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아이웨이웨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12.28 아이웨이웨이의 다큐멘터리 1
  2. 2009.03.20 아이웨이웨이 소개
  3. 2009.03.19 개인이 지진 사망학생 조사에 나서다

지난 12월 26일 저녁 7시경 트위터를 통해 아이웨이웨이 공작실에서 다큐멘터리를 공개하였다. 전체길이 78분이며 보다 편리한 다운로드를 위해 6개의 파일로 쪼개서 배포하였다. 바로 예전에 포스팅한 바 있는 사천성 원촨대지진 사망학생 조사(개인이 지진 사망학생 조사에 나서다)의 결과물로 내놓은 영상이다. 아이웨이웨이는 이 일과 관련하여 체포된 동료의 무죄를 증언하기 위해 기다리다가 공안들에게 감금되고 구타를 당해 머리를 심하게 다치기도 했다고 한다. 독일까지 날아가 꽤 큰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9월 즈음에 들었는데, 무사하니 다행이다.

다큐멘터리의 제목인 <花脸巴儿>을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 일단 구절 자체는 사천성의 민요인 "花脸巴儿,豆腐渣儿,娃娃砸到溅泪花儿,爹娘不见撕心肝儿."에서 따왔다고 밝히고 있다. 바깥에서 놀다 보면 콧물 범벅에 볼이 빨갛게 된 귀여운 아이의 얼굴을 가리키는 말이겠다. 바로 이어지는 "두부짜기"는 부실공사로 인해 지진 사망자가 늘어난 것을 빗댄 말이다. 보통 "두부짜기 공정"이란 말을 많이 쓴다. 그런데 경극의 얼굴분장을 가리키는 "花脸"을 생각해 보면 말이 계속 바뀌는 정부관료들을 빗댄 것일 수도 있겠다. 만약 한국에서 개봉된다면 <화검파아>라고 하기는 애매하고, 의역으로 다른 제목을 달 수밖에 없을 듯하다. 아무쪼록 내년도 다큐멘터리 영화제 등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이 영화를 주목해 주면 좋겠다.

영상을 다운받을 수 있는 링크는 다음과 같다.
곧 봉쇄될 가능성이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미리 다운을 받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이웨이웨이 다큐멘터리 <화검파아 花脸巴儿> 다운로드 링크

http://ow.ly/Q27s (namipan, raysource용)

http://m.jteet.com/i/u6y (당나귀)

만약 디비디로 받아보고 싶은 사람은 지메일(xuesheng512@gmail.com)로 주소와 이름, 전화번호를 보내면 된다. 해외배송이 가능한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중국어가 아닌 영어로 배송정보와 간단한 요구사항을 보내도 문제없을 듯하다. 전작인 <老妈蹄花>은 이미 배송이 시작되었고, <花脸巴儿>의 경우 설 즈음에나 발송이 가능하다고 한다.
Posted by lunarog
아이웨이웨이(艾未未): 1957년 8월 28일 북경 태생, 중국실험예술의 대표적 인물. 건축가. 전위예술가. 드라마 <뉴욕의 북경인> 부감독.

지금까지 아이웨이웨이에게는 꼬리표처럼 아이칭(艾青)의 아들이라는 호칭이 따라붙어 왔다. 중국현대문학에서 아이칭이 갖는 시인으로서의 지위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보통사람들의 뇌리에 '아이웨이웨이'의 이름이 다르게 각인되고 있는데, 바로 베이징 올림픽 국가체육관인 "새둥지"(鸟巢)의 설계 고문을 맡은 바 있기 때문이다.(비록 당국에 대한 비판적 태도 때문에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문혁 때 아버지를 따라 신강으로 쫓겨가 5년간 노동개조를 하다가 문혁이 끝난 후 북경으로 돌아왔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인데 할일은 없고, 일없이 빈둥거리다가는 삽대(지방 생산대로 하향하여 노동)를 가야할 것 같아  매일 원명원에 가서 그림 습작을 시작한다. 78년 대입학력고사가 부활된 후 유일하게 예술관련 학생을 뽑는 북경 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한다.(천카이거, 장이머우 등과 동기이다.) 싱싱 화파의 일원으로 중국 당대미술사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싱싱 미술전"에 참여했으며, 몽롱파 시의 근거지인 <오늘> 등에도 관여한다. 81년부터 93년까지 미국으로 건너가 표연예술, 개념예술 등의 창작과 전람회를 개최한다. 뉴욕에 머물 때 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수학한 바 있다.

