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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3 우한대학의 벚꽃과 기모노 사건 6
示衆/조리돌림 2009. 3. 23. 15:20
요즘 집에만 틀어박혀 있어 상해에도 벚꽃이 폈는지 잘 모르겠다만
비도 오고 추워져서 봄 기분 내기는 힘들겠다(라고 변명하며 더 안나가고 있다...)
상해에도 벚꽃이 양옆으로 늘어선 길이 있을까?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있다 해도 상해는 벚꽃과 그리 썩 어울릴 것 같지 않다. 왠지 그림이 그려지지가 않는다.

중국에서는 우한(武漢)대학이 전국적인 벚꽃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나 보다.
하루 10만명이 다녀갈 때도 있고, 찾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학생이 아니면 입장료까지 내고 봐야 한다고 한다. 한때는 일본의 상징으로 배척당하기도 했다.(경향일보: “일본軍이 심은 벚꽃은 중국의 수치다” ) 그 논쟁의 결과가 어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니 그냥 상징은 상징이고 꽃놀이는 꽃놀이대로 즐기면 될 일이다. 그런데 꽃놀이를 제대로 즐기려다 봉변을 당할 뻔한 사건이 지난 주말에 일어났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기모노 입은 쪽바리는 꺼져!

어떤 모녀가 기모노를 입고 우한대학에서 꽃놀이 사진을 찍다가 주변의 중국인들에게 둘러싸여 성토의 대상이 되었다. 일행은 사진을 찍어주던 중년 남성과 그들을 수행하던 젊은 여자까지 해서 총 4명이었다. 모두 우한 지역 사투리를 쓰고 있었지만 복장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0여분 정도 사진촬영을 하는데 갑자기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기모노 입고 우한대에서 사진 찍지 마!"라고 외쳤고, 뒤이어 "기모노 입은 일본인은 꺼져라!"라는 여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모녀는 놀라며 다른 곳으로 피했지만, 순식간에 10여명이 몰려와 그들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어떤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나 한참 욕을 먹고 있었던 것 같다.) 모녀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즉시 기모노를 벗어 수행하던 여자에게 주고 그곳을 급히 피했다. 엄마는 얼굴이 벌개진 채 어쩔 줄을 몰라했고, 수행하던 여자는 "신경쓰지마, 별 거 아냐, 미친 놈들이지 뭐"라고 여자애를 달래고 있었다.

기자가 쫓아가 왜 기모노를 입고 왔는지 물어보니,
"기모노 입고 사진 찍으면 예쁠 것 같아 그랬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사건 자체만 보면 정보학과 2학년생이 똘아이짓 한 것으로, 대학신문에나 간단하게 언급할 내용이지 전국지에 실릴 정도는 아니다. 열 댓명이 고함 몇 번 질러서 놀러온 일가족을 위협한 정도다. 블로그 이슈라면 모를까, 포털 검색어에 등장할 정도는 아닌 듯. (궁금하면, 다음 문구를 긁어서 바이두해 보시길.. 기모노(和服)만 치면, 和服事件, 和服女, 和服 武大, 和服 樱花, 和服 武汉 등등이 자동입력창에 뜰 것이다.)
작은 걸 부풀려 이슈로 만드는 찌질이 상업지의 속성인 것이지, 은근히 반일 기류를 만드려는 정부의 속셈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혹시 나 몰래 마오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는지도 모르겠다만..

"성난 젊은이들"(angry young man)이 중국에 와서 민족주의적 옷을 입은 걸 "분청(愤青; 분노한 청년)"이라고 하는데, 분청들 사이에서도 잘했니 못했니 말이 많은 것 같다. 하긴 "분청(粪青; 똥칠하는 청년)"이 저질러 놓은 것을 "분청"이 이러쿵저러쿵 해봐야 해결이 되겠나만은.

벚꽃이 일본의 상징인 것을 알면서도 그것과 상관없이 꽃놀이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일본의 상징인 줄 알면서 벚꽃과 잘 어울릴 것 같아 기모노를 입은 사람을 성토할 자격이 있을까?

만약 우리나라 진해에서 어떤 한국인 가족이 기모노를 입고 사진을 찍는다면?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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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