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시내 쪽에 나가보니, 상해가 아주 깨끗해졌다. 항상 공사 때문에 먼지나고 비좁던 곳이 완전히 바뀌어져 이른바 "걷고 싶은 거리"가 되어 있다. (실제로 한참을 걸었다. 평소였으면 택시 탈 거리를 걸어, 1시간 반이 걸렸다.. ㅡㅡ;;) 지하철도 제법 도시 전체를 커버할 정도의 노선이 생겨 앞으로 완전히 개통되면 꽤 편리해질 것 같다. 엑스포의 장점이다. 학교 근처에만 있다 보면 지금 상해에서 엑스포를 하고 있는지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무언가를 전시할 게 있는 사람과 온갖 지식을 갈구하며 박람하고 싶은 사람들은 엑스포를 재미나게 즐길 듯하다.
집 근처에서도 엑스포를 실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다. 단지를 꾸미는 청소부들, 경비원들이 죄다 완장을 차고 있다. 이른바 규율반장?
같이 사는 동료는 완장에 대해 굉장히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다. 식당을 가든 어디를 가든 완장이 돌아다닌다고. 아무런 권한도 없으면서, 그 "완장" 하나로 그는 자기 맘에 안 드는 아무개를 불신검문할 수 있게 된다. 완장을 차는 순간 그도 권력을 발휘하고 싶어지고 다른 사람들도 그 권력에 굴복한다. 혹자는 자본주의의 첨병인 엑스포를 상해에서 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인 부담 때문이라고 과도한 해석을 하기도 한다. 모든 외국인에게 이렇게 선포하는 것이다. 우리가 비록 자본주의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라는 걸 보여주고 시포요.. 이런 의도라면 외국인에게보다는 북경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반대파들에게 면피를 하고 싶어서였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 빨간 완장이 굉장히 눈에 거슬리는데, 우리에게(그리고 중국인에게) 과거의 특정한 역사적 경험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걸 명심하라는 의도가 전혀 없지 않겠다. 오늘도 청소부 아저씨는 완장을 차고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 계신다. 사진을 찍기가 거시기하다. (오늘 아침엔 왠일로 완장을 안 찼다 싶어 자세히 보니, 다른 아줌마가 빗자루로 쓸고 계신다..)
학교에 가면 완장 뿐 아니라 또다른 희한한 풍경이 펼쳐진다.
파릇파릇한 대학생들이 모두 비슷한 녹색 계통의 체육복을 입고 돌아다닌다. 요새 교련복이 바뀌었나, 아니면 복단대 공식 체육복인가? 자세히(는 못 보고 지나가는 애 슬쩍) 보니, 엑스포 마크가 선명하다. 이른바 엑스포 자원봉사자 유니폼 되시겠다. 자랑스러운 거다, 상해에서 엑스포를 한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겠다, 엑스포에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이. 내가 대학생이었어도 엑스포에 자원봉사를 하며 경력도 좀 쌓고 그러고 싶었을 것 같기도 하다. 대전 엑스포를 내가 사는 도시에서 했다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다고 자원봉사 유니폼을 입고 학교에 올 것까진 없지 않겠니? 바쁘다, 자원봉사도 하고 수업도 들어야 하고. 하이바오는 왜 안 돌아다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