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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 번역가

lunarog 2012. 11. 14. 01:02

번역은 원작과 경쟁이 안 된다. 원작이 신이라면 번역은 제사장에 불과하다. 창조가 허용되지 않는 제사장에게 진리는 자기 것이 아니다. 신에게 오류가 있더라도 그건 창조과정의 일부일 뿐이다.[각주:1] 만약 제사장이 오류를 범하면 돌이 날아온다. 제사장의 역할은 신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는 군중을 위해 "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누군가 "신은 절대 그런 말을 했을 리 없다!" 라고 의문을 품고 돌을 던지는 순간 제사장은 피투성이로 제단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다. 그 자리는 다른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대체되어 왔고, 대체되어야 한다. 어찌보면 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중 누군가를 계속해서 제사장으로 내세워 "신의 목소리"라 생각되는 것들에 귀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가 창조자가 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신이 되어도 된다. 신인 척하는 것도 제사장에게 허용될 수 있다. 그러나 신과 경쟁하려는 순간 제사장은 가차없이 버려진다.





  1. 신의 오류를 지적하는 불경을 누가 저지르겠는가? 그것이 오류로 보이는 내 눈을 탓하고 참회한다. 그 속의 깊은 의미는 뒤늦은 깨달음으로 돌아온다. [본문으로]