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4일, 뒤늦게 중국에서 개봉한 아바타.
11시50분에 극장에 가보니, 아이맥스 입구는 2층, 내 표는 5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제서야 들뜬 마음에 질문을 잘못한 걸 깨닫는다. "오늘밤 아이맥스 3D 아바타 표 있어요?"라고 정확하게 물었어야 했다. 이들의 서비스는 주어진 질문에만 답할 뿐, 더 이상의 정보 혹은 편의를 제공하지 않으니까. 뿐만 아니라 돈을 더 주면 팁으로 여겨 버린다.
10분 정도 망설이다 (어쩔 수 없잖아?) 결국 아이맥스가 아닌 일반3D로 관람. 자리는 좋았지만 화면이 눈에 차지 않아 약간 아쉬웠다능..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허핑에서는 imax 3D는 필름으로, 일반3D는 디지털 상영이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약간 늦게 개봉한 탓인지, 첫날 심야에는 서양인이 많았다.
아바타는 서사가 복잡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말로 전달된 힌트 중에는 놓친 게 있을 수도 있다.
예매 시스템의 미비로 인한 약간 철지난 인기의 상징들이 동원되는데. 그러나 이러한 인기에도 불구, 22일 전에 2D 아바타는 극장에서 내려지게 될 것 같다. 곧 개봉할 <공자>(주윤발 주연)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서란다. 까라면 까야지. 3D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만, 이 때문에 괜시리 공자에게 반감만 생기는 건 아닐까 몰러?
그러나 중국정부가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을테고, 아마도 "아바타는 반드시 imax 3D로 봐야 해!!!"라는 신념을 가진 분이 당국에 있는 게 아닐까?
나비족의 관습이나 행동양식 등 많은 부분에서 아메리카 인디언을 차용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티벳을 연상하기도 한다. 공간을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바꾸면 확실히 그렇게 볼 여지가 많다. 또는 최강 철거민과 막강 재개발업자의 충돌로 묘사하기도 한다. 중국 곳곳에서 철거가 일상화되다 보니 그게 가장 와닿았을 듯하다. 오죽했으면 얼마 전 철거를 막은 사건을 "현실판 아바타"라고 하기까지.
"아바타는 현대가 원시만도 못하다는 것, 철거민이 재개발업체를 이기는 이야기. 쥬라기공원+킹콩+지옥의묵시록+캣+3D애니+LED판촉광고로 눈돌아가는 무료한 영화!"(아이웨이웨이 트윗)
또 어떤 북방인은 영화가 끝난 뒤 이렇게 외쳤다고. "니기미, 내 다시는 중국영화 보나 봐라!!" (이런 정치적인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니까 아바타가 상영금지 당하는 거라구.. 쯧쯧!)
첫째, 서양용의 반대가 왜 중국용이니? 동아시아 문화에 속하는 모든 것을 "중국"으로 환원시키고, 제각각 독특한 신화와 문화를 지닌 서방세계를 하나의 "서양"으로 환원시키는 중국 일반인들의 보통 생각이 여기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이들의 일반적인 용법이 "동서"가 아닌 "중서"문명이다.) 중국 땅에서 그 옛날 일어났던 기원으로서의 문화가 모두 현재 중국인의 것이라면, 마찬가지 논리로 그것은 "서양용"이 아니라 북구의 어느 나라 드래곤일 것이며, 또한 다른 대부분의 문화는 서양의 것이 아닌 그리스, 로마의 것으로 해야 할 것이다. 중국(한문화)이란 코드는 로마와만 맞짱을 떠야 하는 것 아니냐능.
둘째, (좀더 적극적으로 나가 보자면) 영화에 공격형 인간 쪽을 미국 백인으로 배치했지만 '이것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야'라는 말을 감독이 하고 싶어서 용을 활용한 것일 수도 있다. 중국 니네도 마찬가지야. 요즘 하는 꼴을 보면 말이지.쯧쯧. (이렇게 반성적으로 바라보는 중국인이 있기를 바랬다.)
물론 나는 마피아 영화에 나오는 폭력배의 문신 같은 것쯤으로 생각한다. 감독이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에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쳤을 장면이다. 용 문양만으로 그런 의도를 주장하기엔 근거가 좀 약하다.