(지도)

중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건축, 조각, 회화, 사진, 가구, 출판 등 거의 전방위적인 활동을 벌였다. 중국예술문건고(中国艺术文件库) 총감독을 맡고 있다. 주로 관방에서 소개하는 자료는 이 정도이다.
꼼꼼히 검색해 보지는 않았는데, 주로 예술 관련 활동만 집중적으로 소개되고 있고 그의 다른 정체성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나도 잘 모른다. 직접 만난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들은 적도 없다. 다만 다른 책에서 계속 슬쩍슬쩍 언급이 되길래 찾아봤더니, 이 아저씨 블로그에서 주목할 만한 일을 많이 꾸미고 다니는 것 같다. 좀 갸우뚱거릴 만한 사건이 생길 때 슬쩍 들어가보면 한 마디씩 뱉어놓고 있다. 이쯤에서 아저씨 얼굴이나 한 번 보자.


(시인의 아들이다)

아이웨이웨이의 홈페이지(http://www.aiweiwei.com/)에는 별 게 없다. 파리가 한 마리 날아다닌다. (정말이다...) 작품 몇 점과 개념도가 전부이다. 중국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여러 차례 계정정지 당한 바 있는 그의 블로그( http://www.aiweiweiblog.com/)에 들어가 보면 보다 다양한 활동을 만날 수 있다. 요즘은 트위터(https://twitter.com/#!/aiww)에 몰두하고 있다.

"아이웨이웨이는 진정한 좌파다." 천단칭의 평가이다. 아마도 생략된 말은 자기정당화를 위해 주로 사용되는 "중국식", "중국 스타일의"라는 말일 것이다. 좌우의 가치평가가 한국과 다른 중국에서("좌빨"의 대칭어가 중국에서는 "우파"이다.) 진정한 좌파가 가는 길은 어떤 길일까?


Posted by lunarog
아이웨이웨이의 블로그를 구글 리더로 구독한다. 최근에 한동안 글을 못 읽다가, 어제께 잠깐 들어갔다가 글 몇 개 읽느라 오전을 다 보냈다. 먼저 다음 글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5.12 사천 지진 사망학생" 조사

사천성 원촨 지진이 일어난 뒤 이미 300여 일이 지났음에도 정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정확한 사망인원의 공개를 계속 늦추어 "두부짜기 공정"에서 수천만의 초중고등학생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흐리게 하고 있다.

이에 2008년 12월 15일부터 우리는 지진 사망학생에 대한 조사와 정리 작업을 시작하였다. 사천성 정부와 관련기관, 공안부, 교육부 등에 사망학생의 인원과 명단을 공개할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따라서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지진 재해구역에 대한 실지 조사를 진행하였다.

재난 학생들에 관심을 가져준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 명단을 본 뒤 우리의 조사에 참여하여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퍼뜨려 주기를 바란다. 2009년 5월 12일, 지진 1주년이 되기 전에 "사천 지진 사망학생"의 명단을 보다 완전하게 작성하도록 하겠다.
죽음을 거절하고 생명을 존중하자. 애도를 표하며 죽은 혼을 달래자.

정보를 제공하실 분은 이 블로그에 글을 남기거나  xuesheng512@gmail.com로 이메일을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참여에 감사드립니다.

그 아래로 지금까지 작성된 사망학생 명단이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아직 전체적으로 정리된 명단은 올라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천대지진에 대해서는 나도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고, 중국인들도 지난 한해의 관심에 비하면 거의 잊혀진 것이나 다름 없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누군가 끈기있게 잊혀져가는 사건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 아니라, 아이웨이웨이가 문제제기하는 방식이다. 사건이 났다. 그런데 정부는 최대한 사건을 축소하고 빨리 매듭짓고 싶어한다. 이러한 정책방향에서는 실질적인 그 지역의 재건을 바랄 수 없다. 우선은 정확한 피해규모, 피해자 규모부터 작성되고 공개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그 일이 어째서 불가능한 일인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땅 속에 파묻힌 사람의 정확한 피해규모는 알 수 없다. 사체를 식별불가능하다. 실종자가 정말로 죽었는지, 다른 곳에 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등등. 하나하나 따져보면 정말로 정확한 피해자 규모를 책정하기 곤란할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 조사된 사망자 수치, 실종자 수치, 신분이 확인된 사망자의 명단은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아마도 호구를 기준으로 실종자까지 포함하면 피해규모가 너무 커지기 때문에 공개를 못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실종자 중 일부는 피해지역의 호구를 그대로 둔 채 도시를 전전하는 막노동자들일 가능성도 없진 않다. 지금의 중국 호구제도로는 정확한 인구 산정조차 불가능하지 않나..)


