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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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4 여지의 계절 4
전화로 딸이 어떤 과일의 이름을 물어온다. 빨간 껍질을 까면 하얀 알맹이가 있는데 그 속에 있는 까만 씨는 톡 뱉어내면 되는 그 과일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나 보다. 가끔 가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중국집에서 얼려서 내놓곤 하던 건데, 부페식인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다른 건 본 채 만 채 이것만 냅따 먹곤 했다. 거의 돌 지나면서부터 맛을 들였던 것 같다. 양귀비도 아닌 주제에 말야.

"아~ 리츠 말야?"
"웅, 그거.. 아빠, 리츠가 먹고싶다.."

한국에선 제철과일도 아닌 걸 왜 갑자기 떠올리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보니 여지가 나올 철이다. 얼마전에 길가에서 여지를 팔고 있는 걸 본 기억이 얼핏 떠오른다.

작년 환율 폭탄을 맞은 이후 완전히 끊다시피 한 게 두 가지다.
한국과 비교해서 그런대로 싸 중국생활의 활력소였던, 그렇지만 환율의 압박 때문에 전혀 싸지 않게 된, 그러면서도 꼭 필요한 것은 아닌 게 나에게는 과일과 마사지였다.
과일을 먹지 않고 마사지를 받지 않게 되자 돈을 쓸 일이 별로 없게 되었다.
밥을 안 먹을 수도 없고, 책은 왠만큼 필요한 게 구비된 데다 필요한 책을 사지 않을 수도 없으니. 아, 디비디도 거의 사 모으지 않게 되었고..

환율이 "어느 정도"(물론 충분히 만족스럽진 않지만..) 안정되었지만,
한번 들인 버릇은 쉬 고쳐지지 않는다.

제철과일 찾기보다 비타민 한알로 버티고, 마사지보다 요가로 간간히 굳어진 어깨를 풀다보니
뭐, 별로 부족하지 않다. 특히 마사지에서 운동으로 대체한 건 잘한 일인 것 같다.

암튼, 예전같으면 지금쯤 무슨 과일이 나오지 않을까 고대하고 있었을 건데, 여지의 계절이 돌아와도 전혀 의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설이 좀 길었다. 딸이 먹고 싶다는 걸 한국까지 던져줄 수도 없고, 그냥 나라도 맛을 봐야겠다. *^^*

이왕 사먹을 거 좀 좋은 걸루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지보다 품종개량된 뻥튀기 "여지왕"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먹어볼테야.
작년 환율이 오르기 시작할 즈음 거의 마지막으로 사 먹어보고 감동한 기억이 남아 있다.(이글루스에 썼다가 결국 여기로 옮겨졌다: http://lunatic.textcube.com/124)

크기 비교를 위해 마침 눈에 띄는 계란과 함께 몇 장 남겨본다.

계란이 클까 여지가 클까?

계란은 크기가 다양하니, 보다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담배갑을 옆에 둔다.

과일은 적당한 크기가 맛있는 법이다. 큰 놈이 상품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맛은 자잘한 게 나은 경우가 많다. 여지왕도 크기만 하고 맛이 여지보다 못할까? 직접 먹어 보시라. 내가 왜 지금 환율임에도 다시 사먹었겠는가? ^^


일반적인 여지를 검색해 보니, 크기를 대조할 만한 이미지가 잘 없다. 아래 사진 우측하단에서 제일 작은 놈이 일반적인 "여지"라고 보면 되겠다. 그 아래 사진은 "여지"와 비슷한 모양(?)과 맛을 가진 "용안"이다.

이미지출처: http://hi.baidu.com/suplayer/album/item/4468fffe7c848a125d600806.html#IMG=4468fffe7c848a125d600806

중국작물정보 웹페이지에 다양한 "여지" 종류를 구경할 수 있다: http://icgr.caas.net.cn/photobase/cropphoshop/%E6%9E%9C%E6%A0%91/%E8%8D%94%E6%9E%9D/page_0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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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