그런데 사소한 문신 따위가 아니라 내용을 따져보면 '중국 니네도 마찬가지야'라는 이야기를 한 셈이긴 하다. 제국:식민, 자본가:노동자, 남:여, 인간:생태계 등등등에서 각각이 처한 위치에 따라 영화의 지극 단순한 스토리는 반성적으로 읽을 만한 부분이 많다. 아마도 가장 무심한 관람자는 "미국인들이 자신들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회개하는 영화에 왜 우리가 동참해야 하냐?"라는 투의 태도! 너는 아닌 것 같니?
아바타를 보며 내가 떠올린 생각은 정리가 안 된다. 워낙 훌륭한 평이 많으니 나는 패스~~해도 되겠지?
판도라의 세계는 한때 신념의 문제였던 자연과 인간의 합일, 혹은 만물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사실의 차원으로 형상화해 놓았다. 이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최근에야 가능해진 전지구적 네트워크, 인터넷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지금껏 이렇게까지 가까이 서로 연결되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전자기적 환경의 영향을 받는 지구와 비슷한 별에서 만물이 전기 비슷한 것으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이 허무맹랑하게 보이지 않는다. 반면 인디언이나 티벳인들이 그런 말을 하면 뭔가 신비로우면서도 미신 같다(고 현대인들은 생각해 왔다). 그야말로 오래된 미래.
다른 생명체에 의식을 주입할 정도로 과학이 발달했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미래의 인간은 현재의 예상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 금속성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 의식을 전이시킬 때의 장치 또한 굉장히 구태의연하다. 현재의 우리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계문명과 정신문명를 대비하는 장치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왜 나비족들은 동족들끼리는 접속하지 않을까? 말을 탈 때, 이크란을 탈 때 그들과 접속하여 일체가 된다. 반짝반짝 식물들에게 접속하여 정보를 교환한다. 다른 나비와도 그런 방식으로 소통하면 좋지 아니한가? 적어도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섹스 장면에서라도 인간적인 행위인 키스나 섹스가 아니라 다른 교접방식이 보여지는 게 좋았을 것 같다. 둘이 하나가 된다는 것, 상대에게 나를 허락한다는 징표로서의 접속. 새로운 방식의 '행위로서의 교감'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 상하이 유일의 아이맥스 개봉관, 허핑 영화관
- 개봉 심야표 예매하기
11시50분에 극장에 가보니, 아이맥스 입구는 2층, 내 표는 5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제서야 들뜬 마음에 질문을 잘못한 걸 깨닫는다. "오늘밤 아이맥스 3D 아바타 표 있어요?"라고 정확하게 물었어야 했다. 이들의 서비스는 주어진 질문에만 답할 뿐, 더 이상의 정보 혹은 편의를 제공하지 않으니까. 뿐만 아니라 돈을 더 주면 팁으로 여겨 버린다.
10분 정도 망설이다 (어쩔 수 없잖아?) 결국 아이맥스가 아닌 일반3D로 관람. 자리는 좋았지만 화면이 눈에 차지 않아 약간 아쉬웠다능..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허핑에서는 imax 3D는 필름으로, 일반3D는 디지털 상영이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약간 늦게 개봉한 탓인지, 첫날 심야에는 서양인이 많았다.
- 중국의 영화 표값
- 자막
아바타는 서사가 복잡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말로 전달된 힌트 중에는 놓친 게 있을 수도 있다.
- 중국내 개봉일 입장수입 기록을 깨며 연일 매진
예매 시스템의 미비로 인한 약간 철지난 인기의 상징들이 동원되는데. 그러나 이러한 인기에도 불구, 22일 전에 2D 아바타는 극장에서 내려지게 될 것 같다. 곧 개봉할 <공자>(주윤발 주연)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서란다. 까라면 까야지. 3D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만, 이 때문에 괜시리 공자에게 반감만 생기는 건 아닐까 몰러?
그러나 중국정부가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을테고, 아마도 "아바타는 반드시 imax 3D로 봐야 해!!!"라는 신념을 가진 분이 당국에 있는 게 아닐까?
나비족의 관습이나 행동양식 등 많은 부분에서 아메리카 인디언을 차용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티벳을 연상하기도 한다. 공간을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바꾸면 확실히 그렇게 볼 여지가 많다. 또는 최강 철거민과 막강 재개발업자의 충돌로 묘사하기도 한다. 중국 곳곳에서 철거가 일상화되다 보니 그게 가장 와닿았을 듯하다. 오죽했으면 얼마 전 철거를 막은 사건을 "현실판 아바타"라고 하기까지.