그런데 아이웨이웨이는 명단 확인이 가장 확실한 한 가지 경우를 파악하고 있다. 바로 학교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 명단이 교육부에 보관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적만 걸어두고 학교를 안 나오는 학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고, 그렇더라도 명단이 있기 때문에 현재 출석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학생들 피해자 명단이 확보되면 비율을 따져 전체 피해자 규모도 어느 정도 근사치가 산정이 가능할 것이다. 출석부 불러보면 학생의 피해 규모는 거의 정확하게 나올 수 있다. 학교, 군대, 교도소 등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하는 일이 인원체크 아니겠는가. 교육부에서 그 일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물론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조사 여부조차 대외적으로 공개된 바 없다.) 그 조사작업과 연계하여 아이웨이웨이는 북경에서 사천의 각급 관련기관으로 전화를 돌린다. 그리고 그 전화내용을 녹취하여 블로그에 그대로 공개했다. 이 전화내용이 그야말로 골 때린다. 우리나라도 요즘은 좋아졌는지 모르겠는데, 공무원들 전화받는 태도란 게 중국이나 한국이나 똑같다.(사실 중국이 쪼~금 더 심하긴 하다..^^) 그 자리에 있으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이해한다만.. 물론 아이웨이웨이도 상대방이 전화를 어떤 태도로 받을지 잘 알고서 시작한 일일 터이다. 성/시정부, 교육부, 공안부 등등에 전화해서 "지진 사망자 명단 알고 싶은 민간조직인데요, 좀 가르쳐 주세요"라고 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반응은 너무 다양하고 또 한결 같다. 지금 장난하냐? 라는 태도로 그냥 끊어버리기도 하고, 같이 막 싸우기도 한다. 시간과 능력이 되면 그 하나하나를 다 번역해서 그대로 읽어보시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중국 공무원들의 말투와 사고방식을 배우기에도 더할 나위없이 적절한 교재이다.

그쪽에서 어떤 식의 반응이 나올 지 알면서도 일일이 전화를 돌린 건, 통화 녹취록을 블로그 등에 공개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상급 기관부터 하급기관까지, 피해지역 전부를 하나씩 전화해 보면 똑같지만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태도에서부터 정보공개의 수준이 다 제각각인 것이다. 그 모자이크를 모아보면 피해규모에 대해 정부가 지금까지 공개한 말은 거짓임이 자연히 드러나게 된다. 통계를 내는 게 불가능하다에서 통계를 상부에 보고했는데 니네들에게는 가르쳐줄 수 없다까지 발뺌하려다 노출되는 정보의 양이 만만찮으니까.. 그 중에서 비교적 온건하고 합리적으로 받은 (착하고 순진한*^^*) 미스 무와의 통화를 옮겨 둔다. 다른 통화가 더 재미있긴 한데 내용이 별로 없다. 그냥 자기들은 모른다. 우리 관할이 아니다. 다른 데 전화해 봐라. 또 그쪽에 전화하면 원래 전화했던 데로 해봐라. 혹은 있어도 니네같은 개인에게 넘겨주겠냐? 세상 물정 모르는 놈 같으니라고.. 이런 식이다.(너무 다양해서 기억도 잘 안 나는데 통화내용은 정말 재미있다!!! 속이 뒤집어지면서 말이다..) 아래처럼 순진하게 우리가 다 조사했고 관련내용은 상부에 보고되었다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관련 내용 자체를 언급하려 하지 않는 게 대부분의 기본 태도니까.

일시:2009年03月13日09时55分
기관:北川县教育局
번호:0816-4821109
시간:4분31초

a: 여보세요. 베이촨 현 교육국입니까?

b: 예.

a: 저희는 북경 조양구에서 사망학생 명단을 조사하는 연구조직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관련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b: 재난 피해자를 알고 싶으시다는 말씀이시죠?

a: 예. 주로 학생명단입니다.

b: 민간 연구조직이시죠? 그럼 명단을 구해서 뭘 하시려는 거죠?

a: 가장 기본적인 통계를 내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매체 등을 아무리 뒤져봐도 정확한 사망자 숫자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지진에서 사망한 인원의 명단은 아주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b: 그게, 아마도, 관련 데이터는 우리가 벌써 상급기관으로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당신네같은 민간 조직에 공개해도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a: 민간조직에게 왜 공개하지 못한단 말입니까? 그건 국민의 기본권리의 하나입니다.

b: 그건 제가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해하시죠?

a: 그럼 하나 물어봅시다. 당신네들에게 그 데이터가 있긴 한가요?

b: 데이터야 당연히 있죠. 우리가 관할하는 구역인데, 어떻게 통계내지 않을 수 있겠어요?

a: 그럼 학생 명단을 포함해서, 모두 정확하게 나와 있겠군요?

b: 당연히 정확하죠. 분명히 상급기관 쪽에서 관련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있을 겁니다. 현, 시, 성 등이 우리 상급 기관들입니다. 우리 부서는 학생명단 쪽을 구체적으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a: 관련 전화번호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b: 0816-48222337, "안정 팀"의 손 조장에게 연락하세요. 지진 재해 후 안정유지를 담당한 조직입니다. 구체적인 문제는 그들에게 연락해 보세요. 그 사람이 이쪽을 책임지고 있으니까요.

a: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아이웨이웨이가 하고 있는 작업은 "상식"의 재건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정도는 정부가 매체가 사회가 하고 있어야 하는 거란 걸 보여 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들이 하지 않으면 개인들 하나하나가 의문을 품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중국을 안정시키겠지만 아이웨이웨이 같은 사람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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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