있었다. 집을 나설 때 사진기를 놓고 온 것이 분해서였겠다.
잠시 쉬어간다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이나 듣고 가자!
라고 생각했지만 잠시 후 핸드폰 카메라라도 들고 몇 장 찍기는 했다.. ㅡㅡ;;
학교 건물 1층에서 해서 그런지 앰프 소리도 별로 키우지 않고 차분하게,
마치 한밤중에 혹시 깨어있을 누군가에게 방해 될까봐 최대한 볼륨을 낮추고 듣는 음악인 듯,
그렇지만 그래서인지 듣고 있는 동안 마음이 가라앉는 연주였던 것 같다.
물론 이런 분위기를 만든 건 듣고 있는 학생들의 관람태도도 한몫 했지.
우리나라 대학생들이었다면 연주자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분위기를 제대로 잡았을 건데,
거의 클래식 공연 관람하듯이 경청하기만 하고 있었던 것.
앵콜도 할듯 말듯 머뭇대다 좀 어설프게, 이걸 해줘~ 말어~ 라는 기분이 들게 외치고 말야.. ^^;;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연주자들 또한 대단히 잘해야겠다는 욕심 없이 힘빼고 하는 공연이라 오히려 더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JZclub 같은 데서 귀가 멍할 정도로, 옆사람의 목소리는 안 들리고 숨결만 느껴지게 빵빵하고 강렬한 음악을 조용한 교정에서, 그것도 오후에,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실제로 30년대 상해의 재즈 전통을 이은, 화평반점의 할배 극단 말고(^^), JZclub에서 요일별로 하는 공연은 실력도 상당하고 관객들 분위기도 좋다. 요즘엔 못 가 봤다...)
보컬에 대한 자료를 좀 검색해 보니, 아직 별로 쓸만한 자료는 없고 오늘 학교에서 했던 공연 소식만 올라온다. 거기서 사진 몇 장을 갈무리해 둔다. 사실 베이스가 꽤 멋있게 생겼던데(나는 히스패닉 계열인 줄 알았다.), 이쪽 사진으로는 별로다.
#관련 사진은 복단대bbs, 혹은 http://www.douban.com/event/10569429/
니엔하우저 할배가 다음주에 강연을 온다고 하고, 또 이것저것 강연 포스트가 붙어 있는 사이
교내 재즈 공연 포스트도 하나 붙어 있었다. 아래처럼 생겼다.
Joey Lu(陆宣辰)라는 신인이 보컬/피아노를 맡은 삼중주 공연이었다.
제3회 "캠퍼스 재즈 시리즈 음악회"라는 문구를 보니 벌써 두번은 했나 본데, 이런 공연이 학교에서 열리는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맨날 가극 같은 것만 하는 줄 알았더니..
이걸 발견한 시간이 3시 9분,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야 하고 은행에서 일도 봐야 하는데,
잠깐 망설이다가 후딱 일을 보고 다시 오는 걸로 방향을 정했다.
허허벌판에 두 개의 탑을 세워놓은 광화루로 들어서는데, 이 공간이 지금까지 삭막했던 이유가 소리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카메라를 챙기오지 않았다.
사진찍기란 게 묘해서, 사진기를 들고 여행을 다니면 풍경은 머리 속에 남지 않고 사진만 남는다. 사진을 찍을 때는 음악이 뭉개져서 음악으로 들리지 않고(그래도 상관없고) 오직 네모난 프레임 속에 소리가 아닌 빛을 담으려고만 한다. 음악이 아니라 연주하는 분위기만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숙련된 사진가들은 어떠한지 내 모르나, 사진이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인 게 분명한 것 같다. 시간을 멈추게 하고, 제한된 틀 속에 한 순간의 빛을 구겨넣는 작업. 강조이지 확장은 아닌 것이다. 경험은 그 틀 바깥으로 무한히 열려 있어서 오히려 무의미한 것이기도 한데, 우리가 느끼지 못하더라도 알고 있는 것 이상을 경험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진 속에 응축시켜야 할 경험도 있고, 사진기를 버려두고 내 느낌 이상을 받아들여야 할 경험도 분명히 있겠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도 있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앉아 있었다. 집을 나설 때 사진기를 놓고 온 것이 분해서였겠다.
잠시 쉬어간다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이나 듣고 가자!
라고 생각했지만 잠시 후 핸드폰 카메라라도 들고 몇 장 찍기는 했다.. ㅡㅡ;;
학교 건물 1층에서 해서 그런지 앰프 소리도 별로 키우지 않고 차분하게,
마치 한밤중에 혹시 깨어있을 누군가에게 방해 될까봐 최대한 볼륨을 낮추고 듣는 음악인 듯,
그렇지만 그래서인지 듣고 있는 동안 마음이 가라앉는 연주였던 것 같다.
물론 이런 분위기를 만든 건 듣고 있는 학생들의 관람태도도 한몫 했지.
우리나라 대학생들이었다면 연주자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분위기를 제대로 잡았을 건데,
거의 클래식 공연 관람하듯이 경청하기만 하고 있었던 것.
앵콜도 할듯 말듯 머뭇대다 좀 어설프게, 이걸 해줘~ 말어~ 라는 기분이 들게 외치고 말야.. ^^;;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연주자들 또한 대단히 잘해야겠다는 욕심 없이 힘빼고 하는 공연이라 오히려 더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JZclub 같은 데서 귀가 멍할 정도로, 옆사람의 목소리는 안 들리고 숨결만 느껴지게 빵빵하고 강렬한 음악을 조용한 교정에서, 그것도 오후에,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실제로 30년대 상해의 재즈 전통을 이은, 화평반점의 할배 극단 말고(^^), JZclub에서 요일별로 하는 공연은 실력도 상당하고 관객들 분위기도 좋다. 요즘엔 못 가 봤다...)
보컬에 대한 자료를 좀 검색해 보니, 아직 별로 쓸만한 자료는 없고 오늘 학교에서 했던 공연 소식만 올라온다. 거기서 사진 몇 장을 갈무리해 둔다. 사실 베이스가 꽤 멋있게 생겼던데(나는 히스패닉 계열인 줄 알았다.), 이쪽 사진으로는 별로다.
#관련 사진은 복단대bbs, 혹은 http://www.douban.com/event/10569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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