"아바타는 현대가 원시만도 못하다는 것, 철거민이 재개발업체를 이기는 이야기. 쥬라기공원+킹콩+지옥의묵시록+캣+3D애니+LED판촉광고로 눈돌아가는 무료한 영화!"(아이웨이웨이 트윗)
또 어떤 북방인은 영화가 끝난 뒤 이렇게 외쳤다고. "니기미, 내 다시는 중국영화 보나 봐라!!" (이런 정치적인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니까 아바타가 상영금지 당하는 거라구.. 쯧쯧!)
- 반면 꼭 보면 영화 내용과 상관없는 사소한 트집을 잡는 애들이 있다.
첫째, 서양용의 반대가 왜 중국용이니? 동아시아 문화에 속하는 모든 것을 "중국"으로 환원시키고, 제각각 독특한 신화와 문화를 지닌 서방세계를 하나의 "서양"으로 환원시키는 중국 일반인들의 보통 생각이 여기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이들의 일반적인 용법이 "동서"가 아닌 "중서"문명이다.) 중국 땅에서 그 옛날 일어났던 기원으로서의 문화가 모두 현재 중국인의 것이라면, 마찬가지 논리로 그것은 "서양용"이 아니라 북구의 어느 나라 드래곤일 것이며, 또한 다른 대부분의 문화는 서양의 것이 아닌 그리스, 로마의 것으로 해야 할 것이다. 중국(한문화)이란 코드는 로마와만 맞짱을 떠야 하는 것 아니냐능.
둘째, (좀더 적극적으로 나가 보자면) 영화에 공격형 인간 쪽을 미국 백인으로 배치했지만 '이것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야'라는 말을 감독이 하고 싶어서 용을 활용한 것일 수도 있다. 중국 니네도 마찬가지야. 요즘 하는 꼴을 보면 말이지.쯧쯧. (이렇게 반성적으로 바라보는 중국인이 있기를 바랬다.)
물론 나는 마피아 영화에 나오는 폭력배의 문신 같은 것쯤으로 생각한다. 감독이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에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쳤을 장면이다. 용 문양만으로 그런 의도를 주장하기엔 근거가 좀 약하다.
그런데 사소한 문신 따위가 아니라 내용을 따져보면 '중국 니네도 마찬가지야'라는 이야기를 한 셈이긴 하다. 제국:식민, 자본가:노동자, 남:여, 인간:생태계 등등등에서 각각이 처한 위치에 따라 영화의 지극 단순한 스토리는 반성적으로 읽을 만한 부분이 많다. 아마도 가장 무심한 관람자는 "미국인들이 자신들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회개하는 영화에 왜 우리가 동참해야 하냐?"라는 투의 태도! 너는 아닌 것 같니?
아바타를 보며 내가 떠올린 생각은 정리가 안 된다. 워낙 훌륭한 평이 많으니 나는 패스~~해도 되겠지?
판도라의 세계는 한때 신념의 문제였던 자연과 인간의 합일, 혹은 만물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사실의 차원으로 형상화해 놓았다. 이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최근에야 가능해진 전지구적 네트워크, 인터넷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지금껏 이렇게까지 가까이 서로 연결되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전자기적 환경의 영향을 받는 지구와 비슷한 별에서 만물이 전기 비슷한 것으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이 허무맹랑하게 보이지 않는다. 반면 인디언이나 티벳인들이 그런 말을 하면 뭔가 신비로우면서도 미신 같다(고 현대인들은 생각해 왔다). 그야말로 오래된 미래.
다른 생명체에 의식을 주입할 정도로 과학이 발달했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미래의 인간은 현재의 예상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 금속성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 의식을 전이시킬 때의 장치 또한 굉장히 구태의연하다. 현재의 우리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계문명과 정신문명를 대비하는 장치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왜 나비족들은 동족들끼리는 접속하지 않을까? 말을 탈 때, 이크란을 탈 때 그들과 접속하여 일체가 된다. 반짝반짝 식물들에게 접속하여 정보를 교환한다. 다른 나비와도 그런 방식으로 소통하면 좋지 아니한가? 적어도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섹스 장면에서라도 인간적인 행위인 키스나 섹스가 아니라 다른 교접방식이 보여지는 게 좋았을 것 같다. 둘이 하나가 된다는 것, 상대에게 나를 허락한다는 징표로서의 접속. 새로운 방식의 '행위로서의 교감'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 중국의 영화평이나 인터넷 감상을 전부 뒤져본 것이 아니라 어쩌다 내 눈에 포착된 제한된 단상들일 뿐, 중국인 일반의 아바타 관람방식은 아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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